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시간과 계절의 변화를 품은 양평 단독 주택
[MY SPACE] ep.1 주택살이 3년 차, 우리가 계절을 즐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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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본인을 소개해 주세요
건축가인 남편(비유에스아키텍츠)과 함께 직접 지은 집에서 살며, 그 안에서의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는 주구미(@jugumi)입니다. 요즘은 육아에 하루 대부분을 보내며, 이전보다 훨씬 느린 호흡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어요. 저희 부부 둘다 도시의 번잡함보다는 조용하고 한적한 자연 속에서 마음이 편해지는 편이라, 도시의 편리함을 포기하고 자연과 가까운 삶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트렌디하거나 유명한 물건보다는 조금 촌스럽더라도 저만의 이야기가 담긴 물건에 더 애정을 느껴요. 그런 취향이 지금의 생활방식과 공간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죠.
Q. 어떤 집에 살고 계시나요
제가 살고 있는 집은 마당을 품은 단층의 단정한 주택으로, 경기도 양평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곳에서 저희 둘이서 한 번의 사계절을 보내고, 고양이와 또 한 번의 사계절을 지냈으며, 지금은 새로운 가족인 아기와 함께 또 다른 계절을 맞이하고 있어요.
하루는 대개 마당에서 일광욕으로 시작해요. 같은 사계절을 살아왔지만 이곳에서 햇빛을 쬐며 느끼는 계절은 유난히 진하게 다가옵니다. 봄의 간지러움, 여름의 강렬한 햇빛, 가을의 높은 하늘, 겨울 공기의 상쾌함까지 계절이 바뀔 때마다 마치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들어요.
실내가 큰 창을 통해 마당과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어, 실내에 앉아 있어도 계절의 변화가 그대로 느껴져요. 미니멀리즘을 의식적으로 추구하지는 않지만 단순한 형태와 정돈된 분위기를 좋아해서 소품은 꼭 필요한 만큼만 두고 있습니다. 따뜻한 느낌의 내부 마감을 배경으로, 생활에 필요한 가구와 여행이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쌓인 이야기 있는 물건만을 남겨두는 편이에요. 그래서 이 공간은 쇼룸이나 갤러리처럼 정지된 모습이 아니라, 사람의 손길과 시간이 계속 더해지며 조금씩 변해가는 집에 가까워요. 직접 가꾼 마당을 바라보며 먹고, 쉬고, 일하는 하루가 담겨 있죠. 이처럼 이 공간은 저희 가족의 일상과 기억을 차분히 쌓아가는 그릇이 되어줍니다.
Q. 각 공간적 특징을 간단히 공유해 주세요
거실: 저희 집 거실은 박공 형태의 천장 아래, 구조목으로 만든 고측창을 통해 부드러운 자연광이 들어오는 공간입니다. 한쪽으로는 낮고 단정한 블랙 컬러의 가죽 소파를 두었어요. 또, 아르떼미데의 칼리마코 조명은 불을 켜지 않은 낮에도 하나의 오브제처럼 자리하고 있죠. 흰 벽에는 여행하며 하나둘 모은 판화 두 점을 걸어두어 공간에 작은 리듬을 더했습니다. 넓지 않은 거실인 만큼 각각의 가구와 오브제가 자기주장을 앞세우기보다는, 형태와 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최소한의 요소로 구성했어요.
주방: 주방은 상부장을 덜어내 시선이 막히지 않도록 했어요. 상부장 대신 선택한 큰 창 너머로는 마당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요리와 일상이 외부 환경과 느슨하게 연결됩니다. 목구조 주택의 따뜻한 분위기를 실내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우드와 화이트를 기본으로 한 싱크대와 수납장 구성에 원목 식탁을 두었어요.
침실: 침실은 숙면에 집중하기 위해 최대한 필요한 가구만, 최대한 톤을 맞추어 두려고 했어요. 한쪽으로 큰 창을 내어 마당을 침실 안으로 들였어요. 침대에 누우면 저측에 위치한 창을 통해서 마당의 조경에 시선이 닿죠. 고양이와 강아지들에게는 이 창이 맞춤형 화면처럼 느껴지는지 창 앞에서, 혹은 침대에 누워서 한참 바깥을 구경하곤 해요.
Q. 그중에서 최애 스팟이 있다면
이 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고측창일거에요. 집을 지으며 거실과 주방 쪽으로 자연광이 들어올 수 있도록 구조목을 활용해서 고측창을 만들어놓았어요. 이후 새로운 식구가 된 고양이를 위해 서랍장을 계단처럼 쌓아주었더니 고측창은 고양이의 최애 낮잠 장소가 되었어요.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이 시간대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를 조용히 바꿔주는 모습을 늘 바라보게 돼요. 그 빛 아래에서 고측창 사이에 몸을 구겨 넣고 늘어져 잠든 고양이를 보고 있으면 저 역시 이 집 안의 어느 공간에 있을 때보다 더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아요. 그렇기에 고측창은 제가 직접 사용하는 공간은 아니지만, 이 집에서 가장 애정하는 저만의 최애 스팟입니다.
Q. 집이 가장 아름다운 시간대는 언제인가요
해가 지고 드러나는 어두움을 배경으로 한 따뜻함은 이 집이 저희에게만 보여주는 얼굴이에요. 고요함 속에서 멀리서 들리는 각종 새 소리나 풀벌레 소리는 차분한 집의 모습과 어우러져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소리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안정시켜줍니다.
Q. 공간을 정의(대표)하는 3가지 키워드를 꼽는다면
환영: 따뜻한 분위기로 공간에 들어서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맞이하는 곳.
일상: 쇼룸이나 갤러리처럼 정지된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시간이 계속 개입하며 흐르는 일상의 공간
절제: 화려한 색을 배제하고, 목재와 빛으로 구성한 공간
Q. 공간을 채운 사물 중 각별한 애정을 지닌 가구나 오브제는
거실에 위치한 아르떼미데 칼리마코는 저희가 이곳으로 이사하고 큰 마음을 먹고 처음으로 구입한 플로어 조명이라, 저에게는 특별한 조명입니다. 톤 다운된 노란색 바디에 빨간색과 회색이 대비되는 색 조합, 그리고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 덕분에 불을 켜지 않은 낮에도 조명이라기보다 하나의 예술 오브제처럼 공간에 자리해요. 우드 비율이 높은 집이라 처음에는 다소 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차분한 공간 속에서 자연스러운 포인트 역할을 해주고 있어요.
프랑스 파리 빌라라로슈에서 구입한 르코르뷔지에의 모듈러 판화도 제가 애정을 지닌 액자에요.
건축학적인 의미보다는, 화면 안의 색과 구성 비율이 주는 안정감이 마음에 들어 선택한 작품입니다. 칼리마코 조명과 유사한 색감이 담겨 있어 두 개가 나란히 놓였을 때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어우러져요.
Q. 최근 구매한 인테리어, 리빙 아이템은
최근에는 아기방에 달아놓을 플랜스테드의 모빌과 키티버니포니의 커튼을 구매했어요. 아기방은 발랄한 색감의 아기용 가구 대신, 성장 이후에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차분한 톤의 원목 옷장과 서랍장으로 공간을 구성했죠. 그래서 자칫 분위기가 단조로워질 수 있었는데, 플랜스테드의 모빌이 바람이 불 때마다 부드럽게 움직이며 과하지 않으면서도 귀여운 생동감을 더해줍니다.
톤다운된 노란 색감의 키티버니포니 커튼은 제가 좋아하는 빈티지한 느낌을 주면서, 들어오는 빛을 부드럽게 걸러 아기방 전체를 한층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만들어줍니다. 두 아이템 모두 눈에 띄게 튀기보다는 공간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차분한 아기방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적당한 변화와 온기를 더해주고 있어요.
Q. 아기가 태어나며 가구 수가 늘어났는데 이로 인해 생긴 공간의 변화가 있다면?
아기가 태어나며 가구의 배치에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거실 면적이 넓지 않은 편이라 아기가 기어다닐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소파를 한쪽으로 옮기고 가운데에 두었던 1인 체어와 협탁을 정리했어요. 또 집안 곳곳에 러그로 분위기 변화를 주는 것을 좋아했지만 먼지와 고양이 털 관리 문제로 잠시 치워두었습니다.
아무리 멋지게 인테리어를 해놓아도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 소용이 없어진다는 건은 아기가 있는 집이면 누구나 공감하실 거에요. 그렇지만 저희가 사용하던 식탁과 식탁의자(비플러스엠 제품)와 어우러지는 소재와 디자인의 아기의자(스토케 트립트랩)를 놓아두는 등 우리집과 어울리는 아기 용품들을 찾는 것도 즐거운 일이에요.
지금은 아직 아기가 100일도 되지 않아 공간의 변화가 크지 않지만, 점차 아이가 공간을 탐험하며 숨고, 기고, 앉고, 멈추는 모든 순간이 이 집 안에서 안전한 놀이가 될 수 있도록 조금씩 공간을 조정해 나갈 생각입니다.
Q. 아기와 함께 이 공간이 앞으로 맞이할 변화들로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지금의 집은 질서와 여백이 또렷하고 정온한 공간이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바닥에는 매트가 놓이고 벽에는 자국도 남게 되겠지요. 액자라던가 깨지기 쉬운 오브제들은 모두 오랜 시간 창고에서 나오지 못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웃음과 울음, 발소리와 장난감 소리도 자연스럽게 겹쳐질 것이구요. 그런 변화들이 불편한 어지러움이 아닌, 집을 살아있게 만드는 배경음이 되고 가족의 시간이 쌓인 흔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공간으로 변해가길 바라요. 그저 보기에 멋지고 세련된 집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며 아이의 성장을 품고 저희 가족의 풍경이 되어주기를요.
Credit
- 글·사진 주구미(@jugumi)
엘르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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