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메르세데스-벤츠가 지핀 러닝의 열기, 기브 앤 레이스 체험기

광안대교를 물들인 제13회 메르세데스-벤츠 기브앤 레이스. 러닝 붐을 선한 영향력으로 치환하는 방식에 관하여.

프로필 by 박찬 2026.04.08

지난 5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의 아침은 생각보다 빨리 달아올랐다. 바로 이날은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가 개최한 기부 문화 확산 달리기 행사, ‘제13회 메르세데스-벤츠 기브앤 레이스(GIVE ‘N RACE)’가 펼쳐지는 날이었다. 기브 앤 레이스는 참가자가 달리는 만큼 기부가 이루어지는 러닝 기반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달리기와 나눔을 연결하는 행사다. 올해로 13회를 맞이한 이 행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달리기’라는 수식어로 명명된다.


벡스코 앞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끝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대열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참가자들이 몸을 풀고, 신발 끈을 다시 조여 매고,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며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었지만 현장에는 이미 한 차례 행사가 지나간 듯한 열기가 감돌았다. 같은 목적을 품고 모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들뜸이 먼저 느껴졌다. 하얀 티셔츠를 입은 참가자들이 도로를 가득 채우고 있었고, 초등학생부터 노년층, 유모차를 끄는 가족, 외국인 참가자까지 구성도 다양했다. 배번표에는 ‘오늘 나의 하루를 기부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같은 문장을 달고 서 있지만, 그 하루의 방식은 저마다 달라 보였다.


이날 레드 컬러 메르세데스-벤츠 CLE 카브리올레가 시민들 앞에 선두 차량으로 나섰다.

이날 레드 컬러 메르세데스-벤츠 CLE 카브리올레가 시민들 앞에 선두 차량으로 나섰다.


출발 직전, 무대 위에서 음악이 점점 커졌고 진행자의 구호에 맞춰 사람들이 동시에 몸을 풀기 시작했다. 번호표를 만지작거리거나 신발을 다시 묶는 작은 동작들이 반복되며 긴장과 기대가 섞인 시간이 흘렀다. 오전 9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자 현장의 공기가 한 번 더 단단해졌다. 숫자가 줄어들수록 시선이 출발선으로 모였고, 마지막 순간 대열이 한꺼번에 앞으로 움직였다. 달리기 시작한 사람들의 표정은 한결 가벼웠다. 친구와 나란히 웃으며 출발하는 모습,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드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공룡이나 캐릭터 복장을 한 참가자들, 얼굴에 스티커를 붙인 이들까지 눈에 띄었다. 선두로는 레드 컬러 메르세데스-벤츠 CLE 카브리올레가 리드 차량으로 나섰다.


코스는 벡스코 야외광장을 출발해 광안대교를 지나 광안리 해수욕장까지 이어졌다. 출발 직후 참가자들은 자연스럽게 광안대교 진입 구간으로 흘러 들어갔다. 도로 위를 채운 것은 차량이 아니라 2만 명의 참가자들이었고, 이동 수단이 아닌 두 발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자동차를 만드는 브랜드라는 점을 떠올리면, 그 대비는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속도의 층’이 생겨났다. 중앙에 가까운 차선에는 멈추지 않고 달리는 사람들이, 가장자리로 갈수록 속도를 늦추거나 걷는 사람들이 자리 잡았다. 차선을 옮기려면 뒤를 돌아보고 흐름을 확인해야 할 정도로 인파가 촘촘했다.


광안리 해수욕장 인근을 지나는 시민 참여자들. 광안대교를 건너는 시민 참여자들.

도시의 고층 빌딩과 바다가 동시에 시야에 들어오는 지점부터 사람들의 속도는 조금씩 달라졌다. 달리던 중 스마트폰을 꺼내 드는 사람, 잠시 멈춰 영상을 촬영하는 모습이 반복됐다. 1km 지점을 지나 광안대교 구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셔터 소리와 웃음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코스는 8km와 10km로 나뉘어 진행됐다. 출발은 같지만 4.7km 지점을 지나며 갈라지고, 10km 코스는 반환점을 돌아 다시 합류하는 구조였다. 중반부에 접어들수록 속도를 유지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구분됐지만, 전체 흐름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빠른 사람과 느린 사람이 같은 길 위에 섞여 있는 장면이 오히려 이 행사에 더 어울려 보였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이 행사가 달리기 대회 특유의 긴장된 분위기 대신, 나눔 행사로서의 결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참가 신청은 15분 만에 마감됐고, 자발적인 추가 기부를 포함해 총 10억 2000여만 원의 기부금이 조성됐다. 참가비 전액이 기부금으로 쓰이고, 운영비는 기업이 부담하는 구조다. 이런 방식은 현장의 분위기에도 영향을 준 듯 보였다.


이날 축하 무대에 나선 노라조.

이날 축하 무대에 나선 노라조.


레이스가 끝난 이후에도 현장은 쉽게 식지 않았다. 해변가에는 다양한 부스와 프로그램이 이어졌고, 간식을 들고 쉬는 사람들, 체험을 기다리는 줄이 이어졌다. DJ 음악과 무대 공연이 이어지며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달리기가 끝난 뒤의 시간이 또 다른 중심처럼 이어졌다. 참가자 구성 역시 눈에 띄었다. 특정 집단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지역과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었다. 행사 주변 상권에도 변화가 감지될 만큼 유동 인구가 늘었고, 도시 전체가 하나의 행사에 반응하는 흐름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질문이 따라붙는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왜 이런 행사를 계속 이어갈까. 자동차를 만드는 브랜드가 하루 동안 도로에서 자동차를 완전히 치운다. 대신 그 자리를 사람의 속도와 숨으로 채운다. 이동을 더 빠르게 만드는 기술을 가진 기업이, 가장 느린 이동 방식인 ‘달리기’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에서 기브 앤 레이스는 꽤 단단하면서도 신선한 메시지를 갖는다.


벤츠

Credit

  • 에디터 박찬
  • 사진 COURTESY OF MERCEDES-BE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