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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되고 싶지 않은 배우, 오정세

도화지 같은 배우, 한 가지 색깔로 규정되지 않았으면 하는 오정세의 욕심.

프로필 by ELLE 2016.07.10

기억되고 싶지 않은 배우, 오정세


셀카 부스에서 뒷모습을 찍은 이유 여러 스타들의 얼굴이 함께 담길 테니, 나는 뒷모습이 들어가면 어떨까 생각해 봤다. 상식에서 좀 벗어난 느낌을 좋아한다. 연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새로움이 늘 정답은 아니지만, 조금은 색다른 톤을 입히려고 고민하는 편이다.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배우로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교육 과정이었던 것 같다. 매번 새로운 교과서, 새로운 교수님을 만나 결과물을 내고, 질책받기도 하고 칭찬받기도 하면서. 오르락내리락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었겠지만, 멀리서 그래프를 봤을 때 조금씩이라도 성장한 느낌이 든다.


가장 큰 상승 곡선을 그린 작품 영화 <남자사용설명서>. 나한테는 도전인 작품이었다. 내가 주연을, 그것도 톱스타 역할을? 혼자 최면을 걸면 되겠지만 과연 제작자나 투자자, 관객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여러모로 즐겁다기보다 힘들게 촬영했는데, 다행히 좋은 작품이 나온 것 같아 뿌듯했다.


아직도 잊지 못하는 작품 속 대사 <수취인불명>의 “아”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나는 “아, 해 봐”라고 하는 게 더 자연스러울 것 같은데, 혹여 욕심으로 비치는 건 아닌지, 작가가 써놓은 대사를 내가 바꿔도 될지 조심스러웠다. 최근에도 대사 속에 한 단어를 넣을까 말까 6개월을 고민했다.


기다리고 있는 작품 여러 가지 작품이 있는데, 우선 올해 개봉 예정인 <조작된 도시>가 기다려진다. 전형적인 악역이 아니었으면 해서 감독님과 아이디어를 나누면서 조금은 새로운 인물을 만든 것 같은데, 과연 얼마나 공감을 얻을지 아니면 혼이 날지 궁금하다.


배우로서 언제 가장 행복한가 연기할 때 내가 맡은 인물의 감정을 연구해서 A, B, C를 준비해 가는데, 간혹 현장에서 내가 생각한 A, B, C랑 전혀 다른 F가 나올 때가 있다. 그렇게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감정들이 나올 때 기분이 좋다.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라나 관객들이 기억 못했으면 좋겠다. 한 가지 색깔로 규정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은 배우의 욕심이다. 작품 안에서는 신 스틸러로 인정받고 싶지만, 또 다른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났을 때는 “저 배우 어디서 나왔지? 저 배우한테 저런 모습이 있었네?”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 빈 도화지 같은 배우라면 좋겠다.

Credit

  • photographer 김상곤 stylist 원세영 editors 채은미
  • 김아름
  • 김나래 digital designer 오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