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에 놓인 유니크한 영사기 모양의 클러치백과 크리스틴이 입은 울 니트는 모두 Chanel. 베이식한 디자인의 보이프렌드 워치와 왼손에 착용한 코코 크러시 링은 모두 Chanel Watch & Fine Jewelry. 네크리스는 개인 소장품.핑크와 블루 일색인 50년대풍의 한 호텔. LA 외곽에 있는 이곳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변한 것이 거의 없다. 크롬으로 도금된 주크박스, 빨간색의 긴 의자가 놓인 작은 레스토랑도 그대로다. 미국의 황금기를 떠올리며 잠시 감상에 젖을 무렵, 요란한 굉음과 함께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도착했다. 거대한 딱정벌레처럼 번쩍이는 블랙 험머(Hummer)의 문이 열리자 그 틈으로 뉴에이지 음악이 쏟아져 나온다. 그녀가 조앤 제트로 분했던 2010년 영화 <런어웨이즈> 속의 한 장면 같은, 다분히 로큰롤스러운 등장이었다. 작고 호리호리한 스물여섯 살의 크리스틴은 들고양이 같다. 눈동자는 모든 걸 꿰뚫어볼 듯 강렬한데, 인터뷰를 할 때는 단어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어느 질문 하나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그녀의 신중함과 열정은 감독과 관객 모두를 사로잡는 요인이지 않던가.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글로벌 슈퍼스타 반열에 오른 그녀는 로버트 패틴슨과의 결별 이후로 한동안 잠잠했다가 2014년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인디필름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로 돌아온 바 있다. 요즘은 누구나 함께 작업하길 원하는 여배우로 확고히 자리매김 중이다. 올해 칸영화제에 시연된 우디 앨런 감독의 <카페 소사이어티>를 포함,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퍼스널 쇼퍼>와 이안 감독의 <빌리 린스 롱 하프타임 워크>도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패션 업계에서 ‘크리스틴 파워’ 역시 독보적이다. 3년 전부터 그녀의 매력에 푹 빠진 칼 라거펠트가 뮤즈로 발탁했으며, 지난해 그랑 팔레에서의 파리-로마 공방 컬렉션 쇼에선 라거펠트가 직접 연출한 필름 <원스 앤 포에버> 속의 젊은 가브리엘 샤넬로 분하기도 했다. 쉴 새 없이 달려온 여배우이자 샤넬 뮤즈로서의 커리어 그리고 그 안에서의 깨달음을 <엘르>에 털어놨다. 블랙 재킷은 Chanel. 화이트골드에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플룸 이어링은 Chanel Watch & Fine Jewelry.Beauty Note샤넬의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메이크업 & 컬러 디자이너로 임명된 루치아 피카가 처음 선보이는 ‘르 루쥬 컬렉션 No. 1’ 시그너처 룩. 레 베쥬 헬시 글로우 파운데이션을 얇게 바르고, 레 티샤쥬 드 샤넬, 10 트위드 핑크를 양 볼과 콧등까지 이어 발라 혈색을 표현했다. 깊고 우묵한 눈매를 위해 초콜릿 브라운 빛의 일뤼지옹 동브르 벨벳, 132 루쥬 꽁뜨라스뜨를 아이 홀까지 넓게 펴 바르고, 오묘한 벽돌색 라이너인 스틸로 이으 워터프루프, 928 에로스로 아이라인을 얇게 그린다. 르 크레용 레브르, 98 세씨옹으로 립 라인을 선명하게 잡아놓은 뒤 클래식한 레드 립스틱의 정석인 루쥬 알뤼르 벨벳, 56 루쥬 샤르넬을 입술 전체에 가득 메워 바른다. 사용 제품은 모두 Chanel.화이트 탱크톱은 Chanel. 진은 Levi’s. 왼손에 착용한 코코 크러시 링은 Chanel Watch & Fine Jewelry. 네크리스는 개인 소장품.Beauty Note루치아 피카가 제안하는 가을 메이크업 룩. 타오르는 듯한 레드 메이크업과는 상반되는 클래식한 누드브라운 톤이 매혹적이다. 레 베쥬 헬시 글로우 파운데이션으로 내추럴한 피부를 연출하고 우아한 벽돌빛 레드 톤의 쥬 꽁뜨라스뜨, 320 루쥬 프로퐁을 양 볼에 가볍게 쓸어준다. 브라운과 레드 컬러가 조화로운 섀도 팔레트, 레 꺄트르 옹브르, 268 깡되르 에 엑스뻬리앙스의 베이지와 모카 컬러로 눈가에 음영을 표현한다. 딥 브라운 펜슬 라이너인 스틸로 이으 워터프루프, 929 아가페로 언더라인 점막까지 꼼꼼하게 라인을 그려 넣은 뒤 디멘션 드 샤넬 마스카라, 40 쉬브벡시프를 이용해 보랏빛으로 신비롭게 빛나는 아찔한 속눈썹을 완성할 것. 매혹적인 누드 입술을 위해 루쥬 알뤼르, 168 루쥬 엥제뉘로 마무리한다. 사용 제품은 모두 Chanel.헴라인의 포인트가 돋보이는 블랙 재킷은 Chanel. 이너 웨어로 매치한 화이트 톱은 Hanes. 화이트골드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플룸 이어링은 Chanel Watch & Fine Jewelry. 네크리스는 개인 소장품.2016년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퍼스널 쇼퍼>가 올랐어요. 영화 촬영하는 내내 어떤 생각을 했나요 촬영하는 동안 외롭고 소외된 느낌이었어요. 극 중의 모린은 심장병을 앓고 있어 늘 죽음이 가까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주 작은 장면조차 완전히 에너지가 고갈될 정도로 감정적 소모가 컸어요. 그게 아마도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날 거예요. 영화를 보면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얼굴이 굉장히 끔찍해 보이거든요. 보는 사람이 괴로울지도 몰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웠어요. 극단적인 상태는 뭔가 제 스타일이거든요. 지금까지 배우로 살면서 굴곡도 많았고, 드라마틱한 부분에 늘 빠져 있던 것처럼. 사람들은 종종 저에게 이렇게 말하죠. “너무 자신을 혹사하는 거 아니야? 좀 휴식을 취하면서 숨을 고를 필요가 있어.” 하지만 전 그런 방식으로는 숨을 쉴 수 없어요. 오히려 영화 속에서 죽거나 실종되거나 무언가가 절 괴롭힐수록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아마 영화가 아니었다면 제 삶 자체가 더 극단적으로 치달았을지도 몰라요. 때로는 연기가 힘들지만 스스로에게 자주 물어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아무리 물어봐도 답은 늘 같죠. 다른 방식의 삶은 원치 않으니까.종종 예술성을 추구하는 프랑스 독립영화를 택해왔는데, 프랑스와 친밀한 느낌이 드나요 자신감과 만족감을 주는 영화 작업에는 늘 프랑스 사람들이 함께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제작자, 샤를 질베르가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과 월터 살레스 감독을 연결시켜 줬죠. 덕분에 좋은 역할을 세 번이나 맡을 수 있었고요. 샤넬 사람들도 마찬가지. 정말 파리지엔의 정수죠. 프랑스 사람들은 이상이 아주 높은데 전 그런 사람들을 좋아해요. 애매모호한 ‘회색 톤’으로 타협하는 법도 없고, 본능적인 호기심이 강해요. 제가 좋아하는 숀 펜과 조디 포스터도 프랑스영화에 종종 등장하고요.사람들이 당신에게 프랑스를 닮았다고 하던가요 얼마 전에 친구랑 파리에 머문 적 있었는데 “넌 진짜 파리랑 잘 맞아”라고 하더군요.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파리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좀 더 생산적으로 지내는 것 같아 좋아요. LA에서는 주로 한 곳에 머무는 편인데 파리에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거든요.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영감이 가득하고 흥미로운 곳이에요.우디 앨런, 올리비에 아사야스, 이안 감독 등과 영화 작업을 했어요. 여배우로서 ‘벨에포크’를 누리고 있는 것 같네요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대개 또래의 친구들은 여전히 하고 싶은 것을 찾아 헤매고 있으니까요. 좋은 감독들과 일할 수 있어서 자랑스럽고 뿌듯해요. 지난 2년간 다섯 편의 영화를 촬영했고, 모든 시간이 한꺼번에 응축된 듯 훅 지나갔어요. 현재 유일한 문제는, 이 상황에 제가 휩쓸리지 않도록 속도를 약간 늦추면서 스스로를 컨트롤해야 한다는 거예요. 연기는 중독성이 강하고,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어요. 향후 5년간 빡빡한 스케줄을 잔뜩 집어넣고 싶을 정도로요!로버트 패틴슨과 헤어진 후 유명인으로 사는 건 너무 힘들다고 말한 적 있어요. 지금도 여전히 같은 생각인지 유명세에 익숙해질 만큼 익숙해졌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아요. 불평을 늘어놓는 것처럼 보이고 싶진 않은데 유명해지고 나면 삶이 완전히 변해버리거든요. 그저 조용한 변화가 아니라, 매일매일의 삶에서 구원이 간절할 정도로 격변해요. 지금은 많은 걸 털어버렸지만. 빈티지 티셔츠와도 쿨하게 어울리는 캐시미어 카디건은 Chanel. 하이웨이스트 블랙 진과 레더 벨트는 모두 American Apparel. 블랙 스니커즈는 Vans. 네크리스는 개인 소장품.유명 스타의 연애를 바라보는 시각들이 달라졌겠네요 젊은 세대는 확실히 유연한 것 같아요. 쿨하게 인정하기도 하고 서로 헐뜯다 금세 잊어버리고. 전 이제 꽤 담담해져서 가십에는 관심 없어요. 사실 어느 누구도 제가 정확히 뭘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해요. 굳이 감출 생각도 없지만, 그걸 드러낼 필요도 없는 거 아닌가요. 온갖 정보들이 대량 소비되는 공간에 함께 발맞추지 않아도 되는 거잖아요. 누군가는 지나치게 유명세에 사로잡혀 있기도 하지만, 전 분명 그렇진 않아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돼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는 게 배우의 숙명이죠. 유명세가 싫다고 아무도 보지 않는 영화를 만들고 그런 연기를 하고 싶은 배우는 없을 테니까. 확실한 건 연기할 때의 모습도 나라는 거예요. 캐릭터 뒤에 숨어 있는 게 아니라, 제 안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사생활과 연기, 제 감정… 아직은 이 모든 생각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 같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라는 직업의 특별함에 대해 말한다면 자신을 탐구할 수 있죠. 연기하는 내내 그런 경험이 내게로 고스란히 전해져요. 느낀 만큼 표현하는 사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걸 배우게 되죠. 한 사람이 동시에 여러 삶을 살아가는, 아주 특별하고 풍부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대본 감독이었던 엄마는 저를 늘 촬영장에 데려가곤 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놀러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 장면에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트장의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 안에 간절히 들어가고 싶었어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집단적인 노력이 대단해 보였거든요. 한 인터뷰에서 “여성이라면 누구나 연기할 수 있고, 그 안에서 노(No)라고 거절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 적 있는데, 그건 어떤 의미였나요 억지로 하는 작업에서는 좋은 감정을 결코 느낄 수 없어요. 전 배우가 되려는 소녀들에게 이렇게 말해요. “원치 않는 건 안 해도 좋아!” 물론 연기에는 긍정적인 압박감도 있고 커다란 책임감도 뒤따라요. 하지만 동시에 그건 바로 자신의 일이에요. 스스로 모든 걸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이죠.샤넬의 ‘2016 EYE COLLECTION’ 캠페인 속 흑백 이미지를 봤어요. 평소에도 아이라인과 섀도로 스모키한 눈을 강조하는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 콘트라스트가 강한 것에 끌리는 편이에요. 전혀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얼굴을 드러내거나, 아니면 제대로 풀 메이크업을 해서 강렬한 이미지로 변신하거나. 메이크업의 이런 마법 같은 효과는 정말 놀랍죠. 어둠을 더함으로써 더 밝은 면을 볼 수 있는 것도요.화이트 스티치가 돋보이는 트위드 재킷은 Chanel. 블랙 브라는 Eres. 네크리스는 개인 소장품.다크한 아이 메이크업을 할 때는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의도인가요 특히 힘들고 기분이 우울할 때 다크 메이크업을 택해요. 세상을 향해 늘 상큼 발랄한 인사를 건넬 순 없잖아요. 때론 세상을 장밋빛으로 바라보면서 “안녕하세요, 별일 없죠?”라고 묻는 게 버거워요. 화려한 레드 카펫도 마찬가지고요. 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단정하고 깔끔한 메이크업을 할 거라고 하면 전 이렇게 말해요. “그거 말고 ‘다들 꺼져버려’ 느낌의 아이 메이크업 안 될까요?” 얼마 전 출시된 ‘르 루쥬 컬렉션 No.1’의 특별함을 소개한다면 컬러가 진짜 ‘쿨’해요. 사실 레드는 아이 메이크업에 흔히 사용되는 색감은 아니죠. 하지만 레드에는 심장이 팔딱거리는 것 같은 생동감이 있어요. 레드 아이라인은 실제로 옛 여배우들이 많이 사용했던 기법이에요. 긴장감이 서려 있는 눈으로 보일 수 있죠. 눈에 확 띄지는 않지만 당신의 눈매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어요.평소 당신의 룩을 보면 굉장히 털털해 보이는데 샤넬과의 작업은 어땠는지 영화를 만드는 과정과 마찬가지로 샤넬과의 작업에서도 똑같은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어릴 적부터 항상 스토리의 일부가 되는 걸 좋아했는데, 제가 샤넬 스토리의 일부가 될 수 있었으니까. 칼 라거펠트 주변에는 진심으로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넘쳐나요. 심지어 비즈니스적인 관계에 있어서도 패션을 아끼는 깊이가 느껴졌어요.칼 라거펠트는 때로는 냉정하고 차가운 인상을 주는데, 그와의 ‘케미’는 어땠나요 평소 그는 뭐랄까, 건드릴 수 없는 무언가가 있어요. 하지만 함께 작업할 때는 굉장히 상냥하고 누구에게나 말을 건네요. 박학다식한 데다 스토리와 정보를 전달하는 감각이 탁월해요. 그와 함께 있을 때면, 저를 비롯한 젊은 세대에게 많은 걸 가르쳐주고 싶어 한다는 걸 깨닫게 돼요. 우리가 잘 모르는 아티스트와 디테일, 역사 등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해 주거든요. “이 책을 꼭 읽어보세요. 읽으면서 내 생각 하는 것도 잊지 말고요”라면서. 마지막으로 기타를 연주하고 시도 쓰면서 로큰롤을 사랑한다고 들었어요. 훗날 싱어송라이터로서 새로운 커리어를 기대해도 될까요 기타 연주를 정말 좋아해요. 몇 년 전부터 촬영장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기타를 시작했는데, 꽤 잘 쳐요, 하하! 밴드를 해 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노래 부르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앞에 나서서 리드하는 타입은 아니거든요. 또 한 가지 문제는 제가 무언가를 담백하게 쓰질 못한다는 거죠. 얽히고설키고 복잡하게 확장되는 걸 좋아해요. 기타 연주할 때도 이리저리 화음을 더하면서 다양한 방향으로 시도하곤 하죠. 아마 제 기타에 맞춰 노래를 불러줄 사람을 찾는 게 더 빠를 걸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