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복싴남녀> 들어봤어?
1인 미디어 시대의 꽃, 팟캐스트. 모두 말하고 모두 들을 수 있는 그 속에 세상의 모든 지식과 수다와 폭로와 소문이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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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on Air
한국어 방송 중에 유일무이한 ‘패션’ 팟캐스트도 있다. <복싴남녀>를 만드는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 황의건, 조 프레시 디렉터 정성호, <무신사> 에디터 장윤수, 모드나인 이승준 네 남자를 만났다. 수다스런 남자인 척하면서 패션을 둘러싼 온갖 주제를 던지고 받고, 치고 빠진다.
네 사람은 어떻게 모였어요
정성호 제가 캐스팅했어요. 황의건 이사와는 10년 정도 알고 지냈는데 형님하고 둘이서 해볼까 하다가, 승준과 윤수를 만나게 됐죠. 각각 패션계에서 이력도 다르고 목소리나 캐릭터도 다르니 해봅시다 했어요. 황의건 우린 기획 그룹이에요. 서로 안 친해요(웃음). 정성호 이사가 말하길, 외국 담당자들과 컨퍼런스 콜을 하는데 전화통화만으로도 청바지 디테일을 다 상상할 수 있었대요. ‘아 패션을 말로 하는 게 가능하겠구나’ 하는 부분에서 설득당했죠.
왜 패션 팟캐스트를 하기로 했을까요 정성호 제가 팟캐스트를 열심히 들어요. 운전하면서 이런저런 분야를 들어보니까 재미있더라고요. 패션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얘기하다 보면 통하는 게 있을 것 같았어요. 이승준 패션 팟캐스트는 지금 방송 중인 걸로는 저희가 유일해요. 팟빵에는 패션 카테고리가 아예 없어서 우리가 교육, 취미 쪽으로 들어가더라고요. 제가 패션 학도였을 때, 어떤 브랜드에 어떤 일이 있었다든지 누가 디렉터라든지 하는 걸 해외 인터넷 사이트 외엔 접할 곳이 없었어요. 그런데 필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말로 설명해 주니까, 저도 들으며 재미있고 패션에 관심 있는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 것 같았어요. 황의건 새로운 매체라서 좋아요. 패션 분야의 생리를 잘 알기에 팟캐스트를 섣불리 건드리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죠. 내공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에요. 말로 옷을 보이게 해야 하잖아요. 옷을 둘러싼 다양한 정보를 적재적소에 곁들여야 하고요. 장윤수 저는 오피셜하지 않은 미디어를 통한다는 것 자체가 좋았어요. SNS나 인쇄 매체나 미디어를 어떻게 쓰느냐 하는 문제지 어떤 게 더 파급력 있는가 하는 문제는 아니니까요.
어떤 사람들이 듣나요 이승준 회사원인 저희 아버지가 들어보니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게임 업계에 있는 친구한테 물어보니 전혀 모르겠다, 이런 반응이었어요. 그래서 누구나 재미있게 들을 수 있도록 패션계 뉴스를 앞부분에 브리핑처럼 소개하고, 뒷부분에 그날의 주제를 토크로 푸는 방식으로 정리했어요. 황의건 우리 청취자는 불특정 다수니까, 너무 전문적이거나 전후 설명 없이 못 알아 들을 만한 얘기는 안 되겠더라고요.
청취자 피드백도 챙겨 보나요 장윤수 주변에서 막 연락이 오더라고요. 재미없다는 연락도 오고. 황의건 처음엔 반응이 없다가 요즘은 자발적으로 연락이 와요. 그때 기분이 되게 묘하더라고요. 한 사람, 한 사람이 너무 소중해. 이거 들으려면 은근히 귀찮거든요. 뭐 애플리케이션 깔고, 알림 신청하고…. 이승준 저희가 댓글도 막 읽어줘요. 장윤수 경품도 줬어요. 황의건 남들 하는 건 다 해.
어디서 녹음해요 이승준 여기저기서 해보다가, 지금은 고정적으로 황의건 이사 집에서. 그래서 고양이 소리가 가끔 들어가요. 고양이가 녹음하는 테이블에 뛰어올라왔을 때 조용히 들어서 내려놓으면 그때 “야옹” 하는 거예요.

(왼쪽부터) 자신이 싫어하는 남자 패션을 재해석해 입은 이승준, 황의건, 정성호, 장윤수.
PD나 작가 없이 네 명이서 모든 걸 준비한다는 게 사실인가요 이승준 제 아이폰에 마이크만 달아서 녹음하고, 정성호 이사가 편집해요. 큐시트에 제가 단어 몇 개 적어오면 그게 대본이에요. 정성호 너무 많이 자르면 현장 느낌이 사라지니까, 거의 다 살리는 쪽으로 편집해요. 황의건 보통 저녁 8시에 만나서 새벽 1시까지 녹음하고요. 장윤수 누가 시켜서 하는 거면 못해요. 진짜 너무 피곤해. 황의건 이사 말을 계속 듣고 있는 게 체력적으로 너무 힘듭니다.
네 사람이 각각 맡은 캐릭터가 있던데요 황의건 개인으로 보면 다 개성이 강한데, 그게 목소리만 들릴 때는 좀 더 부각시키지 않으면 구분이 잘 안 되더라고요. 저는 제 정체성을 더 오버해서 표현하는 편이에요. 늘 그렇게 주책맞지 않은데, 여기선 좀 더 드러내고 무너져주는 거죠. 김구라가 왜 그런 캐릭터인지, 유재석이 얼마나 힘든지 알겠더라니까. 정성호 윤수는 막말하고 욕도 잘하는데 아는 건 많은 애. 인기 많은 나쁜 남자 캐릭터. 장윤수 프로 욕쟁이를 맡고 있습니다. 정성호 승준이는 막내라 좀 어리바리하고 허당인 걸로 ‘쿠사리’를 먹죠. 실제로는 아니지만. 장윤수 방송에서 제일 중요한 축은 정성호 이사예요. 매끄럽게 진행하고, 흐름이 너무 처지지 않게 해 주고요. 그러면서 자기 브랜드 홍보를 잘합니다.
패션 업계에서 일하는 한편으론 패션 얘기에 누구보다 질려 있는 사람들 아닌가요 이승준 저희 모두는 아직도 패션에 관한 얘기를 즐거워해요. 황의건, 정성호 이사는 패션 업계에 오래 있었던 큰형님들이고, 나이도 10년 정도 차이나요. 덕분에 대화 방향이 새롭게 펼쳐지는 게 즐거워요. 예를 들어 저희는 패션을 쉽게 따라 입을 수 있는 거라고 보는 면이 있다면, 황의건 이사는 사치스러운 환상으로 보는 면이 있는 거죠. 장윤수 앞에서 대놓고 못하는 얘기가 있어요. 공식적으로 할 수 없는 얘기를 이 방송에서는 편하게 하면서 해우소 같은 기분이 들어요.
오늘 촬영을 위해 직접 스타일링해 오기로 했어요. 그중 숙제는 ‘내가 싫어하는 남자들의 패션을 재해석하라’였죠 이승준 나이 많은 분들이 검은 구두에 청바지 아무렇게나 입을 때가 보기 싫더라고요. 같은 청바지라도 멋있게 입을 수 있는 방법은 구두는 웰트(테두리)가 넓고 브라운 계열로 고르고 티셔츠 대신 셔츠를 입으면 클래식 룩을 완성할 수 있어요. 장윤수 요즘 유행하는 ‘놈코어 시크’를 한번 입어봤습니다. 제가 요즘 싸고 젊게 입는 방법을 열심히 찾고 있어서, 오늘 입은 옷은 실제로 모두 SPA 브랜드고 발랄한 색으로 입어봤어요. 정성호 전 원래 감색, 회색, 흰색에 데님만 입어요. 남들은 바꿔 입었는지도 모를 정도로만 스타일이 바뀌죠. 오늘은 굉장히 화려한 도트 무늬 수트를 입어봤습니다. 역시 잘 어울리더군요. 황의건 사람들이 가장 꼴 보기 싫어하는 등산복을 재해석해 봤어요. 근데 입어보니까 편하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번 아웃도어랄까, 도시에서 입을 수 있는 룩을 선택했고요. 너무 알록달록한 거 말고 정돈된 색을 입으면 됩니다.
Credit
- PHOTOGRAPHER Kim S. Gon
- EDITOR 이경은
- DIGITAL DESIGNER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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