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음식에서 위로를 받을까? 행복 호르몬은 식탁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영양소는 필수적이다. 최근 연구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건강한 식습관은 우리 몸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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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먹는 음식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뇌와 감정을 조율하는 또 하나의 치료제가 될 수 있다.
- 위로가 필요할 때 찾는 따뜻한 한 그릇은 기분 탓이 아니라, 장과 뇌를 잇는 과학적 연결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 영양정신의학은 음식이 염증과 장내 미생물, 그리고 행복 호르몬을 통해 우리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어쩌면 매일의 식탁 위에서 조용히 시작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 <뉴욕 타임스 쿠킹 NYT Cooking>에서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을 위해 푸드 스타일리스트들이 19개 레서피를 공개한 적 있다. 라사냐와 렌틸콩 수프, 콘지(Congee) 등 정성껏 준비한 한 끼 식사, 이른바 ‘컴포트 푸드’가 사람들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력을 인정한 셈이다. 왜 우리는 음식에서 위로를 받을까?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나 따뜻한 국물 한 숟가락을 먹을 때 마음이 안온해지는 건 순간의 기분에 불과할까? 어쩌면 음식이 우리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닐까?
오스트리아 그라츠(Graz) 의과대학 정신과 전문의이자 영양정신의학(Nutritional Psychiatry)의 선구자로 <정신을 위한 식사 Ernhrung Fr Die Psyche>를 펴낸 사브리나 레알 가르시아(Sabrina Leal Garcia) 박사는 말한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뇌의 화학작용에 영향을 미칩니다. 음식은 염증 반응을 조절하고, 장내 미생물군(Microbiome)을 변화시켜요.”
알고 보면 장과 뇌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 물론 이는 완전히 새로운 사실도 아니다. 인도 전통 의학인 아유르베다와 전통 한의학도 이런 사실을 꾸준히 강조해 왔으니까. 다만 이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해 줄 증거를 현대의학이 좀 더 발견했을 뿐. 그럼에도 우리는 식단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여전히 과소평가하고 있다.
영양정신의학이라는 신세계
비교적 신생 연구 분야로 호주에서 시작된 ‘영양정신의학’은 2017년 미국 워싱턴에서 ‘국제 영양정신의학 연구학회’라는 첫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할 정도로 성장했다. 영양정신의학을 임상 현장뿐 아니라 유럽 전역으로 확장하는 데 애쓰고 있는 가르시아 박사는 “영양소가 풍부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할수록 정신질환의 위험이 낮아집니다”라고 단언한다. 현재까지 축적된 자료는 주로 우울증과 불안 장애에 집중돼 있지만, ADHD와 치매 예방, 양극성 장애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 중 가장 확실하게 효과가 입증된 식단은 지중해 식단이다. 채소와 통곡물, 콩류, 견과류, 올리브오일, 생선을 충분히 섭취하는 사람은 우울 증상이 나타날 위험이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확인된 것. 반대로 고도로 가공된 식품이나 튀긴 음식, 단 음료 등 건강하지 않은 음식을 자주 섭취하는 사람들은 정신적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정신건강이 악화되면 악화될수록 점점 더 건강하지 않고 자극적인 음식을 찾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사람들이 식단으로 다시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를 입증하기 위해 가르시아 박사는 자신이 근무하는 그라츠 지역에서 ‘영양정신의학 및 영양정신신체의학’ 전문 외래 진료 팀을 이끌고 있다.
한편 베를린 의과대학 산하 샤리테(Charit) 병원의 나츨리 에스파하니-바이에를(Nazli Esfahani-Bayerl) 박사 역시 유사한 진료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정신적 약물 치료와 심리 치료를 병행하면서 식단 관리를 하는데 그 효과가 놀랍다. “우리는 프로바이오틱스가 우울증 환자의 미주신경(심장과 폐, 소화기관 등 무의식적 운동을 조절하는 뇌와 몸의 장기를 연결하는 주요 뇌신경)을 개선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실험에 참가한 환자들은 잠을 더 잘 잤고, 필요한 약물의 양도 유의미하게 줄었습니다.” 나즐리 박사의 설명이다.
건강한 장이 건강한 뇌를 만든다
장을 ‘제2의 뇌’로 보고 둘의 연결성을 강조하는 ‘장뇌축’ 연구에 따르면 미주신경은 장과 뇌를 잇는 핵심 통로로 알려져 있다. 가르시아 박사는 덧붙인다. “식이섬유를 섭취하면 장내 유익균이 이를 먹고 분해해 ‘단쇄지방산’을 만들어냅니다.” 대표 단쇄지방산으로 꼽히는 ‘부티르산’은 미주신경을 자극해 몸 전체의 염증 반응을 낮추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 몸속 염증이 줄어들면 세로토닌이나 옥시토신 같은 ‘행복 호르몬’이 생성돼 훨씬 좋은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신경전달물질이 뇌에 신호를 보내 우리 감정과 정신 상태를 직접적으로 안정시키고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비롯한 대사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는 건 물론이다.
먹으면서 행복해지려면 어떤 걸 먹어야 할까? “마법의 라즈베리 같은 만능 해답이 있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요.” 가르시아 박사는 웃으며 말한다. 물론 트립토판이 풍부한 견과류는 우리 몸이 세로토닌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원활한 대사를 위해서는 단순 섭취 외에 더 많은 요소가 필요하다.
항염 음식을 활용한 지중해 식단을 중심으로 다양한 색을 가진 채소를 섭취하는 것이 첫 단계다. “새로운 채소를 시도해 보세요. 허브와 향신료도 넉넉히 쓰고요.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 주방에서 사용하는 오일을 교체하세요!” 해바라기씨 오일이나 홍화씨 오일 등 오메가 6 지방산이 많은 저가 식용유는 염증을 촉진할 수 있다. 좀 더 건강한 선택은 올리브오일, 아마씨 오일, 호두 호일, 카놀라 오일처럼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오일이다.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을 키우기 위해 발효식품, 통곡물, 콩류와 견과류, 정기적인 생선 섭취가 도움이 된다. 과일과 채소 섭취는 기본이다.
스트레스 상황이거나 질환이 있다면 더욱 영양소 섭취에 신경 써야 한다. 뇌의 생화학 작용이 원활하려면 모든 영양소 수치가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 가르시아 박사가 진료 시 환자의 혈액검사를 하는 이유다. 오메가 3, 아연, 마그네슘, 셀레늄, 요오드의 수치는 물론 세로토닌 합성에 필수인 비타민 B와 철분 그리고 무엇보다 비타민 D를 확인해야 한다. 나에게 부족한 영양소가 무엇인지 알고, 이를 우선적으로 보충할 필요가 있는 것!
즐겁게 건강해지기
그렇다면 건강한 사람도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받아야 할까? 가르시아 박사의 조언은 다음과 같다. “예방 차원에서 1~2년에 한 번씩, 혈중 영양소를 확인하는 게 필요합니다. 실제로 60~70%의 사람이 비타민 D나 오메가 3, 마그네슘 결핍을 겪고 있습니다.” 수면 장애나 만성피로, 집중력 저하 등의 스트레스 증상이 있거나 채식 등 특정 식단을 유지하고 있다면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영양정신의학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건강한 식사는 유행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 무심코 섭취하는 배달 음식 등 일상적인 식사는 몸뿐 아니라 정신까지 병들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르시아 박사는 마지막으로 덧붙인다. “식사와 수면, 운동, 스트레스 관리, 자기 돌봄은 모두 효과적인 ‘치료제’입니다. 이를 선제적으로 활용한다면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이 우리 삶에 끼어들 틈은 거의 없어요.”
Credit
- 에디터 이경진
- 사진 DORA LAZAREVIC
- 글 이마루
- 아트 디자이너 강연수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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