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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가요, 최우식한테

스물 일곱 최우식은 소년처럼 깔깔대며 웃는다. 틀 안에 있는 게 불편하고, ‘척’ 하는 게 싫고, 재미가 중요하다. <거인>부터 <부산행> 그리고 <옥자>까지 그에게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다.

프로필 by ELLE 2016.07.29

리넨 소재의 그레이 수트는 Nohant. 프린트 셔츠는 System Homme. 스니커즈는 Golden Goose Deluxe Brand. 볼드한 실버 링은 Gucci.



브이넥 핑크 니트는 Vivienne Westwood.



레드 맨투맨은 Andersson Bell. 배기 하프 팬츠는 Ch by Beaker. 레더 브레이슬렛은 Pandora. 그레이 스니커즈는 Supercomma B.



임산부와의 인터뷰는 처음이죠 네, 축하 드려요! 첫째세요? 예정일이 언제예요? 언제까지 일하세요? 


우식 씨도 한때는 귀여운 애기였겠죠. 어머니한테 태몽에 대해 들은 적 있나요 저도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꿈에 구렁이가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늦둥이로 태어나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어요.


<부산행>에서는 고등학생 역할을 소화했는데 영화에서 10대는 저랑 소희(안소희) 둘뿐이거든요. 위험한 상황에서 나이 어린 친구들이 제일 먼저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자기네끼리 헤쳐 나가요.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재미있었어요. ‘도와줘요’ ‘힘들어요’ 그러기보다 용감하게 맞서는 10대의 모습이 좀 색다르지 않을까 싶어요.


실제 최우식은 그런 위기 상황에서 용감하게 방망이를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인가요 아뇨, 저는 겁이 많아서 정말 무서웠을 것 같아요.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감염자들이 떼로 나오거든요. CG 작업이 있긴 하지만 현장에서 보조연기자들이 진짜 분장을 하고 열연해서 실감 났어요.


한국에서 보기 드문 장르물이에요. 그게 선택의 이유였을까요 원래 히어로물이나 판타지를 되게 좋아해요. <워킹데드>도 즐겨 봤고요. 여태까지 봐왔던 장르지만, 한국 정서가 묻어나니까 대본부터 색달랐어요. 우리가 늘 봐왔던 익숙한 환경, 익숙한 사람 관계에 장르의 특성이 섞이니까 신선하더라고요.


배우들간의 호흡은 어땠나요 스케일이 큰 작품 현장은 다뤄야 할 것도 많고, 섞이는 사람도 많아서 예민해질 수 있거든요. 그런데 <부산행>은 촬영을 시작하고 끝날 때까지 정말 재미있었어요. 모든 사람들의 케미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두세 달 부산에 머물며 촬영하면서 같이 맛집도 돌아다니고 술도 마시고 즐겁게 지냈어요. 요즘에도 무대인사나 영화 홍보 차 만날 때마다 어울려 놀아요. 서로 되게 보고 싶어 해요.


<부산행>이 칸영화제에서 호평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기분 좋았겠어요 영화를 못 본 상태여서 너무 궁금했어요. 세상에, 칸이라니! 칸 상영작에 내 얼굴이 나온다는 게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어요.


독립영화 <거인>으로 거의 모든 영화제 신인상을 석권했잖아요. 배우 최우식에게는 칸영화제 진출만큼 큰 사건이었을 것 같은데 그럼요. 이후에 찍은 작품은 다 <거인> 덕분에 캐스팅된 거나 다름없어요. 지금 <엘르>랑 인터뷰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사실 <거인> 찍을 때 김태용 감독님이랑 저랑 미래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저는 연기를 계속할지, 감독님은 연출을 계속할지. 하하. 둘이서 새벽까지 술 마시면서 ‘이거 해야 하나’ 그랬는데. 다행히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죠.


더 길게 연기한 배우들도 그런 ‘결정적’ 작품을 만나긴 쉽지 않아요 사실 <거인>이 잘되고 난 다음에 슬럼프도 엄청 심했어요. 예닐곱 개 되는 상을 받았으니, 나 완전 톱스타 되겠구나 생각했죠. 그런데 오히려 그 후에 훅 내려갔어요. 들어오는 작품은 없고, 사람들의 기대치나 제가 느끼는 연기적인 부담감은 커졌고. 되게 힘들었어요. 잠도 잘 못 자고 집에서 나가지도 않고….


어떻게 견뎌냈나요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과 가장 슬픈 시간이 함께 오니까, 이걸 어떻게 견뎌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주변에 있는 사람들한테 많이 의지했던 것 같아요. 슬옹이 형, 유인영 누나 등 이 길을 걸어왔던 사람들의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렇게 그냥 시간을 보내는데, 살살 작품이 잡히더라고요. <궁합> <그대 이름은 장미> 그리고 <부산행>이랑 <옥자>까지. 많이 배우고 성숙해진 것 같아요.


‘연기, 이거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은 이제 안 하는 거죠 <거인>을 통해 상을 받으면서 ‘네가 지금 가는 길이 맞는 길이야, 네가 하는 일에 프라이드를 가져도 돼’라는 확신이 좀 들었어요. 영화 개봉하고 이런 작품을 찍어줘서 고맙다는 내용의 편지도 많이 받았어요. 내 연기, 내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용기를 심어줄 수 있다는 게 큰 의미로 다가왔어요. 예전에는 돈 벌고, 인기 얻고, 예쁜 옷 입고 다니는 것만 생각했지, 연기로 다른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와 닿았던 적은 없었거든요.


원래 연출을 하고 싶어서 연기를 시작했다고요 연출도 그렇고 연기도 그렇고, 뭔가 대단한 동기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단지 재미있어서 하고 싶었던 거예요. 제가 캐나다에서 자라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억지로 했던 건 별로 없었어요. 뭐든 자유롭게 즐기는 걸 좋아했어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분위기가 달라서 좀 갑갑했겠어요 그래도 이제 많이 적응한 것 같아요. 연기자란 직업적인 특성상 그나마 감정을 표현할 수 있으니까. 현장에서도 만약 ‘이렇게 연기해!’ 하고 정해진 틀에서 움직여야 했다면 정말 못 견뎠을 거예요. 그런데 다행히 제가 만난 감독님이나 함께 작업한 분들은 대부분 저를 그냥 들판에 풀어주시고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해 주셔서. 


‘프리한 게’ 중요한가 봐요  현장이 편하고 즐거워야 더 잘하는 스타일이에요. <거인>은 스태프들이 거의 다 제 또래이고, 감독님이랑도 세 살밖에 차이가 안 났어요. 졸업 작품 찍듯이 함께 고민하고 욕하고 싸우면서 찍었더니 잘 나온 것 같아요. <부산행>도 다 같이 ‘으샤으샤’ 노는 분위기였고.


애인한테도 잘 안 잡히는 스타일? 음….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저를 안 잡을 것 같은 여자를 선호하는지도(웃음)?


좋은 남자친구인지 의심이 가는데요 원래는 저 진짜 좋은 남자친구가 될 수 있거든요. 여자친구 존중해 주고, 손잡고 같이 놀러 다니고 이벤트하는 것도 좋아하고. 그런데 이 일을 하다 보니까 좋은 남자친구가 될 수가 없어요. 잘 만나지도 못하고, 어딜 가도 사람들 눈치 봐야 하고. 힘든 직업이라니까요.


최우식이란 사람의 남다른 점은 뭘까요 꾸밈이 없다는 것? ‘뭐 하는 척’을 싫어해요. 이 일을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경향이 있거든요. 주변에서 너무 떠받쳐주니까. 전 그런 게 싫더라고요. 그런데 어떤 때는 남 앞에서 자신감을 드러내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거인> 전에는 유쾌한 역할, 재미있는 역할도 많이 했잖아요. 웃음을 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거부감은 없나요 발랄한 모습이 제 무기이기도 한 걸요. 굳이 그걸 안 하고 딴 걸 하겠다는 건 바보 같아요. 예를 들어 스티브 카렐이 항상 재미난 모습만 보여주다가 <폭스캐처> 같은 작품에서 진지한 연기를 했을 때,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 크잖아요. 사실 저는 아직 스티브 카렐 같은 위치도 아니고요.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 출연 중이죠. 어떤 프로젝트인지 몹시 궁금한데 <옥자>도 봉준호 감독님이 <거인>을 좋게 보셔서 합류하게 됐어요. 촬영장이나 모든 것들이 너무 새로워요. 지금 입이 막 근질근질한데, 아무것도 말할 수 없어요. 한 마디라도 하면 바로 전화가 와요(웃음).


현재 배우 최우식에게 주어진 과제는 뭐라고 생각해요 요즘 초심을 떠올려보고 있어요. 제 초심이 뭐였냐면, ‘즐기자’였거든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많이 못 즐겼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렇게 힘들었던 것 같고. 요즘은 일도 잘 풀리고 있거든요. 자랑도 좀 하고, 어떤 때는 살짝 으스대기도 하면서 살고 싶어요.

Credit

  • editor 김아름
  • photographer 김도원
  • digital designer 오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