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메종 마르지엘라가 보여준 미완의 완성의 미학

상하이에서 마주한 메종 마르지엘라는 가장 완성도 높지만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존재했다. 쇼는 끝났지만 옷은 끝나지 않았고 이들 패션이 만들어지는 모든 순간을 담은 ‘메종 마르지엘라/폴더’ 프로젝트는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안하며 오늘을 함께하고 있었다.

프로필 by 이하얀 2026.04.25

지난 4월 1일, 메종 마르지엘라는 상하이에서 2026 가을 겨울 컬렉션을 선보였다. 메종의 첫 중국 쇼이자 ‘메종 마르지엘라/폴더’의 출발점이었다. 상하이 외곽, 컨테이너와 창고가 미로처럼 얽힌 공간. 노을이 완전히 사라지고 어둠이 내려앉자, 복면을 쓴 모델들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파리 아틀리에에서 제작한 레디 투 웨어와 아티즈널 피스가 한 공간에 놓였고, 그야말로 메종의 언어가 다시 쓰이고 있었다.


15만 개의 스티커로 만든 아티즈널 드레스.

15만 개의 스티커로 만든 아티즈널 드레스.

컨테이너 박스로 꾸민 런웨이.

컨테이너 박스로 꾸민 런웨이.

아티즈널이란 메종의 오트 쿠튀르 라인이자 파리 아틀리에에서 손으로 제작한 의상과 액세서리, 슈즈를 의미하며 실험과 수공예, 새롭게 발견한 소재를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하는 작업방식을 보여주는 컬렉션이다. 낯선 얼굴이 프린트된 세 겹의 유리 오간자가 흐릿하게 겹쳐지고, 드레이핑과 코르셋 사이를 오가는 가자르 드레스는 에어브러시로 음영을 더해 비현실적인 입체감을 만든다. 매끈하지만 어딘가 뒤틀린, 살아 움직이는 도자기 인형 같은 존재들이 물 위를 걷듯 런웨이를 유영한다.


다섯 개의 피스로 이뤄진 골드 아티즈널 룩.

다섯 개의 피스로 이뤄진 골드 아티즈널 룩.

실크 태피터 소재의 아티즈널 드레스.

실크 태피터 소재의 아티즈널 드레스.

벼룩시장에 버려진 회화 작품으로 만든 드레스.

벼룩시장에 버려진 회화 작품으로 만든 드레스.

쇼에서는 완성된 옷보다 그 옷을 만드는 ‘과정’이 먼저 드러났다. 훼손된 태피스트리, 깨진 오브제, 의복들을 해체하고 다시 조합하면서 전혀 다른 형태를 얻었다. 도자기는 산산이 부서진 뒤 다시 이어 붙여 드레스가 되고, 입을 수 없던 옷은 새로운 구조로 변환됐다.


유리 오간자, 세라믹, 라텍스, 금박, 빈티지 텍스타일까지 겹치고 깨지고 다시 붙는 모든 과정이 그대로 노출됐다. 약 500개의 세라믹 조각을 고정한 드레스, 19세기 태피스트리를 복원해 만든 웨이스트 코트, 15개의 레더 재킷을 해체해 재구성한 피스, 34명의 장인이 2,975시간에 걸쳐 완성한 골드 스타 룩까지 이어졌다. 각각의 결과물은 ‘디자인’이라기보다 시간과 노동, 집요한 집착이 응축된 오브제에 가깝다.


동시에 레디 투 웨어는 또 다른 긴장을 만든다. 턱시도와 트렌치코트, 테일 코트 같은 클래식한 테일러링은 세컨드 스킨 저지와 결합하며 구조를 흐트러트렸다. 칼라는 뒤집고, 슬리브를 변형하며, 옷은 완성된 형태가 아니라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상태’로 존재하는 듯했다.


슬리브리스 레더 프린트 드레스.

슬리브리스 레더 프린트 드레스.

오간자로 도자기 같은 형태를 완성한 아티즈널 드레스.

오간자로 도자기 같은 형태를 완성한 아티즈널 드레스.

오간자로 도자기 같은 형태를 완성한 아티즈널 드레스.

오간자로 도자기 같은 형태를 완성한 아티즈널 드레스.

결국 이 쇼는 ‘완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다. 끊임없이 깨지고 흔들리고 뜯기고 그렇게 수정하고 완성해 가는 무대에 가까웠다. 완벽하게 맞물리지 않아서 계속 질문하게 하는 것. 그리고 다시 그것들을 언제 어디서든 해체하고 조합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메종 마르지엘라의 시작이었을 테니 말이다. 오늘 상하이에서 메종의 시작을 다시 마주한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었다.


태피스트리 소재를 잘라 드레이프에 적용한 드레스.

태피스트리 소재를 잘라 드레이프에 적용한 드레스.

실크 태피터 소재의 아티즈널 드레스.

실크 태피터 소재의 아티즈널 드레스.

다음날, 황푸구 얀당 로드에서 이어진 <아티즈널: 크리에이티브 래버로터리> 전시는 그 여운을 그대로 확장했다. 컨테이너가 줄지어 놓인 공간에서, 1989년 도자기 플레이트 웨이스트 코트부터 이번 시즌에 선보이는 밀랍 드레스까지 58개의 쿠튀르 피스가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쇼에서 스쳐 지나갔던 옷들이 이곳에서는 멈춰 서고, 더 가까이에서 구조와 시간, 손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업사이클링, 해체, 트롱프뢰유, 일상의 전환까지. 메종이 오랜 시간 탐구 해온 코드들이 하나의 아카이브로 펼쳐졌다.


58개의 쿠튀르 룩을 전시한 <아티즈널: 크리에이티브 래버로터리>.

58개의 쿠튀르 룩을 전시한 <아티즈널: 크리에이티브 래버로터리>.

500개의 세라믹 조각으로 완성한 아티즈널 드레스.

500개의 세라믹 조각으로 완성한 아티즈널 드레스.

아티즈널 뷔스티에 위에 카울넥을 더한 드레스.

아티즈널 뷔스티에 위에 카울넥을 더한 드레스.

이후 프로젝트는 상하이를 기점으로 더욱 확장된다. <타비: 컬렉터스> 전시는 타비를 하나의 신발이 아닌 개인적 서사로 바라보며, 글로벌 컬렉터들의 워드로브를 통해 축적 방식을 보여준다. 착용되고, 변형되고, 보존되는 과정까지. 타비는 더 이상 제품이 아니라 각자의 삶을 담는 오브제로 존재한다. 전시장에는 초기 타비 부츠부터 최신 아티즈널 변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타비의 아카이브가 전시돼 있으며, 타비가 메종의 실험성과 진화를 담는 상징적 오브제임을 강조한다.


음영을 위해 에어브러시 작업을 더한 드레스.

음영을 위해 에어브러시 작업을 더한 드레스.

흰색 페인트로 흔적을 남기는 비앙케토를 기념하는 <비앙케토: 아틀리에 익스피리언스>.

흰색 페인트로 흔적을 남기는 비앙케토를 기념하는 <비앙케토: 아틀리에 익스피리언스>.

이번 전시는 상하이에서 시작된 2026 가을 겨울 컬렉션 이후 중국 전역으로 확장되는 ‘메종 마르지엘라/폴더’ 프로젝트의 연장선으로, 각 지역에서 메종의 다양한 코드들을 경험형 전시로 풀어내는 프로그램의 일부다. 이어지는 <비앙케토: 아틀리에 익스피리언스>에서는 메종의 대표 기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옷 위에 화이트 페인트를 덧입혀 기존의 형태를 지우고, 새로운 캔버스로 다시 만드는 과정인 셈. 참가자들은 아틀리에 팀의 가이드를 따라 자신의 옷을 변형하고, 마지막 네 개의 화이트 스티치로 마무리한다.


2010년부터 타비 수집을 시작한 아티스트 판도라.

2010년부터 타비 수집을 시작한 아티스트 판도라.

베니스의 타비 수집가 마르타 데 메그니의 펑크 부츠.

베니스의 타비 수집가 마르타 데 메그니의 펑크 부츠.

이번 프로그램은 상하이(아티즈널), 청두(타비)에 이어 선전에서 진행한 ‘메종 마르지엘라/폴더’ 프로젝트의 마지막 챕터로, 약 2주간 이어진 중국 내 전시와 경험형 프로그램의 대미를 장식했다. ‘메종 마르지엘라/폴더’는 이 모든 과정을 그대로 열어 보이며, 관객화 함께 공유하는 플랫폼을 자처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메종 마르지엘라에게 중요한 것은 완성도가 아니라 과정 그 자체라는 것. 이들에게 옷은 더 이상 결과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수정되고, 다시 쓰이는 상태로 존재한다는 것을.


Credit

  • 에디터 이하얀
  • 아트 디자이너 민홍주
  • 디지털 디자이너 민경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