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웨이 대신 영화를 만든 패션 브랜드 3
구찌, 르메르, 젠틀몬스터가 런웨이 대신 스크린을 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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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는 이번 시즌 밀라노 패션 위크에서 런웨이를 열지 않았다. 르메르와 젠틀몬스터 또한 마찬가지. 런웨이 대신 영화를 상영했다. 모델 대신 배우를 세우고, 쇼 대신 이야기를 들려줬다. 쇼는 없었지만, 이야기가 있었다.
구찌 <The Tiger>
밀라노 패션 위크에서 구찌 데뷔 컬렉션 ‘라 파밀리아(La Famiglia)’를 선보인 뎀나. 그는 밀라노에 모인 세계 각지의 셀럽을 프런트로 대신, 계단식 극장 의자로 안내했다. 그리고 <더 타이거>를 통해 데미 무어, 에드워드 노튼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배우를 가족으로 묶었다. 각기 다른 성격과 태도를 부여하며 뎀나는 룩에 캐릭터를 만들었다. 이번 자신의 컬렉션뿐 아니라, 역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룩 또한 등장시켰다. 1947년의 구찌 뱀부 핸드백, 1953년의 홀스빗 로퍼 등. 과거 창작자에게 새로운 형태의 찬사를 보내며, 새로운 구찌가 상징할 요소를 덧붙였다. 그날 구찌는 런웨이 없이 이 영화 상영만으로 컬렉션 데뷔를 마무리했다.
르메르 <Nine Frames>
르메르는 반대로 고요를 택했다. 2025 가을·겨울 컬렉션을 맞아 제작한 단편 영화 <나인 프레임즈>는 제목 그대로 짧은 영상 아홉 개로 이루어져 있다. 영화에는 대사가 없다. 걸음의 리듬, 천의 마찰음, 그리고 저채도의 빛만이 흐른다. 화려함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건 시간이다. 특히 35mm 필름으로 촬영해 특유의 아날로그 질감을 더했고, 편집 또한 최소화했다. 롱테이크로 이어지는 이 영상은 르메르가 말하는 ‘느림의 미학’을 그대로 재현한다. 이는 전형적인 아이템을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는 브랜드의 제작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영화의 첫 시퀀스를 이끄는 배우 배두나의 눈물 연기가 압권이니, 도입부만이라도 꼭 시청해보길.
젠틀몬스터 <The Hunt>
매 시즌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숏필름을 선보여온 젠틀몬스터. 2025 가을 컬렉션을 맞아 배우 헌터 샤퍼와 함께 다소 오싹하고 기괴한 서사를 펼쳤다. <더 헌트>는 대사 한마디 없이 색과 구도만으로 세계를 완성한다. 눈부시게 과포화된 톤, 비정상적으로 비틀린 세트, 낯선 포즈. 아이웨어를 대놓고 선전하지 않는다. 그저 감각적인 연출 속에서 아이웨어는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상징이 된다.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언제나 이런 방식으로 제품을 선보인다.
왜 지금 브랜드는 영화를 만들까
」서사가 붙은 옷은 오래 남는다. 브랜드도 이제 패션이 단순히 이미지로 소비되지 않는다는 걸 인정했다. 기억에 남는 건 옷에 담긴 경험과 이야기다. 요즘처럼 누구나 손안의 작은 상영관을 가지고 있는 시대에 영상은 더할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 된다. 쇼는 여전히 화려하겠지만, 장면은 더 깊이 남을 것이다.
Credit
- 영상 각 브랜드 공식 유튜브 채널
엘르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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