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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퍼즐'이 다른 추리물과 확연히 다른 점 (ft. 스포일러)

우선 각 회차에 등장할 배우들의 휘황찬란한 라인업.

프로필 by 라효진 2025.05.14

윤종빈 감독은 자신이 메가폰을 잡은 모든 작품의 각본을 썼습니다. 집필한 각본을 직접 영상화하다보니, 그의 영화와 드라마에는 감독 특유의 색깔이 몹시 뚜렷하게 드러나곤 했죠. 2022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으로 첫 시리즈에 도전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3년 만에 다시 시리즈의 연출을 맡은 윤종빈 감독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이은미 작가의 시나리오로 디즈니+(플러스) <나인 퍼즐>을 만든 거예요.



남성 서사, 남성 주연 중심의 이야기를 주로 창조해 왔던 윤종빈 감독이 여성 캐릭터를 주연으로 내세웠다는 점도 <나인 퍼즐>에서 주목 받는 부분입니다. 그는 14일 서울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나인 퍼즐> 제작발표회에 나서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설명했는데요. 사실 특별한 심경의 변화 같은 건 없었고 언제나 새로운 작업들을 시도해 왔는데, 다만 대부분의 작품에서 각본과 감독을 모두 맡다 보니 시도한 티가 안 난 듯하다는 것이었죠. 윤종빈 감독은 "<나인 퍼즐>의 대본을 봤을 때 해보지 않은 작업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에서 시작했다"라며 "전작도 시리즈였기 때문에 이어서 시리즈를 할 생각은 없었는데, 그 생각을 접을 만큼 새롭고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말했습니다.



윤종빈 감독도 재미를 보장한 <나인 퍼즐>은 10년 전 미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현직 프로파일러인 이나(김다미)와 그를 끝까지 용의자로 의심하는 강력팀 형사 한샘(손석구)이 의문의 퍼즐 조각과 함께 다시 시작된 연쇄살인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추리 스릴러입니다. 감독을 비롯해 이날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시리즈의 주역 김다미, 손석구, 김성균, 현봉식 모두 작품을 두고 "독특하다"라는 평을 연이어 내놨는데요. 캐릭터도 독특하지만, 공간과 분위기가 현실에 발을 묵직하게 딛고 있는 다른 추리물과는 확연히 다르게 다가와요. 좀 더 만화적 상상력들이 가미된 느낌이죠.


첫 추리물에 도전하는 윤종빈 감독은 이 같은 <나인 퍼즐>의 분위기를 만들게 된 배경도 전했습니다. 그는 "대본을 다 읽고 난 후 처음 '이게 진짜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긴가?', '이나와 한샘처럼 독특한 인물이 현실에 있을 수 있나?'라는 질문을 했다"라며 "리얼리즘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보는 이들이 갸우뚱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시리즈의 톤을 조금 올려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있는 세계관을 만들려고 했다"라고 밝혔죠. 그래서 <나인 퍼즐>은 보다 묘하고, 귀여운 시리즈로 완성됐다는 설명입니다.


이에 김다미는 "경찰서나 형사의 집 등이 지금껏 보지 못한 독특하고 묘한 느낌이어서 연기할 때 새롭고 재밌었다"라고 평했고, 손석구 역시 "묘하다는 말이 잘 맞는 것 같다. <나인 퍼즐>에 현실성과 비현실성이 공존하다보니 이 같은 공간 연출이 연기하면서도 도움이 많이 됐다"라고 거들었습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제일 많이 나온 단어는 아마 '스포일러'일 겁니다. 추리물 특성상 사전 정보가 풍부할수록 재미가 떨어지는 건 당연한 사실이고요. <나인 퍼즐>은 여기에 더해 간략한 로그라인과 캐릭터 정보 이외엔 내용을 거의 공개하지 않은 상황이에요. 제작발표회 자리도 언급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습니다. 3주에 걸쳐서 각각 6회, 3회, 2회씩 공개되니 해당 기간에도 스포일러 관리가 철저해야 할 듯했죠. 하지만 윤종빈 감독은 해탈(?)한 모습이었습니다. 스스로는 주요 내용을 발설하지 않겠지만, 유출을 통제한다고 통제되는 것이 아니라는 거였어요. 그는 "스포일러를 막을 복안이 있진 않다"라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시청자들이 개인적으로 조심해줄 것을 당부해 웃음을 줬습니다.


재밌는 것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D.P.> 시리즈를 두 시즌이나 함께 했던 손석구, 김성균, 현봉식이 <나인 퍼즐>에서 다시 만났다는 사실인데요. <D.P.>에서는 세 사람 모두 군인으로, 계급 순서가 현봉식-손석구-김성균 순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나인 퍼즐>에서 경찰 캐릭터를 연기한 세 사람의 계급 순서가 정반대로 바뀌었어요. 김성균은 강력2팀 팀장 정호, 손석구는 형사 한샘, 현봉식은 막내 최산 역을 맡았거든요. <D.P.>에서 현봉식에게 한껏 내리갈굼(?)을 당했던 손석구는 "그래서 군대에 있을 때 잘해야 하는 것이다. 사회에 나오면 입장이 어떻게 뒤바뀔지 모른다"라며 "그렇게 저를 괴롭히더니 <나인 퍼즐>에선 본인도 '아차' 싶어 더 귀여운 척을 했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김성균도 "군대(<D.P.>) 있을 땐 (현봉식) 동생한테 야단을 많이 맞아서, <나인 퍼즐>에선 계속 웃음이 났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막내는 오히려 행복한 미소를 지었어요. 현봉식은 "막내 역할을 맡게 된 것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라며 "항상 반장 역할만 해 오다가 막내가 될 수 있어서 행복했다"라고 웃었습니다.


이처럼 개성 뚜렷한 배우들이 모여 독특한 캐릭터를 입고 연기한 현장은 늘 화기애애했다는 증언인데요. 그런데 윤종빈 감독은 캐릭터의 앙상블을 만드는 것이 많이 힘들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그는 작품할 때마다 배우들과 따로 술자리를 많이 갖는 편이라고 해요. 서로 친해져야 촬영도 수월하니까요. 하지만 이번 작품에선 그런 자리를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네요. 손석구와 현봉식이 술을 잘 마시지 못하고, 김다미와 현봉식은 '극 I'여서 메신저 소통을 주로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나인 퍼즐>의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매우 다채로운 캐스팅입니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네 사람 외에도 김예원, 김응수, 노재원, 박규영, 박성웅, 백현진, 이성민, 이희준, 지진희 (가나다순)가 나와요. 각 인물이 시리즈 하나를 이끌어도 부족하지 않은, 존재감 넘치는 배우들입니다. 이들을 출연시키기 위해 윤종빈 감독은 20년 영화 인생의 아는 인맥을 총동원했다는 후문입니다. 이처럼 아주 조금의 단서 밖에 알 수 없어 더 궁금해지는 <나인 퍼즐>은 21일 공개됩니다.

Credit

  • 에디터 라효진
  • 사진 디즈니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