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학이 겨루는 세상,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체제에 반하는 개인은 개혁을 꿈꾼다. 새 세상을 만들어보겠다는 꿈.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뜻이 갈리는 자, 미련 없이 차단된다. 이준익 감독의 신작<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서로 다른 꿈을 꾸는 남자들의 이야기다. 이야기의 중심엔 청년 견자가 있다. ::영화, 한국영화, 이준익, 박흥용,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왕의 남자, 굿 프레지던트, 차승원, 황정민, 한지혜, 백성현, 엘르, 엣진, elle.co.kr:: | ::영화,한국영화,이준익,박흥용,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감독 이준익 출연 황정민, 차승원, 한지혜, 백성현, 류승룡 개봉 4월 29일“내가 찍은 영화 중, 가장 어려운 작업이었다.” 이준익 감독의 소감이다. 괜한 허풍이 아니다. 은 격한 감정들이 얽히고 설킨 참으로 힘든 과정이었다. 만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말에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박흥용 화백의 동명 인기 만화가 스크린에서 태어난 것은, 이야기꾼 이준익의 힘이다. 그가 아니라면 이런 강한 남자 이야기에 욕심을 낼만한 모험가가 또 있겠나? 영화는 선조 29년, 이몽학의 난을 모티브로, 임진왜란 직전 혼돈의 시대에 스스로 하늘이 되려는 자와 세상을 지키려는 자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비천한 태생의 견자(백성현)는 우연히 만난 맹인 검객 황정학(황정민)을 따라 다니다가, 파란의 혁명을 꿈꾸는 이몽학(차승원)과 충돌하면서 인생이 소용돌이 친다.원작 만화의 팬들이라면, 영화가 얼마나 다른지 궁금할 게 분명하다. 그러나 원작은 잠시 잊는 게 좋겠다. 이준익 감독의 말이다. “원작과 비교해서 많이 다르다. 만화와 영화라는 매체의 차이만큼 달라졌다. 박흥용 화백과도 의논했다. 원작과 다르다고 당황하지 말고, 개봉하면 예견 없이 감상했으면 좋겠다.” 원작이 주인공 견자 중심의 1인칭 화법에, 황정학이 동반하는 버디 스토리 라인이라면, 영화는 다자적 화법과 다층 구조로 재구성됐다. 즉 이야기의 구조가 바뀌면서 인물간의 관계도 바뀌고, 관계가 바뀌면서 사연도 바뀌게 되었다. “원작에 존재하는 인물들이 전체적으로 해체되었다가 다시 재구성되었다.” 영화는 박흥용의 만화에 대한 재해석이다. 가 여러 작가에 의해 다양한 관점으로 다시 쓰여지는 것처럼, 도 새로운 작가 이준익을 만난 다시 쓰여진 셈이다. 그가 어떤 스타일의 이야기꾼인지, 그 색깔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원래 이준익 감독이 타이거픽쳐스의 조철현 대표와 의기투합해서 영화화 하려던 작품은 박흥용의 만화 였다. 2년 동안 준비했으나 결국 결과를 내지 못하고, 로 선회했다. 이런 시행착오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박 화백의 만화를 손에 잡고 있던 이 감독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개인의 욕망은 사회가 키우기 마련인데. 그 욕망의 끝에 가면 무엇이 있을까?” 그렇게 자신의 화두를 따라 인물간의 드라마적 감정에 더욱 치중했다. 그가 잡아내려는 것은, 아픔과 슬픔, 그리움과 안타까움, 증오와 염원 등이었다. 이미 에서 증명했듯이, 이 감독의 장점은 현장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철저하게 믿는다는 점이다. 연애와 감정 연기에 노련한 감우성을 신뢰함으로써 다양한 결을 만들어낸 것처럼, 에서도 황정민과 차승원에게 많은 기회를 주었을 것이다. “이루어지지 않는 꿈은 허상이다”라고 영화를 정의하는 이 감독은 을 한마디로 말한다. ‘달이 꾸는 꿈’. 어디서 들어서 본 이야기(?)와 비슷하다. 해가 아니라 달이 주체이니, 전혀 다른 영화가 나올 것이다. 이준익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황정학 역할로 황정민을 점찍었다. 이몽학 역할로 차승원을 선택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감독 스스로가 "차승원에게 간곡히 요청했다"고 할 정도다. 두 배우가 없었다면 이 이야기는 불가능했다. 영화 현장에서 차승원은 사무라이와 같은 '고독한 무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세상을 호령한 최고의 검객 이몽학이라면 분명 그도 만족할 것이다. 착하고 순한 남자로만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는 황정민에게도 변신이 필요했다. 아주 적당한 시기다. 그들은 자신 안에서 '강한 남자'를 찾아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차승원이 눈물 흘리는 연기를 감명 깊게 봤다. 이 장면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다면.차승원: 별다른 에피소드라기보다는 (이준익)감독님이 영화가 처음부터 뜨거웠고 마지막에도 뜨거웠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시더라. 마지막 촬영이라 그랬는지, 감독님과 여러 얘기를 많이 했었는데, 그런 부분들이 총체적으로 연기에서 묻어 나온 것 같다.황정민의 맹인 검객연기가 인상 깊었다. 마치 눈이 보이는 것처럼 실감나게 연기할 수 있었던 비법이 있다면.황정민: 나름 준비한다고 했다. 맹인 학교에서 같이 수업도 받고 그분들 동작, 음의 느낌 등을 캠코더로 찍어서 흉내 낸 것 정도다. 전에도 말했었지만, 그런 부분이 굉장히 송구스럽다. 다행히 그런 것들을 감독님과 주변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리가 된 것 같다. 영화에서 정말 황정민의 지팡이에 많이 맞았다. 소리를 들어보면 굉장히 아팠을 것 같다.황정민: 머리 때린 건 음향 효과가 좋아서.(웃음)백성현: 형님 말씀처럼 음향 효과가 좋아서. 아프다는 느낌보다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었다.(웃음) 맞는 부위는 형님 컨디션에 따라 달랐다. 당연히 아픈 데는 좀 아팝지. 남자 배우들의 틈바구니에서 강인하면서 지고지순 한 기생 백지 역할을 맡았다. 캐릭터를 어떻게 잡았나. 한지혜: 처음 찍은 장면들은 연기를 못해서 편집되었다. 처음 입은 옷이 많이 버거워서 감독님과 그리고 선배 연기자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나도 모니터를 보면서 캐릭터를 많이 잡아가려고 노력했고 나중에는 감독님도 백지 같다고 칭찬하시기도 했다. 영화 속의 노래를 직접 불렀나.한지혜: 직접 불렀다. 김수철 음악 감독님이 나를 붙잡고 연습을 많이 시켰다. 음악 감독님 작업실이 일산이었는데, 처음에 부른 노래를 바로 오케이를 하셨다. 불안하다고 한번만 더하자고 했지만 너무 좋다며 자기를 못 믿냐고 하셨다.(웃음) 내가 노래를 잘한 것 보다 감독님이 노래를 잘 만든 것 같다. 이몽학이라는 인물을 창조해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차승원: 원작에서 이몽학은 추상적인 인물이다. 이몽학의 태생적인 문제점 같은 깊은 것부터 가벼운 것까지 감독님과 이야기를 참 많이 했다. 감독님과 한 말 10마디 중에서 2마디는 캐릭터에 관한 것이었고 나머지는 사는 얘기였다. 그런 대화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캐릭터다. 노력이 있다면 감독님과 자주 연락하고 얘기 한 것 정도랄까. (웃음)감독님이 구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어떤 장면에서 구박을 많이 받았는지 이야기 해달라.한지혜: 감독님이 시나리오의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찍으신다. 처음에 구박을 많이 받았다. 견자가 백지에게 ‘이몽학 어디 있어’ 라고 물을 때, 가슴을 치며 ‘여기, 여기 내 가슴에’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감독님이) 찍어보고 마음에 안 드셨는지, 뒷 돌담길에 데려가 욕을 많이 하셨다. 욕을 먹고 나니 잘 하겠더라. 유독 이준익 감독의 작품에서 왕은 유약하거나, 비이상적이다. 어떤 연출 의도가 숨겨져 있나. 이준익: 왕이란 당연히 시대를 표상하는 인물이다. 그렇지만 왕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다. 한 인물이 처해진 상황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지를 그리다 보니, 일반적인 극의 왕에서부터 비켜나가는 존재로 그리게 되더라. 그거 말고는 이유를 못 찾겠다. 전작과 다른 영화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나. 그리고 그것이 잘 전해진 것 같은지. 이준익: 원작은 견자의 1인칭 시점에 황정학이 동반하는 버디 무비고 이몽학은 시대적 배경과 같다. 이 만화를 영화로 끌고 들어오면서 그 시대의 인물들이 이야기에 포진되어 있지 않으면 이야기를 끌고 나갈 수 없다. 몇 십억 들여서 찍는데, 견자의 성장 드라마로만 끌고 가기에는 뭔가 부족했다.견자의 성장성에 기여할 수 있게 나머지 인물들을 끌어왔다. 잘 만든다고 한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영화를 보니 견자가 양손에 이몽학과 황정학의 칼을 들고 나온다. 어떤 의미가 있는가.이준익: 감독은 마이크로 메시지를 전달 할 수 없다. 영화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당연히 세대간의 차이는 있지만, 자기 선배, 그리고 먼 길을 왔던 사람들의 뜻을 가지고 간다. 왼손에는 이몽학 칼, 오른손에는 황정학 칼을 드는 것이 장치적으로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영화에 마당극적인 요소가 강한 것 같다.이준익: 마당극적 요소는 오히려 적다. 황정학과 이몽학이 솜씨를 겨루는 과정은 익살과 해학, 그래서 마당극적인 요소가 조금 있다. 김수철 음악 감독은 15년 전부터 국악과 현대 음악을 매칭하기 시작했고 지금 이제 그의 ‘발명품’들이 많이 범용화 되어있다. 원래 갖고 있는 서양적 음악과 영화가 갖고 있는 동양적 요소를 잘 섞어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데 보탬이 많이 된 것 같다.영화를 보다 보니, 날카로운 송곳니가 눈에 띄더라.차승원: 만화를 읽다보니 이몽학의 내적 요소에 야수성, 야만성이 깃들어 있더라. 영화에서도 여자를 사랑하지만 길을 떠나는 순애보적인 구석이 있었지만, 칼을 휘두르면서 간간이 이빨을 보임으로써 이몽학의 야만적인 내적 성격을 비춰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