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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너의 계절에'를 찬란하게 빛낸 채종협 인터뷰

“여러 계절을 보내고, 지금 제 삶은 겨울을 지나는 중이에요.” 채종협은 웅크린 채 내실을 다진다. 봄이 오면 아름다운 싹을 틔울 수 있도록.

프로필 by 정소진 2026.02.27

촬영하며 느꼈는데, 어떤 표정에서는 남자다운 얼굴이 드러났다가 살짝 웃으면 순박한 소년도 보여요

삐뚤삐뚤하게 생긴 얼굴이라 다양하게 보이는 게 아닐까요? 정갈하게 생긴 편은 아니거든요.


눈을 잘 못 마주치고 부끄러워하는 순간도 있었죠. 낯가림이 있는 편인가요

낯가림이 생각보다 심해서 릴스 촬영할 때도 많이 힘들었습니다(웃음). 저는 다정한 사람은 아닌 것 같고, 그렇게 되고 싶은 것 같아요. 쑥스러움이 많아서 말도 잘 안 하죠.


방영 중인 드라마 <찬란한 너의 계절에> 로그라인에 이끌려 출연을 결심했다죠. 이런 문장이었어요. ‘당신의 인생은 지금, 어느 계절을 지나고 있나요?’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문장이에요. 저에게 묻는 것 같았고, 그 문장을 되새기면서 각본을 읽었는데 자꾸 저를 대입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찬’이라는 인물이 더 애잔하고 슬프게 와닿았습니다.



스트라이프 티셔츠와 스웨이드 부츠는 모두 Burberry. 스카이블루 플레어 팬츠는 Y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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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계절에 있는 남녀가 7년 만에 재회하는 이야기입니다. 7년 만의 재회는 반가우면서도 좀 어색할 것 같아요

그런가요(웃음). 두 사람은 우연히 다시 만납니다. 제가 연기한 선우찬은 겨울처럼 차가운 계절에 갇힌 여자를 꺼내주는 역할이에요. 본인도 겨울 속에 갇힌, 상처 있는 사람이라 여자를 잘 이해하고, 옆에 있어주고 싶어 하죠. 계절마다 인물이 겪는 심리 상태와 이를 이겨내는 과정에 주목하면서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시청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네요.


극중 선우찬은 어떤 남자인가요

솔직한 사람이에요. 타인에게 말 못 할 비밀과 상처를 안고 있지만, 이를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고 싶어서 어떻게든 견디는 모습이 자주 보이거든요.


연기할 때 중심이 바로 선 인물을 좋아한다고 말한 적 있어요. 선우찬은 어땠나요

많은 작품을 한 건 아니지만, 찬이 제일 어려운 인물인 것 같습니다. 작가님이 첫 미팅 때부터 12부작 끝날 때까지 감정적으로 어렵고 미안하다며 농담처럼 말씀하셨어요. 중심을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계속 찾아보려고 했고, 제가 느낀 선우찬은 배려심이 깊고 올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에요. 본인이 아프면 남도 아플 거라고 생각해서 기꺼이 도와주고, 심성이 올곧은 친구죠. 여러 상처와 비밀이 있어도 마음의 결이 곱게 서 있는 게 매력입니다.



드레이프 셔츠와 벨티드 팬츠는 모두 Jiyong Kim by 10 Corso Como Seoul. 블랙 더비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드레이프 셔츠와 벨티드 팬츠는 모두 Jiyong Kim by 10 Corso Como Seoul. 블랙 더비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연기하며 그 인물의 아픔이나 경험에 공감하는 부분도 있나요

아무래도 많죠. 로그라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처럼 받아들여서인지 유학 시절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아픔이나 비밀 혹은 상처가 있잖아요. 다만 그 속내를 털어놓느냐, 혼자 견디느냐 하는 차이일 텐데요. 선우찬은 그걸 감내하며 혼자 견디고, 웃음으로 승화하는 부분도 있어요. 그런 면이 저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상대역인 이성경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워낙 잘하는 분이고, 현장에서 에너지가 넘치고 긍정적이라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요. 저도 이성경 배우의 에너지를 많이 받았어요. 제가 리드해야 하는 장면에서도 오히려 이성경 배우가 리드해 줄 때도 많았죠. 고맙기도 하고, 많이 배우면서 촬영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일상적 소재라 오히려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짙은 사랑의 감정이 담긴 이번 작품은 어떤 경험이 될 것 같나요? 아직 촬영 중이라 더 느끼게 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너무 어려워요. 저는 사전에 논의하는 성향이 아니라 ‘일단 해봅시다!’ 하고 현장으로 뛰어드는 스타일이에요. 이번에도 그저 뛰어드는 방식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이성경 배우와 감독님, 저, 이렇게 셋이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다가도 일단 해보고 서서히 감정을 정리하고, 신을 다듬고, 부가적으로 논의하는 식으로 완성해 나갔어요.


직접 부딪혀보고 조각을 맞춰가는군요

다만 전체 스토리의 흐름을 이야기하면서 ‘여기서는 찬이가 슬프다’ ‘여기서는 감정적으로 힘들겠다’라고 큰 방향을 나누기는 했어요. 예를 들어 ‘11부쯤에는 이런 흐름이겠다’라는 식으로요. 그런 이야기를 하면 서로 흐름이 명확해져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드레이프 셔츠와 벨티드 팬츠는 모두 Jiyong Kim by 10 Corso Como Seoul. 블랙 더비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드레이프 셔츠와 벨티드 팬츠는 모두 Jiyong Kim by 10 Corso Como Seoul. 블랙 더비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듣다 보니 즉흥적 스타일에 가까운 것 같아요

네, 저는 즉흥적인 ‘P’ 성향입니다(웃음).


이번 작품으로 시간에 대해서도 더 생각하게 됐을 것 같아요. 지난 세월에서 단 한 가지 기억을 꺼내올 수 있다면 어떤 순간을 꺼내고 싶나요

그 기억을 바꿀 수 있나요? 그럴 수 있다면 유학 때의 기억이요. 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살았던 시절을 꺼내고 싶습니다. 그 시절을 바꾸고 싶거든요.


어떻게 바꾸고 싶나요

좀 더 열심히 공부했을 것 같아요. 태국 치앙마이에 있을 때는 즐기기보다 꽤 고생했던 기억이 더 커요. 개인적으로도 유쾌하거나 즐거운 여행지로 남아 있지 않고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있을 때도 스스로를 많이 고립시켰던 것 같아요. 언어가 안 통하고,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잘 모르겠고, 그런 상태였거든요. 그래서 혼자 감내하는 시간이 길었던 점이 극중 선우찬과 많이 닮았다고 느꼈습니다.



코팅 데님 재킷은 Burberry.

코팅 데님 재킷은 Burberry.

그 시절이 흑백이었다면, 그 기억이 컬러로 확 번졌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제가 처음으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았을 때였던 것 같아요. 제가 의도해서 찾은 건 아니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운 좋게 모델 일을 하게 됐거든요. 그게 처음으로 하고 싶다고 느낀 일이었고, 그때부터 세상에 색깔이 생긴 것 같습니다.


성격도 외향적으로 바뀌었나요

외향적이라기보다 책임을 지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제가 원했던 유학도, 원했던 삶도 아니어서 그냥 버티는 느낌이었다면, 하고 싶은 게 생긴 뒤에는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스스로 선택한 걸 책임지고 싶었죠.


그 이후부터 스스로 개척하기 시작했군요

네. 그렇다고 성격이 완전히 변한 건 아니고요.



블랙 후디드 니트 톱과 벨티드 팬츠는 모두 Recto.

블랙 후디드 니트 톱과 벨티드 팬츠는 모두 Recto.

정서에는 해독제가 있다고 하더군요. 생각이 복잡할 때는 글을 쓰고 감정적일 때는 산책하는 것처럼 감정적으로 외로울 때나 침체될 때 당신만의 해독제는 무엇입니까

도피하는 것 같습니다. 고되게 촬영한 후에는 새벽이라도 무작정 밖으로 나가요. 아니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요. 새로운 환경에서 그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삶에 스며들면 아무 생각도 안 들고, 마냥 신기하기만 하더라고요. 재미있고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저만의 해독제입니다.


가장 최근에 다녀온 여행지는

일 때문에 일본에 갔었죠. 틈만 나면 혼자 걷고, 사람들이 사는 분위기를 느끼려 해요. 혼자 여행 간 곳은 아일랜드였고, 그 기억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더블린이었는데 대자연도 좋고, 그냥 공원에 오래 앉아 있어도 좋더라고요. 노래 들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참 좋았죠.


지난겨울에는 예능 프로그램 <남극의 셰프>에서 막내로 활약했습니다. 촬영이었지만 틈나는 시간에 남극 풍경을 보며 떠오른 감상도 있었겠죠

‘슬프다’ ‘고되다’, 그러면서도 ‘따뜻하다’ ‘정이 참 많다’. 어릴 때 상상했던 남극은 새하얀 얼음뿐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도 않았어요. 얼음이 녹은 풍경을 보며 지구 온난화와 날씨가 정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심각성을 절감했죠. 그 안에서 1년 동안 고립돼 연구하는 연구원들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외롭고 쓸쓸해 보이기도 했지만, 정말 멋있었어요.



아이보리 니트 톱과 팬츠는 Ferragamo. 스카프는 Barrie.

아이보리 니트 톱과 팬츠는 Ferragamo. 스카프는 Barrie.

여러 촬영현장을 경험하면서 스태프들이 채종협의 버릇이나 습관에 대해 얘기한 것도 있나요

제일 많이 듣는 얘기는 ‘칭찬을 견디기 힘들어한다’는 거예요. 또 ‘말은 못하는데 할 때는 한다’고도 하고요. 저는 계속 “이거 어려워요. 못하겠어요”라고 해도 막상 촬영하면 다 할 거면서 그런다고 장난처럼 말하기도 해요.


칭찬 알레르기가 있나 봐요

네. 그래서 이성경 배우가 제 얼굴이 금방 ‘검붉어진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마지막으로 <찬란한 너의 계절에> 로그라인을 빌려 물을게요. 채종협은 지금 어느 계절에 있나요

지금 다시 겨울에 와 있다고 생각해요. 겨울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저는 작품 결과보다 과정을 더 좋아해요.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 <스토브리그>도 정말 좋은 추억이었거든요. 일본 드라마 <Eye Love You>도 개인적으로 고된 도전이었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았어요. 더 나은 계절을 위해 들뜨지 않고 열심히 준비하기 때문에 다시 겨울이 온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가 더 기대돼요. “다시 데뷔하는 느낌”이라고 자주 얘기하는 이유는 진짜 그렇기 때문입니다(웃음). 앞으로 어떤 길을 걷든 데뷔 때 감정으로 시작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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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정소진
  • 사진가 김신애
  • 스타일리스트 정혜진
  • 헤어 스타일리스트 안홍문
  •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현주
  • 아트 디자이너 강연수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