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EL(이하 L) 처음 뵙겠습니다. JEREMY HACKETT(이하 H) 네 반갑습니다. 들고 있는 것이 최근 인가요? 제가 등장했던 잡지라 잘 알고 있지요. 내용을 읽을 수는 없지만 사진들 만으로도 클래식 스타일을 다루는 멋진 잡지라는 것을 알겠더군요.
L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에 등장하셨을 때 워낙 스타일이 좋으셔서 많은 독자들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헤켓이 한국에 론칭하지 않아서 해켓(Hackett)이란 브랜드에 대해서는 생소합니다. H 17세 때부터 남성복 매장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새빌 로의 테일러 숍에서 경력을 쌓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의 경험 덕에 남성복 비즈니스에 대한 나름의 비전과 노하우를 가질 수 있었지요. 그러다 1983년 런던의 뉴 킹스 로드에 작은 매장을 오픈했습니다. 그곳에서 노팅힐의 포르토벨로(Portobello)와 캠던(Camden) 같은 런던 주변의 여러 마켓에서 구한 빈티지 신사복을 판매했어요. 반응이 굉장히 좋아서 규모는 점점 커지는데 그 만큼 좋은 빈티지 아이템들을 많이 구할 수가 없는 게 문제였습니다. 빈티지는 굉장히 흥미로운 아이템이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미래를 확신할 수 없는 아이템이란 게 문제였죠. 그래서 빈티지 스타일을 모델로 직접 옷을 만들기 시작한 게 해켓의 시작입니다.
L 해켓에선 항상 정통성이 느껴진다 생각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군요. H 클래식한 신사의 옷을 영국 스타일로 만드는 것, 잘 만들어졌지만 가격은 너무 비싸지 않아서 ‘Sloane Ranger’라 불리는 요즘 젊은이들도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남성복을 만들자는 것이 해켓의 기본 목표입니다. 그래서 블레이저, 플라넬 팬츠, 트위드 재킷, 코듀로이 팬츠, 모닝 드레스, 디너 재킷 같은, 신사라면 꼭 갖추어야 하는 기본 아이템을 중심으로 상품을 구성하고 있어요. 해켓에선 이 기본 아이템을 묶어서 ‘Essential British Kit’라고 부릅니다. 해켓은 비록 27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127년은 족히 넘을 것 같은 헤리티지를 갖고 있다고 확신해요. 진정한 영국 브랜드로써 트래디셔널한 옷을 현대적이고 스타일리시한 패션으로 풀어냈기 때문이지요.
L 해켓의 재킷은 소매단이 접혀있기도 하고 소매 단추가 두 개 뿐인 것도 있더군요. H 맞습니다. 그런 섬세한 터치들이 모여 해켓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냅니다. 콜드스트림 가드(Coldstream Guards)의 군복에서 따온 더블 버튼이나 소매단을 접어 표현하는 턴 백 커프스(Turn back cuffs) 같은 밀리터리 디테일은 해켓의 헤리티지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들입니다.
L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을 갖고 있는 패션 아이템은 무엇인가요? H 네이비 블레이저 입니다. 그러고보니 지난번 에 제가 소개됐을 때도 네이비 블레이저를 입고 있었군요. 네이비 블레이저는 패션 아이템이라고 하기보다는 남자라면 꼭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 하는 필수품입니다. 드레스 업 할 때는 물론 드레스 다운할 때도 활용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 소재가 코튼이든 아니면 요즘 유행하는 캐시미어든 머스트 해브 아이템인 것은 확실하죠.
L 지난번도 그렇고 오늘도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을 입으셨습니다. 더블 브레스티드 스타일을 좋아하시나 봅니다. H 사실 제 옷장엔 싱블 브레스티드 수트와 재킷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관심도 많이 가고 그러다 보니 자주 입게 되네요. 제가 변화를 즐기기도 하고, 요즘 많은 남자들이 더블 브레스티드를 많이 입기 시작한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L 옷을 참 잘 입으십니다. 꾸미지 않은 듯하지만 항상 스타일이 있고요. 그런 센스는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H 그렇게 생각한다니 고맙습니다. 스타일에 대한 센스는 어머니에게서 물려 받은 것 같아요. 어머니는 항상 심플하면서 클래식한 스타일을 고집하셨어요. 쇼핑을 할 때면 항상 여력이 되는 한도 내에서 가장 좋은 걸로 구입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죠. “그저 그런 걸로 세 개 사느니 좋은 것 하나를 사는 게 훨씬 낫단다.”
1 2009년 9월호에 등장했던 제레미 해켓. 네이비 블레이저가 멋지다. 2 클래식 스타일에 대한 알찬 정보와 멋진 비주얼이 가득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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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사토리얼리스트 블로그에 자주 등장하시는데요. 스트리트 패션 블로그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H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요. 그런 오픈 포럼을 통해 남성복이 많이 알려지기도 할테고요.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몇몇 코멘트들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도 있습니다.
L 자신의 브랜드 말고 좋아하는 패션 브랜드가 있나요? H 일본 브랜드 ‘꼼 데 가르송’과 ‘에디피스(Edifice)’를 좋아합니다. 항상 재밌고 새롭거든요. ‘드리스 반 노튼’과 ‘마틴 마르셀로(Martin Marcello)’의 독창성도 높이 평가합니다. 런던 최고의 핸드메이스 슈즈 브랜드라 할 수 있는 ‘조지 클레벌리(George Cleverley)’와 ‘유케탄(Yuketen)’의 보트 슈즈도 좋아합니다.
L 젊었을 때 사진을 보니 모델 못지 않은 외모와 스타일을 갖고 계시더군요. 청년기의 패션과 지금의 패션이 달라진 점이 있나요? H 모즈 시대(Mod Era) 후반부에 성장기를 보냈습니다. 그 시절엔 모두들 버튼 다운 셔츠와 풀오버 스웨터(Neat fitting Shetland pullover), 통이 좁은 리바이스 코듀로이 팬츠에 클락스(Clarks)의 데저트 부츠를 신었습니다. 저도 그랬고요. 물론 당시의 필수 액세서리였던 람스레타(Lambretta) 스쿠터도 갖고 있었습니다. 지금과 비교해보면 스타일에는 큰 변화가 없는 듯하네요.
L 따로 즐기는 취미 생활이 있으신가요? H 뭐든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잡지 몇 곳에 글을 기고하기도 하고요. 엔틱 마켓을 거닐며 자극을 받고 영감을 얻는 것, 좋은 빈티지 아이템을 구입하는 것이 취미 생활이라고 할 수 있죠.
L 그럼 특별히 수집하는 것이 있나요? H 한 가지에 집중하지는 않아요. 30년 넘게 수많은 엔틱 마켓을 다니다 보니 많은 것을 사 모으게 됐고요. 가구, 그림, 조각상 같은 엔틱 제품과 패션 서적, 빈티지 아이템을 많이 수집했습니다. 꽤 많은 물건을 갖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멋진 엔틱 제품을 보면 절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L 어떤 차를 타시나요? 차는 남자의 성격을 나타내는 중요한 상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H 차는 딱 한 대, 랜지 로버를 갖고 있어요. 20년 넘게 탔습니다. 운좋게도 종종 애스톤 마틴에서 차를 빌려주기도 합니다. 비록 며칠씩이긴 하지만요.
L 살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H 10여 년 전 생모를 만났을 때입니다. 많은 것들이 명확해 졌죠.
L 혹시 별명이 있으신가요? H 책 때문인지 몰라도 가끔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나를 ‘Mr. Classic’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어쩌면 들어보지 못한 좋지 않은 별명도 있을 것 같군요. 하하.
- 그의 책 곳곳에선 정통 브리티시 스타일을 몸소 보여주는 제레미 해켓의 사진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자세한 내용은 루엘 4월호를 참조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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