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톰 포드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톰 포드가 <싱글맨> 이후 <녹터널 애니멀스>라는 스타일리시한 스릴러를 만들었다. 그가 만든 영화에 대한 편견은 다 부수고, 그가 만든 영화라는 기대는 다 채웠다::톰포드,영화,영화감독,싱글맨,녹터널 애니멀스,제이크 질렌할,에이미 애덤스,디자이너,패션디자이너,인터뷰,톰포드 인터뷰,엘르,elle.co.kr:: | 톰포드,영화,영화감독,싱글맨,녹터널 애니멀스

여느 때와 같이 비가 내리던 런던의 어느 날 아침. 일어나기 괴로웠지만 스스로에게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오늘은 ‘덕계못(‘덕질’은 계 못 탄다)’ 탈출의 날. 소호 중심가 부티크 호텔의 따뜻한 로비에서 우주적으로 스타일리시한 남자를 만난다. 럭셔리 맨, 톰 포드. 어떤 최상급의 표현으로도 규정지을 수 없는 그는 올 블랙 컬러 맞춤 수트를 입고 전략적으로 3일쯤 다듬지 않은 듯한 턱수염과 또렷하게 반짝이는 검은 눈동자로 우리를 맞았다. 그가 연출한 첫 영화 <싱글맨>을 세상에 내놓은 후 패션계는 물론이고 할리우드는 그를 속단했던 속마음을 정면으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로부터 7년 후, 또다시 연출과 각본, 제작을 맡은 스릴러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를 내놓았다. 제이크 질렌할과 에이미 애덤스를 매혹의 절정으로 끌어올린 그에게 묻고 싶은 모든 것을 물었다. 첫 영화 <싱글맨>과 <녹터널 애니멀스> 사이, 시간이 길게 느껴졌나요 아니요. 모든 게 빨리 지나갔어요. 좀 더 빨리 현장에서 ‘액션!’을 외치고 싶었지만 전 세계에 100개 정도 부티크를 오픈하고 여성복을 디자인하느라 바빴죠. 그 사이에 아이도 갖게 됐고요. 아무래도 아이가 제 마음을 가장 많이 빼앗은 것 같아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졸업한 후에도 뉴욕과 파리를 오가며 건축과 디자인을 공부했는데, 연출에 도움이 됐나요 물론이죠. 디자인과 건축은 무작정 되는 게 아니에요. 문을 빨간색으로 칠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건 뭔가를 의미하는 거예요. 다른 문은 모두 검은색인데, 왜 이 문만 빨간색이어야 할까? 만약 벽을 곡선으로 만들고 싶다면, 벽돌은 사용하지 않는 게 좋겠죠. 건축과 디자인을 공부한 건 모든 순간에 도움이 됩니다. 패션에서도 영화에서도요. <녹터널 애니멀스>는 야행성 동물이란 뜻인데, 실상은 복수에 대한 영화죠 아니요. 복수에 대한 영화가 아닙니다. 그건 너무 단순하고 부정적인 해석이에요. 자길 비웃은 여자에게 보내는, 작가가 되고 싶었던 한 남자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에요. 이 영화는 사랑했던 사람들을 버리지 않고 관계를 지켜가는 스토리에요. 비록 그 관계가 아주 가늘더라도 말이죠. 그리고 자신의 꿈을 붙잡는 이야기에요. 버티는 거죠. 당신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한가요 맞아요(웃음). 저도 꿈이 있고 그걸 많이 이뤘죠! 설령 이루지 못한 꿈이라 해도 전 결코 패배를 인정하지 않아요. 끈기가 제 강점 중 하나입니다. 패션을 하기 전에 배우였어요. 배우는 왜 그만뒀나요 열일곱 살 무렵부터 스무 살까지 많은 돈을 벌었어요. 특히 광고에 많이 출연했죠. 그래도 전 그냥 평범한 아이였어요.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에서 연극 수업을 들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좋은 배우는 아니었죠. 카메라를 너무 많이 의식했고 무엇보다 아무것도 통제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이 된 게 좋은 배우가 되지 못한 결핍을 충족하는 수단이었나요 그렇지는 않아요. 연출은 욕구예요.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구죠. 영화의 오프닝 신이 정말 놀라워요. 뚱뚱한 여성들이 굉장히 선정적으로 춤추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왜 이런 오프닝을 선택했나요 그 장면은 내가 유럽 아티스트로 빙의해서 찍은 거예요. 그 장면을 통해 제가 미국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표현하고 싶었어요. 아시다시피 젊을 때는 방 벽에 파라 포셋(Farrah Fawcett)의 포스터를 걸어놨어요. 그녀는 빨간색 수영복을 입고 극도로 환한 미소를 과시하고 있었죠. 머리카락은 완벽에 가깝게 드라이돼 있고, 구릿빛 피부에 아름답고 젊고 섹시했어요. 미국은 이 이미지를 전파했어요. 그리고 지금 미국이 과체중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알고 있죠. 저는 이 여성들을 치어리더 기법으로 촬영했어요. 그리고 그녀들이 탁월하다고 생각했어요. 분명한 점은 그녀들이 주인공 수전과 반대라는 거예요. 갤러리스트인 수전은 고정관념에 갇혀 살죠.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 보여줍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에게서 영감을 얻었나요 인물의 내력을 이야기하기 위해 일기나 책을 종종 차용하는 사람이잖아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을 많이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굳이 비교해야 한다면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시계태엽 오렌지>에서 폭력을 다루는 방식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하고 싶네요. 불량배 무리가 어느 부부의 집을 야만스럽게 포위하는 것 말이에요. 그렇지만 <시계태엽 오렌지, 리턴>을 찍고 싶다는 소린 절대로 아니고요. 빨간 머리 여배우 에이미 애덤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수전이라는 여자는 많은 시간을 침대에 누워 있거나 전 남자친구의 원고를 읽는 데 빠져 살기 때문이죠. 에이미 애덤스의 시선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무언가가 있어요. 사람들이 그걸 좋아하길 바랐어요. <싱글맨>에서 줄리앤 무어는 정말 훌륭했죠. 확실히 빨간 머리 여배우들이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것 같네요! 당신의 판타지인가요 아마도요! 저도 자신을 매일 새로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빨간 머리 여배우들은 종종 매우 영화적이에요. 그녀들의 창백한 피부 톤이 불타오르는 머리카락과 대조를 이루며 빛을 내죠. 사생활과 일을 쉽게 분리할 수 있나요 그럼요. 저 자신을 일에 많이 바치지만 사생활도 잘 지키죠. 일례로, 제 아들 사진은 절대 볼 수 없을 거예요. 아이에게 옷을 입혀주나요 아침마다 물어봐요. “오늘은 뭐 입고 싶니?” 그러면 아이가 옷을 고르는데, 기본적인 예시는 제가 내주는 식이죠. 네 살짜리 아이를 가진 여느 부모처럼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