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내 ‘부푼’ 가슴의 꿈

평생을 트리플 A 사이즈 가슴으로 살아온 회사원 Y. 홈 케어와 에스테틱만으로 가슴 관리가 가능할까.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프로필 by ELLE 2017.04.16

지난 10월, 생전 처음으로 이직 휴가를 맞이했다. 일을 시작한 지 12년 만에 맞는, 길다면 긴 2주간의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무언가 해야 한다는 압박이 밀려왔다. 늘 다니던 피부과 시술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여러 후보가 있었지만 최종 두 개로 추려졌다. 첫 번째는 여행. 한적한 휴양지의 풀 빌라에서 지난 12년의 노고를 치하하는 여유를 누리는 거다. 두 번째는 가슴 수술! 중학생 시절부터 이어진, 그러니까 지난 24년의 콤플렉스 타파 프로젝트라고 할까. 한창 사춘기 때 왜 내 가슴은 브래지어에 꽉 차지 않는가를 슬퍼하며 휴지를 브래지어 안으로 넣곤 했다. 차마 엄마에게 ‘뽕브라’를 사달라고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몇몇 개인적인 이유로 휴가는 발리로의 여행이 되었지만, 가슴 수술에 대한 고민은 올해 초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가슴 수술 보형물이 터져 실리콘이 모유에 섞여 나왔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OMG! 이렇게 위험한 수술이라니, 이번 생에 C컵 가슴은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자 싶었다. 막상 모유 먹일 아이는커녕, 결혼 계획도 없지만 말이다.


예쁘게 봉긋한 가슴에 대한 열망은 꽤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졌다. 한창 패션 에디터로 바쁘게 지냈던 10년 전, 나는 수술 없이 가슴을 키워준다는 브라바를 알게 됐다. 가슴 위에 돔을 얹어 흡착하는 방식으로 가슴 세포를 잡아당겨 주고 이때 생기는 세포 틈에 새로운 세포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준다는 원리였다. 실제 브라바를 사용한 직후의 내 가슴은 감격스러울 만큼 커져(실제로는 부어) 있었다. 하지만 하루만 사용을 걸러도 도루묵이 되었고, 한창 부풀어 올랐다가 다시 수그러든 가슴은 상대적으로 더 빈약해 보였다. 게다가 한 달여 사용하자 돔의 실리콘 부분이 닿는 가슴 주변 피부에 접촉성 피부염이 생겼다. 그나마 있는 지방세포가 긁혀 나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결국 브라바와 큰 가슴을 향한 나의 꿈은 장롱 깊숙이 처박히는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얼마 전 가슴 전용 진동 마사지 기계가 있다는 걸 알고 당장 경험해 보기로 했다. 양쪽 가슴 위에 얹을 수 있는 작은 도넛 모양의 진동 기계 한 쌍과 이를 조절할 수 있는 리모컨, 함께 사용하면 더욱 효과가 좋아진다는 BA 가슴 크림과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가슴 흡착 패드 등 가슴에 다양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코스로 이뤄져 있었다. 되직한 텍스처의 크림은 매끄럽게 흡수됐지만 향기가 썩 좋지 않았고, 진동 마사지 기계나 가슴 흡착 패드는 일시적으로라도 브라바만큼 가시적 효과가 없어서 만족감이 떨어졌다.


이쯤 되자 제대로 가슴 홈 케어를 해보자는 욕심이 생겼다. 다시금 뷰티 에디터의 도움을 얻어 가슴 관련 제품을 경험해 보기로 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제품이 존재했다. 세계 곳곳에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는 여인들이 이토록 많다는 생각에 짠한 감정이 밀려왔다. 동시에 시술과 수술에만 관심을 갖고 평소 탄력 관리를 게을리했다는 반성도 했다. 처질 가슴이 있는지의 여부는 묻지 않기로 하자.



1 3D로 고안된 필름이 피부에 얇은 막을 씌워 바르는 즉시 탄력을 부여한다. 수퍼 버스트 텐스-인-세럼, 6만3천원대, Biotherm.

2 블로그 ‘공구 대란’을 일으켰던 아이템. 미리픽 바스트, 8만2천원, Mary Cohr.

3 브래지어를 착용한 듯 가슴 모양을 봉긋하게 잡아줘, 출산 후 가슴 처짐에 민감한 이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다. (왼쪽부터) 레 뷔스트 울트라 페르메떼, 레 뷔스트 에파뉘쌍, 젤 뷔스트 수페르 리프트, 각 7만5천원, Clarins.

4 에스테틱에서 사용하는 세럼. 버스트 인핸사이져 세럼, 12만9천원, Eco Your Skin.

5 중력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호밀 추출물이 담겼다. 휘또뷔스트 플러스 데콜테, 27만7천원, Sisley.


가슴 케어 제품 중에서 제일 먼저 사용해 본 제품은 클라란스의 가슴 3종 세트(3)다. 볼륨과 탄력에 효과가 있다는 레 뷔스트 에파뉘쌍, 리프팅에 도움을 준다는 퍼밍 젤인 젤 뷔스트 수페르 리프트, 처짐을 방지하고 노화를 늦춰준다는 레 뷔스트 울트라 페르메떼, 이렇게 세 가지 종류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클라란스 특유의 편안한 향기와 가벼운 질감의 제품들이었다. 아침 샤워 후 욕심 내서 세 가지 제품을 차례차례 발랐다가 때처럼 밀리는 걸 경험하고, 오전에는 볼륨 로션과 젤을, 저녁에는 젤과 탄력 로션을 바르기로 했다. 가슴이 촉촉해지는 기분은 무척 좋았지만, 즉각적인 효과는 글쎄. 레 뷔스트 에파뉘쌍은 가슴의 지방세포를 늘려주는 효과가 있다고 해서 좀 더 써볼 예정이다. 이 로션이 묻은 손으로 팔뚝이나 아랫배를 만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다음으로 사용해 본 제품은 마리꼬의 미리픽 바스트(2). 이 제품도 클라란스의 레 뷔스트 에파뉘쌍처럼 가슴 지방세포의 크기와 개체 수를 늘려주는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좋은 효과를 보려면 따뜻한 샤워 후에 사용하라는 조언이 있기에 매일 샤워 후 난생처음 가슴에 스팀 타월까지 얹는 정성을 시전했다. 제품을 바르면서 마사지도 열심히 하고 전체적으로 꼬집어주면 좋다고 해서 열심히 꼬집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은 제품 효과를 어떻게 느꼈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최소 한 달은 써야 탄탄해지는 느낌이 난다고 했다.


시슬리의 휘또 뷔스트 데콜테(5)는 가벼운 질감에 비해 촉촉함이 꽤 오래가는 제품이었다. 8주를 쓰면 탄력이 증가된다는데, 탄력보다 볼륨이 시급한 가슴은 그냥 울 뿐이다. 비오템의 수퍼 버스트 텐스 인 세럼은 바르는 순간 시원하고 매끈해지는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느낌이 없었다.


팔머스의 코코아버터 포뮬러 바스트 크림은 모든 제품을 통틀어 향기가 제일 맘에 안 들었다. 개인적으로 의아했던 것은 이 제품 튜브에 ‘튼살이 보이는 걸 감소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고 적혀 있다는 점. 세상 어딘가에는 튼살이 생길 만큼 글래머러스한 가슴을 가진 사람도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이번 체험 기사를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알게 된 브랜드도 있었다. 가슴 케어 전문 브랜드인 일본의 원더밤 비크림과 국내 브랜드인 비바 크림이다. 두 제품은 볼륨에 효과가 있기로 유명한 보르피린을 주성분으로 사용했고, 향기나 텍스처도 유사하다. 제품을 바르고 마사지를 열심히 해주니 일시적으로 가슴이 커지는 느낌도 들었다. 크림 덕분인지 마사지 덕분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제품들을 경험하다 보니 한결같이 가슴 마사지를 강조한다는 걸 깨달았다. 제대로 배워볼 필요가 있었다(무엇이든 제대로 배우는 걸 좋아해서 친구들이 ‘자기계발의 여신’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그래서 스킨랩엘 스파의 가슴 케어 관리를 받아보기로 했다. 크게 클렌징과 마사지, 마스크로 이뤄진 가슴 관리는 1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다. 가슴과 옆구리, 팔과 겨드랑이를 자극해 혈액순환을 돕고, 불필요한 곳에 있는 지방층을 가슴 쪽으로 옮겨주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내 아랫배 지방층이 가슴으로 옮겨진다면 D컵도 가능할 텐데. 마사지를 받은 후 나만의 착각(?)일지 모르지만  가슴 볼륨이 약간 커진 느낌이었다. 관리를 받은 다음 날 아침에는 스파에서 사용하는 제품과 같은 바스트 전용 세럼을 바르고 에스테티션이 해주던 마사지를 떠올리며 어설프게나마 흉내를 내보려 했다. 손가락 지문과 엄지 뿌리 쪽의 도톰한 부분을 이용해 림프를 자극하니 얼굴 부기가 빠지는 일석이조의 효과까지 있었다.


물론 그 어떤 제품도, 그 어떤 마사지도 수술이나 시술만큼의 효과를 낼 수는 없다. 하지만 비용이 훨씬 줄어든다는 것, 안전하다는 것은 꽤 설득력 있는 가치다. 부디 이토록 다양한 성분과 많은 화장품들을 만든 백스테이지 연구원들의 노력이 제발 내 가슴에서 폭발적 시너지를 내주길!

Credit

  • writer 양운경
  • editor 김미구
  • photo IMAXtree.com/GETTY IMAGES/imazins
  • digital designer 오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