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 죽이기> 선인세 논란의 단골손님 무라카미 하루키가 7년만에 내놓은 신작의 주인공은 바로 ‘나’다. 하루키의 초창기 작품처럼 1인칭 시점으로 시작되는 얘기라는 뜻이다. ‘나’는 추상화를 전공한 초상화 작가로, 책을 펼치자마자 손을 벌벌 떨며 얼굴 없는 남자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가 바로 ‘기사단장’이라는 건 책장을 한참이나 넘긴 후에야 알 수 있다. 아내에게 이혼 통보를 받고 유명 화가였던 친구 아버지 별장에 살게 된 내가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그림을 발견한 이래로 펼쳐지는 환상 체험들은 양면적인 소재만큼이나 삶의 양면성을 유기적으로 버무린다. 갑자기 큰 구멍이 뚫려버린 삶을 불가사의한 이야기들로 치유하기 시작한다. 어서 빨리 다음 장으로 넘기고 싶으니 소개는 이쯤으로 해야겠다. 나머지는 각자가 즐겨야 할 몫이다. <발 이야기 그리고 또다른 상상> 신체 부위에서 발은 주로 치유를 담당한다. 걷는 것, 뛰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홀가분해진다. J.M.G. 르 클레지오도 그 치유의 힘을 믿는 것 같다. 표제작인 단편에 등장한 유진은 남자친구 사무엘과 헤어진 후 실존의 무게가 고스란히 실려 있는 발로 모욕적인 시간을 이겨내고, 당당히 삶을 지탱해 나간다. 나머지 8편의 단편에서도 작가는 세상에 내던져진 보통 여성들의 이야기를 목놓아 부른다. 그리고 할머니의 약손으로 쓰다듬는다. 간혹 “너희 남자들은 말뿐이지, 할 줄 아는 게 그것밖에 없다니까”라는 말로 젊은 여성들의 시선과 저항의 목소리를 담는다. <바깥은 여름> 가만히 있어도 등에 땀 줄기가 흘러내리는 여름날에 아스라이 시린 마음이 드는 건 김애란의 단편들을 마주하고 있어서일 거다. 아이를 잃은 부모와 남편의 잃은 아내, 사건을 둘러싼 구설수 같은 원통한 이야기가 담백하게 흘러가니 화를 낼 수도 없고, 오히려 더위에 붉어진 얼굴이 냉담한 표정으로 바뀌어 간다. 작가가 ‘근 3~4년 이해할 수 없는 상실이 계속되고 마음을 지키기 위해 아득한 노력을 해야 했던 시기’에 발표한 이상문학상 수상작 <침묵의 미래>, 젊은작가상 수상작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등 상실과 갈등, 고통과 다짐을 끌어안는 일곱 편의 소설이 실렸다. 다른 의미로 땀을 식히기에 좋은 여름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