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과 차승원이 말하는 남자란 무엇인가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남자는 태어나는가 혹은 만들어지는가. 남자를 남자답게 하는 것, 남자라는 정체성은 과연 무엇일까. <왕의 남자> 그후 5년, 담백하지만 한없이 묵직한 수묵화 같은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으로 돌아온 이준익 감독과 최초로 사극 연기에 도전한 차승원과 함께 남자라는 키워드로 이야기를 나눴다. :: 돌체 앤 가바나,비비안 웨스트우드 맨,이브 생 로랑 by 쿤,디스퀘어드2,남자다운,트렌드,담백한,차승원,이준익,엘르,엣진,elle.co.kr :: | :: 돌체 앤 가바나,비비안 웨스트우드 맨,이브 생 로랑 by 쿤,디스퀘어드2,남자다운

Being a real man&nbsp 이준익 시대에 따라서 남성성 혹은 여성성이라는 것도 유행을 타곤 하지. 한때 유니섹스에 가까운 보이시한 여성성이 주목받기도 했지만 요즘엔 오히려 고전적인 여성성이 강조되는 것처럼. 남성성도 마찬가지야. 슬림한 체격에 식스 팩까지 고스란히 갖춘 멋쟁이들이 한참 강세였지만 어찌 보면 그런 패턴조차 조금 식상해졌어. 오히려 ‘훈남’이라 불리는 쪽으로 가고 있지. 말하자면 박지성 선수처럼. 근데 그것도 정답이 아냐. 이젠 개성이 가장 중요하거든. 하나의 지표로 ‘남성적이다’를 규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개인의 다양성들이 프라이드가 되는 시대거든. 예를 들어 차승원이란 배우를 들면 되겠지. 차승원의 외모에서 오는 카리스마와 캐릭터의 내면에서 끌어 오르는 잔인함과 강력한 욕망, 그런 것들이 결합해서 &lt구르믈 버서난 달처럼&gt의 이몽학이란 남자 주인공이 탄생되는 것처럼. 차승원 자기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을 하는 사람이야말로 남자다운 거지. 외형적인 것뿐이 아니라 내면에 간직하고 있는 무엇 그리고 여자에게 하는 것들까지 모두 포함해서. 나에겐 일이 있고 동시에 사생활도 있지. 밖으로 보여지는 부분들에 있어선 내가 지향하는 영화들, 연기, 톤 이런 것들을 최대한 철저하게 보여주고 내 나이에 맞는 연기를 하는 것. 그리고 가정이 있고 아이 둘을 가진 아버지로서 본분을 다하는 것. 하지만 내가 아버지이기 때문에 남편이기 때문에 일상에서 꼭 해야 할 무엇을 또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 그 모두가 내가 남자다워지는 방법이다.이준익 감독이 입은 네이비 핀 스트라이프 패턴의 스리 피스 수트는 돌체 앤 가바나. 화이트 체크 셔츠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맨. 블랙 페도라와 보타이, 스퀘어 치프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차승원이 입은 그레이 핀 스트라이프 수트는 이브 생 로랑 by 쿤. 화이트 셔츠는 디스퀘어드2. 빅 체크 패턴이 돋보이는 타이는 돌체 앤 가바나. 스퀘어 치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What men desire이준익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이 어디서 출발하는지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아. 그저 지금 나에게 존재하는 욕망 그 자체가 중요할 뿐이지. 그렇게 욕망으로부터 끊임없이 스스로 시달린다고. 하지만 욕망의 시작점을 캐내고 나면 욕망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신 즐길 수가 있어. 공처럼 갖고 놀 수가 있는 거야. 출세하고 싶다거나 멋있어지고 싶다거나 저 새끼를 이겨야겠다는 그런 모든 욕망의 본질을 가만히 쫓아가보면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걸 알게 돼. 그러면 내가 돈이 없어도 불행하지가 않다고. 아무리 돈이 많아도 자신의 욕망의 뿌리를 모르면 불행한 거야. “행복이 목적이야? 돈이 목적이야?”라고 물으면 다들 행복해지는 게 목적이라고 말해. 그런데 자기가 진짜 원하는 욕망의 본질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 없는 거지. 성공하고 싶다거나 명품 옷을 사고 싶다는 욕망이 사실은 내 안에서 생긴 게 아니라 자꾸 엄친아가 만드는 거야. 사회가 나의 욕망을 조종하고 있는 거지. 차승원 욕망의 본질? 사실 욕망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나는 그저 태어난 이상 욕심을, 욕망을 다 쓰고 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준익 내가 봤을 때 차승원이란 배우는 거의 짐승처럼 치열해. 연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데 다 쏟아버려. 끝나고 나면 탈진할 정도로 그 한순간에 올인해 버리는 거야. 그러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비축해왔겠어. 얼마나 자기 욕망에 솔직해. 욕망은 생명력이거든. 하지만 욕망을 주도해야지 노예가 되면 안 되는 거지. 차승원 욕망이란 말이 어감이 안 좋아. 사행성처럼 느껴지잖아. 사실은 좋은 건데 나쁜 걸 향해 치닫는 것처럼 느껴지잖아. 태생적으로 그게 없으면 안 되는 건데. 사실은 그게 전부일 수도 있어. 특히 남자는. 이준익 욕망의 첫 번째는 식욕. 그 다음은 수면욕, 그 다음은 성욕이겠지. 차승원 또, 물욕, 성공욕. 그리고 무엇보다 명예욕. 성욕이나 식욕 같은 건 점점 줄어들지 몰라도 명예욕은 다르거든. 죽을 때까지 못 버린다니까. 그걸 왜버려. 버리지 말아야지. 요즘도 베란다에서 담배 피우면서 그 생각을 늘 한다니깐. 그게 나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이야. 가만 생각해보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받는 힘이 있다면 정말 감추고 싶지만 감춰지지 않는, 그렇게 나를 움직이는 힘이 있는 것 같아. 여기서 더 나이가 들면 또 변하겠지만. 이준익 아니, 안 변할 것 같아. 이 친구는 욕망에 솔직해요. 다른 친구들은 아닌 척하다가 오해를 사기도 하는데 차승원이란 배우는 워낙 매너가 ‘글로벌 스탠더드’거든. 하하.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지만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자기주장. 그게 현대인의 멋진 욕망 아니야? 사실 명예라는 것은 굉장히 좋은 말이야. 이름을 영예롭게 만든다는 거잖아. 삶의 가치와 존재를 정확하게 아는 거지. 문제는 왜곡된 명예야. 타인을 핍박하면서 자신의 공명심을 높인다는 건 틀렸다는 거지. 진정한 의미의 명예는 예를 들어 나이팅게일처럼 끊임없이 봉사한 사람이 죽고 나서야 얻을 수 있는 건데 다른 사람 무시하고 나의 욕망을 드러내는 건 아주 추악한 거지. 차승원 남자도 여자도 탐욕스러우면 얼굴에 다 나오는 거야. 예를 들어 배우들 중에서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두 배우인 오드리 헵번과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보면 차이가 뚜렷해. 한 여자는 늘 봉사하며 일생을 보냈고 또 한 여자는 탐욕이 있었어. 그게 얼굴에서 드러나잖아. 남자도 마찬가지라는 거지. 탐욕 없이 늙어가는 것이 진짜 멋있는 남자인 거야.차승원이 입은 옵티컬 패턴의 실크 셔츠와 베스트는 모두 에르메스. 다크 그레이 팬츠와 레이스업 슈즈는 모두 루이 비통. 이준익 감독이 입은 가죽 트렌치 코트와 슬림한 실루엣의 네이비 팬츠는 모두 버버리 프로섬. 퍼플 컬러 셔츠와 레이스업 슈즈는 모두 루이 비통. 페도라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Man &amp woman 차승원 남자, 혹은 ‘수컷’이라는 느낌이 반드시 남자가 힘을 쓰는 전사의 쓰는 전사의 이미지가 전부는 아니지. 이준익 예를 들어 여자도 두 가지 요소가 있는데 소위 암컷의 역할과 어미로서의 역할이 있지.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암컷이기 이전에 어미지. 남자도 마찬가지지. 수컷의 입장에 있다가 어느 순간엔 아비의 역할이 있다고. 그런데 아비에게 수컷의 냄새가 나면 이상한 거지. 엄마가 됐는데 계속 암컷 냄새만 풍기고 다니는 것도 이상하고. 밖에 나와서 남성성을 요구받을 때는 당당하게 수컷으로 설지언정 집에 돌아가 자식과 아내 앞에선 다시 아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그게 남자지. 차승원 그 미묘한 경계를 잘 구별할 줄 아는 게 진짜 남자야. 그런데 그걸 구별 못하는 사람도 많아. 특히 우리 계통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 자신이 하는 일의 경계가 자유롭다고 해서 그 자유분방한 사고방식과 행동을 모든 자리마다 접목시키는 이들이 있는데 아주 안 좋은 케이스야. 항상 자신의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 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준익 그런 면에서 차승원이란 배우는 동시에 아주 멋진 아빠야. 촬영 있는 날은 대부분 지방에 있으니깐 집에 있을 땐 아침에 꼭 딸을 바래다 줘. 늦잠 자고 싶을 텐데 일찍 일어나 딸을 학교까지 데려다주면 딸은 그걸 평생 동안 기억한다는 거지. 멋진 남자보다 멋진 아빠가 훨씬 힘들어. 멋진 여자보다 멋진 엄마가 더 힘들 듯.차승원 세상에서 최고로 힘든 건 멋진 남편이지. 그건 정말 노력을 많이 해야 하거든. 멋진 남자는 뭐 얼추 하면 돼. 그런데 멋진 남편은 정말 각고의 노력 없이는 힘들어. 멋진 아내도 마찬가지지만. 이준익 &lt구르믈 버서난 달처럼&gt 한지혜 대사 중에 내가 최고로 꼽는 게 있어. “당신 꿈 안엔 내가 없는 거지. 내 꿈 안에는 당신이 있는데.” 먼 길을 돌아 그렇게 사랑하는 남자에게 닿았는데 정작 그 남자 속에는 내가 없는 것 같다고 깨닫는 거지. 확 오지 않아? 몇 십 년을 함께 살아도 닿을 수 없는 마음.이준익 감독이 입은 볼드한 프린트가 가미된 셔츠와 화이트 버뮤다 팬츠, 화이트 로퍼는 모두 구찌. 선글라스는 커틀러 앤 그로스 by 홀릭스. 시계는 본인 소장품. 차승원이 입은 블랙 컬러의 니트 소재 피케 티셔츠는 랑방. 슬림한 라인의 화이트 팬츠는 구찌. 블랙 로퍼는 에르메스. 선글라스는 레이밴 at 룩소티카. Movie and Life 이준익 나는 영화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진 않아. 의도적으로 강요했다면 관객들이 먼저 불편해 했을 거야. 그저 정면으로 갈등을 풀어내고 그렇게 시대와 호흡하려 했을 뿐이야. 배우들에게도 굳이 메시지를 설명한 적 없어. 대신 등장인물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거지. 관계를 맺어야 해. 그리고 그걸 끌어내는 소재로 역사만한 게 없고. 나한테 역사는 다이아몬드 광산이야. 캐면 그냥 10캐럿짜리가 나오는 데 광산에 사람이 없어. 사극은 찍는 사람이 없으니까 먼저 캐는 사람이 임자야. &lt구르믈 버서난 달처럼&gt은 전에 비해 편집도 사운드도 충실했고 가장 효과적으로 만들었어. 물론 꼬치꼬치 따지면 아쉬운 점은 많지만 내가 워낙 매정한 성격이거든.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아. 부끄러워서 그래. 뒤를 돌아보면 한 발짝 나아가기 많이 머뭇거려지니깐. 아쉬움은 반드시 없어야 되는 거지 없는 게 아니야. 있어도 애써 외면하는 거지. 앞으로도 갈 길이 머니깐. 자전거처럼 브레이크를 잡는 순간 넘어져야 해. 서 있을 수가 없어. 그래서 계속 달리는 거야. 그리고 아무리 지쳐도 인정하지 않는 거야. 떼쟁이처럼 우기는 거지. 꼬마 애들은 억지를 부려도 울다 지치잖아. 지치거나 힘들면 말해야 되는 데 까무러치게 막 떼쓰고 더 울잖아. 딱 그거야. 차승원 처음에 내가 갓 쓰기 싫다고 했었다. 사극에 출연하겠다고 하고서 말이지. 여태껏 갓 쓴 선비의 이미지는 정적이다 못해 나약해 보이는 느낌이 남자로서의 매력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거든. 그런데 막상 찍고 보니 안 썼으면 어쩔 뻔했어. 하하. 처음 도전하는 사극이지만 이제는 진부하게까지 들리는 ‘우리 것’이라는 가치를 새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이제 우리도 얼마든지 문화적인 가치를 생산해낼 수 있다는 거지. 마찬가지로 거의 촬영을 마친 &lt포화속으로&gt나 이제 곧 시작하는 &lt아이리스2&gt를 비롯해 전쟁물, 첩보물 등 다양한 장르를 두루 소화하게 된 건 배우로선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이다. 하지만 &lt구르믈 버서난 달처럼&gt의 이몽학은 왕이 되어 세상을 바꾸려고 애를 쓰지만 나, 차승원이란 사람은 잘 살고 있다. 뭘 바꾸려는 욕심 같은 건 없다. 지금처럼 일과 사람들을 가꿔 나가고 내가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것, 욕심이 있는 한 다 쓰고 죽는 것, 그것뿐이다.이준익 감독이 입은 레드 체크 셔츠, 다크 그레이 베스트, 브라운 치노 팬츠는 모두 존 바바토스. 빈티지 무드의 안경은 루노 at 홀릭스.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차승원이 입은 네이비 컬러 니트와 레이어드한 블루 컬러 니트, 에스닉한 문양이 돋보이는 재킷, 샤이니한 소재가 돋보이는 네이비 컬러 팬츠, 다크 네이비 컬러 슈즈는 모두 구찌. 두 개를 겹쳐 연출한 다크 그레이, 라이트 그레이 컬러의 브레이슬릿은 모두 이브 생 로랑.*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5월호를 참고하세요! f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