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석, 한효주의 하모니
바람소리처럼 혼자 있어야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있는가 하면, 홀로 부를 수 없는 노래가 있다. 유연석과 한효주가 만나 다정하고 몽상적인 한 폭의 사랑 노래를 빚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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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주와 소율, 그 여자의 노래
화보를 찍는 내내 유연석과 장난치는 모습이 <뷰티 인사이드>의 ‘이수’와 ‘우진’이 재회한 것 같았어요 그때 체코에서 함께 촬영하면서 많이 친해졌어요. 취미도, 재능도 많은 오빠예요. <해어화> 촬영 땐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제 사진을 찍고 앨범으로 만들어서 선물해 줬어요. 세상에서 제일 바쁜 사람이죠. 하하.
그 재능 많은 유연석이 작곡가로, 본인은 가수를 꿈꾸는 여자로 재회한 <해어화>는 어떤 영화인가요 1940년대를 배경으로 당대 최고의 작곡가와 그가 만든 노래 ‘조선의 마음’을 부르고 싶어 하는 두 여자의 이야기를 그렸어요. 저는 가수를 꿈꾸는 기생 ‘소율’을 연기했고, <뷰티 인사이드>에서 함께한 천우희가 절친이자 한 노래를 두고 엇갈리게 되는 ‘연희’ 역을 맡았어요.
예고편을 보면 오랜만에 여배우의 매력이 도드라지는 영화가 나온 것 같아요 아무래도 영화가 한 여자의 이야기를 따라 천천히 긴 호흡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더더욱 그럴 수 있어요. 프랑스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일생을 그린 영화 <라 비 앙 로즈>를 좋아하는데 <해어화> 시나리오를 읽고 이 영화가 떠올랐어요. 하지만 촬영을 마치고 보니 새로운 색깔의 영화가 나온 것 같아요.
‘해어화’는 ‘말을 알아듣는 꽃’이란 의미로 기생을 지칭하기도 해요. 근대 문물이 유입되던 1940년대의 기생은 어떤 직업이었나요 기생이 되기 위해선 ‘권번’이라는 기생학교에서 4년 동안 교육을 받고 시험을 치러야 하고, 그 과정을 거쳐 기생이 된 뒤에는 권번에 속해 일을 했어요. 하지만 1940년대는 기생을 위한 시대가 아니었어요. 대중가요를 부르는 가수들이 등장하면서 기생들은 점점 중심에서 밀려났어요. 내가 연기한 소율도 예인이 되고자 자신의 유년시절을 권번에 바쳤지만 현실은 꿈꿨던 것과는 달라요.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했다면서요 ‘정가’라는 장르를 불렀어요. 옛 시조를 가사로 한 노래인데 네 마디를 반복하지 않고 8~10분간 부르는 굉장히 느린 곡이에요. 4개월간 정가를 배웠는데 처음에는 가사 의미도 잘 모르겠고 막막했지만 나중에는 우리나라 노래 중 이렇게 매력적인 노래가 있구나 싶었어요. 긴 호흡으로 천천히 부르는 모습을 끝까지 보면 그 매력을 알 수 있어요. 영화에는 다 나오지 않지만 저도 완창했어요(웃음).
실제로 노래를 좋아하죠? 뮤지션들과 작업도 하고 음악 방송에서 자작곡을 부르기도 했어요 음악은 제가 순수하게 좋아하는 것 중 하나예요. 듣는 것도 좋아하고 잘은 못하지만 노래를 부르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해요.
입가에 맴도는 노래는 주로 오래된 노래들을 불러요. 김광석, 유재하의 음악을 좋아해요.
<뷰티 인사이드>는 우리가 언제 이토록 한효주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본 적 있을까 싶을 정도로 클로즈업 신이 많았어요. <해어화>에선 한효주의 어떤 표정을 볼 수 있을까요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제 얼굴이 담겨 있어요. 지금까지 절제되고 내면으로 감추는 연기를 많이 했다면 이번에는 감정을 표현하고 드러내는 연기를 했어요. 내가 연기한 소율은 연민이 가고 안쓰러운 아이에요. 어릴 때부터 칭찬만 받고 자랐지만 정작 스스로 만족하지 못해요. 기생이 되는 나이가 보통 19, 20세이니 그만큼 어리고 순수하기 때문에 본인의 가치를 모르고 흔들렸을 거예요. 그런 소율을 연기하면서 열등감과 질투, 욕망처럼 누구나 갖고 있지만 드러내고 싶지 않은 감정들을 보여주면서 저도 모르는 제 얼굴을 발견했어요. 관객들도 ‘한효주에게 저런 얼굴이 있어?’라며 새롭게 볼 것 같아요.
이 영화에서 연기는 믿고 봐도 될 것 같아요.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가 둘이나 나와요 하하, 그러네요. 우희가 <한공주>로 여우주연상을 받을 때 전년도 수상자인 제가 시상했어요. 연석 오빠와 우희 모두 <뷰티 인사이드>에서 함께해 의지가 많이 됐어요. 얼굴만 봐도 기운이 났어요. 우희와는 극중 대립관계라 현장에서 장난치거나 하진 못했지만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됐어요. 우희의 연기를 보면서 ‘대단하다, 내게 없는 걸 갖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극중 소율과 연희는 절친한 친구에서 경쟁자로 발전해요. 배우만큼 경쟁이 치열한 직업도 없을 텐데 라이벌은 긍정적인 존재라고 생각하나요 있어도 나쁘지 않겠지만 저는 라이벌을 두지 않으려 해요. 그냥 저랑 싸워서 자신을 이기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를 의식하고 견제하면서까지 나를 갈고 닦으면 제 마음이 너무 힘들어요. 경쟁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도 잘 안 해요. 가끔은 어쩔 수 없이 이 일이 치열한 것 같기도 하지만 저는 감사하게도 주어진 일에 몰두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상황들이 많았어요.
자신과의 경쟁은 잘 이겨내나요 아니요. 얼마나 타협을 많이 하는데요(웃음).
자신의 기준이 높은 건 아닌가요 욕심이 좀 많아요. 모든 면에서 그런 건 아닌데 일에 있어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견디질 못해요. 그래서 일할 때 긴장이 돼 있어요.
연기를 배우기 시작할 때의 한효주는 어떤 아이였나요 그때도 뭐든지 열심히 하려고 했어요. 실력은 에이스가 아니지만 의지만큼은 최고였어요. 하하.
자신감의 원천은 그 시절에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게 많았기 때문에 겁이 없었어요. 하면서 점점 ‘깨지는 게 이런 거구나’라는 걸 깨닫지, 처음부터 그러진 않잖아요. 성격도 겁부터 먹고 주저앉는 편이 아니에요. 그래서 당연히 잘할 수 있고, 당연히 잘 헤쳐나갈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러다… 완전히 고꾸라졌죠.
바닥을 쳤을 때 어떻게 다시 반등했나요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다고 하잖아요. 마찬가지로 작품으로 인해 깨졌으면 또 다른 작품을 통해 올라서면 되더라고요.
지금쯤은 ‘이거 하나는 내가 잘한다’ 싶은 게 생겼을 것 같은데요 아직은 모르겠어요. 그냥 키가 좀 크다는 거? 하하.
서른이 된 올해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일단 연기를 더 잘하길 바라고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으면 해요. 진심으로. 왠지 오늘 제 일대기를 인터뷰하는 것 같네요(웃음).
그나저나 영화에서 노래 ‘조선의 마음’은 결국 누가 부르나요 영화를 보면 알겠죠?
연석과 윤우, 그 남자의 노래
머리를 짧게 잘랐네요. 뭔가 심경의 변화가 있었나요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잘랐어요. 지난 2년 동안 연달아 작품을 하느라 머리 스타일에 변화를 줄 기회가 없었거든요. 염색도 했는데 잘 어울리는지 모르겠네요.
당대 최고의 작곡가 ‘윤우’는 어떤 매력이 있는 남자인가요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고 나라에 대한 사랑이 깊어요. 또 밝은 성격을 지녔어요. 본인의 감정에 솔직하고 꾸밈없죠. 이런 모습이 여자에게 매력적이지 않을까요?
실제 본인은 저도 꽂히는 게 있으면 파고드는 스타일이에요.
작곡가 캐릭터는 어떻게 파고들었나요 영화 촬영이 뮤지컬을 같이하고 있을 때여서 음악감독님이 디렉션을 주고 피아노 반주를 하는 모습을 관찰해서 참고했어요.
애국가를 부르면 마음이 숭고해지는 것처럼 그 시대의 작품을 하면 왠지 모를 애국심이 들기도 하나요 윤우가 일본 순사들 앞에서 당당하게 피아노로 ‘아리랑’을 연주하는 장면이 있어요. 애국심이라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그걸 찍으면서 마음이 쓰였어요. 영화 속 피아노 장면들은 대역 없이 직접 라이브로 연주해서 찍고 싶었는데 그땐 특히 더 그랬어요. 피아노 실력은 피아노를 조금 칠 줄 아는데 작곡가 수준의 실력이 아니어서 영화에 나오는 곡들을 연습했어요. 그중에서 아리랑은 윤우의 감정이 많이 들어가 있는 곡이라 많이 팠어요. 연습을 하려고 키보드도 샀는데 시간이 될 때마다 치려고요.
성공 확률은 그건 비밀이에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건 어떤 기분이죠 부담이 되죠. 그나마 공연 중에 노래를 하는 건 좀 나아요. 노래를 한다기보다 감정을 표현하고 말을 한다는 기분으로 하니까 한결 편안했어요. 오히려 쇼케이스에서 마이크를 잡고 뮤지컬 넘버를 부를 때가 힘들었어요. ‘나 노래 해요’라고 자세를 딱 잡으니까, 어휴….
작곡가가 누군가를 위한 노래를 만드는 것처럼, 본인이 제작자라면 배우 유연석에게 어떤 역할을 맡기고 싶나요 음…. 이 질문은 요즘 하고 있는 고민이에요. 다음 작품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기도 하고 어떤 캐릭터를 해야 할지, 무엇이 재미있을지 그런 생각들을 한창 하고 있어요. 그래서 명확한 대답을 하기 어려워요. 유연석이란 배우가 보고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는 시나리오가 어딘가에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정확히 모르겠어요.
여행과 사진을 취미로 하고 가구를 직접 만들며 와인 바를 운영하는 ‘유연석의 삶’은 얼마나 재미있나요 아직까진 만족스럽게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다양한 경험과 취미는 배우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부지런히 살려면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할 텐데 여러 가지를 하면서 사니까 간혹 혼란스럽기도 해요. 그래서 요즘 여유를 갖고 싶은 생각도 들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우선순위에 따라 정리해야 앞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깊이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것도 잠깐일 거예요. 마음에 드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금세 빠져들 게 분명해요.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라…. 그냥 지금처럼 재미있게 살 수 있도록 체력이 뒷받침되면 좋겠어요(웃음).
그나저나 영화에서 노래 ‘조선의 마음’은 결국 누가 부르나요 영화를 보세요!
Credit
- PHOTOGRAPHER 김영준 stylists 박만현
- 지경미 EDITOR 김영재 Hair Stylists 이혜영(한효주·Aveda)
- 민규(유연석·Soonsoo) Makeup Artists 천미연(한효주·Deen)
- 지미(유연석·Soonsoo) DIGITAL DESIGNER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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