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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보이' 김소현은 사격 여신으로 어떻게 변신했을까

매 순간 청춘의 열기와 기쁨으로 피어나는 배우. 데뷔 17년 차 '베테랑' 김소현은 지금이 가장 즐겁다.

프로필 by 전혜진 2025.06.04

서울에서 부산까지 오가며 사계절을 열심히 찍은 <굿보이>가 드디어 세상에 나와요

이 작품을 떠올리면 ‘우리가 결국 해냈구나’ 이런 감정이 먼저 들어요(웃음). 대부분 작품이 그렇겠지만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정말 끝을 향해 달려가듯 촬영했거든요. 첫 방송을 앞두고 보니 함께 고생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 끝내 세상에 나온다는, 벅찬 마음이 느껴져요.


특채로 경찰이 된 국가대표 메달리스트 5인방의 이야기라니, 팀워크와 체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했겠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액션’이었어요. 해내야 할 게 많아서 말 그대로 땀을 한 바가지 쏟았죠. 특히 여름에는 매달 부산에 가서 촬영했는데, 참 더웠던 기억이 나요. 저마다 사연을 지닌 인물이 뜻하지 않게 우여곡절을 겪지만, 끈끈하게 함께 헤쳐 나가는 데서 짜릿함과 에너지가 느껴지는 이야기예요. 대본이 꼭 만화책을 읽는 것처럼 통쾌하고 시원했죠. 작품을 결정할 때 보통 고민하는 지점이 생기게 마련인데 “그냥 저는 이거 해야 될 것 같습니다!”라고 했어요(웃음). 특히 제가 연기한 지한나 때문에요.



김소현이 입은 재킷과 셔츠는 모두 Alexander McQueen.

김소현이 입은 재킷과 셔츠는 모두 Alexander McQueen.

한나는 사격 금메달리스트이자 현재 강력특수팀 경장이죠. 그의 어떤 면과 사랑에 빠졌나요

시크하고 굉장히 대범해요. 저는 대체로 그런 친구들에게 끌렸던 것 같아요. 마냥 착하고 순하기보단 무심하고 털털한 여자들. 저도 마냥 얌전하진 않은 편이라 저와 비슷한 면을 발견하게 되거든요. 한나의 설명은 ‘총’에서 시작해 ‘총’으로 끝납니다. 여러 편견 속에서 크게 한 방 날리는, 그렇게 무심한 듯 과감하고 불같은 면에 확실히 매료됐어요.

<달이 뜨는 강>이나 <조선로코 녹두전> 등 사극에서 선보인 액션에는 익숙하지만 소총을 잡은 건 처음이에요. 잘 어울려서 놀랐지만

선수 시절과 경찰일 때 쓰는 총이 달라서 따로 연습했는데요. 특히 사격은 정말 선수가 된 것처럼 반년 가까이 준비했어요. 선생님들도 이 정도면 대회에 한번 나가보라고, 그냥 하는 말이겠지만 선수 해도 되겠다고 할 정도였죠(웃음). 감독님도 사격 점수가 잘 나왔으면 좋겠다고 해서 대충해서는 안 되겠다 싶었어요. 제대로 폼을 만들기 위해 선수들이 하는 훈련을 최대한 똑같이 해보려고 했습니다. 소품용으로 만든 총도 꽤 무거운데, 늘 지니고 있었어요. 몸에 얹어놓고, 잘 때도 익숙해지기 위해 쥐고 자는 거예요. 거의 한 몸으로 살았어요.



김소현이 입은 슬리브리스 톱과 스커트는 모두 Grace Elwood.

김소현이 입은 슬리브리스 톱과 스커트는 모두 Grace Elwood.

촬영 기간이 마침 2024 파리올림픽 기간과 겹쳤어요. 실제로 국가대표 선수들의 구슬땀을 보며 마음 한구석이 ‘찡’했을 것 같아요

이번 올림픽 때 유독 사격이 화제가 됐잖아요. 비슷하게 훈련해 보니까 선수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총은 그냥 쏘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가만히 서서 ‘탕’ 하면 끝나니까. 어느 날 제가 훈련하며 식은땀을 뻘뻘 흘리니까 제작진 한 분이 “정말 몰라서 그러는데 사격의 어떤 부분이 힘들어요?”라고 물었어요. 선수용 옷이 갑옷처럼 딱딱해서 입기만 해도 몸이 결박된 느낌이라 약간 호흡이 가쁘고 공포감이 와요. 골반도 아프고 무릎도 부담이 가는데 육체적인 면뿐 아니라 정신력과 집중력을 고도로 유지해야 해요. 억울한 면이 있었죠(웃음). 선수들 모두 존경스러워요.


복싱 금메달리스트 출신 경찰 동주 역의 박보검은 지난 <엘르> 인터뷰에서 “이 팀이 정말 ‘위험’했다”고 했어요

서로 모였다 하면 이유 없이 웃겨서 한 명씩 돌아가며 NG를 내니까, 특수팀 팀장 만식 역의 허성태 선배님이 “어벤저스 아니고 댄저러스”하대요(웃음). 지치면 서로 에너지를 올려줬어요. 우리 팀 각자 성격이 뚜렷한 편인데, 펜싱 은메달리스트 출신 종현 역의 상이 오빠와 보검 오빠는 정말 ‘열정맨’이에요. 저는 옆에서 잘 수용하는 편이고, 성태 선배님과 태원석 배우도 역할을 너무 잘해줘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죠.



김소현이 입은 재킷과 셔츠, 스커트는 모두 Alexander McQueen. 슈즈는 Jimmy Choo.

김소현이 입은 재킷과 셔츠, 스커트는 모두 Alexander McQueen. 슈즈는 Jimmy Choo.

추억도 많겠어요

부산에서 맛집을 많이 찾아다녔어요. 아침부터 ‘가래떡 떡볶이 투어’도 다니고요. 오빠들이 카페 투어를 좋아해요. 빙수 먹으러 가는 게 소원이라고 노래를 부르면 제가 “먹어야지! 가자” 이래요(웃음). 그런 아기자기한 추억이 많아요. 술보다 디저트를, 회식보다 카페를 좋아하는 오빠들이었어요. 참 무해한 사람들이에요.


경찰 혹은 국가대표처럼 어떤 사명이나 책임감을 지닌 직업을 연기하다 보면 인간의 정의로움에 관해 생각하게 되나요

결국 정의가 이겨요. 그 과정에서 정의로운 사람들이 많이 다치기도 하고 가끔은 착한 사람들만 상처받는 세상인 것 같기도 하죠. 하지만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결국 그들이 이기는 싸움이라고 생각해요. <굿보이> 멤버들도 참 많이 당하는데, 그래야 한 방의 쾌감이 더 짜릿한 법이니까.


<굿보이>로 사람들이 힘을 낼 수 있을까요

물론이에요. 마냥 밝고 무조건 예쁘게 그린 드라마는 아니에요. 현실에서 희망이 보이지 않아 끝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 “그래, 한 발짝 저렇게 나가기라도 하면 된다. 저렇게 정강이를 맞아도 뭐 걸을 수 있잖아. 앞으로 잘 나아갈 수 있잖아”라고 힘을 얻길 바라며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게 고스란히 느껴질 겁니다.



김소현이 입은 톱과 팬츠는 모두 Grace Elwood.

김소현이 입은 톱과 팬츠는 모두 Grace Elwood.

연기하는 김소현의 눈을 보면 청춘의 순수함이 그대로 드러나요. 어느새 20대 중반을 지난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가끔 스스로에게 주어진 ‘압박’을 부스터처럼 활용한다고 했습니다

확실히 어릴 때보다 여유가 생겼어요. 예전에는 무조건 잘해야 되고, 조심해야 된다는 마음이 컸거든요. “저 나이에 어떻게 저렇게 조숙하지?”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차분했다면 오히려 지금은 마음이 많이 열렸어요. ‘뭐 어때?’ 마인드로. 성인이 되고 제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면서 하나하나 작품을 완성해 갈 때마다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잘할 수 있는 한계는 분명 존재하니까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면 됐지, 더 잘해야 한다고 스스로 괴롭힌다고 결과가 좋지만은 않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자기를 갉아먹는 건 힘들어요. 돌파구를 찾지 못한 순간도 많았고요. 그저 이 일이 좋아서 하는 거니까, 오래 배우 할 사람이니까. 이 마음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저도 모르게 성장하는 부분이 생겨요.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보진 못했지만 얼마 전 <굿보이> 팀과 함께 출연한 유튜브 예능 <핑계고>에서도 느꼈고 오늘도 느꼈는데, 김소현은 꽤 재미난 사람 같아요. 당신 같은 언니가 있으면 좋겠어요

진짜 언니들이 저 좋아해요! 듬직하다던데요. 매번 얘기해 줘요. “언니, 괜찮아. 그냥 다 해봐. 좋아. 오늘 연차 써버려!” 세상은 뜻대로 흐르지 않으니 꾸준히 내 마음만 잘 잡고 나아가다 보면 다 되는 것 같아요. 그게 슬프기보다 오히려 해방감이 느껴져요.


그렇다면 김소현이 정의하는 ‘굿 걸’은

후회 없이 모든 걸 즐기는 사람. 인생에서 후회할 것들을 생각해보고, 내 마음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선택하는 거예요. 너무 착하게 살 필요도, 너무 남을 위해 살 필요도 없고, 모두 나를 생각하면서 살면 좋겠어요.



김소현이 입은 톱과 스커트는 모두 Gucci. 슈즈는 Ash.

김소현이 입은 톱과 스커트는 모두 Gucci. 슈즈는 Ash.

가끔 김소현이 정말 나쁜 역할을 하거나 어두운 장르를 연기하면 어떨지 상상하기도 했습니다

<해를 품은 달>에서 악역으로 먼저 대중에게 알려졌잖아요. 언젠가는 정말 끝장나게 나쁜 혹은 나빠도 애정 가는 캐릭터를 연기해 보고 싶어요. 제 안에 그런 면이 없지 않거든요(웃음). 연기적으로 좀 더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데뷔 17년, 어릴 때부터 연기해 왔기에 대중은 김소현이 성장하는 모습을 그대로 지켜봤어요. 40~50대의 모습이 그려지나요

한 번씩 상상해 보는데 잘 그려지지 않아요. 배우뿐 아니라 사람 김소현도 늘 동심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일상에서 동심을 유지하는 법이 있다면

애니메이션을 봅니다. 힘들 때 집에 가서 계속 틀어놓는 거예요.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이든 <짱구>나 <아따맘마>든 뭐든 말이죠. 스트레스를 그때그때 풀려고 노력해요. 감정에 몰두하다 보면 너무 우울하고, 그렇다고 진탕 술 마시고 이러면 힘들잖아요.



김소현이 입은 드레스와 글러브는 모두 Grace Elwood.

김소현이 입은 드레스와 글러브는 모두 Grace Elwood.

요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달이 뜨는 강>의 평강부터 <소용없어 거짓말>의 솔희, <우연일까?>의 홍주 그리고 한나까지. 촬영장에서 받은 간식 차와 해당 인물의 소식을 아카이빙하고 있더군요

그걸 아시는군요! 제가 인스타그램을 잘하는 편은 아니에요. 아시죠(웃음)? 다들 회사에서 운영하는 줄 아시더라고요. 게시물은 실수할까 봐 무서워서 가벼운 스토리를 자주 올리기 시작했어요. 캐릭터 하나하나 모아놓으면 저도 한 번씩 들어가서 보고, 팬들도 추억하기 좋으라고. 물론 몇 개 없지만요. 1~2년이 너무 빨리 가니 아쉬워요. 제 직업의 좋은 점이 나이별로 제 모습을 남길 수 있는 거니까 추억을 하나씩 쌓아두는 거죠.


10년 전 인터뷰에서 한 말 기억나요? “연기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한 것이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10대 시절 김소현이 얘기했어요(웃음). 변함없나요

하하. 제가 왜 그랬을까요? 물론 변함없어요. 그때는 진로에 대한 생각이나 내가 이 일을 계속하는 게 맞는지 많이 고민했는데, 이제는 거기서 벗어나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오래 잘할 수 있을지 생각하죠. 지금은 일이 주어지는 데 감사하는 마음이 더 커요.


‘김소현답다’는 어떤 뜻일까요

그냥 꾸밈없이 자연스러운 것. 저는 크게 애쓰지 않는 편이라 자연스러운 모습이 언젠가는 빛을 볼 거라고 생각해요. 꾸준히 가는 게 좋아요. 배우 일도, 제 인생도. 무탈하게 흘러가는 것 자체가 복이에요. 이 마음은 변하지 않고 싶어요.

Credit

  • 에디터 전혜진
  • 사진가 영배
  • 패션 스타일리스트 황정원
  • 헤어 스타일리스트 장혜연
  •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영
  • 아트 디자이너 이아람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