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되고 싶지 않은 배우, 오정세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도화지 같은 배우, 한 가지 색깔로 규정되지 않았으면 하는 오정세의 욕심.::신스틸러,신스틸러페스티벌,배우,인터뷰,오정세,엘르,elle.co.kr:: | 신스틸러,신스틸러페스티벌,배우,인터뷰,오정세

기억되고 싶지 않은 배우, 오정세 셀카 부스에서 뒷모습을 찍은 이유 여러 스타들의 얼굴이 함께 담길 테니, 나는 뒷모습이 들어가면 어떨까 생각해 봤다. 상식에서 좀 벗어난 느낌을 좋아한다. 연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새로움이 늘 정답은 아니지만, 조금은 색다른 톤을 입히려고 고민하는 편이다.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배우로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교육 과정이었던 것 같다. 매번 새로운 교과서, 새로운 교수님을 만나 결과물을 내고, 질책받기도 하고 칭찬받기도 하면서. 오르락내리락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었겠지만, 멀리서 그래프를 봤을 때 조금씩이라도 성장한 느낌이 든다. 가장 큰 상승 곡선을 그린 작품 영화 <남자사용설명서>. 나한테는 도전인 작품이었다. 내가 주연을, 그것도 톱스타 역할을? 혼자 최면을 걸면 되겠지만 과연 제작자나 투자자, 관객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여러모로 즐겁다기보다 힘들게 촬영했는데, 다행히 좋은 작품이 나온 것 같아 뿌듯했다. 아직도 잊지 못하는 작품 속 대사 <수취인불명>의 “아”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나는 “아, 해 봐”라고 하는 게 더 자연스러울 것 같은데, 혹여 욕심으로 비치는 건 아닌지, 작가가 써놓은 대사를 내가 바꿔도 될지 조심스러웠다. 최근에도 대사 속에 한 단어를 넣을까 말까 6개월을 고민했다. 기다리고 있는 작품 여러 가지 작품이 있는데, 우선 올해 개봉 예정인 <조작된 도시>가 기다려진다. 전형적인 악역이 아니었으면 해서 감독님과 아이디어를 나누면서 조금은 새로운 인물을 만든 것 같은데, 과연 얼마나 공감을 얻을지 아니면 혼이 날지 궁금하다. 배우로서 언제 가장 행복한가 연기할 때 내가 맡은 인물의 감정을 연구해서 A, B, C를 준비해 가는데, 간혹 현장에서 내가 생각한 A, B, C랑 전혀 다른 F가 나올 때가 있다. 그렇게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감정들이 나올 때 기분이 좋다.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라나 관객들이 기억 못했으면 좋겠다. 한 가지 색깔로 규정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은 배우의 욕심이다. 작품 안에서는 신 스틸러로 인정받고 싶지만, 또 다른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났을 때는 “저 배우 어디서 나왔지? 저 배우한테 저런 모습이 있었네?”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 빈 도화지 같은 배우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