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롤러장은 오랜만이지?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장롱 속 니삭스와 곱창 밴드를 다시 꺼내야 할지도. 롤러 스케이트, 훌라후프 피트니스까지 요즘 대세라는 80년대 스타일의 레트로 운동을 체험해봤다::롤러스케이트,훌라후프,헬스,운동,건강,다이어트,레트로운동,엘르,elle.co.kr:: | 롤러스케이트,훌라후프,헬스,운동,건강

차가운 운동 기구들이 즐비한 헬스장. 근육 빵빵한 ‘헬스타그래머’들이 저마다의 운동에 열중하고 있다. 용기를 내 적당히 빈 공간에 조심스럽게 자리를 잡는다. 인기척을 느낀 듯 동공을 돌리는 시선도 잠시. 모른 척 용기를 내 만만해 보이는 중량의 바벨을 힘껏 들어 올린다. 낑낑거리다 점차 일그러지는 표정. 주위에서 ‘쟤는 몇 개나 하나?’라며 세고 있을 것 같아 자꾸 작아지는 느낌마저 든다. 결국 오늘도 러닝머신이나 좀 뛰다가 샤워실로 직행이다. 운동량을 체크하기 위해 손목에 찬 스마트 워치를 들여다본다. 자꾸 자랑하고 싶을 만큼 예쁘지만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수십 가지 성능으로 무장한 최첨단 기기. 샤워기의 물줄기에 적시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다 보니 문득 이 고운 녀석이 족쇄처럼 느껴진다. 어쩐지 심플했던 아날로그 세상이, 그때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학창시절, 외국 물 좀 먹은 사촌언니네 집. 언니는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수시로 슈퍼모델 신디 크로퍼드의 에어로빅 비디오를 재생하곤 했다. 현란한 쫄쫄이 바지를 빌려 입고 머리에는 헤드밴드를 두른 채 깔깔거리며 동작을 따라 하던 추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온다. 위압감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건강한 에너지. 땀이 날수록 샘솟는 엔도르핀과 아드레날린….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게 나 혼자만은 아닌가 보다. 얼마 전 관람한 영화 <슈퍼배드 3>에서 한 미니언이 체조를 하는 장면. ‘렛츠 겟 피지컬, 피지컬!’ 80년대 최고의 팝스타, 올리비아 뉴턴 존의 ‘피지컬(Physical)’이 사운드트랙으로 흘러나온 것. 당시 에어로빅 장면으로 구성한 뮤직비디오의 성공은 에어로빅 비디오의 범람을 이끌었다. 뮤직비디오 감상 후 인스타그램 피드를 뒤적이던 중 한 지인이 올린 롤러장 영상에 시선이 멈춘다. ‘웬 롤러장?’ 그러고 보니 영화 <더킹>의 조인성, SBS 예능 <불타는 청춘>의 김국진, 강수지 커플도 롤러장을 누비고 걸 그룹 여자친구, 이달의 소녀 역시 롤러장에서 뮤비를 촬영하지 않았나. 급기야 지난해 중반부터 롤러장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 서울과 경기도에만 무려 20개의 롤러장이 오픈했다는 기사도 접할 수 있었다. 롤러장이 ‘핫 플레이스’라니. 초딩 때 이후로 타 본 기억이 없는 바, 사장님이 ‘선수 출신’이라는 인천의 롤러장, 롤킹에 전화를 걸어 무료 강습을 신청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롤러장, 아니 ‘로라장’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알록달록한 조명, 번쩍번쩍한 미러볼이 휘황찬란한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아빠 손잡고 온 딸, 셀카 삼매경에 빠진 여대생들, 손잡고 바퀴를 굴리는 연인들이 보였다. 입장료를 내고, 강습을 해줄 곽완서 코치와 인사를 나눴다. 선수 출신이 무슨 뜻인지 묻자, 왕년에 인천시 롤러스케이트 선수이자 인라인스케이트 시 대표였다고 했다. 그가 건네준 보호장비와 롤러스케이트를 착용하니 심장이 두방망이질을 쳤다. 바퀴 위에서 중심을 잡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것. 어릴 땐 쌩쌩 온 동네를 누비고 다녔던 것 같은데…. 굳어버린 몸뚱어리를 다칠까 봐 가장 먼저 낙법부터 배웠다. 이후 아가처럼 아장아장 걸어보는 걸음마와 11자로 밀기, 방향 전환, 두 발을 교차시키며 코너를 도는 크로스오버, 멈추기(브레이크)까지 각종 기술을 차례로 익혔다. 놀랍게도 땀이 뻘뻘 흘러 마치 클럽인 양 에어컨과 대형 선풍기 앞을 자꾸만 서성였다. 분명 입장할 땐 약간 춥게 느껴졌는데, 헬멧 아래로 땀이 흐르고 티셔츠는 금세 축축해졌다. “생각보다 힘들죠? 스케이팅은 최고의 코어운동이에요. 자세를 낮추고 중심을 이동해야 하니 허벅지와 엉덩이가 탄탄해지고 밸런스가 향상되죠. 그래서 무릎이나 허리가 안 좋은 사람들에게 강추해요. 또, 하체운동만 될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상체 이동이 없이는 턴을 할 수 없어요. 생각을 많이 해야 하니 뇌운동도 되고.” 터질 듯한 허벅지와 땅기는 배를 주무르며 잠시 쉬는 사이, 곽완서 코치가 설명했다. 20~30바퀴씩 빠르게 돌면 유산소운동 효과가 있고 지구력도 향상된다고 덧붙이며. 강습이 끝나고 초급 코스에서 탈피, 중상급자 코스로 이동해 자유롭게 프리 스케이팅을 시작했다. 때맞춰 영화 <써니>로 익숙한 보니 엠의 ‘써니(Sunny)’가 스피커에서 빵빵하게 울려 퍼졌다. 신청곡이 있으면 틀어준다고도 했다. 오후가 돼 롤러장 안 카페에서 파는 커피와 매점의 빵을 먹다 보니 동호회로 보이는 사람들이 등장, 사장님께 인사를 건넸다. 기차놀이를 하고 서로 스케이팅을 가르쳐주는 모습이 어찌나 화기애애하고 유쾌해 보이던지. 네이버 밴드로 주기적인 모임을 갖는다며, 넘어지지 않도록 서로 잡아주고 도와주다 보면 금방 친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오호라. 솔로들이여, 그리고 이제 막 시작한 연인들이여, 롤러장으로 오시라!발에 바퀴를 다는 것이 영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그렇다면 추억의 훌라후프로 몸매를 가꾸는 방법도 있다. 훌라후프와 피트니스를 결합한 ‘후핏’은 국제이색휘트니스협회 이하정 대표가 만든 그룹 엑서사이즈(GX). 초기에는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이색운동을 보급했지만 지금은 반대로 캐나다, 호주 등지에 커리큘럼을 수출하고 있다고 했다. 수강 인원은 대여섯 명 남짓. 그중 눈에 띄는 외국인, 남성 회원과도 가벼운 인사를 나눴다. 벽에는 형형색색의 후프가 사이즈별로 걸려 있었다. 먼저 몸을 풀기 위해 허리로 돌리는 정상적인(?) 훌라후핑을 시작했다. 초보자에게 더욱 쉽다며 권해준 굵고 무거운 후프가 몸통 구석구석을 자극했다. 어쩐지 내장지방이 분해되는 느낌. 이후 가슴으로, 목으로, 또 손으로 위치를 옮기며 후프를 가열차게 돌려댔다. 후프에 맞고, 날아가고, 또 그걸 잡으러 뛰어다니고. 강의실은 그야말로 빵빵 터지는 폭소 대잔치였다. 이어서 음악에 따라 안무를 배워볼 차례. 후프를 순식간에 이동시키고, 통과하는 트릭과 댄스를 접목, 이를 암기하며 따라 하다 보니 한 시간이 10분처럼 느껴졌다. “허벅지나 엉덩이로 돌리면 셀룰라이트가 분해되고, 겨드랑이로 돌리면 림프가 자극돼 혈액순환이 원활해지죠. 코로 돌리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전신의 모든 부위를 활용할 수 있어요. 특히 몸이 쉽게 붓거나 내장지방이 많은 사람,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은 후프를 자주 돌려보세요.” 이하정 대표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수업이 끝날 때가 되니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가쁜 숨이 몰아쳤다. 잘 빠지지 않는 배와 옆구리 살을 쪽 빼고 예쁜 보디라인을 만들고 싶다면 정말 이만한 운동이 없겠다 싶더라. 더욱이 후프 하나만 챙기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지 않나.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롤러스케이트와 훌라후프, 또 흉내라도 내봤을 에어로빅까지, 레트로 운동의 공통점은 바로 재미와 유연성이다. 하하호호 거리는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며, 비용 부담이 적고, 최신식 트레이닝복이나 단백질 셰이크가 필요한 것도 아니니까. 그저 웃고 즐기며 칼로리를 버닝하는 일종의 ‘엔터테인먼트 워크아웃’인 셈. 에디터도 요즘 아침에 눈뜨면 유튜브에 수두룩한 에어로빅 영상 동작을 따라 하거나 ‘처박템’이었던 후프를 ‘인생템’ 삼아 돌리곤 한다. 또 마감이 끝나면 곧장 롤러장에 달려가 아직 익숙지 않은 발 교차 동작을 격파할 예정. 에디터가 직접 경험한 바, 단지 추억팔이로 삼기엔 레트로 운동의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그러니 이참에 딱딱한 위압감이 느껴지는 헬스장을 벗어나 재미있게 놀면서 운동해 보는 건 어떨는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자유로움과 행복을 만끽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