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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신'의 한 수

섹스 후엔 가벼운 터치와 스치는 눈빛 같은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중요하다는데. 달콤했던 순간이 잊고 싶은 기억이 될 수 있고, 싱겁게 끝나버린 시간이 다시 뜨거워질 수 있는 건 ‘섹스가 끝난 후에’ 결정된다는 이들의 각양각색 경험담.

프로필 by ELLE 2014.11.07

 

평소엔 매너 좋은 젠틀맨, 불이 꺼지면 이기적인 남자로 변하던 그. 섹스가 끝난 후에도 잠들기 직전까지는 자신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것저것 요구했다. 특히 씻지도 않은 몸과 그곳(?)을 만져 달라고 할 때가 많았다. 섹스 후 행복한 정적을 누리고 싶은 나와 달라도 너무 다른 사람이었다. (기자, 여, 28)

 

섹스 후에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는 게 좋다. 늦가을 미풍이 얼굴을 간질이는 것처럼 기분 좋은 순간. 손가락 사이로 그녀의 머리카락이 들어왔다가 스르륵 빠져나가는 걸 반복하면 방금 전 나눴던 사랑의 순간이 다시 떠오르면서 몸의 모든 감각이 살아나는 느낌이다. (경찰, 남, 32)

 

여자들은 섹스 후에 남자에게 안기고 싶다던데, 난 좀 다르다. 나를 만족시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한 그를 오히려 안아주고 싶다. 평소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제멋대로지만 내게 안길 땐 마치 길을 잃었다 엄마를 다시 찾은 아이처럼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거든. 그럴 때마다 ‘이 남자를 정복했다’라는 생각에 묘한 쾌감이 든다. (프리랜서, 여, 30)

 

내 여자친구는 강했다. 그녀가 가진 욕구를 ‘100’으로 봤을 때 한 번의 섹스로 채워지는 만족도는 ‘25’ 밖에 되지 않는 듯했다. 잠시라도 서로 꼭 껴안고 다정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나와 달리 그녀는 매번 ‘앵콜’을 외쳤다. 결국 쏟아지는 졸음과 사투를 벌이면서도 앞만 보고 뛰어야 하는 경주마가 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헤어진 그녀지만 이 말은 꼭 해 주고 싶다. 그러다가 사람이 죽을 수도 있어! (회사원, 남, 29)

 

그는 섹스가 끝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욕실로 뛰어들어 간다. 격렬했던 그 사건(?) 현장에 나만 남겨둔 채. 조금만 안아주고 씻으러 가면 안 되느냐고 부탁해 봤지만 통하지 않았다. 찝찝한 기분이 너무 싫다나? 내가 바란 건 이런 게 아니었다고. (웹디자이너, 여, 28)

 

간혹 뒤처리(?)를 직접 해주는 여자들이 있다. 편하지 않느냐고? 전문가처럼 능수능란하게 행동하는 걸 보면 오히려 무섭다. ‘얼마나 많은 남자들과 사랑을 나눴길래 이런 것까지’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부끄러워서 빨개진 얼굴로 모른 척한다면 안아주고 싶을 텐데 말이다. 나와의 잠자리 후엔 수줍은 소녀가 되는 여자를 원한다고. (회사원, 남, 31)

 

격렬했던 섹스의 여운을 감당하지 못해 몸을 꼬물거리고 있으면 그는 따뜻한 손으로 날 만져준다.중요한 건 리듬감 있는 그 손길이 나를 흥분시키려는 터치와는 다르다는 거다. 포슬포슬한 카스텔라 위에 부드러운 생크림을 조금씩 올려가면서 케이크를 완성하는 것처럼 조심스럽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된 듯한 이 시간이 우리의 밤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은행원, 여, 30)

 

그는 섹스가 끝나면 내 몸 구석구석을 만지고 살피면서 감탄사를 내뱉는다. 몸매가 특별히 좋은 것도 아닌데 ‘이렇게 예쁜 가슴은 처음 본다’, ‘어떻게 배꼽까지 섹시하냐’, ‘목선이 예술이다’라는 말들로 나를 치켜세운다. 때론 다른 말없이 ‘미치겠다’는 말만 반복하기도 한다. 그의 이런 반응은 ‘오늘밤, 너처럼 섹시한 여자애를 가졌기 때문에 너무 행복해’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날 다시 달아오르게 만든다. (디자이너, 여, 27)

 

우린 담배를 피운다. 연인끼리? 그것도 사랑을 나눈 직후에 뭐 하는 짓이냐고?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 창문 밖에서 새어 들어오는 빛에 서로의 얼굴을 비춰 보며 말 없이 담배 한 개비를 나눠 필 때면, 여느 홍콩 로맨스 영화 속 남녀 주인공처럼 치명적인 사랑을 나누고 있다는 기분이 들거든. (포토그래퍼, 남, 28)

 

같이 씻는 게 좋다. 샤워기를 틀어 둔 채로 서로를 안고 있을 때, 그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란! 구태여 뭔가를 하지 않아도 그 순간이 너무 행복하게 느껴진다. 내 주변엔 섹스 후에 ‘서로 안고 있을 것이냐, 아니면 씻으러 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다. 나처럼 함께 샤워하면서 안고 있으면 되는 데, 뭘 걱정하는 걸까? (대학생, 여, 29)

 

지난겨울, 클럽에서 만난 남자와 술에 취해 충동적으로 밤을 함께 보냈다. 난 정신이 들자마자 상황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했다. 하지만 그는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오랜 시간 만나온 연인처럼 다정하게 시선을 맞췄고 온몸에 쉼 없이 뽀뽀를 해주기까지! 물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그는 내 곁에 없었지만. ‘원 나이트’ 상대라고 하기에 그는 너무 특별했다. (네일 아티스트, 여, 29)

 

둘만의 은밀한 시간 후에 그녀에게 칭찬받는 게 좋다. 독특하게도 그녀는 나의 그곳(?)에 대고 ‘잘했다’고 속삭인다. 이런 사랑스러운 행동을 보고 있으면 입가에 숨길 수 없는 미소가 지어진다. 일단 내 여자를 만족시켰다는 성취감이 들고 ‘난 잘하는 남자’라는 자신감도 생긴다. 현명한 그녀 덕에 우린 항상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대학생 남, 28)

 

난 그녀와 6년을 만났다. 사귄 기간에 비해 우리의 섹스 자체는 별 문제가 없는 편이다. 그럼에도 늘 찝찝한 기분이 드는 이유는 섹스가 끝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으로 돌아오는 그녀의 행동 때문. 벌떡 일어나 물을 마신다거나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한다. 심지어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온라인 쇼핑을 할 때도 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 의무감으로 나와 관계를 가지는 것 같아 늘 속상하다. (자영업자, 남, 33)

 

 

 

Credit

  • editor 김보라
  • DESIGN 하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