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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몽상가

몽상은 흔히 ‘헛된 꿈’이라 일컬어진다. 이루지 못한 꿈은 헛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루지 못한 꿈에도 희망은 있다. 어떤 이들은 헛된 꿈을 실현하고 구체화한다. 세상을 보다 아름답고 가치 있는 곳으로 변화시킨다. 꿈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증명해 낸다. 그러니 우린 몽상의 게다가 우린 그 어느 때보다 꿈이 절실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 <엘르>는우리가 주목해야 할 몽상가들을 소개하고 싶다.

프로필 by ELLE 2015.03.04

 

미셸 공드리
그가 만드는 영화들은 만드는 족족 참으로 이상스럽기 짝이 없다. 연인과 심하게 말다툼하고 서로 기억을 지운다거나(<이터널 선샤인>),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해 말썽이 생긴 다거나(<수면의 과학>). 독심술 기계, 1초 타임머신 등 기발하고 즐거운 상상력을 기반으로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미셸 공드리 표의 엉뚱한 스토리와 동화 같은 영상미는 이제 아무나 따라 할 수 없는 고유명사가 됐다. 세상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 비디오아트처럼 추상적인 이미지가 콜라주처럼 전환되는 그의 영화를 보고 있으면 절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것 같다.

 

 

 

 

 

 

 

이제석
건물 옥상에 삐죽하게 솟은 굴뚝을 총열로 표현해 대기오염을 조장한다는 메시지를 담거나, 남을 겨눈 총구가 결국 돌고 돌아 나에게 돌아온다는 메시지를 담은 창의력 넘치는 비주얼로 광고계의 천재라 불리는 사나이. 지방대 출신의 동네 간판쟁이로 혈혈단신 미국으로 날아가 세계 최고의 광고계에서 그랑프리를 휩쓴 드라마 같은 스토리의 주인공은 ‘생각을 뒤집으면 세상이 뒤집어진다’는 걸 보여준 산 증인이기도 하다. 인생 역전에 성공했지만 보다 공익적이고 예술적인 광고를 만들기 위해 현재는 ‘이제석 광고 연구소’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제인 구달
제인 구달의 미모가 지금처럼 빼어나지 않았더라면 성공할 수 있었을까. 사람들은 종종 침팬지 연구로 세계적인 과학자가 된 그녀에게 삐딱한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꽃다운 나이 26세에 연고도 없는 오지로 훌쩍 떠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당시 편견에 물들어 있던 보수적인 남자 위주의 과학계에서 제인 구달은 꾸준히 자신만의 자유로운 연구 방식으로 침팬지가 사냥과 육식을 즐긴다는 것,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을 학계 최초로 밝혀냈다. 씩씩한 외할머니와 독립심이 강한 어머니 밑에서 자라서 여자라서 못할 일은 없다고 굳게 믿고 살아온 성장 배경이 크게 한몫했을 터. 현재 제인 구달 연구소를 설립해 각종 환경 보호 프로그램으로 지구 지키기에 발 벗고 나서는 중.

 

 

 

 

 

 

 

 

 

마크 주커버그
13억 인구가 가입한 페이스북의 창립자이자 소셜 네트워크 세상에 군림하는 대통령으로서 세상을 앞장서 경영하고 있다. 하버드 대학 재학 시절, 장난기 다분한 그는 여학생들의 사진을 올려 놓고 외모 순위를 투표하는 사이트인 ‘페이스매시’를 개발해 지금의 페이스북으로 일궈냈다. 그 이면엔 중학교 시절에 치과 의사인 아버지로부터 처음 배운 프로그래밍에 꽤 오랜 시간 몰두해 왔다는 사실이 숨겨져 있다. “당신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한다면 모든 것은 쉬워진다.”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갖고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는 그의 신념을 엿볼 수 있는 명언이다.

 

 

 

 

 

 

 

제이미 올리버
젊은 요리사는 권위도 고집도 모두 벗어버렸다. 그리하여 <The Naked Chef>란 이름의 요리 프로그램에서 제이미 올리버는 쉽고 간편하게 만드는 유기농 요리들로 이전의 요리사들과는 전혀 다른 인기 요리사가 되었다. 성공적인 프로그램 덕에 유명세를 타고 돈도 벌었지만 그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먹을 거리로 눈을 돌렸다. 국립학교에서 가공식품을 사용하는 것에 반대하는 운동, 소외된 젊은 이들이 요식 업계에서 커리어를 쌓을 수 있게 훈련하는 레스토랑 피프틴의 설립 등으로 오늘도 남다른 꿈을 꾸는 요리사로 일한다.

 

 

 

 

 

 

 

 

 

월터 미티
현대인들에게 “당신이 원했던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월터 미티. 꿈꾸던 미래는 잊은 지 오래,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조용히 살아가는 그는 현대인과 많이 닮았다. 사진가 숀을 만나기 위해 상상의 나라에서 진짜 세상으로 나온 월터는 도전하고 이겨내는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알려준다. 월터가 아이슬란드의 광활한 빈 도로 위를 자전거로 달리면서 따분했던 삶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순간. 그는 ‘일상의 노예’인 현대인에게 새로운 삶의 지표를 던져주는 메시아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리처드 브랜슨
무려 300여 개의 계열사를 지닌 버진그룹의 회장 리처드 브랜슨은 영국에서 자산규모 4위에 달하는, 성공한 CEO다. 그런 부호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모험을 즐기는 것을 보면 의아하겠지만 그는 이런 도전의 재미를 쫓아가고 즐긴 덕분에 부의 가치를 창출한 모험가다. 여섯 번의 시도 끝에 최초로 대서양 열기구 횡단에 성공하고, 비키니를 입은 여성들과 카이트 서핑으로 도버 해협을 건너며 기네스북에 오르는 기행은 숱한 모험담 중의 일부일 뿐이다. 잡지, 음반을 비롯해 항공, 우주 사업까지 확장된 그의 사업성을 보면 그가 세상이란 놀이터에서 가장 잘 노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송호준
우주는 누구의 것도 아닌데, 그렇다면 나도 한번 인공위성이나 쏘아볼까. 세계 최초로 민간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미디어 아티스트 송호준의 대장정은 그렇게 시작됐다. 구글로 검색한 자료를 모아 DIY 인공위성을 제작하고, 발사 비용인 1억 원을 충당하기 위해 직접 디자인한 티셔츠를 팔았다. 마침내 2013년 4월 19일, 합정동에 사는 송호준의 인공위성이 우주로 날아갔다. 아무런 경제적인 이득이 없는데도 작가로서의 판타지에 다다르기 위해 장장 5년의 기간을 판 그의 태도는 결과가 두려워서 아무것도 못하는 사회에 강한 일침을 가한다. 직접 발로 뛰며 찾은 아카이브는 자재와 부품 정보, 회로도, 소스 등은 모두 오픈 소스 형태로 OSSI(Open Source Satelite Initiative)에 공개해 공유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낮은 곳에 있겠습니다”라고 말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검은 방탄차 대신 작은 소형차를 타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기꺼이 다가가 손을 맞잡는다. 이슬람 사원을 찾아가 메카를 향해 기도를 올린다. 이 세계가 각자의 민족과 종교의 반석 위에 따로 놓인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인간들의 연대의 바다이며 이 바다가 잔잔한 평화와 화해의 물결로 놓이길 그는 염원한다. “부의 불평등이 악의 근원”이라고 천명하며 현실 정치에도 관여하고, 한국에 와서도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한 약자들의 손을 잡았다. 소외된 자들에게 손을 내밀고 특정 종교의 교리를 뛰어넘어 세계의 화합을 염원하는, 이런 교황은 지금까지 없었다.

 

 

 

 

 

 

 

엘런 머스크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테슬라의 CEO 엘런 머스크는 지난해 5월에 신제품을 발표했다. 다들 테슬라의 새로운 전기자동차 모델을 예상했다. 하지만 다들 어안이 벙벙해졌다. 공개된 것이 무엇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는 그것이 우주선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드디어 환호했다. 엘론 머스크는 엔지니어 출신의 CEO다. 기술에 해박하고, 자기가 추구하는 산업의 골격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지식을 시대적 비전으로 끌고 나간다. 전기자동차와 태양에너지의 실용화, 우주산업의 현실화를 이뤄나가고 있다. 천재의 꿈이 전 인류의 미래를 밝힌다. 이상적이다.

 

 

 

 

 

 

 

 


한재권
유년 시절 뇌병변을 앓는 동생을 간호하기 위해 온 식구가 매달려는 것을 보고 누군가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만화에서 사람을 구해주는 로봇을 떠올렸다. 그래서 로봇을 만들게 됐다. 이게 무슨 <로보트 태권V>의 김박사 같은 말이냐 싶겠지만 그는 로봇 월드컵으로 불리는 2014 로보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그리고 지금은 세계 재난구조 로봇들의 실력을 겨루는 대회에 자신이 개발한 로봇 ‘똘망이’를 출전시킬 예정이다. 물론 대회 우승을 위해 로봇을 만드는 게 아니다. 로봇으로 세상을 구하는 것, 그의 꿈은 더 크고 무한하다.


 

 

 

 

 

 

 

 

셰릴 스트레이드
온몸을 다해 의지했던 엄마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절망의 끝을 부여잡고 허우적거리던 셰릴 스트레이드는 오랜 망가짐을 청산하고 걷기 시작했다. 4285km. 캘리포니아 주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의 국경 너머에 도달하기까지 그녀는 맨 몸으로 몇 개의 산맥과 강을 묵묵히 지났다. 생과 사가 오가는, 차마 섣불리 시도하기 힘든 그녀의 도전은 누군가에겐 삶을 향해 다시 걸음을 뗄 용기와 희망을 준다.

 

 

 

 

 

 

 

 

 

 

빅 뮤니츠
흙, 설탕, 철사와 같은 소재를 통해 인물을 형상화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인 빅 뮤니츠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외곽의 쓰레기 매립장에서 종일 쓰레기를 주우며 삶을 꾸려나가는 빈민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빈민들의 사진을 찍고, 스튜디오 바닥에 형태를 그린 뒤, 그들이 채취한 쓰레기를 재료로 빈민들의 초상화를 채색하듯 채워나갔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서 판매했다. 그 수익을 모두 당사자들에게 돌려줬다. 쓰레기 매립장에서 희망을 발굴했다. 예술이 삶에 어떤 꿈이 될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

 

 

 

 

 

 

 

 


존 래세터
디즈니 애니메이터를 꿈꿨던 존 래세터는 디즈니에 입사한 뒤 퇴출당했다. CG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었던 그의 꿈은 셀 애니메이션의 시대였던 90년대에 심각한 허풍으로 여겨졌기 때문. 하지만 그는 꿈을 접지 않았다. CG 애니메이션 제작을 꿈꾸는 프로젝트 팀에 들어갔고, 그 팀은 훗날 픽사가 됐다. CG 애니메이션이라는 기술적 파격을 선사하고, 기상천외한 캐릭터와 스토리텔링으로 어른들도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선사했다. 지금 존 래세터는 픽사를 인수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의 수석 책임자가 됐다. 자신의 꿈을 비웃던 이들이 몰락시킨 꿈의 왕국 디즈니는 그의 꿈으로 다시 일어서고 있다.

 

 

 

 

 

 

 

 

 


호세 무히카
남미의 부자 나라로 꼽히는 우루과이의 대통령 호세 무히카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린다. 월급 1300만원 중 90%를 극빈층에 기부하고 130만원으로 생활하기 때문이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돼서도 대통령궁 대신 허름한 시골 농장에서 영부인 아내와 함께 살고 있으며 유일한 재산은 1987년식의 폭스바겐이 전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필요한 만큼 소비하고 남은 것을 필요한 이들에게 보내는 만큼 스스로 풍족하다고 여긴다. 아마도 그는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유일하게 위대한 부자일 것이다.

 

 

 

 

 

 

 

 

 

브랜든 스탠턴 
채권 중개인이었던 브랜던 스탠턴은 카메라에 취미를 붙인 뒤 직장을 그만두고 뉴욕 사람들의 일상을 촬영했다. 그 후 페이스북에 사진을 로드했고, 큰 반응을 얻었다. 평범하고 다양한 뉴욕의 초상과  인연이 담겨 있었다. 사회운동가로 진화한 그는 최근 빈민가의 흑인 소년 채스터와 길에서 만나 나눈 대화를 페이스북에 공개했고. 이를 통해 가난한 아이들의 교육 문제를 환기시켰다. 이들에게 좋은 교육적 계기를 만들어주고자 ‘아이들을 하버드로 보내자’란 모금 운동을 전개했다. 목표는 10만 달러였다. 100만 달러 이상 모였다. 작은 꿈이 모여 큰 꿈이 됐다.

 

 

 

Credit

  • editors 채은미
  • 민용준
  • 김나래
  • 김보라 photo GETTY IMAGES
  • WIRE IMAGE
  • 멀티비츠
  • JOONGANG ILBO design 하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