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그 곳'은 이상 없나요?
지금 당신 다리 사이의 그 깊숙한 안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열 길 물속보다 여자 맘속보다 더 알기 힘들다. 더 이상 쉬쉬할 일도, 수치스러워할 일도 아니다. 건강한 사람으로서, 아름다운 여자로서, 현명한 예비엄마로서 미혼여성의 산부인과 검진은 당당하고 필수적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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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술 못 마셔.” 술자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친구 A의 얘기에 모두가 야유를 보냈다. 그러자 실은 생리통이 갑자기 심해져 산부인과를 찾았더니 자궁근종이 발견돼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게 아닌가. 잠시 정적. 다행히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는 아니지만 ‘자궁’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분명 멘탈을 휘청거리게 할 만한 사건이었다. 심지어 A는 언젠가 결혼하게 된다 해도 출산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호언장담해 왔는데도. 그러고 보면 그 자리에 함께 있던 B는 몇 년 전 갑상선 혹 제거술을 받아 한동안 헬륨 가스를 마신 목소리로 가족과 친구들로 하여금 눈물과 웃음을 동시에 자아냈는가 하면, C의 경우엔 가슴에 무려 지름 5cm의 혹이 발견돼 제거술을 받은 바 있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일단 과도한 #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30대 미혼 출산 전 여성에게 심심찮게 발병된다는 점이 사회적 시선으로는 #노처녀(절대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인 우리를 서글프게 한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토록 치열하게 살아 이런저런 병을 얻는 것인지. 지금 이 질병과 관련된 해시태그 키워드 자체가 얼마나 현실적인가. 그러니 우리는 지금 이 여성 질환에 대해 좀 더 세련되면서도 급진적인 태도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하혈을 해서, 생리통이 급격히 심해져서, 질 분비물이 예사롭지 않아서 그제야 병원을 찾는다면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당연히 치료 비용도, 시간도 더 든다.
 
하지만 산부인과는 여전히 미혼 여성들에겐 보이지 않는 벽이 가로막고 있다. 에디터 또한 30대에 접어든 기념(?)으로 엄마의 등쌀에 못 이겨 검진을 받은 뒤 6개월 혹은 1년에 한 번씩 꾸준히 체크하고 있다. 당시 ‘당연히 이상 무’일 거라 자신했건만, 비록 심각하진 않지만 그 순간만큼은 ‘암 선고’에 비할 정도로 충격적으로 느껴졌던 진단을 받고 치료를 했음을 고백한다. 평소 ‘병원 마니아’로 피부과, 한의원, 치과, 내과, 건강검진센터(가끔은 응급실) 등을 스스럼없이 다니는 에디터지만 솔직히 산부인과는 쉽게 적응이 되지 않는다. 대형 여성 전문 병원인지라 수많은 산모 틈에 주눅들어 앉아 있는 것도 민망하고 특진을 볼 때면 언제나 기다림의 연속이다. 무엇보다 ‘나의 소중한 그곳’을 몸의 한 구멍에 불과하다는 듯, 콧구멍 정도로 다루는 것이 속상하다. 하지만 모든 걸 감수했다.
 
그러던 중 최근 역세권을 중심으로 속속 생겨나고 있는 미혼 여성 전문 산부인과를 접하게 됐다. 포털 사이트에서 산부인과의 정의를 검색하면 다른 이름은 ‘여성의학과’다. 그리고 임신, 출산, 산욕기를 다루는 ‘산과’와 부인병을 다루는 ‘부인과’로 나뉜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출산과 거리가 먼 미혼이란 이유로 산부인과 근처에도 안 가본 지인들이 수두룩하다. 2011년 국가 암 등록 통계 자료에 따르면 자궁경부암 발생률은 수년째 줄어들고 있는 반면 젊은 층 여성에선 오히려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자궁경부 상피내암(0기 암으로 불리는 전암 단계)의 증가율이 매우 빠르다고. 정기적인 검진과 예방만이 여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유일하고 확실한 방법이라면, 앞서 말한 문턱이 훨씬 낮아진 미혼 여성을 위한 산부인과가 많아지고 있다는 건 무척 반가운 소식. “요즘 접근성이 좋은 역세권을 중심으로 여성 토털 클리닉 개념의 산부인과들이 많이 생겨나는 추세예요. 이미 온라인에서 전문 지식을 습득하고 병원을 찾는 스마트한 환자들도 많죠. 10대 후반부터 30대 후반까지 연령대도 다양하고 남자친구와 함께 내원하기도 하고요. 과거에 비해 분명 액티브하고 건강해진 태도라고 할 수 있죠.” 세린산부인과 김유리 원장의 설명이다. 밝고 넓은 대기실, 1:1 상담실, 탈의실 등이 평소 다니던 피부 클리닉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심지어 토요일까지 야간 진료라니 ‘마음은 있어도 짬이 안 난다’는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듯.
 
시장조사를 나선 김에 검진을 받아보기로 했다. 최근 이렇다 할 증상이 있는 게 아니어서 ‘어떤 검진을 받아야 할까’ 고민하는 내게 김유리 원장은 리플렛을 건넸다. “크게 미혼 여성 검진, 웨딩 검진, 산전 검사, 기본 검진, 암 검진 등으로 나뉘어요. 1년에 한 번 정도는 기본적인 초음파, 냉, 자궁경부 세포, 확대경, 인유두종 바이러스, 간기능 검사 등을 하길 권하죠. 여기에 에이즈, 매독, 풍진 항체 검사 등을 추가하면 좋고요.” 지난 몇 년간 산부인과를 꾸준히 다녀왔는데도 뭐가 뭔지 100% 이해가 가지 않는 게 사실. 어쨌든 ‘성경험이 있는 미혼 여성을 위한 염증 검사 포함 패키지’를 선택. 가격은 20만원대인데 이미 실비 보험을 들어놓은 터라 비용 면에선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종합 검진이라 시간이 꽤 걸릴 줄 알았는데 ‘굴욕 의자’에 앉아 3분 정도 초음파 검사를 한 뒤 피검사, 소변검사를 하니 끝! 단 10분 정도 걸린 셈이다. 일주일 뒤 검사 결과가 나와 다시 내원했다. “간기능, 혈액 질환, 콩팥 기능, 풍진, 에이즈, 초음파 검사 등 모두 이상 없네요. 다만 A형 간염은 항체가 없어 후에 예방주사를 맞는 게 좋겠고요. 또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종종 발생하는 칸디다 질염 증상이 있어요. 오늘 치료하고 1회분 약을 처방해 드릴게요.” 최근 스트레스를 받아서일까, 아님 꽉 조이는 스키니 진을 입어서일까. 아무튼 질염이 있다는 말에 좀 속상했다. 허나 바로 간단하게 치료하니 오히려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내 몸은 스스로 아름답게 지키고 있다는 얘기니까. 미루고 미뤄왔던 자궁경부암 백신주사 예약까지 완료.
 
안전한 성생활을 하고 싶다고? 임신과 출산 전 건강한 몸 상태를 만들고 싶다고? 막연한 두려움에 시기를 놓쳐 여자로서 자괴감에 빠지고 싶지 않다고? 적어도 1년에 한 번, 특별한 연례행사로 산부인과 검사, 치료를 받을 이유는 이처럼 무궁무진하다. 초경 이후의 여자라면 누구나!
 
 
 
산부인과 FAQ
Q “질 분비물이 이상해요. 양이 많아지고, 냄새가 심해지고, 따갑고 간지러워요.”
A 질염을 의심. 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찾아오는 흔한 질환이다. 여러 종류가 있으나 주로 세균성, 칸디다성, 트리코모나스 질염이 많다. 세균성 질염은 비정상균이 과다하게 증식돼 생기는데 생선 비린내 같은 악취를 동반한다. 피로와 스트레스, 질 세정제의 과도한 사용, 성관계 등으로 질 내 환경 변화가 생기면 나타난다. 칸디다성 질염은 면역력이 떨어질 때 생기기 쉽고 가려움증이 심하고 냉이 많아진다.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성관계를 통해 전염되므로 남녀 모두 치료가 필요함을 명심! 내원을 해 질염의 종류에 따른 항생제, 질 소독으로 치료를 받을 것.
 
 
Q “질 분비물 색깔이 짙고 성관계 후 출혈이 생겼어요. 통증도 있고요.”
A 자궁경부염 혹은 자궁경부암을 의심. 자궁경부염은 질염을 오래 방치하거나 원인균이 감염돼 염증이 진행될 경우 자궁경부 조직이 헐어서 생긴다. 치료는 질염과 비슷하나 자궁경부 미란이 생겼다면 자궁경부 약물 소작술이나 고주파 치료가 필요. 증상이 심하다면 자궁경부암, 세포이형성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성관계로 전파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주된 원인이므로 의심되면 확대경과 바이러스, 조직검사를 추가로 실시한다. 초기 치료 시 완치가 가능한 암이므로 무엇보다 정기 검진이 매우 중요하다. 또 백신이 80% 정도 효과가 있으므로 예방접종을 하길 추천한다.
 
 
Q “아랫배가 심하게 아프고 질 분비물이 급격히 늘었어요.”
A 골반염을 의심. 질염, 자궁경부염이 방치돼 자궁 입구에 있던 균이 자궁을 타고 올라가 자궁내막, 나팔관, 난소, 복강 내까지 염증을 일으키는 것. 수술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고 난관유착 등의 후유증이 생길 경우 불임이나 자궁 외 임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정확한 증상 확인을 위해 내진, 초음파, 균, 혈액 검사, CT검사 등을 진행. 초기라면 항생제 복용과 주사로 치료 가능하나 심하면 입원, 수술이 필요하다. 그러니 골반염으로 진행되기 전 조기에 질염, 자궁경부염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Q “전에 없이 생리통이 심해졌어요.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요.”
A 자궁내막증을 의심. 생리를 할 때 생리혈이 역류해 그 주변으로 염증을 일으키는 것인데 염증이 유착되면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먼저 초음파로 이상 소견이 있는지 확인하고 혈액검사로 확진한다. 당분간 유착이 생기지 않게 생리를 하지 않도록 호르몬제를 복용하거나 주사를 맞으며 경과를 지켜보는데 이 과정에서 갱년기 증상이 나타난다. 호전되지 않으면 복강경을 통해 제거. 지속적인 검진만이 예방법이다.
 
 
Q “자궁근종이 뭔가요? 흔한 질환이라고 하는데 특별한 증상이 없다고 하니 더 두려워요.”
A 30대 이상 여성의 절반 가까이에서 발견되는 흔한 질환. 자궁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근육층에 생긴 혹으로 위치에 따라 복부 압박감, 빈뇨, 월경과다, 골반통증, 생리통, 성교통이 느껴지기도 한다. 크기가 작고 특별한 증상이 없다면 심각하게 문제되진 않아 지켜봐도 괜찮지만 크기가 크다면 수술로 제거한다. 한 번 발견됐다면 전문의를 통해 그 수와 크기가 늘어나진 않는지 꾸준히 관찰하는 게 좋다.
 
 
Q “여름휴가 뒤 급격히 컨디션이 저하됐어요. 질 분비물이 깨끗하지 않고 통증도 동반하고요.”
A 바캉스 시즌이 되면 산부인과는 북적이기 시작한다. “남자친구 혹은 남편과 함께 여행을 가기 전 혹 염증은 없는지 확인하고 소독 치료를 미리 받기를 권합니다. 휴가 날짜에 가임기나 생리 예정일이 겹쳤다면 전문의와 상담 후 사전에 피임하시고요. 그리고 휴가를 다녀온 뒤에 질 분비물이 많아지거나 가려움 등 불편한 증상들이 생겼다면 혼자 불안을 키울 게 아니라 바로 산부인과로 내원해 균검사, 방광염, 임신 여부를 체크하세요. 여독을 푸는 데 효과적인 수액을 맞아 회복을 돕는 것도 좋겠죠.”
 
 
Q “소변이 자주 마렵고 찌릿한 통증이 느껴져요. 심지어 붉은색의 소변까지.”
A 방광염의 일반적인 증상. 여기서 잘못된 상식 바로잡기. 흔히 방광염은 ‘성관계를 무리하게 많이 해서’ 생기는 증상으로 알려져 고통을 참기 힘든 데도 쉬쉬하며 끙끙대기 일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질염처럼 몸 컨디션이 안 좋을 때면 언제든 찾아올 수 있어요.” 김유리 원장의 설명. 소변검사를 통해 아주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으며 항생제로 치료한다.
 
 
 
Credit
- editor 김미구
- PHOTO trunk archive
- DESIGN 하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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