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뷰티 에디터의 노푸 ‘실패’기

그렇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패했다. 샴푸를 쓰지 않는 ‘노푸’에 도전한지 단 3일만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에디터의 항변.

프로필 by ELLE 2015.04.11

 

No-Poo Day 1
주말을 맞아 야심차게 시작한 노푸. 설거지도 찬물보다는 따끈한 물로 했을 때 기름때가 잘 닦이듯, 평소보다 더 따끈한 물로 머리를 감자 생각했다. 때마침 프랑스 유기농 브랜드 이브로쉐에서 컨디셔너 대용으로 쓰는 라즈베리 헤어 식초를 선보여 마무리는 이걸로 하자 싶었다. 라즈베리 추출물이 들어있어 냄새도 숨겨줄 수 있을 테니 “그래, 신제품마저 나의 노푸 도전을 도와주는구나” 싶었다. 평소 반곱슬인데다 모발 자체가 두껍고 어깨 정도까지 오는 기장이라 머리 말리기 전과 후 헤어 오일을 바르지 않으면 머리가 삼각김밥처럼 방방 뜨곤 했다. 그래도 기왕 시작한 거 할 수 있는 한 모든 화학제품은 배제하자는 마음이 들어 아무 것도 바르지 않은 채 헤어 드라이기로 말리기 시작했다. 어랏, 생각보다 괜찮은데? 모발에 기름기가 남아 있어서인지 아주 살짝 묵직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헤어 오일을 바르지 않아도 머리가 덜 뜨고 그나마 차분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남편에게 정수리를 들이밀며 냄새 나냐고 물었다.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돌아온 대답, “어우, 너 머리 안 감았어? 냄새 왜 이래?” 아뿔싸……OTL……

 

No-Poo Day 2
일요일 아침, 어김 없이 뜨끈한 물로만 머리를 감았다. 항간에는 베이킹 소다를 샴푸 대용으로 쓴다고 했지만 그마저 거부했다. 샤워기 물살이 두피에 더욱 세게, 차~악 와 닿도록 튼 뒤 손끝 뭉툭한 살로 두피를 여러 번 문질러줬다. 남편의 후각에 강렬한 냄새 어택(!!)을 날린 정수리에 더욱 신경 쓰면서 문질문질, 어제 하루 두피에 쌓였을 먼지를 생각하며 더더욱 문질문질…… 어제와 마찬가지로 라즈베리 헤어 식초로 머리를 헹구고 머리를 말렸다. 하.지.만… 말라가는 모양새를 보니 어제와는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두피 부근 모발에 볼륨감이 살지 않아 자꾸만 착 가라앉았고, 손상된 모발 끝부분은 더욱 방방 떠 버렸다. 그토록 우려하던 ‘삼각김밥’ 헤어스타일이 되어 버린 것! 아무리 고개를 숙인 채 머리를 뒤집어 말려도 볼륨은 도통 살지 않았고, 머리 안 감았을 때 나는 냄새 역시 쉬이 가려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남편에게 내 두피를 들이 밀었다. “노푸? 그거 계속 할 거야?”라는 반문이 돌아왔다. 황금 같은 일요일, 나는 머리를 질끈 묶은 채 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다. 무의식 중에 머리를 긁적긁적 거리는 내 자신을 발견하면서.

 

No-Poo Day 3
월요일 아침. 눈뜨자마자 머리부터 감았다. 하지만 헤어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면서 손끝에 와 닿는 두피의 감촉을 느끼니 심각한 갈등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며칠 화장실 못 갔을 때 아랫배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이 두피에서 느껴지는데 이 찝찝한 머리&감정 상태로 출근을 할 수 있을까 싶었던 것. ‘노푸’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건 샴푸의 과한 세정력이 오히려 두피 트러블을 일으키는 원인이고, 피부를 통해 흡수되는 화학적 계면활성제 성분의 90% 가량이 피하지방에 축적되어 훗날 뱃속 태아에까지 전달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부터였다. 하지만 설령 두피가 건강해진다한들, 이대로라면 사회생활을 망칠 것 같은 기분마저 드는데 과연 노푸를 철석같이 지켜야만 할까. 만일 내가 남자였다면? 왁스나 페이스트는 절대 못 바른다. 만일 내가 긴 머리였다면? 컬 크림 역시 꿈도 못 꾼다. 샴푸 없이는 스타일링 제품을 완벽하게 씻어낼 수 없을 테니. 30분 간격으로 미팅이 잡혀있는데 그 사람들에게 내 삼각김밥 머리 모양을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혹시나 그들에게 내 정수리 냄새가 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다르자 결국 무언가에 홀린 듯이 욕실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이틀간 체증이 단숨에 내려가는 순간이었다.

 

 

Elle recommends 현실적인 노푸 방법 찾기
노푸에 성공한 사람들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샴푸를 끊어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처음에는 갑갑하고, 냄새도 더 나는 것 같고, 심지어 샴푸에 길들여져 있던 두피에 일시적으로 세균이 증식해 트러블이 심해지기도 한다는 후기마저 있다. 분명한 사실은 그 시기가 지나면 두피는 깔끔해지고, 모발은 더 탐스러워지는데다 걱정할 만큼의 악취에 시달리지도 않는다는 것. 하지만 직접 노푸를 체험해보니 야외 활동이 많거나, 운동을 즐겨 하거나, 대외 활동이 많은 직종이라면 그 과도기를 겪어내는 것 자체가 결코 쉽지 않을 것 같더라.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 급선무! 이를 위해선 두피에 유해하다고 알려진 계면활성제인 소디움 라우릴 설페이트(SLS), 소디움 라우레스 설페이트(SLES) 등 각종 ‘설페이트’ 성분이 배제된 제품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대신 코코넛오일에서 추출한 코코-베타인, 사탕수수에서 추출하는 잔탄검, 베이비 샴푸와 민감성 피부를 위한 화장품에 사용되는 데실클루코사이드, 옥수수 및 감자전분 등에서 추출하는 라우릴글루코사이드, 사과에서 얻은 계면활성제로 풍성한 기포를 일으키는 쇼듐코코일애플아미노산 등을 추천. 분해도 빠르고 인체에 안전한 천연 계면활성제로 비교적 거품이 풍성하지는 않더라도 일단 피부에 남지 않는다고. 가까운 수퍼나 마트에서 사던 대용량 샴푸에 비해 가격은 좀 높지만 내 몸을 위한 장기적인 투자라고 생각한다면 지갑을 열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

 

 

 

 

1 코코넛 유래 계면활성제를 사용한 리쥬베네이팅 체리블로썸 진생 샴푸, 1만4천9백원, 오가닉스.
2
바오밥과 아보카도 오일 성분이 모발에 수분을 더하는 모어 모이스춰 샴푸 위드 바오밥, 2만7천원, 버츠비.
3 천연 계면 활성제를 사용해 두피 손상을 최소화하는 액티브 내추럴 퓨어 리뉴얼 샴푸, 1만9백원, 아비노.
4 실리콘, 파라벤 무함유. 96% 이상 내추럴 성분을 담아 모발 본연의 pH도를 회복시키고 두피의 유수분 밸런스를 맞추는 라즈베리 헤어 식초, 9천9백원, 이브로쉐.
5 천연 계면활성제만을 사용하고 로즈마리 추출물이 모근에 영양을 공급하는 로즈마리 씨크닝 샴푸, 300ml 1만6천원, 750ml 2만8천원, 아로마티카.
6 건조한 모발을 촉촉하게 가꾸는 드라이 레미디™ 모이스처라이징 샴푸, 250ml 3만2천원, 1000ml 9만6천원, 아베다.

 

 

 

Credit

  • Editor 정윤지 Photo JEON SUNG KON(제품)
  • GETTY IMAGES/멀티비츠
  • COURTESY OF YVES ROCHER Design 오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