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키한 블랙 톱은 System Homme. 레이어드한 체인 네크리스와 검지에 착용한 볼드한 링은 모두 Thomas Sabo.
지난주 드라마 <구해줘>의 첫 방송 때 뭐 했어요 집에서 부모님과 같이 보고 있었어요.
어땠나요 저는 시사회에서 미리 1, 2회를 봤어요. 제가 나온 장면은 물론 선배님들의 연기를 신경 써서 봤어요. 대본을 보고 과연 어떻게 연기를 하실까 굉장히 궁금했거든요. 보면서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드라마가 처음 방송된 8월 5일은 부모님께서 굉장히 좋아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첫 주연작인데 담담하게 말하네요 제가 전면에 나오는 첫 작품이고 평생 잊지 못할 작품이지만 한편으로는 저를 시험하는 작품이기도 해요. 우도환이란 배우가 화면에 등장해서 매회 적지 않은 분량으로 극을 이끈다고 할 때 시청자들이 인정해 줄지 저도 소속사도 의문이었어요. 그래서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에요.
‘강렬한 존재감’ ‘캐릭터에 맞는 캐스팅’ ‘여심 강탈자’ 등등 방송 후 반응을 봤나요 지인들이 기사를 캡처해서 제게 보내줬어요. 그런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어요. 그보다는 시청자들이 <구해줘>를 재미있게 봐주기 바랐죠.
이제 우도환을 보는 눈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요 저에 대해 믿음이 생겼다기보다 조금 기대해 주시는 것 같아요. 이제부터는 쟤가 끝까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고 보겠죠. 이런 테스트가 마지막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찌 보면 ‘석동철’ 캐릭터의 힘이 컸을지 몰라요. 차가운 인상과 반항아 기질, 마음의 상처까지 갖췄으니까 제가 대본상의 동철이를 잘 표현한다면 남자들이 더 좋아해 주지 않을까 하는 느낌은 있었어요. 저도 처음에 동철이의 남자다움에 끌렸거든요. 이 친구는 자기가 맞다고 확신하면 무조건 뛰어들어요.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잖아요. 제 생각엔 동철이는 백지 같은 아이였을 것 같아요. 살면서 경험한 대로 하나씩 믿고 사는 거죠. 주정뱅이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가 집을 나가면서 여자는 절대로 때리면 안 되고 보호해야 하는 존재로 여기게 된 것처럼. 또 할머니 손에서 자란 탓에 세상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은 할머니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순수한 친구라 할 수 있어요.
이토록 매력적인 캐릭터와 어떻게 만나게 됐나요 영화 <마스터>가 끝난 뒤 다시 오디션을 보기 시작했어요. <구해줘>는 올해 들어 열 번째로 본 오디션이었어요. 드라마 원작이 웹툰 <세상 밖으로>라는 사실도 몰랐어요. 저도 재미있게 봤던 웹툰이었는데 말이죠. 대신 시놉시스를 보면서 동철이의 아픔과 ‘촌놈 4인방’ 친구들의 유대가 와 닿았어요. 사이비 종교 집단이란 소재도 흥미로웠고요. 꼭 기회를 잡고 싶었어요.
허리춤에 흘러내리듯 연출한 데님 재킷과 팬츠, 벨트는 모두 After Pray. 블랙 터틀넥 톱은 Neil Barrett. 오른손에 착용한 링들은 모두 Thomas Sabo.
연기를 시작하고 오디션 보면서 많이 들었던 얘기 있나요 목소리가 좋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어요. ‘눈이 너의 장점’이라고 말씀해주신 분들도 있었고요. 처음에는 안 좋은 얘기를 더 많이 들었어요. ‘그 실력으로 어떻게 배우를 하냐’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목소리가 저음이다. 계속 연기를 하고 싶으면 목소리 톤을 높여라’
그때 생각하면 기분이 어때요 단점이라 여겼던 것을 지금은 장점이라고 해주시니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결국 자신의 장점을 가장 잘 아는 건 본인이라고. 남들이 단점이라고 해서 무조건 버리려고 하면 안 돼요. 어떻게 하면 장점으로 보일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해야 해요. 오디션을 많이 보면서 얻은 노하우예요.
<구해줘> 감독님은 우도환의 어떤 장점을 봤을까요 대본에 묘사된 동철이와 제 눈이 어울렸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웹툰 속에 명확하게 표현된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어떤 작업인가요 확실히 접근하기 어려워요. 원작에서 벗어나는 것을 싫어하는 팬들이 있을 거예요. 저도 제가 좋아하는 작품을 이상하게 리메이크하면 싫거든요. 걱정이 안 될 수 없죠. 그래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어요. 지난해에 했던 <우리집에 사는 남자>도 웹툰이 원작이었는데 그림을 보면서 캐릭터의 특징을 좀 더 명확하게 찾을 수 있어요. ‘이런 느낌이구나’ 하고.
그럼 우도환은 어떤 캐릭터인 것 같아요 친구들로부터 ‘너는 정말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잘 사네’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하고 싶은 것과 싫은 것의 구분이 확실하게 보였나 봐요. 제가 주관이 뚜렷하긴 해요. 이거다 싶으면 일단 하고 봐요. 제 좌우명이 ‘실패해도 괜찮으니 후회 없이 살자’거든요. 그런데 <구해줘>를 촬영하면서 바뀌었어요. ‘다 같이 행복하자.’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이 작품을 통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문득 든 생각인데 혹시 리더 기질이 있나요 어려서부터 뭔가를 주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 매주 일요일 오전 9시면 10명 정도 되는 친구들 집으로 전화를 돌렸어요. 몇 시까지 어디로 나오라고. 지금도 친구들과 여행을 가면 제가 일정도 짜고 총무도 맡아요.
그 친구들은 우도환이 연기를 하리라고 상상이나 했을까요 전혀요. 15년지기 친구들과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 있어요. 다들 제가 나중에 커서 무슨 일을 하며 살지 궁금해했다고 하더라고요. 연기를 하기로 결심한 게 19살 때였으니 그럴 만도 했죠. 그래도 뭘 하든 굶어 죽지는 않을 것 같았대요.
그런데 왜 연기였어요? 무엇이 결정적이었나요 젊을 때 연극을 했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어요. 훨씬 전부터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못했어요. 제가 해도 되나 싶었고 잘할 수 있을지 몰랐거든요. 19살 때 결정을 한 거죠. 더 이상 머뭇거리다간 나중에 하고 싶어도 못할 것 같았어요.
실키한 블랙 톱은 System Homme. 레이어드한 체인 네크리스와 검지에 착용한 볼드한 링은 모두 Thomas Sabo. 새끼 손가락에 착용한 실버 링은 Leclat.
연기를 시작하고 느낀 적이 있어요? ‘역시 피는 못 속이는구나’ 하는 걸 아버지가 연기하시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이야기로만 들었지만 굉장히 ‘끼’가 많으세요. 저는 아버지만큼 끼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은 아버지와 사진을 찍을 때 실감해요. 제가 봐도 풍기는 느낌이 똑같아요.
실물과 화면의 얼굴 중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들어요 화면 속 얼굴이 훨씬 낫죠. 최고의 스태프들이 만들어주는 얼굴이잖아요. 조명감독님이 저와 잘 어울리는 조명을 만들어주시면 촬영감독님은 어떻게든 잘 나오도록 찍어주시고 감독님은 ‘이 표정이 좋아 보인다’며 가장 괜찮은 모습을 써주세요.
연기처럼 꾸준히 해오고 있는 게 또 있나요 일기와 운동이요. 그래요? 일기는 왜 써요 특별한 이유라기보다는 습관이 됐어요. 처음에는 하루하루 지나가는 게 아까웠어요. 제가 기록하지 않으면 아무도 제 어제를 알 수 없잖아요. 저라도 기록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쓰기 시작했어요.
그 습관은 스스로를 어떻게 변화시켰나요 살다 보면 ‘오늘 힘들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되는데 작년, 재작년에 썼던 일기를 보면 그때도 힘들었어요. 어떻게든 잘 버텼으니까 지금이 있는 거라고 생각해 예전 일기를 보면서 오늘을 살아갈 힘을 얻어요.
기억나요? <마스터>로 주목을 받으면서 했던 인터뷰들에서 교복이 어울릴 나이에 청춘물, 학원물을 해보고 싶다고 했었죠 맞아요. 교복 연기, 츤데레 캐릭터, 액션 연기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는데 <구해줘>를 통해 다 했어요. 말하는 대로 이뤄지는 게 쉽지 않은데 지금 연기하고 있는 캐릭터에는 제가 하고 싶은 것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모습도 다 담겨 있어요.
이 얘기를 하는 동안 얼굴이 환해졌어요. 평소 자신을 미소 짓게 만드는 건 뭔가요 저 웃음 많아요. 언제 잘 웃는지 딱 집어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늘 웃고 있어요. 친구들한테도 ‘웃고 살자’는 말을 많이 해요. 제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면 아실 거예요. 웃고 있는 사진들이 많은데 이걸 보고 다른 사람들도 한 번씩 웃었으면 해서 올렸어요.
그럼 화보 다시 찍어야겠어요. 우도환의 웃는 얼굴로 이건 또 다른 것 같아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