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랑콤’의 뮤즈 줄리아 로버츠

탄탄한 커리어의 배우, 좋은 아내, 현명한 엄마 그리고 환경 운동가까지. 현대 여성의 롤모델을 훌륭히 해내고 있는 이 여배우의 이름 앞에 ‘프리티 우먼’이란 수식어를 붙이는데 누가 토를 달 수 있을까. ‘랑콤’의 뮤즈라는 역할 하나를 막 추가한 줄리아 로버츠. 시네마틱과 뷰티 아이콘을 넘나드는 그녀와 나눈 여자 그리고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

프로필 by ELLE 2010.03.12

“마담 줄리아 로버츠를 소개합니다.” 센 강이 고즈넉히 내려다보이는 파리의 라모네(DE LA MONNAIE) 호텔. 랑콤의 새 얼굴이 된 그녀를 축하하기 위해 특별히 초청된 11개국의 프레스들과 마리오 테스티노, 카린 로이펠트 그리고 그녀의 남편이 박수로 맞는다. 이윽고 익숙한 레드 카펫 대신 깔려진 새하얀 카펫 위로 그녀가 걸어나온다. 나의 눈길은 생각보다 훨씬 호리호리한 몸매, 부드러운 금발을 거쳐 예의 그 특별한 미소에 멈추고 만다. 그 미소를 보고 있자니 고유명사처럼 굳어버린 ‘프리티 우먼’이라는 표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현재 그녀는 첫손에 꼽히는 여배우도 아니고, 그녀만큼 영향력을 지닌 여배우도 많지만 그 수식어는 그녀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20년이 지나도 수많은 팬의 기억 속에 여전히 유효한 비결은 뭘까. 아. 지금 눈앞에 서 있는 그녀 자신이 증명해 보이고 있다.

“식사는 잘하셨나요?” 줄리아 로버츠가 내 어깨에 살포시 손을 올리고 말을 건넨다. 할리우드 역사에 길이 남을 존재지만 ‘여배우’라는 말이 주는 위화감 따윈 없다. 조명이 반사되며 언뜻 비치는 눈가 주름(그러나 아름답고 자연스러운)이, 적당하게 근육이 붙은 팔 라인이 잔혹할 만큼 절제하고 관리해 서 만들어진 산물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는 덕일까. 아니면 일일이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는 여유로움 덕일까. 아니, 내내 그녀 곁을 지키는 남편의 공일지도 모른다. 



“전 늘 셀러브리티 그 이상이 되기 위해 노력해왔어요.” 다른 여배우들이 화려한 조명과 레드 카펫, 파파라치 카메라에 몸을 맡기고 휘황찬란한 삶을 영유할 때 그녀는 아내와 엄마, 배우 그리고 환경 운동가로 자신만의 유니크한 커리어를 쌓고 있었다. “전 누군가의 롤모델이 될 만한 사람도 아니고, 다른 이들에게 가르칠 만한 것을 찾으며 유난 떨지도 않죠. 다만 좋은 아내, 현명한 엄마, 열정적인 배우가 되기를 노력하는 과정들이 좋게 비쳐질 뿐이에요.” 겸손하고 담담하게 말하지만 사실 이는 이상적인 현대 여성을 롤모델이 아닌가. 대중 특히 한국의 팬들에겐 많이 비쳐지지 않았지만 최근 몇 년간 그녀는 <모나리자 스마일>, <클로저>, <더블 스파이> 등의 영화, <샬롯의 거미줄>이라는 애니메이션, <사흘 간의 비 3DAYS OF RAIN>라는 브로드웨이 연극을 통해 활발하게 커리어를 쌓아왔다. 또 “가정과 개인적인 삶을 위해선 스포트라이트에서 한걸음 빠져나올 준비가 늘 돼 있다.”고 말할 만큼 가족에 헌신적이다. 어린이 중병 환자들을 위한 봉사단체인 ‘홀 인 더 월 갱(HOLE IN THE WALL GANG)’과 에이즈 환자를 위한 RED 캠페인, 레트 증후군을 알리기 위한 기금 활동 또한 그녀의 몫. “그뿐인가요. 말리부의 집과 뉴 멕시코의 목장 모두 제가 직접 작업했으니 한때는 설계사이기도 했죠. 하하.”

이처럼 현대 여성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자신의 삶을 통해 대변해주고 있는 그녀기에 랑콤의 새로운 뮤즈가 된 것은 크게 놀랄 일도 아니다. “마흔에 접어든 시점에서 뷰티 브랜드 모델이 된다는 것은 정말이지 흥분되고 다시 태어난 느낌이죠. 만약 젊은 시절에 이런 기회가 왔다면 지금만큼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을 거예요. 40대가 됐기 때문에 자신에 대해 더욱 잘 알고, 자신감을 갖게 됐기 때문이죠.” 하지만 프레스티지, 럭셔리부터 떠오르는 뷰티 브랜드의 모델이라 소박하고 평온한 삶을 지향하던 그녀와 언뜻 매치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제가 정의하는 우아함과 럭셔리는 좀 달라요. 프랑스의 여배우인 아누크 에메(ANOUK AIMEE)가 가진 조용한 자신감, 이전의 랑콤 모델이었던 이사벨라 로셀리니(ISABELLA ROSSELLINI)의 자상하고 차분한, 동시에 열정적인 여성의 모습이죠. 아마도 랑콤이 원하는 궁극적인 가치 역시 그러하겠죠.”



1 포토그래퍼 마이오 테스티노, 랑콤 인터내셔널 사장 요세프 나비 등 최강의 드림팀이 뭉친 ‘랑콤’촬영장.

랑콤 측에선 ‘그녀가 지닌 재능과 매력, 철학’이 그녀에게 러브 콜을 보낸 이유로 충분하다고 말하지만 아메리칸 스윗하트(실제로 그녀가 출연한 영화 제목이기도!)의 대명사인 줄리아 로버츠가 지극히 프랑스적인 브랜드와 작업한 기분은 어땠을까? “정말이지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워요. 프랑스인들은 ‘그들을 대단하게 만드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슛을 들어가기 전 매우 긴장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굉장히 편안하게 임했죠. 헤어와 메이크업이 나와 잘 맞지 않을 것 같은 우려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요. 헤어 스타일리스트인 세르주 노르망(SERGE NORMANT), 메이크업 아티스트 제너비브 헤어(GENEVIEVE HERR), 게다가 포토그래퍼 마리오 테스티노까지 뭉친 드림 팀이었으니 뭐 당연한 일인지만요.”

뷰티 팁을 묻는 질문에 “운 좋게도 좋은 피부를 타고 태어났어요. 시작이 반인데 행운인 셈이죠. 하지만 지금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사는 것도 비결 중 하나예요. 저는 삶에 대한 태도가 곧 얼굴에 나타난다고 믿거든요.”라고 답하는 그녀에게 무어라 반박할 수 있을까. 오늘은 이처럼 빛나는 여배우지만 내일은 아이들과 그들의 정원에서 괭이질을 할 테고, 그 다음날은 바이오-디젤 자동차를 몰고 피크닉을 떠날 것이며, 때로는 뜨개질에 전념하며 행복해할 테니. 우린 그저 곧 개봉할 영화 <발렌타인 데이>와 <잇, 플레이, 러브>를 통해 여배우를 넘어서 한 여성의 멋진 삶을 지켜볼 일만 남은 듯하다.

분명 아름다움은 여전하지만 화려하고 붉은 장미와는 달리 차분하고 조용한 표정으로 만개한 하얀 장미들 속에 그녀가 빛나고 있다. 나만의 착각이 빚어낸 우연일까, 필연일까. 둘은 참 닮았단 생각이 든다.



*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3월호를 참고하세요!

Credit

  • EDITOR 김미구
  • EMANUELE SCORCELLETTI FOR LANCOME ⓒ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