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서 예쁜 너, 마성의 흔녀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팜므파탈보다 더 치명적이라는, 흔녀의 매력 파헤치기. | 흔녀,김삼순,이하나,김고은,서현지

화려한 스펙이나 특별한 외모, 대단한 집안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여자.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며 사소한 고민이나 즐거움에 울고 웃는, 즉 나를 포함하여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대한민국의 절대다수 ‘흔녀’들이 언젠가부터 드라마의 여주인공 자리를 꿰차기 시작했다. 멀게만 느껴지던 드라마 여주인공에게서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 여자들은 쉽게 감정을 이입하고 드라마에 보다 깊이 몰입할 수 있다. 별 거 안 해도 남주며 서브남주가 죽자 사자 매달리는 청순가련 여주, 어떠한 고난에도 매사 밝고 명랑한 강철멘탈 캔디 여주, 외모며 재력을 모두 갖춘 완벽형 여주 대신, 편안한 공감이 가능한 흔녀 여주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되는 것. 흔녀 여주인공들은 따라하기 쉬운 패션과 메이크업으로도 보통 여자들의 지지를 받는다. 월급을 다 털어도 못 살 명품으로 완성하는 패피 패션 대신 즐겨가는 여초 커뮤니티에서 각광받는 심플하면서도 여성스러운 패션, 뷰티 유튜버나 따라 할 고난이도 메이크업 대신 ‘똥손’으로도 가능한 포인트 메이크업. 이거야말로 분위기 훈녀라도 되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 흔녀들의 정석 스타일이 아닐지? 지난 10년간 한국 드라마 속 흔녀들 역시 이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내 이름은 김삼순(2005년)>의 김삼순 역을 맡은 김선아는 극 중에서 티셔츠 레이어드에 바지라는 무난한 스타일을 주로 선보였다. 뭘 입어도 메고 있는 빅 사이즈 크로스백은 패션에 큰 관심없는 털털한 캐릭터를 완성하는 화룡점정. 여기에 일부러 10kg이상 살을 찌워 만든 퉁퉁한 몸매, 노메이크업, 질끈 묶은 헤어스타일로 ‘배운 거 없고, 가진 거 없고, 이룬 거 없는’ 흔녀 삼순이 캐릭터를 완벽구현했다.   <메리대구공방전(2007년)>, 일명 ‘메대공’의 황메리 역을 맡은 이하나는 첫 회부터 종영까지 옷 서너벌을 돌려 입는 리얼한 백수 흔녀 패션으로 아직까지도 여자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설정은 분명 가난한 흔녀인데 매회 해외명품 브랜드로 휘감고 나오는 일반적인 여주인공에 비해 극사실주의 패션을 선보인 셈. 튀지 않는 살구색 계열 립 제품으로 입술에 혈색만 주는 메이크업 역시 화장품 살 돈도 없는 백수 흔녀에게 제격이었다.   <치즈인더트랩(2016년)>의 여대생 홍설 역을 맡은 김고은을 보면 현재 우리나라 여대생이 원하는 데일리 캠퍼스 룩이 뭔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홍설은 첼시 부츠, 루즈한 가디건, 청재킷, 니트 등 이른바 ‘기본템’을 위주로 재치 있게 돌려 입으며 지나치게 꾸미지는 않지만 자연스럽고 깔끔한, 패션만큼은 훈녀스러움을 추구하는 흔녀 여대생들의 로망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튀지 않는 색조와 지극히 자연스러운 홑꺼풀 화장도 패션과 잘 어우러졌다.   <또 오해영(2016)>의 서현진은 그야말로 평범한 흔녀의 정석. 자세히 볼수록 예쁜 곳이 눈에 띄는 단정한 이목구비에 여성스러우면서도 베이직한 옷, 헤어, 메이크업 그리고 솔직하고 사랑스럽지만 때로 망가짐도 불사하는 캐릭터는 대한민국 30대 보통여자들과의 싱크로율 100%! 오해영은 스트라이프 셔츠, 와이드 팬츠, 파스텔톤 코트, 블라우스에 재킷 등 딱 요즘 여자들이 쇼핑몰에서 망설임 없이 구입할 아이템으로 무장하고 나온다. 데이트룩이나 오피스룩은 물론 집에서 쉴 때의 패션조차 지나침 없이 자연스러운 것이 오해영 흔녀 패션의 룰. 두드러지지 않는 색감을 위주로 블러셔와 립으로 포인트를 주어 러블리하면서도 단정한 느낌의 메이크업 역시 기존 흔녀 여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가장 돋보이는 흔녀 주인공으로는 <혼술남녀(2016)>에서 언뜻 얌전하고 수수해 보이지만 은근 개그 캐릭터이자 푼수같은 매력이 넘치는 박하나 역의 박하선을 들 수 있다. 누구나 주변에 이런 친구 한 명쯤은 있을 것 같은 친근함이 돋보인다. 박하나는 주로 파스텔톤 블라우스나 프릴이 달린 니트, 플레어 스커트, 원피스 차림으로 나오는데 기존 흔녀 패션에 러블리함이 가미되어 20대 직장여성이 따라하기 좋은 스타일. 역시 여성스럽고 튀지 않는 색상의 립스틱과 블러셔 위주의 메이크업과 롱헤어로 가장 보편적인 20대 흔녀 룩을 연출한다.   신민아와 이제훈의 조합으로 벌써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는 tvn의 신작 드라마 <내일 그대와>에서 신민아 역시 흔녀로 나온다고 하니 당분간 드라마 속 흔녀들의 열풍은 계속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