취미 예찬 | 엘르코리아 (ELLE KOREA)

가장 가까운 행복을 손에 넣고 싶은 당신을 위한 <엘르>식 취미 예찬 | 취미,예찬,취미 생활,취미 컬렉터,취미 목록

&nbsp; &nbsp; 어느 취미 컬렉터의 고백 우리는 취미라는 단어를 모르던 나이에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갖고 있어야 했다. 인적사항란을 쓰다가 주저하는 초등학생 손녀를 지켜보던 할아버지가 슬쩍 귀띔한다. “취미는 좋아하는 거, 특기는 잘하는 걸 쓰면 돼.” “할아버지. 나는 책 읽기도 달리기도 둘 다 좋아하고 둘 다 잘해.” 그때부터 12년 동안 내 취미는 (어쩌면 흔하다면 흔한) 독서였다. 취미는 나의 진로 희망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독서왕은 책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해 문예창작과에 진학한다. 취미에 불순한 목적이 끼어든 건 20대 때의 일이다. ‘독서’가 더 이상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DSLR 카메라를 들고 ‘미니 홈피’에 올릴 사진을 찍는 선배, 온갖 도시 이름이 찍힌 냉장고 자석을 자랑하는 친구가 꽤 근사해 보였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영화, 연극, 뮤지컬, 콘서트를 보러 다니기 시작한 건 그 무렵부터다. 그걸 진짜로 좋아하든 아니든, 가능하면 많은 취미를 갖는 것이 곧 좋은 취향을 갖는 지름길이라고 믿었다. 젊음과 용돈을 탕진하면서 누린 취미 생활은 내게 멋진 자기소개서를 갖게 해줬다. 그걸로 취직을 했다. ‘잡지 에디터’는 여행, 전시, 연극, 새로 문을 연 레스토랑, 쏟아져 나오는 신간과 앨범을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거룩한 패스였다. 친구들이 나에게 던지는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살아서 좋겠다’는 말이 포상처럼 달콤했다. 모든 드라마가 그렇듯,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잡지 기자는 생각처럼 희대의 행운아가 아니었다. 월급에 대한 책임감은 좋아하는 일에 품은 순진한 마음을 모조리 앗아갔다. 나의 취미는 어느새 ‘아무것도 안 하기’가 됐고 일 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삶은 몸과 마음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그 무렵 일기장엔 ‘어서 노인이 되어 그날 먹을 된장찌개를 끓이는 일이 유일한 할 일이자 낙이었으면 좋겠다’고 쓰여 있다. 30대가 된 나는 여덟 살 때 받았던 질문과 다시 마주해야 했다.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일이 뭐지?” &nbsp; 백패킹을 시작한 건 영화 &lt;와일드&gt; 때문이다. 영화의 주제와는 별개로 내 눈엔 오로지 그녀가 걷던 4270km에 달하는 야생의 트레일 PCT(Pacific Crest Trail)만 들어왔다. 어떻게 하면 저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친구는 우선 가벼운 백패킹에 도전할 것을 제안했다. 그리하여 거금 들여 장비를 사 모으고, 12kg짜리 배낭을 꾸려 처음으로 길을 나섰다. 직접 겪은 백패킹은 늘 잠이 부족하고 에너지는 고갈된 직업인에겐 별로 적합하지 않은 취미였다. 그런데도 멈추지 않은 이유. 빛 한 점 없는 칠흑 같은 밤, 흙과 낙엽과 갓 핀 꽃, 짐승의 털 비린내, 젖은 공기가 한데 뒤엉킨 냄새가 온몸의 모공을 활짝 열고 싶을 만큼 황홀해서다. 아침, 미련하게 챙긴 핸드 드립 장비와 원두를 꺼내 커피를 내려 마시면 밤새 몸에 스민 한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그 순간도. 6성급 호텔의 1000수짜리 침구나 포틀랜드 최고의 바리스타가 내린 스페셜티 커피는 돈만 지불하면 누릴 수 있지만, 이런 경험은 오직 ‘취미’로만 가능하다. &nbsp; ‘잘 못해도 좋아하면 그만’인 취미도 있다. 내게 그건 요가다. 햇수로 7년째 요가의 탈을 쓴 스트레칭을 돈 내고 한다. 지난 몇 년간 발리, 하와이, 치앙마이, 방콕, 끄라비, 루앙프라방, 퀴논을 종횡무진한 건 몸매 관리 때문이 아니다. 예민해진 신경과 치솟는 못된 마음을 다독일 방법을 몰라 허둥지둥했을 때, 이 느린 몸동작이 나를 구원해서다. 날숨에 분노를 실어 내보내다 보면 속눈썹까지 유순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런 게 무슨 취미야?’ 할 싶은 취미 목록도 길다. 그중 하나는 ‘맨발로 땅 밟기’인데 어떤 사람들은 여기에 ‘Earthing’이라는 근사한 이름을 붙여줬다. 스쿠버다이빙, 스노클링, 서핑, 카야킹, 암벽타기, 낚시도 한다. 수영도 못하고 물은 무서워하며 근력은 형편없고 심지어 물고기도 싫어하지만, 그럼에도 기쁘게 즐기는 이 모든 일들은 자발적으로 사랑할 수 없을 것 같던 나 자신을 조금씩 사랑하게 만들어줬다.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는 &lt;취미 있는 인생&gt;에서 ‘취미’에 몰두한 자신만의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내 목표가 정해진 것은 그때였다. 서른 살을 넘긴 나는 스스로 불을 붙이지 않으면 빛을 발할 수 없게 되었다. 빛나기 위해서라면 무엇에든 손을 댈 생각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놀기 위한 목표로 보였을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계속 살아가기 위한 목표였다.’ 문득 취미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처음으로 찾아봤다. 두 번째 정의에서 앞으로 나의 에너지와 돈과 시간을 취미에 바칠 이유를 찾았다.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 당신의 취미는 무엇인가?&nbsp;&nbsp; &nbsp; &nbsp;━&nbsp; 당신의 취향 &nbsp; 삶을 풍성하게 해줄 새로운 취미를 찾고 있다면? 여기 당신을 위한 일곱 가지 슬기로운 취미 생활이 기다리고 있다. 하나뿐인 옷을 지어 입는 경험, 소잉 직접 만든 물건에 더 애착이 가는 사람, 취향이 뚜렷해 시판 제품 중엔 원하는 패턴과 디자인의 옷, 천가방, 생활 소품을 찾기 힘든 사람이라면 한 번쯤 ‘재봉’에 관심을 갖는다. 소잉 스튜디오 ‘소소한 날’에선 그런 이들의 창작욕을 현실로 만들어준다. “아이 옷을 직접 만들어 입히다가 봉제 공방을 열게 됐어요. 실생활에서 쓰임이 많은 것들을 곧바로 만들어 쓸 수 있는 실용성이 봉제의 매력이죠. 취미인 동시에 생활 기술이니까요.” 취미반부터 자유 작품 수업, 자격증, 창업 대비반 등 다양한 수준의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sosohannal_1st &nbsp; 사운드 테라피, 싱잉볼 2500년 전, 히말라야 기슭에 모여 사는 이들에겐 ‘노래하는 그릇’이 있었다. 자연 속에서 얻은 다양한 금속을 녹여 만든 이 그릇을 문지르거나 두드렸을 때 일어나는 파장은 승려의 수양과 삶의 의식을 돕는 소리로 오랫동안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사람들이 이 신비한 금속에 붙인 이름은 ‘싱잉볼’. 고대의 명상 도구였던 싱잉볼은 지금 도시에서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잃은 이들이 자신의 리듬을 되찾기 위해 즐기는 취미로 등극했다. ‘명상의 도구’라는 수식은 거창하지만 그릇을 문지르거나 두드릴 수 있는 손,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싱잉볼의 세계에 입문할 수 있다. 젠 테라피 내추럴 힐링센터의 싱잉볼 힐링 마스터 천시아 대표는 싱잉볼의 진동이 주위의 진동과 공명, 동조하는 과정에서 인체의 뇌파를 이완시켜 명상 상태로 쉽게 이끄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스트레스, 긴장, 통증이 있을 때 우리 몸의 세포는 불규칙한 진동을 가진 상태로 바뀝니다. 싱잉볼의 진동이 이런 상태의 몸과 만나면 흐트러진 리듬을 원래대로 돌려놓는 효과를 내는 거죠.” 싱잉볼을 즐기는 방법은 단순하다. 연주를 듣거나, 직접 연주하면 된다. 젠 테라피 힐링센터에선 3시간짜리 베이식 코스부터 32시간으로 구성된 마스터 코스까지 다양한 커리큘럼을 운영 중이다. http://zentherapyseoul.cafe24.com/ &nbsp; 나만의 티타임을 만드는 방법, 티 블렌딩 차를 즐기고 싶지만 수련과 명상에 가까운 다도의 문턱이 조금 높게 느껴진다면 ‘티 블렌딩’은 어떨까. 바리스타이자 티 마스터로 활동하는 C&amp;K 커피 컴퍼니의 권수진 대표는 ‘차’의 세계에 갓 입문하는 이를 위한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은 차의 종류, 베이스와 블렌딩에 좋은 차, 차 우리는 방법과 섞는 법, 올바른 도구 사용법, 나만의 차 레서피 만들기 등을 꼼꼼하게 배울 수 있는 12주 커리큘럼 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취미 플랫폼 ‘클래스 101’에서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으며 베이스 티와 블렌딩, 티 도구, 레서피 등으로 구성된 키트를 집으로 배달해 준다. www.class101.net &nbsp; 자연의 선과 여백을 그리는 꽃꽂이, 이케바나 일본의 고전적인 꽃꽂이 기술을 의미하는 이케바나. 일본 귀족들이 집 안에 ‘이케바나’ 공간을 따로 두고 명상이나 다회 때 감상할 만큼 격조 있는 예술 작품으로 여겨지던 이 고상한 활동은, 근래엔 고요한 시간을 즐기는 전 세계 모든 이들이 관심을 갖는 취미가 됐다. 덴마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프리츠 한센의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이 선보인 ‘이케바나 베이스’도 그 흐름 중 하나. ‘꽃을 살리다’라는 뜻에 맞게 식물의 형태와 모양, 구성 요소를 모두 살펴 꽂는 것이 핵심으로 마리포사 스튜디오의 노지은 대표는 일본의 3대 이케바나 유파 중 하나인 ‘오하라’류를 한국에 소개한다. “이케바나는 소재가 가진 특성을 살리는 것이 목적이에요. 계절에 따라 다른 잎의 위치, 꽃의 모양, 나무의 색과 형태를 화기에 섬세하게 재현하면서 자연을 대하는 철학을 성장시킬 수 있죠.” 절제된 소재 사용 때문에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형태와 표현방식이 다양한 만큼 소재의 특성과 여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오래 배우며 수양할 수 있는 새로운 취미를 찾고 있다면 권한다. &nbsp;@mariposa.studio_ikebana &nbsp; 나무 깎는 시간, 우드 카빙 ‘카빙(Carving)’은 조각용 수공구를 이용해 나무를 깎아 형태를 만드는 목공예를 뜻한다. 제품의 전체적인 형태를 수공구로 만드는 점, 만들다가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즉흥적으로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점이 일반 목공예와의 차이점이다. 입문자의 대부분은 작은 티스푼, 포크부터 조리용 주걱, 원목 도마와 접시 등으로 구성된 원목 커트러리로 시작한다. “원목이 가진 단단함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제법 ‘몸’을 쓰는 활동입니다. 사각사각 소리, 손끝에 느껴지는 감각들은 평소에 경험하기 어렵기에 새로우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가장 좋은 건 자기 작품의 매력이 살아나는 걸 보는 마감 단계죠. 한마디로 기승전결이 확실한 취미랄까요.” 펠릭스 우드 스튜디오에는 약 3~4시간으로 구성된 원 데이 클래스부터 다양한 정규 클래스가 준비돼 있다. blog.naver.com/roowalix &nbsp; 좋아하는 장면을 종이 위에 쓱쓱 담는, 마카 드로잉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을 사진 대신 그림으로 남기는 일, 좋아하는 카페의 볕 좋은 자리에 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대신 눈앞의 정물을 그리는 일이 로망이라면, ‘드로잉’을 배워보자. 일러스트레이터 손은경은 자신만의 ‘그림체’를 갖고 싶은 이를 위한 마카 드로잉 클래스를 운영 중이다. 입문자부터 현직 일러스트레이터까지 다양한 수준과 색깔을 가진 이들이 섞여서 서로에게 영감과 자극을 주고받는 수업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영화’ ‘여행 드로잉’ ‘그림 일기’ 등 그때그때 다른 주제의 클래스를 비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nbsp;@thanksforbeingu &nbsp; 시간을 엮으며 마음을 비운다, 등 공예 ‘라탄 공예’라고 통용되지만 ‘등 공예’라는 우리 말도 있다. 아열대 기후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공예 활동이라는 증거다. 등 공예는 덩굴성 식물인 등나무로 생활 용품과 가구 등을 만드는 일을 뜻한다. 별다른 손재주가 없어도, 단 한 번의 체험만으로도 일상 생활에 유용한 소품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등 공예의 가장 큰 매력. 재료는 얇게 저민 등나무와 성긴 나무 대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물, 두 가지뿐이다. 난이도는 제각각이지만 기본적으로는 날대와 덧날대, 사릿대의 역할과 엮는 원리만 이해하면 된다. “등 공예의 매력은 잡념이 많은 사람, 퇴근 후에도 일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사람에게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는 것이죠. 자연 소재인 나무의 감촉을 온전히 느낄 수 있기도 하고요.” 문래동 창작촌에 자리한 온초 공방에선 ‘체험’을 위한 원 데이 클래스를 비롯해 다양한 레벨의 1:1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4주로 구성된 초급 과정을 이수하면 혼자 재료를 구입해 만들 수 있는 수준에 다다를 수 있다니 우선은 티 코스터와 채반 만들기부터 도전해 보길. &nbsp;@oncho_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