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보는 남친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포르노를 보는 건 ‘본능’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몰카’는? 우유니 킴이 풀어놓는 보통 여자들의 현실 연애 잔혹사 열네 번째 에피소드. ::연애, 사랑, 몰카, 포르노, 섹스, 로맨스, 커플, 남친, 여친, love, romance, sex, 우유니 킴, 엘르, elle.co.kr:: | 연애,사랑,몰카,포르노,섹스

EP14 본능과 변태 사이  남자친구의 집에 갔다. 음악을 들으려고 컴퓨터를 켰다. 바탕 화면에 ‘캐리’ 폴더가 있었다. “어머, 오빠도 <섹스앤더시티> 캐리를 좋아하는구나.” 폴더를 클릭했다. JPG 파일이 가득했다. 죄다 사람 사진인데 얼굴이 없다. 수영복 입은 여자들의 가슴과 하체만 나왔다. ‘캐리’는 ‘캐리비안 베이’의 줄임말이었다. 그러니까, 워터파크에 온 여자들을 찍은 몰카였다. 각도를 보니 선베드에 누워 지나가는 여자들을 찍은 거 같았다. “변태 새끼.” 이걸 찍은 XX에게 절로 욕이 나왔다. 그런데 내 남자친구는 이걸 바탕화면에 저장해 놓고 본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니 마우스를 잡은 손이 떨렸다. “남자친구가 포르노를 봐요, 어떻게 하죠?”라는 질문은 연애 상담 코너에 자주 등장한다. 거기에 답을 다는 남자는 대부분 “본능”이라고 말한다. 그럼 캐리비안 베이에 온 여자들의 몰카를 보는 건? 포르노보다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나는 바로 남자친구의 집을 나왔고, 헤어졌다. 이건 도덕, 윤리, 인류애 등을 침범하는 심각한 문제였으니까.  지금도 이 생각에 변함없다. 물론 호기심에 한 번 다운받았을 수 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난 그를 용서할 수 없었다. 몰카는 범죄이고, 거기에 찍힌 얼굴 없는 여자들은 명백한 피해자다. 그걸 유희로 소비하는 남자와는 사귈 수 없었다. 물론 그걸 그에게 직접 말하진 않았다. “넌 변태 XX야”라고 말하기엔 좀 안쓰러웠다. 예술가를 지원하는 공공기관에 근무하면서, 블로그에 ‘오늘 들은 인디 음악’에 대해 감상을 쓰는 남자였다. 주말에는 그림도 그렸다. 내가 그 말을 대놓고 하면 창피해서 죽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나의 고함에 “이건 본능이야”라고 말할까 봐 겁났다. 정말 그렇게까지 후진 인간임을 확인할까 봐 두려웠다. 그 뒤에 만난 남자친구는 우연히 ‘자신이 본 야한 비디오’에 대해 이야기했다. 고등학생 때 우연히 본 그 비디오에 감명을 받았다면서 줄거리를 얘기했다. 거기에는 근친과 강압이 있었다. 그걸 나한테 굳이 왜 얘기할까. 그것 때문에 이별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영향은 끼쳤다. 물론 나도 야한 비디오를 본다. 그런데 앞서 말한 몰카는 명백한 범죄이고, 강압적으로 성행위를 했을 때 만족을 느끼는 여자가 등장하는 비디오는 잘못된 판타지다. 이걸 인식하느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내 남자친구들에게선 그런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그건 단순히 야한 비디오를 보는 남자친구에 대한 화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졌다. 언젠간 남편과 야한 비디오를 보며 유희를 즐기는 날을 꿈꾼다. 재미있을 거 같다. 유희와 윤리. 이걸 제대로 아는 남자이면 좋겠다. LESSON본능과 변태를 구분할 줄 아는 남자를 만납시다. 우유니 킴이 전하는 인사 30대 중반. 패션지의 피처 에디터로 일하면서, 연애 해볼 만큼 해봤습니다. 연애 칼럼을 늘 쓰고 싶었어요. 그런데 세상 다 아는 언니처럼 이래라저래라 하기에, 제 연애는 시궁창입니다. 저처럼 연애에 치이고 구른 한국 여성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당신만 이렇게 힘든 거 아닙니다! 부끄러움은 제 몫. 저와 제 친구들의 현실적인 경험담이 당신에게 공감 혹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혹시 압니까? 남 일은 잘 보인다고, 당신의 연애에 해답을 얻을지. elle.co.kr에서 매주 수요일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