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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메 하이 주얼리가 날개를 달았습니다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순간을 그린 쇼메의 하이 주얼리 ‘앙볼’ 컬렉션의 장엄한 날개가 펼쳐졌다. 그 속에는 쇼메의 자유로운 상상과 풍부한 역사, 장인 정신이 하나의 예술로 엮여 있다.

프로필 by 손다예 2026.02.27
중앙에 3.92캐럿 페어 셰입 마다가스카르 사파이어를 장식한 아그레뜨 티아라. 네 가지 다른 방식으로 착용할 수 있으며, 극적인 분위기의 마스크로도 연출할 수 있다.

중앙에 3.92캐럿 페어 셰입 마다가스카르 사파이어를 장식한 아그레뜨 티아라. 네 가지 다른 방식으로 착용할 수 있으며, 극적인 분위기의 마스크로도 연출할 수 있다.

하이 주얼리가 특별한 이유는 값비싼 보석에만 있지 않다. 긴 세월 동안 축적된 아카이브를 통해 쌓아 올린 창조적 발상, 장인들의 집요한 열정, 대중적 아름다움에 머물지 않고 예술적 경지로 나아가는 의지가 깃들어 있다. 이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하이 주얼리의 세계를 더 깊고 풍성하게 해 보는 이들을 자연스럽게 매혹한다. 그중에서도 프랑스 주얼리 하우스 쇼메의 하이 주얼리 세계에는 프랑스의 역사가 스며들어 있다. 현존하는 주얼러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긴 전통을 자랑하는 쇼메는 1780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2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하이 주얼리 세계의 한 축을 세웠으며, 나폴레옹 시대에는 황실 전속 보석상으로 임명돼 역사 속 주요 인물의 주얼리를 제작했다.



 진주 네크리스에 연결해 펜던트로도 연출할 수 있는 ‘앙볼’ 컬렉션 타임피스.

진주 네크리스에 연결해 펜던트로도 연출할 수 있는 ‘앙볼’ 컬렉션 타임피스.

올해 쇼메는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 ‘앙볼(Envol)’을 선보였다. 프랑스어로 ‘비상’을 뜻하는 이 컬렉션이 품고 있는 이미지는 정확하다. 깊고 짙은 미드나이트 블루 사파이어 속에서 청명한 하늘을 발견하고, 그 감각을 장엄한 날개 모티프의 주얼리로 풀어낸 것. 어둠과 빛, 무게와 가벼움이 교차하는 순간, 쇼메는 하이 주얼리를 통해 하늘로 날아오르는 상상을 현실로 옮겼다. 앙볼 컬렉션의 시각적 중심에는 블루 그러데이션이 있다. ‘그랑 푀(Grand Feu)’ 에나멜 기법으로 완성된 이 컬렉션은 장인이 수작업으로 얇고 균일하게 색을 칠하고 고온의 가마에서 구워 내기를 수 차례 반복해 색의 깊이와 투명도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장인의 경험과 감각 없이는 완성할 수 없다. 쇼메는 이 까다로운 기술을 통해 밤하늘에서 새벽으로 이어지는 블루의 흐름을 주얼리 위에 새겼다.



 ‘앙볼’ 컬렉션에 영감을 준 쇼메의 아카이브 속 날개 모티프.

‘앙볼’ 컬렉션에 영감을 준 쇼메의 아카이브 속 날개 모티프.

컬렉션의 중심 테마인 날개 모티프는 쇼메 역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자연을 찬미해 온 하우스는 오래전부터 새와 날개를 주요 상징으로 삼아왔다. 특히 나폴레옹 시대, 독수리는 제국의 문장이었고 쇼메는 나폴레옹 제국의 공식 보석상으로서 이 상징을 주얼리에 담아냈다. 이 날개 모티프는 하우스의 역사와 함께 변화했고 1870년대와 1900년대 초반에 제작된 날개 주얼리 역시 메종의 중요한 유산으로 이어졌다. 그 중 밴더빌트 가문의 상속녀이자 로댕의 제자, 휘트니 미술관 설립을 후원한 페인 휘트니가 구매했던 날개 한 쌍의 티아라는 이번 앙볼 컬렉션에 직접적 영감을 줬다. 앙볼 컬렉션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쇼메 역사상 처음으로 보석 없이 에나멜로 완성한 하이 주얼리 작품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245년이라는 하우스 전통 위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시도였다. 쇼메는 값비싼 스톤의 화려함 대신 색과 형태, 공예 자체의 힘으로 하이 주얼리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중앙에 3.92캐럿 페어 셰입 마다가스카르 사파이어를 장식한 아그레뜨 티아라. 네 가지 다른 방식으로 착용할 수 있으며, 극적인 분위기의 마스크로도 연출할 수 있다.

중앙에 3.92캐럿 페어 셰입 마다가스카르 사파이어를 장식한 아그레뜨 티아라. 네 가지 다른 방식으로 착용할 수 있으며, 극적인 분위기의 마스크로도 연출할 수 있다.

앙볼 컬렉션을 구성하는 아홉 개의 하이 주얼리 작품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피스는 네 가지 다른 방식으로 착용할 수 있는 아그레뜨 티아라. 총 850시간에 걸쳐 제작된 이 피스는 전통적인 티아라 형태에서 시작해, 보다 화려하거나 절제된 스타일로 변형 가능하다. 날개에는 그랑 푀 에나멜 기업으로 블루 컬러를 입히고, 브릴리언트 컷 파베 다이아몬드를 섬세하게 세팅했다. 중앙에는 3.92캐럿의 페어 셰이프 마다가스카르 사파이어가 자리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이 티아라가 ‘가면무도회’를 떠올리게 하는 마스크 형태로도 변신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날개 사이, 동그랗게 뚫린 틈으로 눈빛을 드러낼 수 있는, 이 피스에 숨겨진 또 다른 반전 매력이다.



중앙 10.96캐럿 마다가스카르 사파이어와 날개 모티프를 탈착해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는 ‘앙볼’ 컬렉션 네크리스.

중앙 10.96캐럿 마다가스카르 사파이어와 날개 모티프를 탈착해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는 ‘앙볼’ 컬렉션 네크리스.

두 번째 핵심 피스는 네크리스다. 650시간이 넘는 제작 시간을 거쳐 완성된 이 작품 역시 블루 그러데이션 에나멜 기업과 파베 세팅된 화이트 다이아몬드가 조화를 이룬다. 중심에는 10.96캐럿 쿠션 컷 마다가스카르 사파이어가 자리하며, 중앙 스톤과 날개 모티프를 탈착할 수 있어 간결하거나 화려하게 두 가지 타입으로 연출 가능하다. 둥근 펜던트 형태의 시크릿 워치는 회오리바람을 시각화한 듯한 날개 모티프가 특징이다. 덮개를 열면 소달라이트 다이얼로 장식한 워치 페이스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렇듯 앙볼은 단순히 날개 형태를 차용한 컬렉션이 아니다. 쇼메가 오랜 시간 쌓아온 역사와 공예 그리고 미래를 향한 상상력이 맞닿은 결과물이다. 밤하늘에서 새벽으로 이어지는 블루의 흐름처럼 앙볼은 하이 주얼리가 도달할 수 있는 또 다른 비상의 순간을 조용히, 그러나 장엄하게 보여준다.

Credit

  • 에디터 손다예
  • 아트 디자이너 민홍주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 COURTESY OF CHAUM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