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LIFE

남자? 절대 못 바꿔요

S대를 졸업하고 타워 팰리스에 사는 매력적인 싱글남? 그러나 그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우유니 킴이 풀어놓는 보통 여자들의 현실 연애 잔혹사 여섯 번째 에피소드.

BYELLE2016.06.08





EP06 남자를 바꿀 수 있을까 

그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S대 졸업, 집은 타워 팰리스, 사회에서 ‘한자리’ 하는 아버지를 둔 32세 남자. 정작 자신은 부와 명예를 거부하는 ‘좌파’라고 했다. 앨범 한 장을 겨우 낸 인디밴드 드러머이자, 가끔 출판사에서 번역 일을 받는 프리랜서였다. 이 조건들이 처음엔 흥미로웠다. 1년간 그가 간헐적으로 사귀자고 찔렀는데, 외로운 어느 날, 덥석 물었다. 그런데 알코올 중독자라니…


처음엔 ‘술을 좀 좋아하네’ 싶었다. 하지만 처음 만난 자리도 술자리, 그 이후 모든 데이트는 술집에서 했다. 눈은 항상 충혈됐고, 소주잔을 든 손이 덜덜 떨렸다. 정말 충격은 술을 적당히 먹은 어느 날에 일어났다. 나랑 방금 헤어졌는데, 혼자 바에 간다고 했다. 모자란 술을 채우기 위해서다. 알고 보니 만취하지 않은 데이트마다 그는 바에 갔다. 건강검진을 받기 전날에도 못 참고 바에 갔다. 그만 몰랐다 자신이 알코올 중독임을. 


나이를 먹으면서 세운 연애의 원칙 중 하나가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다. 상대의 모습 그대로. 알코올 중독도 처음엔 받아들이려 했다. ‘남자 나이 32살이면 한창 마시고 놀고 그런 때잖아’ 라면서. 게다가 아침에 출근할 일 없이 타워 팰리스에서 늦잠을 자면 되니, 그의 음주는 그만한 여유가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정식으로 알코올 중독 진단을 받은 것도 아니고 말이다(그가 병원에 가지 않았을 뿐인 것을). 무엇보다 그를 ‘터치’하고 싶지 않았다. 너는 너, 나는 나,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 뭐 그런 마음이었다. 


하지만 연애를 할수록 술을 같이 마셔줘야 하는 내 몸이 고역이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데이트가 2-3시간 내로 끝났으니까. 술잔이 아닌 커피 잔을 앞에 둔 그는 심지어 불쌍해 보였다. 참다못해 한 연애 상담코너에 사연을 보냈다. 답변은? “알코올 중독을 받아들이세요. 못 하겠으면 헤어지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조언. “남자는 바뀌지 않습니다. 알코올 중독을 고쳐서 사귀겠다는 마음 따윈 버리세요.” 


맞다. 32년을 자기 식대로 살아온 사람을 고작 3개월 만난 내가 바꿀 수 없다. 알코올 중독을 고쳐줘야 한다며 평강공주 코스프레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 그는 바뀌지 않으니까. 그렇게 3개월 만에 헤어졌다. “너랑 똑같이 술 마시는 게 해피한 여자를 만나. 그렇다고 술 줄이겠단 거짓말은 하지 마라. 말도 안 되는 얘기니까.” 그는 바로 수긍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으니, 상대의 단점을 고쳐보겠다는 헛물은 켜지 말자. 상대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고 불만만 쌓이는 관계라면 헤어지자. 물론 쉽지 않다는 것 안다. ‘정’이라는 것 때문에. 내가 지금 썸타는 남자는 기분이 나쁘거나, 상황이 제 뜻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폭언을 한다. 오늘은 “네가 말하는 거 다 거슬려”라고 했다. <또 오해영>에서 “네가 밥 먹는 게 꼴 보기 싫어졌어”처럼 말이다. 그러다가 자기 기분이 좋아지면 다시 잘해준다. 이 버릇을 고치려고 노력해봤다. 역시나 안 고쳐진다. 하지만 썸을 끊진 못하겠다. 그가 잘해줄 때 미웠던 마음이 녹으니까(연애는 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그만큼 정든 관계를 끊기란 어렵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는 종종 폭언을 할 테고, 나는 그때마다 울 거다. 그런 남자에게 나를 허비하기엔 세상에 멀쩡한 남자들이 많다. 조만간 헤어져야겠다. 


LESSON LEARNED 

상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겠죠. 하지만 술 폭력, 폭언 등 용서 못 할 것들에 있어선 과감해져야 합니다. 평강공주가 되어서 고쳐보겠단 생각은 하지 마세요. 사람은 절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우유니 킴이 전하는 인사

30대 중반. 패션지의 피처 에디터로 일하면서, 연애 해볼 만큼 해봤습니다. 연애 칼럼을 늘 쓰고 싶었어요. 그런데 세상 다 아는 언니처럼 이래라저래라 하기에, 제 연애는 시궁창입니다. 저처럼 연애에 치이고 구른 한국 여성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당신만 이렇게 힘든 거 아닙니다! 부끄러움은 제 몫. 저와 제 친구들의 현실적인 경험담이 당신에게 공감 혹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혹시 압니까? 남 일은 잘 보인다고, 당신의 연애에 해답을 얻을지. elle.co.kr에서 매주 수요일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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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WRITER 우유니 킴
  • EDITOR 김아름
  • ART DESIGNER 이상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