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도 취미도 두둑한 그 남자의 집
글로벌 패션 브랜드 지사장 박주원에게 집은 삶을 그대로 펼친 전개도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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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상부 수납장에 설치한 미러볼.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다.
주문 제작한 소파가 있는 거실. 앞에 놓인 테이블은 매직볼트(Magicvault), 의자는 왼쪽부터 레어로(Rareraw) 워크스툴, 가리모쿠(Karimoku) 60 티 체어, 놀(Knoll) 1601 스태킹 체어.
침실. 창가의 블라인드를 열면 환한 빛이 쏟아진다. 이사 오기 전부터 사용하던 빈티지 테이블과 의자는 화분들의 차지가 됐다.
오리지널 테라조로 만든 주방 카운터석.
테라조 마감의 카운터와 상부 수납장 프레임으로 구성한 반개방형 주방.
글로벌 패션 브랜드 아시아 퍼시픽 지사장 박주원에게 집은 취향을 과시하는 쇼룸이 아니라 삶을 그대로 펼친 전개도다. 청담동의 한적한 골목에 자리 잡은 그의 아파트에는 배우고 경험하기를 게을리하지 않고 저만의 방식으로 삶을 즐겨온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예전 집은 1950년대에 분양된 한남동의 오래된 아파트였어요. 구조는 흥미로웠지만 주차장도 없고 생활이 불편했죠. 좀 더 집다운 집, 안정감이 드는 환경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사했어요.” 그렇게 청담동으로 왔지만 전형적인 아파트 구조에 삶을 끼워 맞추고 싶지는 않았다. ‘아파트지만 아파트처럼 보이길 원치 않은’ 그가 택한 방법은 정교한 분할. 구조상 벽을 틀 수 없기 때문에 각 방을 세밀하게 구획해 마감재부터 가구, 작은 소품까지 오롯이 자신의 취향으로 채웠다. “함부로 쓰이는 곳이 없도록 했어요. 단순히 물건을 쌓아두는 용도라도 보기 좋게 만들면 ‘죽은 공간’이 아니죠. ‘나다운 공간’을 지으려다 보니 모든 공간을 함부로 대하지 않게 됐어요.” 박주원은 지난해를 온전히 집을 가꾸는 데 바쳤다. 집을 구하자마자 한 일은 도면을 그리는 일. 직접 그린 레이아웃 스케치를 건축가인 아버지의 도움으로 도면화하고, 머릿속에 완성된 그림을 잘 구현해 줄 파트너를 물색했다. 그렇게 찾은 곳이 ‘스튜디오 오밀리(Studio 5mm)’다. 세심한 디테일과 높은 시공 이해도, 티키타카가 잘될 것 같은 직감이 결정적이었다.
붉은색 도장과 타일, 주방 카운터석과 동일한 소재로 만든 벤치가 있는 발코니.
그래피티 아티스트 앙드레 사라비아(André Saraiva)와 옐로팝(Yellowpop)이 협업한 한정판 네온사인, 유리 블록 개구부를 만들어 장식한 거실 한 켠.
뉴욕 에이스 호텔에서 영감받은 블랙 앤 화이트 톤 화장실.
드레스 룸에 딸린 세면 공간.
오디오 룸에 있는 박주원. 직접 제작한 인클로저로 감싼 스피커는 알텍(Altec) 604-8G, 턴테이블은 티악(Teac) LP-R500, 믹서는 오디오 테크니카(Audio Technica)의 LP120XUSB, 인클로저와 수납장은 텍토(Tecto)와 함께 제작한 것.
거실은 TV 대신 오디오가 중심이다. 1950~1970년대 알텍 스피커와 작은 모니터 스피커 두 대, 주문 제작한 인클로저가 벽면을 가득 채운다. 이사 오기 전에는 좁은 벽에 스피커를 욱여넣어야 했지만, 이번엔 가장 넓은 면적을 오디오에 할애했다. 맞은편 소파 역시 맞춤 제작한 것으로, 이전 집에서 불편했던 치수를 개선해 좌석과 등받이 사이에 깊이를 더하고 전체 길이도 15cm 정도 늘렸다. “생각보다 소파 위에서 아빠다리를 하거나 눕는 일이 많더라고요. 이번엔 그 점을 확실히 보완했죠.” 계절과 분위기에 따라 교체할 수 있도록 소파 커버는 와인 색 외에 그린 컬러를 하나 더 준비했다. 소파 위에는 선물받거나 여행 중에 구입한 쿠션들을 지난 추억처럼 쌓아 두었다. 이자카야의 다찌를 연상시키는 구조의 반개방형 주방은 친구들을 초대해 대접하기를 즐기는 그의 성향을 잘 보여준다. 다찌 안쪽을 수납 공간으로 활용해 주방의 인상을 깔끔하게 만들었고, 테이블 상판은 “너무 진지한 느낌이 드는” 대리석 대신 오리지널 테라조를 선택했다. 경쾌한 패턴의 테라조 상판 위, 천장 수납장 속에는 이 집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인 미러볼이 숨겨져 있다. 홈 파티의 흥을 돋우는 필수 아이템이지만 지나치게 시선을 끄는 요소라 필요할 때만 꺼내도록 서랍장 안에 설치했다.
영감을 주는 전시 포스터와 아트워크를 프레임에 넣어 모아둔 거실 바닥.
푸조(Peugeot)의 빈티지 사이클, 트렉(Trek) 로드 바이크 ‘에몬다’를 비롯해 각종 공구를 거치한 선반은 레어로우와 함께 제작한 것.
라이카 M3와 미니줌, 롤라이 35T, 캐논 오토보이 줌 슈퍼 등의 카메라를 모아둔 빈티지 수납장.
여행이나 출장 중 수집한 다양한 마그넷들.
패션 분야에 오래 몸담았기에 옷 수납 역시 관건이었다. 드레스 룸의 벽을 따라 옷장을 짜는 대신, 이케아 ‘팍스’ 모듈을 일렬로 세워 최대한 많은 옷을 수납한 이유다. 반대로 침실은 여유를 뒀다. 창가 쪽에 수납장을 더하거나 중문을 설치해 발코니처럼 쓸 수 있지만, 인테리어 스튜디오와 논의한 끝에 화분을 올려둔 테이블과 의자만 두고 여백을 남겼다. 덕분에 침실은 빛과 공기가 충분히 드는 여유로운 공간이 됐다. 한편 집 안 곳곳 이국적 풍경을 담은 필름 사진이 눈에 띄는데, 놀랍게도 박주원의 작품이다. 사실 필름 사진은 직책 외에 그를 오래 정의해온 또 다른 수식어다. “직업 특성상 해외 출장이 잦았는데, 다른 도시에서 받은 좋은 인상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어요. 그렇게 8년을 찍다 보니 사진이 모였고, 책도 내고 전시도 하게 됐죠.” 그리하여 취미 방 한 켠에 수많은 카메라가 쌓이게 됐지만, 사진은 박주원의 수많은 취미 중 하나일 뿐이다. 거실의 오디오 세팅과 장비가 보여주듯 음악 역시 그의 시간을 다른 결로 채워 왔으며, 또 다른 방에는 자전거를 비롯한 서핑, 캠핑 등 각종 스포츠 물품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이렇게 많은 취미를 갖게 된 연유를 묻자 박주원은 웃으며 말했다. “저한테는 그냥 자연스러운 거예요. ‘취미를 가져야지’가 아니라 ‘이거 재밌는데 좀 더 해볼까?’ 이런 식이죠. 코로나 때는 집에만 있으니까 우쿨렐레를 2년 정도 배우기도 했어요. 그렇게 뭔가를 계속해 왔어요. 취미가 많으니 확실히 좋은 것은 삶이 훨씬 풍요로워진다는 거예요. 막연히 음악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디제잉을 배우면서 제가 구체적으로 어떤 장르를 좋아하는지 확실히 알게 됐거든요. 경험하면 어느샌가 더 많은 게 보이고, 그게 자라 취향이 되는 것 같아요.” 다종다양한 취미 생활 이면에는 ‘몰입의 순간’에 대한 오랜 향수가 있다. “대학 합격 발표를 기다리던 스무 살 시절,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대신 매일 아침 지산리조트로 가는 셔틀버스에 승차해 스노보드를 타고 왔어요. 그때처럼 몰입하는 순간이 원동력이 돼 이렇게 많은 취미로 이어진 것 같아요.” 매 순간 충실하게 임하며 자신만의 속도로 삶을 즐기는 태도는 결국 집까지 반영돼, 이토록 전형적인 LDK 구조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 집은 아파트처럼 보이지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박주원이라는 한 사람의 얼굴처럼 보인다.
Credit
- 에디터 윤정훈
- 사진가 이주연
- 아트 디자이너 김강아
- 디지털 디자이너 김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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