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벨벳에 반하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세 번째 미니 앨범 ‘러시안 룰렛’으로 돌아온 다섯 소녀들, 통통 튀는 매력과 달콤한 소녀다움을 간직한 레드벨벳과 함께한 어느 오후. | 스타,아이돌,걸그룹,레드벨벳,웬디

(왼쪽부터) 조이가 입은 초록색 페전트 드레스는 Pushbutton. 파란색 양털 슬리퍼는 Miu Miu. 슬기가 입은 자카르 미니드레스는 Low Classic. 반지와 뱅글은 모두 Jem & Pebbles. 아이린이 입은 데님 셔츠는 The Kooples, 고양이 패턴의 자카르 스커트는 Stella McCartney. 벨벳 부츠는 Reike Nen. 예리가 입은 블라우스는 Romanchic. 쇼츠는 Miu Miu. 펜던트 네크리스는 P by Panache. 웬디가 입은 자카르 코트와 데님 셔츠는 모두 Miu Miu. 쇼츠는 Club Monaco. 폼폼이 달린 슬리퍼는 Ugg Australia.  슬기가 입은 블라우스는 Foceps. 크로셰 스카프는 Among. 아이린이 입은 핑크 오간자 드레스는 Orla Kiely.  예리가 입은 맥시 슬리브 윈드브레이커는 Ports 1961. 골드 터번은 Bershka. 모카신은 Camper. 조이가 입은 데님 블라우스는 Dew E Dew E. 벨벳 미니스커트는 Pushbutton. 모카신은 Stella McCartney. 웬디가 입은 작은 꽃 자수 셔츠와 팬츠는 모두 Ports 1961. 메리 제인 슈즈는 Yuul Yie. 미러 장식의 귀고리는 Numbering. 세 번째 미니 앨범의 음원이 발매되기 하루 하고도 반나절, 그러니까 딱 30시간 전이었다. 대체로 기대와 긴장, 약간의 피곤이 묻어난 표정의 소녀들이 한남동의 오래된 집 2층으로 올라왔을 때가 말이다. <엘르>와 만난 지 꼭 11개월, 두 번째 미니 앨범의 타이틀곡 ‘7월 7일(One of these nights)’로 활동한 지는 6개월 만이다. 2014년 8월에 데뷔한 이래 레드벨벳은 경쾌한 ‘레드’와 감성적인 ‘벨벳’의 두 가지 컨셉트를 다양하게 보여줬다. 굳이 말하면, 이번 앨범은 ‘레드’ 쪽이다. “타이틀곡은 ‘러시안 룰렛’이에요. 저희 예전 곡들과 느낌이 달라요. 강렬하기보다 사랑스럽고, 안무도 귀여운 편이거든요. 뮤직비디오는 저희 다섯 명이 한 남자를 좋아한다는 내용이에요.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멤버끼리 위험한 장난을 하죠.” 에디터의 기억으로는 보다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길어진 듯한 아이린이 흰 손을 위아래로 천천히 흔들며 말했다. 파격적인 컨셉트와 실험적인 노래, 시크한 스타일로 남자들도 힘들어할 파워플한 안무를 소화해 내던 소녀들이 이번에는 쉬어가는 페이지처럼, 현재의 자신들과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작정한 걸까? <러시안 룰렛 Russian Roulette>에 수록된 7곡은 ‘어떻게 하면 레드벨벳의 스위트한 목소리와 발랄한 모습을 들려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인 모양이다. “‘배드 드라큘라(Bad Dracula)’라는 곡을 제일 신나게 녹음했어요. 기회가 되면 이 곡에 안무를 맞춰보고 싶어요.”(슬기) “‘덤 덤(Dumb Dumb)’ 활동 당시 앨범 수록곡 중 ‘데이 1(Day 1)’을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마이 디어(My Dear)’는 ‘데이 1’의 2탄인 셈이에요. 황현 작곡가님 특유의 아기자기한 감성이 설레는 곡이죠.”(조이) ‘파란 하늘, 시원한 바람, 나른한 햇살, 향기 가득한 오후’. 딱 네 번째 트랙 ‘서니 애프터눈(Sunny Afternoon)’의 가사 같던 어느 날, 싱그러운 웃음소리와 말간 얼굴빛으로 방 안을 채운 소녀들과 사랑에 빠지지 않기란 정말이지 쉽지 않은 일이다.  예리가 입은 오버사이즈 코트는 Ports 1961, 터번은 Bershka. YERI에스닉한 패턴의 의상 때문인지 어쩐지 예리에게 ‘여자’의 인상이 짙어진 걸 느꼈다. “데뷔 초와 이미지가 바뀌었다는 말을 자주 듣곤 해요. 전과 비교하면 자신에게 솔직해졌어요. 어떤 기분이 드는지, 뭘 좋아하는지 인정하는 거죠. 이를테면 제가 어두운 걸 좋아하거든요. 암막 커튼을 쳐놓은 방에서 불을 끈 채 온종일 침대에서 음악만 들을 때가 제일 행복해요.” 예리의 음악 취향이 깊고 넓은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요즘 어떤 노래를 듣고 있느냐’는 질문에 얼굴 가득 미소가 들어찼다. “누굴 골라야 할까요? 우선 마이큐 선배님. 하도 자주 말해서 팬들이 다 알아요. 위켄드는 원래 좋아하고 샤이니 종현 선배님의 최근 앨범도 멋지고요. 그리고 인디 아티스트인 치즈랑 스웨덴 세탁소! 너무 많아요. 아, 빼먹었다. 백예린 선배님도요. 가사 감성이나 노래하는 목소리가 너무 예뻐서 어떤 분인지 궁금해요.” 플레이리스트를 말할 때는 말하는 속도가 LTE급이다. 어린 감성에 음악을 들으며 곱씹는 생각이 뻗어 나가는 속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하고 17세에 데뷔한 소녀의 시간이 평범한 고교 시절을 보내는 또래에 비해 엄청나게 빨리 흐르는 것은 당연하다. ‘‘7월 7일’ 이후 6개월 동안 무얼 하며 지냈느냐?’고 물었다. “아니, 시간이 왜 이렇게 훅 지나가버린 거죠?”   슬기가 입은 레이스 가운은 Bride and You. SEULGI1년 전 <엘르>와의 인터뷰에서 ‘패션 꿈나무’로서 정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던 슬기가 그간 얼마나 성장했는지 궁금했다. 실제로 유수의 패션 행사장 곳곳에서 그녀의 모습이 보였고 얼마 전에는 모델 아이린과의 만남이 화제를 모았다. “꿈나무요? 으하하. 음, 많은 분이 도와준 덕분에 한 발짝 정도는 나아간 것 같아요. 아이린 언니가 시간이 흐를수록 현장 분위기에 맞는 순발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격려해 줬어요.” 유난히 다양한 컨셉트를 선보이는 레드벨벳인 만큼 매번 다른 스타일의 옷과 무대를 시도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헐렁한 반팔 티셔츠에 진 팬츠 차림으로 계단에 걸터앉아 음악을 듣는 슬기의 모습도 시크하다. “‘멋부리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움’을 추구하지만 색다른 컨셉트의 사진 촬영도 거부감이 없어요.” ‘러시안 룰렛’ 활동이 마무리되면 언젠가 슬기가 현대무용을 배우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녀는 요즘 질리언 마이어스(Jillian Meyers)의 춤에 푹 빠져 있다. 시아의 ‘샹들리에’에 맞춰 춤출 수 있게 된다면 자신의 감정을 좀 더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슬기는 지금 스스로 무언가를 찾아 나가고 싶은 시기에 접어들었다.   조이가 입은 블라우스는 Dew E Dew E. JOY촬영 당일 새벽까지 이어진 방송 촬영으로 지친 조이를 예상했지만, 정작 그녀는 촬영이 얼마나 흥미로웠는지 설명하기에 여념 없다. “어떤 쇼를 보고 그 원리가 마술인지 과학인지 추론하는 예능 프로그램인데요. 제가 열정적으로 의견을 내는 모습에 과학자 두 분이 절 ‘우수연구원’으로 뽑아주셨어요. 다시 학교 수업을 듣는 기분도 들었고요. 제가 원래 하나에 빠지면 파고들거든요.” 비주얼에 관심이 많던 그녀는 최근 립 제품에 대한 관심사가 섀도, 블러셔까지 넓어지면서 차츰 자신에게 어울리는 메이크업 스타일을 찾기 시작했다. 그것이 요즘 조이가 ‘조박사’로 불리는 이유다. ‘처피뱅’에 옐로 투톤으로 염색한 헤어스타일은 요정처럼 변신한 그녀에게 어울리는 별명은 아니지만 ‘조박사’란 호칭을 얻은 데는 합당한 사연이 있다. “퍼스널 컬러, 즉 제게 잘 어울리는 컬러를 시도했을 때 실패할 확률이 적은 색깔을 연구해 봤어요. 저는 ‘쿨 톤’이 맞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웜 톤’이었고요. 그중에서도 ‘봄 브라이트’ 타입이라 맑고 쨍한 색이 어울린대요. 예를 들면 슬기 언니는 ‘여름 쿨 톤’이지만, 가을의 따뜻한 색까지 흡수할 수 있는 이미지가 있죠. 이런 게 입소문이 돌다 보니 사람들이 찾아와서 물어보더라고요. ‘조박사님, 저는 어떤 색이 어울립니까?’하면, ‘언니는 말린 장미색을 발라야 해요’ 이런 식으로요.”   아이린이 입은 레이스 드레스는 Sandro. IRENE“음악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표현한다는 게 좋았어요. 촬영 전에는 엄청 떨었지만요. 캐릭터의 성격이나 대본 속 상황을 미리 상상하고 간 뒤여서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스태프들이 절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렸어요.” 웹 드라마 <게임회사 여직원들>로 ‘배우 아이린’이라는 이름을 얻은 아이린이 읊조리듯 말했다. 아이린의 문장과 문장, 단어와 단어엔 희미한 휴지기가 있다. 자신을 설명하기에 적절한 말을 찾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언제부터 다이어리를 썼나 생각해 봤어요. 요즘은 휴대폰을 사용하는데, 얼마 전 이렇게 적었어요. ‘새로운 표현법을 알았을 때부터 다이어리를 쓴 것 같다. 7월 13일, 오후 12시 50분.’ 똑같은 상황이나 감정도 타인과 내가 다르게 표현한다는 걸 안 뒤부터 저에 대해 알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길치’인 제가 연습생 때 처음 혼자 간 곳이 북촌 8경이에요. 길을 잃고 사람들을 따라 걷다 박물관에도 가보고 문 열린 이발관 사진도 찍어보고. 나중에 보니 이발관 거울 속에 제 옆에 있던 분들이 다 함께 찍혀 있었어요. 모두 제 일행이기라도 한 것처럼요.” 아이린이 깔깔대며 웃었다. 두 번째 웃음은 별명이 ‘다리미 요정’인 그녀가 선물로 다리미를 받은 적 있는지 물었을 때. “아뇨. 전 받는 것보다 주는 게 더 좋아요. 얼마 전엔 안무 가르쳐주는 언니에게 선물하고 싶은 립스틱 이름을 적어뒀다 하와이 가는 길에 면세점에서 구입했어요.”   웬디가 입은 셔츠는 Ports 1961, 귀고리는 Numbering. WENDY레드벨벳이 휴식기에 들어갔을 때도 웬디의 목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 <복면가왕>에 이어 <듀엣가요제>로 가창력을 인정받았고 SM 스테이션을 통해 에릭남과 부른 ‘봄인가 봐’가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최근 슬기와 부른 ‘밀지 마’는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에 삽입됐다. “드라마에서 제가 부른 노래가 나오는 걸 들으니 내용에 집중할 수 없더라고요. 노래 한 곡이 한 신의 감정을 얼마나 극적으로 살려주는지! 다음에 또 기회가 생긴다면 조금 더 감정 처리를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미국에서 생활하던 시절부터 소문난 우등생으로, 여러 가지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웬디는 베이킹과 요리에도 소질이 있다. 숙소에서 식사를 거른 멤버들과 (웬디의 김치볶음밥을 언급하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던) 매니저의 식사를 챙기는 것도 그녀의 즐거움. “매니저 언니가 우리를 챙겨주면서 본인 식사를 거를 때가 많더라고요. 그럴 때 제가 요리를 하죠. 멤버들이 먹고 싶은 게 있다면 해 주고 싶고요.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데 집중하고 나면 온전히 완성했다는 100% 만족감을 느껴요. 맛있다는 말을 들으면 200%가 되고요. 약간의 피곤함과 설거지쯤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이린이 입은 레이스 드레스는 Sandro, 로즈골드빛 브레이슬렛은 P by Panache. 웬디가 입은 토끼 모양의 레이스 셔츠는 Paul & Joe Sister, 데님 오버올은 Levi’s, 크리스털 귀고리는 H&M. 슬기가 입은 레이스 가운은 Bride and You, 뱅글은 Jem & Pebbles.   조이가 입은 마린 코트와 셔츠, 벨벳 레이스업 부티는 모두 Prada. 예리가 입은 그린 파워 숄더 재킷은 Chancechance, 오버사이즈 슬리브 셔츠는 Moontan, 캐롯 컬러 벨벳 부츠는 Miu Miu, 화이트 코르셋은 Pr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