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 셰프 '르네 레드제피'에게 묻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2003년에 문을 연 이래 12년간 레스토랑 계의 새 역사를 쓴 코펜하겐의 노마. 이 곳의 헤드 셰프르네 레드제피에게 이메일을 써서 앞으로는 어떤 놀라운 일을 벌일지 미리 물었다.::노마,노마코펜하겐,르네 레드제피,셰프,레스토랑,데코,엘르데코,엘르,elle.co.kr:: | 노마,노마코펜하겐,르네 레드제피,셰프,레스토랑

노마에는 식재료를 준비하는 키친, 손님들이 먹을 음식을 만드는 서비스 키친 외에 온전히 식재료를 탐구하고 개발하고 시식해 보기 위한 테스트 키친이 존재한다.젊은 셰프들의 팔에는 대담한 문신이 새겨져 있으나, 그들은 헐렁하게 일하지 않고 한 팀으로 시너지를 낸다. 팔에 그려진 문양보다 더 강렬한 컬러의 식재료를 다듬고 있는 중.취재 당시 해외 출장 중이던 르네 레드제피는 최근에 촬영한 포트레이트 사진을 보내주는 것으로 자리 비움을 대신했다.‘노르딕 음식’이란 의미의 ‘NOMA’는 헤드 셰프 르네 레드제피가 실험적인 노르딕 퀴진을 내놓는 레스토랑으로 <미슐랭 가이드> 2 스타를 받았고, 3년 연속 영국 <레스토랑>지에서 꼽는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에 선정됐다. 노마 이후 전 세계가 노르딕 음식에 대해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기에, 이전에 없던 실험적 테이스팅 메뉴를 제시한 식당들도 속속 생겨났다. 노마를 모르는 이라 해도 ‘살아 있는 개미가 기어다니는 접시’에 대해선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마는 특이해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레몬이 나지 않는 덴마크에서 신맛을 내기 위해 사용하는 식재료로 개미를 사용했을 뿐이다. 노마의 음식은 그만큼 자연 그대로를 담되 놀라운 방식으로 미각을 일깨운다. 그래서 노마의 음식 ‘뉴 노르딕’이라는 별칭이 붙였다. 이런 노마의 음식을 경험하기 위해 코펜하겐에 와서 점심, 저녁 식사만 하고 돌아가는 ‘젯셋’ 문화가 생길 정도다. 매년 100만 명이 노마에 예약을 시도하며, 예약이 취소되기를 기다리는 대기자 명단이 매일 1500명에 이른다는 풍문이 전해진다. 덕분에 코펜하겐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개스트로노미 도시가 됐다. 그러나 이 명성을 뒤로하고 르네 레드제피와 그의 팀은 좀 더 다양한 음식과 재료를 실험하고 있다. 그의 레스토랑에는 오직 연구와 실험만을 위한 테스트 키친이 있고 발효실도 있다. 기업가와 손잡고 ‘노르딕 푸드 랩‘이라는 기관까지 설립했다. 그 실험적 행보의 또 다른 결과로 노마는 모든 키친 스태프와 그들의 가족들까지 모두 일본에 데려가 2014년 ‘노마 재팬’을 선보였고(2015년 초 노마 재팬을 마치고 다시 코펜하겐으로 돌아왔다), 2016년 초부터 6개월간 선보일 ‘노마 호주’를 준비 중이다. 노마 재팬 기간과 마찬가지로 노마 호주 기간 내내 노마 코펜하겐은 문을 닫는다. 2016년 이후에는 르네 레드제피의 탐구 정신이 조금 더 적극적인 ‘도시 농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지금 세계적인 덴마크 건축가 비야케 잉겔스(Bjarke Ingels)가 그들의 새로운 레스토랑을 짓고 있다. 새 레스토랑에선 어떻게 하면 좀 더 환경친화적이고, 자연으로 돌아간 맛을 찾아낼 수 있는지를 고민할 예정으로 농장과 옥상 온실, 발효실을 갖추고 셰프 외에 농사를 지을 직원까지 고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노마의 셰프들은 일하지 않는 날에도 더 멋진 음식들을 먹어보길 권고당하고 있으며 서비스 시간 외에 ‘채집 시간’이 주요 업무라 하니, 이곳은 그저 레스토랑이 아니라 인간의 미각을 개척해 나가는 하나의 커뮤니티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겠다. <엘르 데코> 코리아가 노마에 직접 찾아갔던 지난가을에도 르네 레드제피는 세계를 떠돌고 있었다. 이후 이메일로 그와 다시 만났다.고성을 떠올리게 하는 고풍스런 건물 1층에 들어선 노마. 외벽을 약간 개조했으나 건물 분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했다.레스토랑 내부는 결이 거칠게 살아 있는 나무 대들보를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정중앙에 거대한 사이즈의 키친이 자리하고 그를 둘러싼 테이블들은 상대적으로 소박하다.숲 속에서 찾아낸 맛들. 이끼 틈새에 자라는 버섯 모양으로 몰드한 초콜릿과 나뭇가지로 입구를 막은 병 속의 달걀 리커.완두콩과 신선한 우유의 커드 그리고 다시마와 비슷한 종류의 해초인 켈프(Kelp).레스토랑 트렌드가 급변하는 시대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2003년 오픈 이래 셰프와 컨셉트, 인테리어 등이 모두 그대로다 12년간 작지만 다양한 변화가 있었다. 인테리어 측면에선 노마의 바닥을 두 번 바꿨다. 유난스러운 장식은 하지 않지만 컬러의 사소한 뉘앙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은 가구들 역시 때때로 변화를 주고 있다. 재료 면에서 가장 다른 점은 이제는 노르딕 식재료만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뀌지 않은 것은 셰프들뿐이다. 채식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채소를 고기에 비해 굉장히 비중 있게 쓴다. 노마가 생각하는 채소란 무엇인가 나에게 채소는 요리하기 가장 환상적인 재료다. 맛의 범위가 정말 넓다. 음식을 먹은 후에도 노마 손님들의 몸이 무거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특히 사랑한다(웃음).  전 세계를 다니며 아주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았을 텐데, 뉴 노르딕에 영향 또는 영감을 준 요리를 꼽는다면 김치를 중심으로 한 한국의 발효 음식, 일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음식에 대해 엄격한 미적 감각, 멕시코인들의 식습관이 현재 나에게 가장 영향을 주는 것들이다. 실험적인 재료들을 쓴다. 살아 있는 개미와 같은 재료들을 어떻게 찾아내고, 어떤 것들이 실제 메뉴로 선정되는가 식재료는 주변에 가득하다. 찾는 것은 쉽다. 요즘은 아주 좋은 농장에서 생산되는 재료를 간단한 인터넷 서치만으로도 쉽게 알아낼 수 있다. 가장 어려운 것은 그것들을 신선한 형태로 레스토랑에 가져오는 일이다. 노마에는 많은 셰프가 있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가르치는 것은 간단하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굉장히 복잡한 것들이 뒤엉켜 있기 때문이다. 계절적 특성과 요리의 역사, 로컬 음식 문화라는 지식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다. 마인드 측면에서는 요리할 때 정직함과 관대함이 가장 우선이다. 코펜하겐에 있는 노마는 2016년에 문을 닫고 노마 호주 이후 도시 농업 형태의 새 레스토랑을 열 것으로 알려졌다. 왜 도시 농업에 주목했나 농업 자체가 요점은 아니다. 다만 계절에 맞춰 좀 더 신선한 방향으로 변하려고 한다. 1년을 3기로 나누려 하는데, 연초에 얼음처럼 찬 물과 알이 꽉 찬 생선이 많은 시즌엔 해산물에 포커스를 맞출 것이다. 모든 식물이 녹음으로 짙어지는 중반기에는 굉장히 다양한 채소들을 이용해 손님들에게 다트의 화살처럼 ‘슉’ 다가가는 베지터리언 식당으로 변신할 예정이다. 연말에는 숲과 대지의 변화에 자연스레 맞춰가며 메뉴를 줄일 것이다. 사냥한 야생 동물의 고기, 다양한 버섯 또는 눈 속의 야생 딸기 같은 것들을 쓰게 될 듯하다. 예로 든 것처럼 농장으로 둘러싸인 식당은 어떤 음식을 내놓든지 간에 자연의 보너스 정도 역할만 한다. 요리는 자연을 지배할 수 없다. 노마 호주를 결정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호주는 대지 자체가 어마어마한 만큼 다양한 식재료를 구할 수 있다. 게다가 다른 대륙에는 없는 매우 이국적인, 그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굉장히 실험적인 요리를 하고 있는데, 아주 단순하고 전통적인 덴마크 요리를 해볼 생각은 없는가 간단한 덴마크 요리는 색이 짙은 곡물 빵과 감자 그리고 돼지고기 스튜로 된 아주 기본적인 구성이다. 스칸디나비아 음식이 공통적으로 그렇다. 개인적으로 언젠가는 이 간단한 음식들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식당을 열고 싶다. 그러나 그 음식들을 ‘테이스팅 메뉴’로 만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노마의 DNA 안에서는 선보일 수 없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