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목지', 한국 물귀신 영화의 신선한 진일보
보이지 않는 검은 수면 아래 물귀신이 만드는 전통적 공포와 내비게이션이 날 버린 순간 발생하는 현대적 공포가 조화를 이룬 '살목지'가 4월 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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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목지'가 괴담 마니아를 넘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건 MBC <심야괴담회>를 통해서입니다. 이 방송을 통해 충청남도 예산군 한 저수지와 그곳에 물귀신이 산다는 괴담이 전파를 탔습니다. 안개가 자욱한 밤, 제보자가 차량 내비게이션에 의존해 달린 길에 끝에 어둠 밖에 없는 저수지가 있었다는 이야기인데요. 한 발짝만 차를 몰았으면 그대로 물 속에 가라앉았을 수도 있는 위험한 순간이었죠. 심지어는 그곳을 빠져나오려 해도 내비게이션이 줄곧 저수지에 직진하라는 안내를 하는 거예요. 이후로도 제보자를 둘러싼 기이한 일들이 이어졌습니다. 영화 <살목지>는 바로 이 '살목지 괴담'을 토대로 만들어졌어요.
영화 <살목지>
작품은 인트로에서 괴담을 간단히 묘사합니다. 한적한 살목지에 차박 캠핑을 떠난 두 연인. 여자친구가 갑자기 귀신에 홀린 듯 검은 물 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연인을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든 남자친구의 몸이 가슴까지 잠기려 할 때, 뭍에서 그를 부르는 여자친구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정신을 차린 순간 물귀신이 발목을 잡아 당기고, 남자친구를 따라 물에 들어간 여자친구도 그 속으로 사라지고 맙니다.
이어 화면은 로드뷰 촬영 데이터를 납품하는 미디어 회사의 주말 풍경을 비춥니다. 어느 날, 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항의 연락이 오는데요. '살목지'라 불리는 특정 저수지 로드뷰에 귀신처럼 보이는 물체가 찍혔고, 이 사진이 온라인 상에 확산하며 안 그래도 실종 사건이 잦은 지역 이미지가 더 나빠졌다는 거예죠. 그런데 이 사진은 애초에 찍힌 적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어쨌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급히 소집된 팀원 중 수인(김혜윤)은 자진해서 살목지 촬영에 나섭니다. 앞서 그곳으로 로드뷰를 찍으러 갔다가 병가를 내고 잠적한 팀장 교식(김준한)의 안부도 궁금해졌기 때문입니다.
영화 <살목지>
수인을 중심으로 회사 후배 두 명과 로드캠 촬영 PD 두 명이 합류합니다. 가까스로 살목지에 도착했지만 주차 도중 주민으로 보이는 노인이 쌓은 돌탑을 부수고 맙니다. 노인은 소원을 빌며 돌탑을 고치라는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사라집니다. 로드뷰 촬영도 순탄치 않습니다. 수인의 눈에 자꾸 이상한 것이 보이고, 기계도 잘 돌아가지 않는 와중에 잠적한 교식이 나타납니다. 자상했던 이전과 달리 퉁명스럽고 어색한 모습으로요. 그 때부터 저수지를 중심으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영화 <살목지>
<살목지>는 자동차가 아니면 가기 힘든 외딴 공간과 '로드뷰'라는 설정을 접목해 보다 현대적인 물귀신 괴담을 영화화했습니다. 다만 캐릭터 구현이나 전체적 내러티브는 여느 공포 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따라가는 편입니다. 하나의 이해관계로 얽힌 집단이 미지의 공간에 모이고, 그 중 가장 시끄럽고 불만 많은 사람이 가장 먼저 죽는 식이죠. 이처럼 정형화한 공식을 지키기 위해 이전까지의 맥락을 무시하고 급히 과장되는 부분들이 포착됩니다. 이를테면 극 중 인물 몇몇은 귀신 들릴(?) 시점을 앞두고 갑자기 성격이 바뀌거나, 평범하지 않은 수준으로 나빠지거나, 이상 행동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를 보완하는 것 중 하나가 상기했던 '로드뷰'라는 설정의 신선함입니다. 로드캠 회사 대표 경태(김영성)는 저수지 인근의 길을 촬영하던 중 수인의 반복되는 요청에 "길 같지도 않은 길을 꼭 찍어야 해요?"라며 짜증을 냅니다. 그런데 모두가 살목지에 모여야 하는 이유, 주변의 길을 탐색해야 하는 이유를 만드는 것이 로드뷰 촬영입니다. 이들은 홀로 남아도 될 만큼 프로들이고요. 막상 보는 사람도 저 길을 왜 찍어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의구심을 넘는 분명한 당위성이 설정을 통해 확보됩니다.
대부분의 공포 조성 방식도 익숙한 점프 스케어고, 물귀신의 비주얼이 엄청나게 새롭진 않습니다. 하지만 결말 부분 허술함과 압도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독특한 장면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시공간이 뒤틀린 듯한 살목지를 360도 액션캠처럼 왜곡된 모습으로 시각화한 연출도 흥미로워요. 의심을 통해 전개되는 이야기가 결국 <살목지>만의 반전을 만들어낸다는 점도 영화를 신선하게 만듭니다. 공포 영화에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연이어 벌어지면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추리를 시작하다가 서로를 의심하곤 하죠. 애초에 이 쑥대밭을 만든 원흉 찾기에 나서기도 하고요. 이들을 따라서 의심을 하다보면 뜻밖에도 예측과 다른 결과가 나올 지도 모릅니다.
영화 <살목지>
<살목지>는 1995년생인 이상민 감독의 첫 장편 영화입니다. 그만큼 다소 설익은 의욕이 보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탄탄하게 중심이 잡힌 작품이라는 인상입니다. 전작 단편 영화들에도 호러 코드가 녹아 있는 걸 보면 이 장르에 또 한 명의 유능한 감독이 나타난 듯합니다. 또 하나 <살목지>의 기대 밖 수확은 '로드캠 형제' 경태와 경준 역을 각각 맡은 김영성, 오동민의 존재감과 장다아가 스크린 데뷔작에서 보여준 도전적 캐릭터 소화력이었습니다. 영화는 4월 8일 개봉합니다.
Credit
- 에디터 라효진
- 사진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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