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테티엔에서 일어난 일
프랑스 남부의 생테티엔엔 2년에 한 `번씩 디자인 여행자들이 몰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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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트 헤스(Bart Hess)의 ‘Textile Grotesques’.
2 르 코르뷔지에가 디자인한 교회에 전시된 유리 스즈키(Yuri Suzuki)의 ‘Le Pavillon Acoustique’.
3 비엔날레가 열렸던 한 장소, 시테 뒤 디자인의 전경. 한때 군사 무기 공장으로 쓰였다.
4 맥심 라마르쉐(Maxime Lamarche)의 ‘soft serve boat’.
 
생테티엔(Saint-E′tienne). 발음하기 어렵고 처음 들어서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언뜻 잘 떠오르지 않는 생소한 이름은 프랑스 중부 지방의 한 도시. 리옹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을 달려야 도착하는, 프랑스로 어학연수를 떠난 학생들의 입에서나 간간이 등장하는 이 작은 도시가 소란스러워지는 건 2년에 한 번꼴. 1998년 처음 개최돼 올해로 제9회에 접어든 ‘생테티엔 국제 디자인 비엔날레(Biennale Internationale Design Saint-E′tienne)’를 찾는 ‘디자인 나그네’들 덕분이다. 어김없이 2015년에도 열린 비엔날레는 지난 3월 12일부터 시작해 한 달간 메인 전시장인 시테 듀 디자인(Cite′ du Design)을 비롯해 도시 곳곳의 ‘오픈 갤러리’에서 다채로운 디자인 쇼를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의 주제는 ‘미의 경험(The experience of beauty)’으로 45개국, 60개가 넘는 전시 프로그램이 저마다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낸다.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지만 막상 정의를 내리기엔 난감한 ‘아름답다’는 말에 관해 디자인적으로 고찰하는 내용물들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고 보면 된다. 이번 비엔날레를 준비한 총감독 벤저민 로요테(Benjamin Loyaute)에 의하면 “비엔날레 사상 제일 대담하고 과감한 주제”라고 평할 만큼 정신 없이 눈동자가 휙휙 돌아갈 정도로 모험적인 시도가 깃든 작품도 눈에 띈다. 참고로 생테티엔은 오스트리아의 그라즈, 독일의 베를린과 함께 유네스코가 선정한 11개의 창의적인 도시 리스트에 올라 있다.
 
특히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유네스코 크리에이티브 자매 도시’로 서울을 초청해 다양한 작업 스타일의 한국 디자이너 전시만 따로 모아 소개하는 ‘한국관’을 마련했고, 생테티엔 현대미술관에서 아티스트 이불의 전시를 기획했기에 한국인으로서 한층 더 뿌듯하게 느껴졌다. 밀란의 ‘푸오리살로네(Fuorisalone)’가 최고의 디자인을 가진 신제품을 발표하는 기간이라면 생테티엔 비엔날레는 그야말로 신진 디자이너의 왕성한 혈기를 확인하는 시간으로 볼 수 있다. 화려한 디자인 면면보다 디자인이 무엇인지, 하나의 완성된 디자인이 제품으로 완성되기까지의 뜨거운 여정을 엿볼 수 있는 자리다.
 
 
 
생테티엔 비엔날레 추천 전시 5선
 

 
<tu nais, tuning, tu meurs>
 개인이 자신의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트럭 등을 기호에 맞게 변형시키는 작업을 ‘튜닝’이라 한다. 자동차의 대량생산이 시작되면서 출발한 튜닝은 디자인과도 오묘한 경계에 서 있다. 전시는 사진, 가구, 비디오, 설치미술 작업과 같은 다양한 매개체를 통해 튜닝 그리고 여기서 전개된 오브젝트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느끼는지를 고찰할 수 있게 구성했다. 전시장 한 편에 놓인 낡은 자동차를 튜닝하는 과정을 점진적으로 보여줄 예정.
 
 
 
 
 
 
 

 
메트릭 시스템을 보여주는 오스카 레흐미트의 작품.
 
<no randomness>
맨홀 뚜껑은 왜 동그라미인 걸까? 우리는 왜 미터(m)를 단위로 사용할까? 그리고 왜 또 A4 용지 사이즈는 210mm×297mm일까? 런던을 베이스로 활동하고 있는 멀티 아티스트 오스카 레흐미트(oscar lhermitte) 는 잠잠한 물 위에 돌멩이를 던지듯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사실’이라 그리 새롭지도, 특별하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것들. 실은 그 속을 깊이 들여다보면 무척이나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고 일깨워준다. 우리가 매일같이 이용하는 무수히 많은 오브젝트가 실은 얼마나 실용적으로 디자인됐는지 돌이켜보는 전시.
 
 
 
 
 
 
 

 
1 승효상과 박태홍이 함께 작업한 가구 ‘우리 모두의 수도원을 위한 가구’.
2 컬러풀한 색동 의자는 알렉산드로 멘디니와 강금성의 손에서 탄생했다.
 
<vitality 2015: beyond craft & design>
이번 비엔날레에서 유일하게 특별 초대된 전시는 서울에서 날아왔다. 40명의 장인과 디자이너의 협업으로 완성된 140여 점의 작품은 현대 사회에서 재조명되고 있는 장인 정신을 어떻게 디자인적으로 잘 풀어내 대중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지를 고민한 흔적이 담겼다. 한국 특유의 장인 정신과 자연적인 소재(세라믹, 종이, 나무 등)에서 에센스만 뽑아내 다양하게 제작, ‘제3의 미’를 발굴해 내는 것. 알렉산드로 멘디니, 다니엘 리베스킨트, 승효상 등이 장인들과 협업한 작품을 선보여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놀라운 상상력의 소유자 이불의 ‘Via Negativa’.
 
<lee bull>
생테티엔 현대미술관(Muse′e d’art moderne et contemporain de Saint-E′tienne Metropole)이 직접 기획한 아티스트 이불의 전시. 미술관 메인 홀에 전시된 그녀의 설치미술 작품은 언뜻 영화 <매트릭스> 속의 코드 세상에서처럼 디지털 기호가 줄줄 흘러 넘치는 듯 보인다. 미로처럼 관객들이 직접 그 안을 누빌 수 있도록 설계해 색다른 경험도 느낄수 있다. 설치미술 작품 외에도 이불이 지난 20년간 해온 그래픽 작업과 조각 작품을 함께 전시해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입지를 다져온 그녀의 아카이브까지 훑어볼 수 있다. 오랜만에 프랑스에서 이불이 하는 큰 규모의 전시.
 
 
 
 
 
 
 
 

 
지안프랑코 프라티니(Gianfranco Frattini)가 디자인한 소파 ‘Agnese’.
 
<beauty as unfinished business>
‘아름답다’는 관점은 매일 빠르게 변하고 있다. 즉, 아름다움에도 ‘유행’의 시선이 깃들 수 있다는 얘기. 이 전시는 디자인 오브젝트가 가지고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의 기원을 묻는, 비로소 아름다운 꼴을 갖추기까지의 여정을 진지하게 돌아본다. 한마디로 아름다움의 정의를 단정 짓기엔 지나치게 추상적이기 때문에 눈 앞의 오브젝트를 보는 시선을 뛰어넘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 전시장엔 그저 심플하게 놓인 몇 가지 디자인 아이템만 볼 수 있는데 그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자신의 고유한 미적 감각을 찾을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기획했다.
 
 
 
 
Credit
- editor 김나래
- photographer & writer 김이지은
- PHOTO COURTESY OF BIENNALE INTERNATIONALE DESIGN SAINT-E′TIENNE(www.biennale-design.com/saint-etienne/2015)
- DESIGN 하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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