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울어도 좋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올해도 연극열전의 열기는 뜨겁다. '연극열전3'는 <오빠가 돌아왔다>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치열하게 선보이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4월 23일부터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에서 출발한다.::노희경, 정애리, 송옥숙, 최일화, 최정우, 거짓말, 그들이 사는 세상, 굿바이 솔로, 이재규, 다모, 연극, 공연, 연극열전, 엘르, elle.co.kr:: | ::노희경,정애리,송옥숙,최일화,최정우

노희경과 이재규가 만났다. 등장만으로 한국 드라마 시장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두 거물의 만남은 '드라마'가 아닌 '연극'에서 먼저 이뤄지게 됐다. 1996년 MBC 특집드라마로 방영되었던 노희경의 드라마 을 의 이재규 PD가 연극으로 올리는 것이다. 가족을 위해 삶을 희생한 어머니를 되새기는 이 드라마는 방영 당시 전 국민을 울음바다에 빠뜨렸던 최루성 강한 작품이다. 노희경의 이름을 대중에게 알리는 계기가 된 작품이며 실제로 오랜 암 투병 끝에 돌아가신 작가의 어머니를 향해 쓴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꾸준히 사랑 받은 드라마이자 아름다운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이 연극으로 만들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우리네 어머니의 이야기, 뻔한 이야기임에도 이 가족의 이별이 전하는 파급력은 대단하다.평생 고된 시집살이를 시키던 상주댁은 치매에 걸려 하루 열두 번도 넘게 며느리 인희의 머리채를 휘어잡는다. 의료 사고로 젊은 의사 밑에서 월급쟁이 의사 노릇을 하는 남편 정 박사는 인희의 고된 하루를 무심하게 지나친다. 백화점 DM인 딸 연수는 가족에게서 도망치듯 매일 아침 출근길을 서두르고, 삼수생 아들 정수는 입시에 대한 부담감에 자꾸만 방황한다. 게다가 하나 밖에 없는 피붙이 동생 근덕은 돈만 생기면 노름판에 재산을 쏟아 붓는 것도 모자라 아내를 구박하고 걸핏하면 누나에게 돈 타령이다. 하지만 인희에겐 그저 사랑하는 시어머니, 남편, 자식, 동생일 뿐이다. 그런데 이들과 헤어져야 한다고 한다. 갑작스레 찾아온 죽음의 신호는 인희는 물론, 인희의 가족들 모두를 슬프게 한다.은 제목 그대로 '이별'을 인정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노희경의 드라마는 언제나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며 동시에 그것을 인정했을 때 얼마나 삶이 행복해질 수 있는 가를 말해왔다. 또한 다르지 않다. 처음엔 모두가 인희의 죽음을 부정하지만, 결국엔 인희의 죽음을 인정하고 이별을 준비 한다. 무뚝뚝하던 남편은 아내를 위해 새 집을 정성껏 꾸미고, 집안일에 손도 안 대던 딸은 쌀뜨물에 된장찌개를 끓이고, 만날 투정만 부리던 아들은 엄마한테 꽃다발을 선물한다. 하지만 이 또한 너무 늦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죽음을 멈출 수 있는 길은 없다. 인희에게 받은 것의 만분지 일이라도 돌려줘야 하는데 죽음은 너무 빠른 속도로 찾아온다. 인정하는 순간부터 눈물은 쏟아지기 시작한다.원작 자체가 워낙 어떤 트릭도 테크닉도 없는 작품인지라 연극 또한 담백하게 이야기를 밀고 들어간다. 첫 연극 연출이지만 “원작이 가진 정서를 살려 새로운 느낌으로 연출해보고 싶다”는 각오로 작품에 임하고 있는 이재규 연출의 의지가 심상치 않다. 연출의 의지에 힘을 실어줄 캐스팅도 만족스럽다. 가족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김인희' 역엔 정애리와 송옥숙이, 그녀의 남편 '정박사' 역엔 최일화와 최정우가 더블 캐스팅 됐다. 드라마 에서 딸을 잃은 엄마로 특별한 모성을 보여줬던 정애리와 에선 억척스럽고 생활력 강한 엄마로 에선 20년 동안 접어뒀던 첼리스트로의 꿈에 도전하는 엄마로 다채로운 연기를 펼친 송옥숙이 오랜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것이다. 최근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마다 무게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두 배우 최일화와 최정우의 활약도 기대된다. 정애리의 캐스팅에 출연을 자청한 박철민이 그녀의 동생으로 출연하고, 대학로에서 연기 잘 하기로 소문 난 실력파 배우들이 한 가족을 이뤘다. 이미 첫 리딩 날 연습실은 울음바다가 됐다. 그 울음을 고스란히 무대 위에서 만날 차례다. 단언하건 데 울지 않고선 견딜 수 없을 거다. 미리 말해두고 싶은 건 딱 한 가지다. 마음껏, 울어도 좋다. flashObject2('winTop','/elle/svc/elle_admin/etc/Sub_Video_Player.swf', '100%', '320', 'flvpath=rtmp://movie.atzine.com/vod/REPOSITORY/2010/04/16/MOV/SRC/01AST022010041603358016848.FLV',','transparent'); 노희경 인터뷰 Q 은 얼마 전 대본집으로도 출간되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996년 드라마 방영 당시 인기도 대단했지만 15년 동안 꾸준히 사랑 받아온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이 오랫동안 사랑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뭐라고 생각하나?A 자식들이 어머니에 대해 느끼는 미안함, 안쓰러움, 무한한 감사와 사랑은 10년이 흐르든 20년이 흐르든 변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Q 정애리, 송옥숙, 최일화, 최정우 등 연기파 중견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되었다. 원작자로서 캐스팅에 대한 기대감은 어떤가?A 말할 나위 없이 감사한 마음이다. 함께하는 게 영광이다. Q 연극 의 드라마 대사를 거의 살려서 사용할 예정이다. 혹시 개인적으로 애착이 남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나?A 대사나 장면보다는 어머니의 마음이나, 할머니, 아버지, 각 등장인물의 마음이 늘 애착이 간다. 어머니가 늘 자신에게 의지하던 할머니를 두고 갈 수 없어 안쓰러운 맘에 목을 조르던 마음이나, 이후에 그 불온한 마음을 목욕탕에서 할머니를 씻기며 설명할 때, 어머니가 할머니를 업고 창가 햇살 아래서 편안하게 노래 부르던 것도 참 따뜻해 좋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목욕을 시킬 때도 그 맘이 예뻤다. Q 뿐만 아니라 등에서 ‘가족’의 이야기를 다뤄왔다. 노희경에게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가? A 나다. 가족 = 나. 그들을 떠나서 나는 존재할 수 없고, 나를 떠나선 그들도 존재할 수 없다. 나만큼 안쓰럽고, 나만큼 보잘것없고, 나만큼 징그러우며, 나만큼 별난 사람들이다. 가족과 화해할 수 있다면, 가족이 진정 나의 지지자이며 동반자가 된다면, 세상은 훨씬 아름다울 거다. 어떤 관계와의 화해 이전에 가족과의 화해가 요구되는 건 그 때문이다. Q 연극 을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추천 한 마디를 남긴다면? A 부디, 젊은 우리는 부모님 살아실 제 철 들길. 세상의 모든 부모님은 어리석은 자식이 철 들 때까지 건강하게 사시길 바란다. * 자세한 내용은 프리미어 본지 66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