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그 치밀한 심리 싸움
분명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고, 나쁜 짓은 안 하는데 왜 살이 빠지기는커녕 더 찌는 걸까? 이건 신이 내린 저주임에 틀림없다! 코치 D가 직언한다. 다이어터여, 착각의 늪에서 벗어나라고. 모든 것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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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살이 찌는가?
사무직으로 일하는 27세의 2년 차 직장인 김 모씨의 하소연이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2년 사이 다이어트도 다이어트지만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악화됐다고 한다. 성인이 되면 작별을 고할 줄 알았던 여드름이 다시 나기 시작했고 허리둘레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아직은 ‘취직하고 나더니 살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지만 허리띠는 진실을 알고 있는 법. 날이 갈수록 쌓여가는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결국 본격적인 다이어트에 돌입하기 앞서 상담을 청해온 그녀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생활습관은 건강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직장생활을 하느라 자의 반 타의 반 ‘아침형 인간’ 생활을 계속해 왔고 밥은 늘 영양사가 있는 회사 구내식당 메뉴를 딱 정량만 먹거든요. 술과 담배는 원래 하지 않았고 커피보단 차를 즐겨 마시고요. 가끔 군것질을 하는데 간식을 좀 많이 먹었다 싶은 날엔 일부러 저녁을 적게 먹어 열량을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왜 살이 빠지기는커녕 더 찌기만 하는 걸까요?” 그녀의 말대로라면 야근과 술자리에 시달리는 또래 직장인들에 비해 이상적인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날카로운 이라면 그녀가 건강하지 못한 이유 역시 눈치챌 수 있으리라. 나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생각보다 날씬하고 건강하지 못한 이유는? 바로 ‘솔직하지 못해서’다.
 
라이선싱 이펙트와 보상심리
얼핏 보기에 그녀의 사연은 억울하게 느껴진다.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불규칙하고 깨어 있는 시간엔 술과 담배, 커피믹스 같은 기호품을 입에 달고 살기 마련이다. 여기에 비하면 그녀의 습관은 바른생활 교과서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규칙적인 생활, 절제 있는 식사, 기호품을 멀리하는 태도. 모두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행동들이다. 그럼에도 그녀가 다이어트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꼽자면 모르긴 몰라도 ‘라이선싱 이펙트(Licensing Effect)’가 빚어낸 보상심리에 사로잡혀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다면 라이선싱 이펙트가 뭘까? 일종의 ‘스스로 작성하는 면죄부’ 같은 것이다. 뭔가 착한 일을 한 가지 하고 나면 그에 따른 보상심리로 나쁜 짓을 해도 괜찮다고 스스로 관대해지는 현상이다. 원래는 사회심리학이나 마케팅 분야에서 소비자들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지만 의외로 건강관리나 다이어트에도 쉽게 적용된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비타민이나 오메가 3 같은 건강보조식품을 섭취하는 흡연자들은 다른 흡연자들에 비해 담배를 쉽게 끊지 못한다. ‘몸에 좋은 일(건강보조식품 섭취)을 했으니 나쁜 짓(흡연) 하나 정도야 괜찮겠지’ 하면서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는 것이다. 시야를 넓혀 보면 다이어트에서도 이 같은 보상심리가 쉽게 관찰된다. 주말만 되면 어김없이 산에 오르는 중년 산악회 회원들의 펑퍼짐한 몸매도 라이선싱 이펙트로 쉽게 설명된다. 등산 자체는 살을 빼는 데 도움이 되는 운동이 맞다. 그러나 하산 길에 민속주점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몸에 좋은 일(등산)을 했으니 나쁜 짓(음주) 하나 정도야 해도 괜찮겠지’ 하고 시작한 술자리는 안주와 잔을 깨끗이 비우고 난 뒤에야 겨우 파한다. 배부르게 먹은 술과 안주 탓에 온종일 운동으로 태운 체지방이 원위치 되고 마는 것이다.
 
그녀의 진짜 속사정
그녀가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세상에 이렇게 억울하고 원통한 일은 없을 거다. 그렇다면 피해자 김 모씨(27세, 직장인)의 이야기를 더 깊게 들여다보자.  그녀가 비슷한 처지의 직장인치고 보기 드물게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있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모종의 스트레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게 1차적인 문제다. ‘내가 이 정도로 노력과 희생을 하고 있는데 나쁜 짓 하나 정도는 괜찮지 않겠어?’라는 보상심리에 빠져든 것. ‘술과 담배, 커피 같은 기호식품은 일절 입에 대지 않지만 간식은 종종 먹는다’는 말에서 힌트를 얻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갔다. 과연 그녀는 어떤 간식을 얼마나 먹는 걸까? 퇴근시간이 아직도 한참 남은 나른한 오후. 이때가 바로 위기의 순간이다. 탕비실에 마련된 커피믹스에는 엄격하지만 옆에 놓여 있는 쿠키나 사탕, 초콜릿에 대해선 의외로 관대했다. 라이선싱 이펙트로 인한 보상심리가 1차적인 동기를 유발하지만 낱개 포장된 까닭에 상대적으로 칼로리가 낮아 보이는 포장술 역시 착시효과를 불러온다. 개당 칼로리만 놓고 봤을 땐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원래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는 법. 탕비실 앞에 놓인 복사기를 지날 때마다 마치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참새처럼 주전부리를 챙기던 그녀에겐 이것이 치명타로 작용했던 것! 게다가 이야기를 진행할수록 숨겨진 비밀들이 본격적으로 ‘커밍아웃’됐다. 나름대로 건강한 생활습관이라 지레짐작하고 1차 상담에서 말하지 않았던 속사정들이 쏟아져 나왔다. 탄산음료를 멀리하는 대신 그녀가 선택한 것은 과일 주스. 하지만 자판기나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농축액 환원 과실 주스’는 제아무리 ‘과즙 함량 100%’라 한들 살찌는 데 있어선 탄산음료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녀가 건강한 생활습관이라고 뿌듯해하며 섭취하던 물에 타 먹는 효소액은 지나치게 달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단순히 ‘건강식품’이라는 말에 아무 거리낌 없이, 아니 오히려 의기양양하게 물에 타서 온종일 마셨다는 추가적인 비극. 마지막으로 이런 갖은 노력(규칙적인 생활, 금주, 금연, 소식)을 한 방에 묻어버릴 수 있는 결정적인 나쁜 습관은 말하지 않았다. 운동 부족! 구내식당에 내려가야 하는 점심시간과 탕비실을 오가는 몇 걸음을 제외하면 사실상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라이선싱 이펙트의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김 씨를 둘러싼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다. 그녀는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사람은 누구나 거짓말을 하게 마련이다. 때론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혹은 부끄러운 상황을 피하기 위해, 경우에 따라서는 착각이나 혼동으로 본의 아니게 말이다. 다이어트에 있어서 라이선싱 이펙트가 이런 거짓말을 유발한다. 인간에겐 본능적으로 자신의 활동량은 과대평가하고 식사량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아주 엄격하거나 특출난 균형감각을 가지지 않은 이상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 같은 함정에 쉽게 빠진다. 따라서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엄격한 ‘자기 객관화’다. 현실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쉽고도 어려운 과제다. 이 미션을 마음만 고쳐먹는다고 달성한다면 당신은 ‘자기관리의 화신’으로 추앙받게 될 터. 따라서 라이선싱 이펙트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팁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덧셈보다 뺄셈을 우선순위에 둔다. <어린 왕자>로 유명한 프랑스의 문호, 생텍쥐페리가 남긴 유명한 격언을 상기해 보자. “완벽함이란 더 이상 더할 것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라이선싱 이펙트를 유발할 만한 ‘더하기’보다 다이어트를 방해할 수 있는 부정적인 대상들의 ‘빼기’에 집중하자. 김 씨가 그랬던 것처럼 건강보조식품 같은 것을 자신의 삶 속에 더하기보다 다이어트에 해가 되는 과자를 빼는 게 훨씬 더 도움이 된다.
둘째, 일기를 쓴다. 단 그냥 일기가 아닌 그림일기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다이어터들이 ‘다이어트 다이어리’를 작성하고 있지만 김 씨의 사례처럼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 자신이 먹은 것을 하나도 남김없이 기록한다지만 글로는 정확한 양을 파악하기 어렵다. 제아무리 전문적인 영양사라 할지라도 ‘밥 조금, 야채 샐러드 약간, 삶은 계란 두 알’이라고 기록된 문장만 보고선 얼마나 먹었는지 파악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혼자 미니 저울을 들고 다니면서 먹을 것을 계량해 다이어트 일지를 남긴다면 그 역시 비효율적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직관적인 기록이다. 자신의 식사량을 구구절절 글로 기록하지 말고 사진으로 찍자. 한 장의 사진이 훨씬 간편할뿐더러 보다 정확한 기록으로 남기 마련이다.
셋째, 나보다 엄격한 심판에게 식사 일기를 공유하라. 원래 인간은 자신에게 관대하고 타인에겐 엄격해지기 쉬운 존재. 나보다 더 나에게 엄격할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을 찾아서 고용하라. 그렇다고 돈을 주고 아르바이트생을 쓰라는 말은 아니니 오해하지 마라. 다이어트 일지용으로 찍은 사진을 SNS에 업로드해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자. 사진을 업로드한 지 한참 지났는데 ‘좋아요’가 하나도 찍히지 않는다거나 ‘다이어트한다면서 이렇게 먹어도 괜찮은 거니?’ 식의 우려 섞인 멘션이 날아든다면 지금 당신의 다이어트는 뭔가 잘못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주변 사람들과 네트워크로 엮이게 되면 상호감시 체계가 형성되면서 동기부여가 강화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Credit
- writer 남세희
- editor 김미구
- PHOTO CORBIS
- DESIGN 하주희
엘르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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