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 트레이너와 ‘썸’타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피티 ‘쌤’이랑 운동은 안하고 ‘썸’을 기대하는 여자들의 웃픈 이야기. 우유니 킴이 풀어놓는 보통 여자들의 현실 연애 잔혹사 세 번째 에피소드. | 연애,러브,섹스,로맨스,커플

EP03 피티 ‘쌤’에게 빠진 여자 1년 동안 퍼스널 트레이닝, 즉 피티를 했다. 그곳에서 비싼 수강료만큼 ‘후진’ 썸을 보았다. 신사역 부근의 헬스장은 러닝머신이 3대일 만큼 작았다. 회사에서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등록했는데, 자기네들은 소규모인만큼 ‘회원님들을 전담마크’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나는 1년 동안 그들이 회원님을 어떻게 ‘전담’ 또 ‘마크’하는 지 보았다. 물론 내게도.  나의 ‘쌤’은 36살 남자였다. 키 183cm, 머리는 노랗게 염색해서 꽁지 머리로 묶었다. 그런 헤어를 좋아해본 적 없지만 운동을 할 때 얼굴만큼 커지는 팔 근육은 호감이었다. 일주일에 3번 1시간씩 그와 운동을 했다. 저질 체력이라 5분 운동하면 5분 쉬었다. 1시간에 30분은 그와 얘기를 나누게 된 셈이다. 처음엔 날씨나 식사, 운동법 같은 일상적인 얘기를 나눴다. 시간이 지날수록 얼마 전에 만난 ‘상놈의 남자’까지 털어 놨다.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이라 오히려 얘기는 쉽게 나왔다. 카톡은 거의 매일 주고 받았다. “회원님 오늘 몇 시에 오시나요?” “점심에 닭가슴살은 드셨나요?” 문제는 카톡이 밤 10시 이태원에서도 울렸다는 것. “회원님, 여기가 집 근처라고 하셨죠? 술 한잔 어떠세요?” 근육 운동을 가르치면서 무슨 술이냐고? 내 말이. 그가 말했다. “일단 친해져야지 운동도 뭐도 잘 되더라고요.” 운동 때문에 금주 했던 터라, 간만에 마신 술에 완전 ‘뻑’이 갔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그때부터 이 쌤을 친구 같은 거로 착각했나 보다. 심지어 키 큰 근육질의 남자와 유흥가를 거니는 게 신나기까지 했다. 그가 입은 브이넥 나시도 용서될 만큼. 헬스클럽에 다니는 회원들은 나와 비슷했다. 나이는 30대, 신사역 인근의 직장인, 1회 8만원의 강습료를 지불할 여력이 있는 자, 이젠 나에게 이정도 투자는 해주리라 결심한 여성. 하지만 그들 중 몇 몇은 외.로.워 보였다. 그 중 한 명은 우리 회사의 부장님이었다. 미혼이었고 취미는 아무도 방문하지 않는 블로그를 꾸미는 것이다. 그녀는 헬스 클럽 쌤과의 카톡을 무척 즐거워했다. 평소라면 울릴 일 없는 그녀의 폰은 점심시간(회원님 닭가슴살 드셔야죠) 오후(엘리베이터 말고 계단을 이용하세요) 저녁(내일 12시에 운동 잊지 마세요)마다 바빴다. 나와 같은 쌤이라는 이유만으로 둘이 어떤 운동을 했는지 듣는 것은 고역이었다. 처음엔 피티 30회를 끊었는데, 어느 날 5백만 원을 들여 100회를 끊었다. 그리곤 또 100회를 끊었다. 그래, 꾸준히 운동하면 좋지. 그런데 급기야 쌤에게 선물까지 했다. 내가 본 것만 해도 두 개. 위스키 한 병, 쌤이 입에 귀에 걸렸던 명품 스니커즈. 아니, 세상에 어떤 회원님이 트레이너 쌤에게 이런 선물을 한단 말인가.  쌤은 결혼 사실도 숨겼다. 나와 술을 먹으면서 괴롭다는 듯이 털어놨다. 한번은 부인과 싸우고 부산에 내려갔는데, 그녀가 따라와 호텔을 결제해주었다고. 그래서 잤냐니까, 또 그런 마음은 안 들더란다. “X새끼.” 입으로 튀어나올 뻔 했으나 내일 같이 운동을 해야하는 사이라서 한번은 참았다. 그런데 또 반전. 부장님은 쌤이 결혼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헤어지기만을 기다린다나. 부장님이 쌤에게 지불한 피티 비용에는 운동 말고 다른 게 포함돼 있다. 운동 선생님-말상대-친구-연인 비슷한 거. 이 사실을 쌤은 정확히 인식했고, 그렇게 행동해 줬으며 이득을 얻었다(총 230회의 피티). 사실 나도 부장님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쌤과 술을 마시던 날이었다. 우연히 쌤의 (여자인) 친구를 만났는데 날 째려보더니 “이 사람 결혼했거든요?”라고 했다. 아니, 이게 무슨 바람녀 취급하는 소리인가. 그 이후로 운동을 관뒀다. 생각해보면 트레이너랑 왜 연애 상담을 하고, 왜 밤에 함께 술을 마시는가. 내 애기를 들어주고 맞장구 쳐주는 이성인 사람과의 만남이 좋았나 보다. 결국 나도 헬스장의 외로운 여자 중 한 명이었다. 그래서 부장님은 어떻게 됐냐고? 쌤이 잠적했다. 그러더니 몇 달 후에 연락이 오더란다. “회원님, 저 헬스장 옮겼는데 한 번 구경 오세요.”Lesson Learned ‘쌤’ 말고 운동과 사랑에 빠지세요. 그러면 안 오던 ‘썸’들도 옵니다. 꼭 날씬해지라는 말이 아니에요. 자신과 건강을 사랑하는 여성은 만인에게 아름다우니까요.우유니 킴이 전하는 인사 30대 중반. 패션지의 피처 에디터로 일하면서, 연애 해볼 만큼 해봤습니다. 연애 칼럼을 늘 쓰고 싶었어요. 그런데 세상 다 아는 언니처럼 이래라저래라 하기에, 제 연애는 시궁창입니다. 저처럼 연애에 치이고 구른 한국 여성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당신만 이렇게 힘든 거 아닙니다! 부끄러움은 제 몫. 저와 제 친구들의 현실적인 경험담이 당신에게 공감 혹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혹시 압니까? 남 일은 잘 보인다고, 당신의 연애에 해답을 얻을지. elle.co.kr에서 매주 수요일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