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패션 스타일리스트는 이렇게 집을 꾸미고 산다

패션 스타일리스트 김예진의 새 보금자리.

프로필 by 권아름 2025.07.24
집주인이 가장 애정하는 가구인 소파는 플랏엠에서 맞춤 제작한 것. 크바드랏 패브릭으로 업홀스터리하고, 부엌 천장에 쓰인 나무 패널 컬러에 맞춰 프레임을 짰다.

집주인이 가장 애정하는 가구인 소파는 플랏엠에서 맞춤 제작한 것. 크바드랏 패브릭으로 업홀스터리하고, 부엌 천장에 쓰인 나무 패널 컬러에 맞춰 프레임을 짰다.

1층의 작업공간은 꼭 필요한 가구로 구성했다.

1층의 작업공간은 꼭 필요한 가구로 구성했다.

출장 중 하나씩 모은 오브제들이 공간에 활기를 더한다.

출장 중 하나씩 모은 오브제들이 공간에 활기를 더한다.

감각적인 편집 숍과 트렌디한 카페가 즐비한 한남동을 뒤로하고 패션 스타일리스트 김예진은 지난해 1월, 한적한 청운동으로 이사를 감행했다. 마을버스가 덜컹거리며 지나가는 도로 바로 옆에 자리한 70년 된 2층 주택이 그녀의 새로운 보금자리다. 10년간의 오피스텔 생활을 접고 약 132m2(40평) 남짓한 단독주택으로 이사하는 일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관리가 편리하고 익숙했던 환경을 떠나 손수 공간을 돌보고 관리해야 하는 주택은 누군가에겐 불편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활기차고 모험을 즐기는 그녀는 그 모든 과정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자연스럽게 새로운 터전에서 삶을 누리고 있다. “친구들이 그러더라고요. 제가 예전부터 청운동에 살고 싶다고 했대요. 너무 신기하죠?” 게다가 집 번지수가 생일과 같은 우연까지 겹치니 자신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분명해졌다. “첫날엔 침실 앞 통창 너머로 사람과 차가 오가는 소리를 들으니 길 한복판에서 자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일주일쯤 지나니 괜찮아졌는데, 제가 생각보다 예민한 사람이었나 봐요. 현관문 바로 앞에서 사람과 마주치는 일도 은근 스트레스였는데, 여긴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어 오히려 편해요. 제겐 주택살이가 잘 맞는 것 같아요.”


2층 박공지붕을 따라 설치된 나무 패널 아래에는 MMK에서 제작한 주방 가구와 디자인 스튜디오 플랏엠의 조명이 어우러져 있다.

2층 박공지붕을 따라 설치된 나무 패널 아래에는 MMK에서 제작한 주방 가구와 디자인 스튜디오 플랏엠의 조명이 어우러져 있다.

 1층 침실은 나무 단을 설치해 공간을 분리하고 침대 프레임처럼 활용했다.

1층 침실은 나무 단을 설치해 공간을 분리하고 침대 프레임처럼 활용했다.

수납을 위한 타워 시리즈의 다채로운 면면.

수납을 위한 타워 시리즈의 다채로운 면면.

네이버 부동산을 둘러보는 것이 취미인 김예진은 이 집을 발견한 순간 어떤 형태로든 이 공간을 활용하겠다고 결심했다. 당시 이 집은 주거용이 아닌 상업공간으로 쓰이고 있었다. “처음엔 렌털 스튜디오로 활용해 볼까 했어요. 그런데 현관에서 실내로 들어서려면 단을 한 번 올라야 하더라고요. 그런 동작이 이상하게 집에 들어가는 기분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이곳을 내 집으로 만들겠다고 마음먹었죠.” 그녀는 자신의 직감에 끌려 이 집을 계약했다. 2층으로 이어지는 구조와 높은 층고, 박공지붕, 그 아래 펼쳐진 나무 패널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가 그녀의 취향을 자극했다. 무엇보다 이전 세입자가 이 집이 가진 고유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점이 자극이 됐고, 이 공간에 자신의 감각을 더하고 싶은 강한 의지를 느꼈다.


플랏엠의 타워 시리즈 중 하나인 책 선반 타워.

플랏엠의 타워 시리즈 중 하나인 책 선반 타워.

그렇게 김예진은 이곳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차근차근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철거부터 바닥 시공, 주방 가구까지 모든 레너베이션 과정을 직접 발로 뛰며 하나하나 정비해 나갔다. 1층은 작업공간과 침실로 꾸리고, 곰팡이가 피어 있던 창고는 화장실로 바꿨다. 기존에 카페로 사용되던 2층은 탁 트인 개방감을 살려 다이닝 공간과 거실, 주방으로 구성했다. 방치됐던 공간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고, 기존 인테리어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공간의 결을 다듬었다. 주요 가구와 조명은 각각의 공간에 어울리도록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플랏엠에 맞춤 제작을 의뢰했다. “제가 패션 브랜드는 익숙한데, 가구 브랜드는 조예가 없거든요. 그래서 애매하게 조합하느니 이 공간에 꼭 맞는 가구를 만드는 것이 나을 것 같았어요. 플랏엠 대표님들이 제가 원하는 걸 정확히 짚어주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척척 만들어주셨어요.”2층 풍경을 압도하는 이동식 수납 기둥, 불투명 유리 상판에 철제 다리를 더한 다이닝 테이블, 벽에 걸려 있는 조각 작품 같은 조명, 반려견 두 마리를 고려해 어두운 패브릭으로 제작한 소파까지. 패션 스타일에도 믹스매치를 즐기는 그녀답게 가구도 패브릭, 나무, 금속 등 다양한 소재를 섞어 조화롭게 구성했다. 출장 중 사 모은 오브제나 테이블웨어, 색감 있는 소품들은 무채색 공간에 자연스럽게 포인트가 됐다.


 플랏엠에서 제작한 다이닝 테이블과 비트라 체어, 타워 시리즈가 어우러진 2층 풍경.

플랏엠에서 제작한 다이닝 테이블과 비트라 체어, 타워 시리즈가 어우러진 2층 풍경.

그렇게 김예진은 70년 된 낡은 주택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었다. 김예진표 청운동 하우스에서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주방에서 요리할 때다. 친구들을 초대해 ‘실험적인’ 요리를 선보이는 일도 많다고. “저는 집에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충전되는 타입이에요. 며칠이고 집에 머물러야 다시 밖으로 나갈 수 있어요. 그만큼 집이 중요한 공간이에요. 한남동에 살 땐 퇴근 후에도 일이 연장되는 기분이었는데 여긴 동네 자체가 저를 쉬게 해줘요. 자연스럽게 일과 분리되죠. 그래서인지 요즘 밝아졌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이 집은 저에게 꼭 맞는 갑옷 같아요.” 자신을 단단히 감싸고 보호해 주는 이 집에서 그녀의 주택살이는 막 첫 페이지를 열었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엔 곧 이사무 노구치의 아카리(Akari) 펜던트 조명이 달리고, 집 안은 푸릇한 식물로 채워질 예정이다. 바쁜 도심 한복판에서 한 발짝 비켜선 낡은 집에 새 에너지를 불어넣으며 김예진은 지금 자신만의 세계를 차근히 쌓아가고 있다.


지그재그 형태의 아담한 계단에서 촬영 팀을 맞은 김예진.

지그재그 형태의 아담한 계단에서 촬영 팀을 맞은 김예진.

Credit

  • 에디터 권아름
  • 사진가 HASISI PARK
  • 아트 디자이너 이유미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