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둣방을 찾습니다결혼 준비쯤은 완벽하게 마쳤다고 생각했다. 여자친구가 챙겨준 팩을 얼굴에 치덕치덕 붙이고 셀프 피부관리를 하던 전날 밤. 갑자기 먼지 쌓인 구두의 비주얼이 머리를 스치운다. 지금 내가 닦아야 할 건 얼굴이 아니라 구두라는 사실이 번뜩. 밤 9시. 도대체 지금 문 연 구둣방이라는 것이 있을까? 고민할 겨를도 없이 잠옷 바람으로 미친 듯이 여기저기를 뛰어다녔다. 열 군데쯤 돌아다녔을까, 숨막히게 달린 끝에 겨우 문닫기 직전의 구둣방을 발견해 다행히 광나는 구두로 신랑 입장을 할 수 있었다. (34세, 프로그래머)내 노트북 속의 지우개‘소중이’라는 폴더 안에 차곡차곡 켜켜이 쌓여있던 (무려 1 테라 바이트의) 야한 동영상들을 아낌없이 지우며 일명 ‘현자 타임’을 보냈다. 그녀를 사랑하므로, 야동을 보지 않겠다는 내 스스로의 혼인 서약. 결혼 6개월이 지난 지금, 이 폴더는 다시 켜켜이 쌓여져 가고 있다는 건 안 비밀. (31세, 회사원)일이 좋아서. 일이 좋지 않아서. 일이 적당해서.그러니까 나는 결혼 전날에도 야근을 했다. 결혼 전날에도 야근으로 시간을 보낼 거냐며 여자친구에게 엄청나게 욕을 먹었지만 일이 많은 걸 어쩌나. 야근을 하고, 퀭한 눈으로 하객들을 맞았다. 그리고 지금도 야근 중이고, 야근으로 신혼을 보내며 엄청나게 욕을 먹는 중이다. (35세, PD)‘여자친구’와의 마지막 데이트‘이제 드디어, 내일이면 유부남이 된다.’ 얼떨떨했다. 6년을 연애했기에, 별다를 것도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전날에는 싱숭생숭한 기분이 들더라. 앞으로 평생 한 집에 살게 되겠지만, ‘여자친구’, ‘남자친구’로서는 마지막인 날. 그녀와 만나 저녁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6년간 늘상 그렇게 해왔던 일상적인 데이트를 했다. 내일이면 다시 없을 ‘연인’으로서의 마지막 데이트. (34세,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