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해주세요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말 많은 세상, 우리는 온라인과 현실에서 소란스러운 목소리의 폭격을 받고 있다. 과연 목청껏 외쳐야만 존재감을 인정받고 성공할 수 있는 걸까? 톱 스타들을 인터뷰한 작가 톰 시아렐라가 적재적소에서 놀라운 효력을 발휘하는 침묵의 힘에 대해 말한다. ::조용함,톰 시아렐라,침묵,침묵의 힘,조용한 사람,팔로어,소음,좌장된제스처,소셜미디어,침묵은 금,스칼렛 요한슨,뱅크시,모건 프리먼,인터뷰,조용한 사람이 살아남는 법,팁,엘르,elle.co.kr:: | 조용함,톰 시아렐라,침묵,침묵의 힘,조용한 사람

매거진 작가인 난 지금껏 30~40명의 유명 스타들을 인터뷰했다. 할리 베리, 라이언 고슬링, 스칼렛 요한슨, 다니엘 크레이그 등등. 집이나 술집, 골프장에서 그들을 몇 시간씩 혹은 며칠씩 마주하면서 깨달은 건 ‘진정한 스타는 결코 시끄럽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리 소란스러운 장소일지라도 그들은 조용히 침착한 방식으로 공간을 지배한다. 천천히 여유 있게 움직이면서 나지막한 소리로 말하되, 쓸데없이 주목을 끌기 위해 과장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2013년 영화 <그녀>에서 목소리 연기를 맡은 스칼렛 요한슨을 만난 건, 초여름 휴가객들로 북적이는 롱아일랜드의 한 레스토랑이었다. 그러나 두 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어느 누구도 그녀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기보다 들리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저는 조용한 편이에요. 흔한 말이지만, 침묵이 금이라는 말은 진리에요.” 인터뷰가 끝날 무렵, 마침내 주변이 웅성대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웨이터가 사진 촬영을 부탁했고 여섯 명의 가족이 카메라를 들고 단체로 테이블을 찾아왔다. 뜻밖의 상황에서도 요한슨은 당황하거나 들뜬 기색 없이 우아하게 모든 과정을 마쳤다. 레스토랑의 오너가 티셔츠를 선물했을 때, 기쁨을 표현하고자 잠시 크레셴도로 목소리를 높였을 뿐이다. 디지털이 발달하면서 ‘목소리’를 증폭시키는 일은 더욱 쉬워졌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 수많은 팔로어들은 계속해서 더 큰 자극을 원하고, 사이버 공간에서 ‘도달 범위’를 넓히기 위한 온갖 과장된 제스처와 소음들은 영향력으로 이어진다. 소셜 미디어에서 5억2000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는 카다시언 패밀리의 명성은 그들이 끊임없이 생산하는 소란스러움에 있다. 하지만 ‘침묵은 금이다’라고 믿는 요한슨은 카다시언과 정반대의 방식으로 최고의 자리에 서 있다(그녀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출연료가 높은 여배우다). 조지 클루니, 제니퍼 로렌스, 캐리 멀리건, 앤드루 가필드, 다니엘 레드클리프, 올슨 자매 등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신비주의를 고수하거나 은둔자 타입은 아니지만, 소셜 미디어를 통해 굳이 자신의 유명세를 과시하지도 않는다. 채팅과 포스팅을 통해 스스로를 알리기보다 영화나 음악, 그들이 하는 일이 자신들을 규정하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어쩌다 한 번씩 이들이 고개를 내밀 때면 사람들은 더욱 예민하게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볼륨을 낮춰 부드러운 어조로 말할지라도 얼마든지 내가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도서관, 병원, 교회 등의 장소를 떠올려보라. 조용하면서도 무시 못할 존중심을 불러일으키는 공간들이다.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힘을 쓸 수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침묵을 적절히 활용하면 영향력은 더 커진다. 조용히 있다 보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내 반응에 집중하게 된다.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를 떠올려보자. 지난 20여 년간 대중 앞에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도 그는 예술가로서 누구보다 확고한 아이덴티티를 지녔다. 어떤 제약이나 필터링 없이, 자신만의 역동적인 예술세계를 전파할 수 있었다. 존재하지 않음으로써 더욱 강렬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호주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시아(Sia) 역시 ‘얼굴 없는 가수’의 길을 택했다. 일종의 ‘시각적 침묵’이랄까. 그래미 시상식조차 커다란 가발로 얼굴을 가린 채 나타났다. 얼굴을 감추자 사람들은 그녀와 그녀의 음악에 더욱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놀라운 침묵의 공식이다. 스타들은 그렇다 치고, 평범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침묵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단순히 말하지 않는 게 답은 아니다. 침묵에도 ‘기술’과 ‘수련’이 필요하다. 적재적소에 침묵을 발휘하는 기술이 필요하며, 그저 물러서는 방식이 아닌 ‘참여하는 침묵’이 되어야 한다. 일종의 포기나 말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생각을 요구하는 침묵인 셈이다. 그간 많은 이들을 인터뷰하면서 깨달은 점이라면, 정말 좋은 대답은 약간의 ‘멈춤’ 뒤에 이어진다는 거다. 3~8초간의 말줄임표는 아주 특별한 마침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유명 스타와의 인터뷰뿐 아니라 맘에 드는 이성과의 데이트나 직장 회의에서도 침묵은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효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과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다면, 자칫 차갑고 어색한 침묵이 돼버린다. 일단 아이 컨택트가 중요하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한 호흡 쉬고, 상대방과 시선을 맞춘다. 말할 때는 또 다른 침묵이 끼어들 여지가 있도록 간결하게 하도록 한다. 굳이 시간을 채우고자 ‘내가 말하려는 것은’ ‘내 생각에는’라는 식의 토를 달 필요가 없다. 어색함을 참다 못해 우리는 불필요한 말들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곤 한다. 그냥 잠시만 말을 삼키고 침묵을 유지해 보자. 사람들이 당신을 바라보며 정적 끝에 이어질 발언을 기다리는 것을 경험하게 될 테니. 쉴 새 없이 떠들어대기보다 그의 말을 조용히 들어주는 것, 따뜻한 침묵으로 상대방에게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것은 대화에서 아주 중요하다. 한번은 모건 프리먼의 미시시피 농장에서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평소의 나였더라면 아마도 빼곡히 적어놓은 메모(배트맨, 쇼생크 탈출, 신작, 휴식, 감독, 연기…)를 보며 질문을 해 대느라 분주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베테랑 연기자였고 나 역시 침묵과 기다림의 힘을 느껴보고 싶었다. 인터뷰 질문 대신에 난 손바닥에 두 개의 단어를 적어두었다. 왼손에는 ‘Quiet’ 그리고 오른손에는 ‘Wait’라는 단어를 말이다.모건 프리먼은 가족의 묘를 보여주고 싶어 했고, 우린 농장의 말들을 바라보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오후의 햇살이 제법 뜨거웠지만, 그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나 역시 일부러 대화를 유도하는 대신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울타리 근처에서 모건 프리먼은 내 손바닥에 뭐가 적혀 있는지 물었다. ‘Quiet’와 ‘Wait’라는 단어를 꽤 마음에 들어 한 그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손목에 중요한 글자를 타투로 새겨 수시로 바라보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며칠 후, 그의 조언대로 난 손목에 이 단어들을 새겨 넣었다. 글을 쓰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카드 게임을 하거나 혹은 일상 곳곳에서 손목의 단어들은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다시 모건 프리먼의 농장으로 돌아가면, 나는 그에게 본인의 손목에 어떤 단어를 새기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울타리에 기댄 채 가만히 말들을 응시했다. 새들의 지저귐과 바람소리를 배경으로 깊은 심호흡을 하면서 다음 말을 이어가기까지 꽤 오랜 시간 침묵했다. 나는? 당연히 충실하게 기다리고 있었다.조용한 사람이 살아남는 법세상 사람들의 30~50%는 내성적이라는 사실. 이들은 조용한 환경 속에서 훨씬 더 편안하고 유능하게 반응한다. <조용한 영향 Quiet Impact>의 저자 실비아 로에켄(Sylvia Loehken)이 시끄럽고 말 많은 세상을 헤쳐 나가는 몇 가지 팁을 일러주었다.● 미팅에서 내성적인 사람들은 생각이 많기 때문에 외향적인 사람들에 비해 해결책을 찾는 데 좀 더 시간이 걸리곤 한다. 고로 스스로에게 ‘틈’을 만들어줘야 한다. 뜻밖의 제안이나 화두가 있을 때는 침착하게 이렇게 말해보길. “잠시만 생각할 시간을 주시겠어요?” “조금 있다가 다시 얘기할게요.” ● 네트워킹 새로운 사람과의 교제는 내성적인 사람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그러나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당신의 면모는 충분히 강점이 될 수 있다. 조용히 귀 기울였다가 관심을 끄는 주제가 나오면 살며시 질문을 던지라. 기분 좋게 상대방의 주의를 이끌 수 있다.   ● 소극적으로 보이지 않으려면 앞서 말했듯 내성적인 사람들은 머릿속으로 생각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겉으로는 소극적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다. 조용히 적게 말하더라도 이따금 아이 컨택트와 고개 끄덕이기, 질문하기 등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