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찌든 삶을 위로받는 싱글남의 집

세심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호텔같은 내 집을 완성한 브랜드 마케터 김동훈과 아파트 속에서 집다운 집을 개척한 PR 에이전시 디렉터 변성용의 힐링 하우스.

프로필 by ELLE 2015.11.05

집에 산 지 1년이 넘었다지만, 마치 한달 전에 이사온 듯 번듯한 집.






기존에 거실이던 공간을 침실로 탈바꿈시졌다. 우드 패널로 개방감을 주어 답답함을 없애기도.






김동훈이 사랑하는 포르나제티.






어느 공간보다 그의 감각 정성이 드러나는 옷방이자 그의 집에서 가장 큰 공간. 창문을 막고 화이트 몰딩으로 브랜드 쇼룸같이 꾸몄다.




김동훈 brand marketer

종종 삶에 찌들어 있는 자신이 가엾다는 생각이 들 땐 호텔을 검색한다. 현실의 때와 짐을 적나라하게 품고 있는 ‘집구석’을 떠나, 바삭하게 잘 다림질된 침대보와 은은한 조명, 세심한 서비스로 위로받을 수 있는 호텔 말이다. 미네타니 김동훈 팀장의 집은 그만을 위한 작은 호텔이었다. “부모님과 계속 평범한 아파트에 살다가 지난해 3월 이 집으로 독립했어요. 2~3년 전부터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 새로 나온 인테리어 소품은 뭐가 있는지에 자꾸 관심이 가더라고요. 자연스레 독립을 준비하게 됐고 내 취향이 담긴 ‘호텔 같은 집’으로 꾸며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가 자주 참고한 인테리어 사진은 애플리케이션 ‘HAUZZ’ 안에 있었다. 수백 가지 스타일의 인테리어 중 유독 눈길이 머물러 북마크한 사진은 모두 모던하고 심플한 컷들이었다. 하지만 그의 바람을 구현하기 위해선 낡고 오래된 아파트를 대대적으로 레너베이션해야 했다. 그러나 인테리어 업체에 모든 과정을 한꺼번에 맡기고 싶지는 않았다. 미네타니 매장을 오픈며면서 알게 된 인테리어 전문가들이 추천해 준 시공사에 일일이 연락해 공사를 직접 진두 지휘했다. 그 결과, 듣도 보도 못한 분위기의 아파트가 탄생했다. 거실 위치에 침실을 꾸며 집에 들어서자마자 침대가 보이는 것도 놀랍지만, 브랜드 쇼룸처럼 탈바꿈시킨 드레스 룸이 압권이다. 재미있는 건 모든 방에 문이 없다는 점. “이 집이 워낙 작아서 문이 있으면 많이 답답할 것 같더라고요. 나무 파티션 외에는 모두 텄죠.” 대신, 베란다는 그대로 뒀다. 베란다가 없는 부모님 아파트가 보기에는 널찍하고 예쁘지만, 빨래도 널고 화초도 키우려면 반드시 있어야 할 생활공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소 좁게 느껴질 수 있는 24평형의 집은 여백을 많이 만들어 답답한 느낌을 덜어냈다. 최대한 수납공간을 많이 만들고, 집 크기에 맞게 맞춤 가구를 제작한 것. 그렇게 정리된 공간은 그림으로 인상을 더했다. 가령, 침실과 자리를 바꾼 내밀한 거실에는 K옥션에서 낙찰받아 구입한 이강소 작가의 판화가, 옷방에는 브랑코 바흐넥의 그림이 서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에게 그림은 가장 처음의 유희이자 인테리어의 화룡점정인 셈이었다. “앞으로는 클래식한 가구나 아이템들을 하나씩 모아 모던한 공간에 무게를 더하고 싶어요. 이사 갈 때마다 새로운 가구들로 채우는 것보다 물려받은 장이나 책상 등을 가져와 히스토리가 있는 집으로 꾸미려구요.” 포트레이트 촬영을 위해 거실에 등장한 그는 포마드를 발라 깔끔하게 머리를 빗어 넘기고 나타났다. 집주인과 집이 이토록 닮아 있음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침실에 무심하게 놓아둔 정지은 작가(위)와 김태은 작가(아래)의 사진들.






이 집을 선택하게 만든 결정적 요소, ‘초록’ 전망을 품은 베란다. 정남향 구조인 이곳에서 종종 멍하니 앉아 있기도,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거실은 그가 주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그와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패브릭 소파.






거실 한가운데 둔 어린 시절부터 사용하던 데스크. 무심하게 데커레이션해둔 소품들에서 그의 귀여운 취향이 엿보인다.




변성용 PR agency director
볕 좋은 늦여름의 일요일 오후, 당신은 무엇을 떠올릴까? 에디터가 홍보대행사 apr 변성용 이사의 집을 찾았을 때 꽤 괜찮은 답안을 목도했다. 편안한 옷차림에, 깨끗하게 세탁한 옷가지들을 한아름 품에 안고 반갑게 맞이하는 해사한 남자의 모습이라니! 그 장면이 작위적으로 느껴지지 않은 건, 그만큼 편안한 집안 분위기 때문이었으리라. 시선을 확 빼앗는 유명 디자이너의 화려한 작품보다 오래 쓰기 좋은 디자인의 가구들과 손때 묻은 인테리어 소품들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부모님과 같이 살다가 독립한 첫 집이에요. 처음으로 혼자 사는 공간이 생기다 보니 어떻게 꾸밀지, 무엇을 사야 할지 골머리를 앓았죠. 결국 전 집다운 집이 좋더라고요.” 주말 오후라 해도 그가 사는 빌라는 한남오거리 부근의 번화가 뒤편이란 입지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다. 베란다 창문을 열면 보이는 미군아파트 단지 공원의 한적함도 한몫했다. 이 집을 선택하게 한 요소들이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손수 개조한 주택에서만 살았어요. 겨울엔 형이랑 정원에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고, 여름엔 고무통 수영장에 물을 받아 놀고…. 항상 ‘초록’이 익숙한 삶이었죠. 그러다 보니 아파트는 상상도 하기 싫더라고요.” 그러니까 이 집은, 그의 잠재의식이 선택한 것이다. 갓난아기와 젊은 부부가 살던 집은 깨끗했다. 집 벽면을 깔끔하게 둘러싸고 있는 화이트 몰딩도, 새로 도배한 듯한 벽지도 그에겐 손댈 필요 없이 흡족했다. 공간안은 발품과 손품을 팔아 합리적으로 구입한 가구들로 채워졌다. 그의 가구 선택 기준은 모던하되 오래 쓸 수 있을 것. “옷도 그렇지만 ‘타임리스(Timless)’ 물건들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이 집으로 독립한 이후에 그의 삶은 조금 변했다. 50분 이상 걸리던 통근 시간이 반으로 줄어들었고, 자연스레 여가활동도 늘었다. 아침엔 한강변을 따라 가볍게 자전거를 타고, 퇴근 후엔 줌바와 피트니스를 한다. ‘너무 친해서’ 살뜰함조차 부담스러움으로 다가오던 부모와의 관계는 훨씬 돈독해지고 애틋해졌다. “원래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좋아하는 줄은 몰랐어요. 이 집에서 산 지 1년 조금 넘었는데, 너무 행복해요.” 진심으로 이 남자가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Credit

  • editor 이경은
  • 정성혜 photographer 김상곤 DIGITAL DESIGNER 오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