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일본 건축가가 길고양이를 위해 '고양이카페'처럼 개조한 집

사람과 고양이가 각자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입체적 공존의 풍경.

프로필 by 길보경 2025.11.14
건축가 이마이는 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넓은 광장 같은 집을 설계했다.

건축가 이마이는 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넓은 광장 같은 집을 설계했다.

수납장의 일부를 고양이 전용 캐츠 트리로 설계했다. 캐츠 트리는 침실까지 이어지며, 고양이에게 탐험과 놀이 공간이 돼준다.

수납장의 일부를 고양이 전용 캐츠 트리로 설계했다. 캐츠 트리는 침실까지 이어지며, 고양이에게 탐험과 놀이 공간이 돼준다.

도쿄 인근, 치바현의 한 오래된 맨션이 고양이를 위한 ‘작은 도시’로 변신했다. 건축가 이마이 히로야스와 그의 아내가 살던 평범한 복층형 아파트가 반려묘와의 만남으로 새롭게 탈바꿈한 것. 어느 날 부부의 집 주변을 오가던 길고양이가 새끼를 낳으며 이들의 소중한 인연이 시작됐다. 그중 두 마리를 가족으로 맞이한 것이 바로 형제 고양이 ‘구리(Guri)’와 ‘구라(Gura)’다.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했어요. 고양이는 인간과 다른 시간축에서 살지만, 같은 공간에서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건축가 부부가 직접 제작한 다이닝 테이블에는 고양이 전용 물그릇이 내장돼 있다.

건축가 부부가 직접 제작한 다이닝 테이블에는 고양이 전용 물그릇이 내장돼 있다.

복도 한쪽에는 비닐 커튼으로 분리한 고양이 화장실을 마련했다. 고양이는 아치형 출입구를 통해 드나든다.

복도 한쪽에는 비닐 커튼으로 분리한 고양이 화장실을 마련했다. 고양이는 아치형 출입구를 통해 드나든다.

고양이에게 은신처이자, 놀이 공간으로 기능하는 캐츠 트리가 돼주는 수납장.

고양이에게 은신처이자, 놀이 공간으로 기능하는 캐츠 트리가 돼주는 수납장.

수납장과 주방 모두 바닥에서 약 35cm를 띄워 설계했다.

수납장과 주방 모두 바닥에서 약 35cm를 띄워 설계했다.

이마이 히로야스는 고양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집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일본 주거의 전형적인 3LDK(방 3개와 거실, 주방) 구조를 완전히 재해석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고 각 공간을 개방감 있게 연결한 ‘오픈 스페이스’로 변경했다.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바닥에서 35cm 띄운 수납 선반. 이 선반은 거실과 침실, 주방을 부드럽게 나누는 동시에 고양이들이 그 아래를 자유롭게 오가며 놀 수 있는 통로이자 은신처 역할을 한다. 이 높이는 고양이의 몸길이와 시선을 고려한 수치다. 또 선반 곳곳에 직경 15cm의 둥근 구멍이 뚫려 있어 고양이들이 머리를 내밀거나 꼬리를 살짝 보이는 귀여운 장면이 연출된다. 이 구멍은 고양이의 출입구일 뿐 아니라 프로젝터나 스피커, 영상 장비 케이블용 포트로도 활용된다.


“가구는 도시 속의 건축물과 같아요. 고양이의 시선으로 보면 집 안의 선반과 테이블도 작은 건축물이죠.” 선반 내부의 일부는 캐츠 트리처럼 구성된 통로형 구조를 따른다. 구리와 구라는 그 속을 통과하며 침실로 이동하거나, 아늑한 내부에서 휴식을 취한다. 그들의 움직임은 마치 도시의 좁은 골목길을 누비는 주민처럼 자연스럽다. 이 집에서 이마이 히로야스가 설계한 가구는 단순한 인테리어가 아니라, 고양이의 활동을 자극하고 생활 리듬을 만들어주는 장치로 작동한다.


테이블의 원형 구멍 사이로 얼굴을 내민 갈색 고양이는 ‘구라’. 고개를 내민 고양이의 모습이 일상을 더욱 사랑스럽게 만든다.

테이블의 원형 구멍 사이로 얼굴을 내민 갈색 고양이는 ‘구라’. 고개를 내민 고양이의 모습이 일상을 더욱 사랑스럽게 만든다.

회색빛 털을 가진 ‘구리’. 35cm 띄운 선반 아래 공간이 딱 맞는 휴식처가 된다.

회색빛 털을 가진 ‘구리’. 35cm 띄운 선반 아래 공간이 딱 맞는 휴식처가 된다.

사실 이마이는 구마 겐고 건축도시설계사무소(Kengo Kuma & Associates)에서 공공시설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해 온 인물. 그에게 이번 프로젝트는 ‘고양이와 사람’이라는 서로 다른 리듬을 가진 존재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건축적으로 탐구한 결과물이다. “공간을 느슨하게 연결하면 연속성이 생기고, 시간 흐름도 느껴집니다. 그건 고양이의 일상뿐 아니라 인간의 삶에도 필요한 감각이에요.” 이 집은 서로 다른 생명이 하나의 ‘도시’를 공유하며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삶을 선명하게 그려낸다.


 천장의 구조보에는 캐츠 워크를 설치했다. 높은 곳을 좋아하는 고양이의 습성에 맞춰 수납장의 원형 구멍을 통과해 침실까지 이어진다.

천장의 구조보에는 캐츠 워크를 설치했다. 높은 곳을 좋아하는 고양이의 습성에 맞춰 수납장의 원형 구멍을 통과해 침실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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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길보경
  • 글 미키 타무라
  • 사진가 도시히데 카지하라
  • 아트 디자이너 민홍주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