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윤소정 신부가 되다!
모델 윤소정이 봄의 신부가 된다! 평소 친동생처럼 아끼는 윤소정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봄의 신부’로 만들기 위한 스타일리스트 이선희의 스페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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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윤소정의 웨딩 촬영은 웨딩 전문 라리 스튜디오의 앤드류 권 대표가 맡았다.
 
2  ‘더 아이잗’의 브랜드 북을 만들었을 때 윤소정을 캐스팅해서 네 가지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 모델이 여러 분위기를 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헤어와 메이크업을 바꿀 때마다 윤소정은 새로운 사람이 됐다.
 
3  쥬빌리 아모라의 로맨틱한 드레스. 
 
 
스타일리스트인 나에게는 그동안의 작업을 모아놓은 포트폴리오가 있다. 그 안에는 수없이 많은 스타와 모델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런데 그 포트폴리오를 보여주었을 때 사람들에게 유독 주목받는 이가 있다. 바로 모델 윤소정이다. 윤소정은 스타일리스트로서 좋아할 수밖에 없는 모델이다. 패션 모델 중에서도 옷을 돋보이게 해주는 모델이 있고, 옷을 압도하는 모델이 있는데 윤소정은 분명히 전자이다. 윤소정이 입으면 어떤 옷이든 빛이 난다. 카메라 앵글에 담겼을 때 미묘한 감정 표현이 자유로운 얼굴도 참 좋다. 덕분에 그녀와의 작업은 늘 즐겁고, 더 큰 기대를 하게 되며, 결론적으로 다음 작업을 더 잘할 수 있게 하는 커다란 에너지를 선사한다. 모델로서의 자질뿐 아니라 인성이 훌륭하다는 점도 높이 산다. 구태의연한 표현일지 모르겠으나 그녀를 만날 때마다 ‘가정교육을 잘 받았다’는 말이 무엇인지 와 닿는다. 사실 윤소정과 함께한 첫 촬영은 유독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예정된 시간을 넘겨 촬영이 밤늦게까지 진행되면 모두 지칠 수밖에 없는데, 바로 그런 날이었다. 모델의 표정에 힘든 티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소정이는 의연했다. 그런 차분하고 성숙한 태도가 좋았고 앞으로도 크게 성장할 모델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우리는 여러 편의 패션 화보와 광고 작업을 함께했다. 윤소정의 상냥함은 평소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하는 나조차 무장해제시켰다. 작업 횟수가 거듭될수록 더 가까워졌고, 사적인 이야기도 털어놓는 사이가 됐다. 지난여름, 그녀는 진지하게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때 난 이렇게 말했다. “결혼할 때 내가 다 도와줄게”라고. 그녀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로 꾸며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그 말을 꺼낸 다음, 약속으로 만들기까지는 단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네가 나에게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내 화보에서 최선을 다해준 만큼 나 역시 너에게 최선을 다할게’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나는 내가 디렉팅을 담당한 2009년 이영애의 결혼식과 2012년 전지현의 결혼식을 떠올렸다. 그들의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느꼈던 벅찬 보람, 행복, 감동…. 10년 넘게 그들과 공유해 온 시간은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적 책임감을 넘어 나를 거세게 흔들었다. 전지현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돌아와 비공개로 진행된 본식을 위해 림 아크라의 웨딩드레스로 갈아입을 때까지 너무나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그녀를 식장에 들여보내 스포트라이트가 비춘 그 순간. 나는 이제껏 흘리지 않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그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한다. 그건 스타일리스트로서 평생에 한 번 누릴까 말까 한 최고의 세레모니였다. 윤소정과 한 여름의 약속은 계절이 바뀌고 얼마 되지 않아 현실이 됐다. 전화기 너머로 “언니! 저 결혼해요!”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스타일리스트로서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애정 어린 조언자로서 그 축제를 기꺼이 함께할 준비가 돼 있었다.
 
 
 
 
1 스타일리스트 이선희는 “슬픈 표정은 아니다. 확 웃으라는 것도 아니다. 기쁜 느낌, 설렘, 감동…. 이런 느낌을 담아달라”는 디렉션을 전달하며 일관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2 영화 <위대한 개츠비>를 떠오르게 하는 복고적 디자인의 열쇠 펜던트 네크리스. 티파니 앤 코.
 
3  스타일링을 위해 준비한 다양한 헤어 장식.
 
4  웨딩 반지의 클래식 ‘노보’ 링, 티파니 앤 코.
 
“너무 바빴던 시절, 저는 마치 ‘행사를 치르듯’ 결혼했어요. 나와 같은 신부들이 많을 것 같은데 드레스를 맞추는 것부터 촬영까지, 충분히 즐기는 결혼식을 올리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이선희, <엘르 브라이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5  컬러풀한 콜롬보 백은 애프터 드레스를 위한 추천 아이템.
 
6 르부케.
 
7 구찌 펌프스는 웨딩드레스에 시크함을 더한다.
 
8 본조애의 티아라.  
 
 
윤소정이 본식에서 입을 드레스는 이명순 웨딩드레스. 두 사람은 삼성전자 혼수 제품 광고에 모녀로 나온 독특한 인연이 있다. 사실 광고 기획회의 단계에서 모델 윤소정을 추천한 건 나였다. 엄마 역할은 일찌감치 캐스팅된 다른 사람이 맡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촬영을 진행하다 보니 원래 섭외된 엄마 역할 모델이 아무리 봐도 키가 크고 늘씬한 윤소정의 엄마처럼 보이지 않는 난처한 상황이 발생했다. 난 디자이너 이명순을 떠올렸다. 주말의 갑작스러운 SOS에 그녀는 고맙게도 한달음에 와주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둘이 어찌나 잘 어울렸는지 진짜 모녀로 생각한 이들도 많았다는 후문이다. 윤소정의 웨딩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몇 달 뒤. 예전부터 웨딩드레스 화보를 많이 찍은 윤소정은 마음속으로 이명순 웨딩드레스를 입고 싶어 했다. “모델 활동을 하며 많은 웨딩드레스를 입어봤는데, 마음에 드는 건 꼭 어디 드레스인지 물어보곤 했어요. 그럴 때마다 이명순 웨딩드레스라는 답을 들었어요. 그런데 삼성전자 광고를 찍을 때 엄마 역할로 오신 분이 바로 이명순 선생님이었어요. 그날 처음 뵙고 너무 놀랐죠.”
 
 
 
 
 
1, 2, 3 늦은 저녁, 청담동 이명순 웨딩드레스 부티크에서 피팅을 진행했다.
 
 
 
 
4 삼성전자 지면에 함께 모녀로 등장한 모습.
 
5 드레스를 스케치하는 디자이너 이명순.
 
6 이명순 웨딩드레스의 액세서리.
 
 
 
나와 이명순의 인연은 각별하다. <엘르>에서 패션 에디터로 일하던 시절에 이명순 웨딩드레스를 숱하게 촬영한 것은 물론 더 거슬러 올라가 14년 전, 결혼식에서도 나는 이명순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당시 드레스 투어를 할 시간조차 없을 만큼 바빠서 나와 체형이 비슷한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다. “우리처럼 키가 큰 사람은 무조건 이명순 웨딩드레스를 입어야 한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곧장 청담동에 있는 숍을 찾았다. 패션 에디터임을 말하지 않고 단 한 벌의 드레스를 입어본 뒤 바로 결정하고 숍을 나왔다.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더 이상 볼 것도 없었다. 그렇게 결혼식 바로 전날까지 치열하게 잡지 마감을 하다가 식장으로 들어갔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디자이너 이명순과 이런 얘기를 나누며 웃는다. 윤소정의 웨딩드레스 피팅 날, 우리는 다시 그때를 추억했다. 14년 전의 에피소드를 웃으며 얘기하고, 여전히 에너지를 나누고 있다는 건 감동적이다. 나는 누군가의 결혼식을 준비할 때마다 더 농도 짙은 감동을 맛보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명순 대표 역시 결혼식장에서 기대치 이상의 감동을 종종 느낀다고 했다. 드레스와 헤어, 메이크업, 베일, 부케 등이 어울려 기대를 뛰어넘는 아우라를 뿜어낼 때는 눈물이 핑 돌고, 소름이 끼친다고 했다. 그런 감동은 소정의 드레스 피팅 날 다시 한 번 재현됐다. 윤소정이 원하는 것과 내가 보완했으면 하는 요구사항 그리고 25년 동안 드레스를 만들어온 이명순 대표의 손길이 더해지자 세상에 단 하나뿐인 웨딩드레스가 탄생했다. 소정이만을 위한 아름다운 드레스가 완성돼 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드라마틱했다.
 
“드레스에 디자이너인 제가 직접 손길을 불어넣는 만큼의 특별함이 더해질 거예요. 피팅하면서 레이스 소재 위에 다시 레이스 장식을 수작업으로 넣었죠. 오트 쿠튀르 같은 작품이 될 겁니다.” -이명순, 이명순 웨딩드레스 대표
 
 
 
결혼을 앞둔 모델 윤소정과 예비 신랑 이성원의 이야기
 
 
 
 
1 함께한 추억의 순간들.
 
2, 4 우리 만남은 예정된 것일까? 어린 시절의 윤소정과 이성원.
 
3 웨딩 촬영 중 한 컷.
 
 
SHE SAYS
 
내가 사랑하는 그는 정책연구원이다. 정치 를 공부하지만 패션에 관심이 많고 감각이 있는 남자이다. 우린 친구 모임에서 만나 사귀게 됐다. 성직자인 그의 부모님은 언제나 큰 사랑으로 나를 보듬어주신다. 그와 가족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한 것도 이런 따뜻함 때문이다. 우리는 목회자인 부모님의 뜻에 따라 허례허식은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약혼식은 올렸다. 결혼식은 결혼 당사자의 친구와 부모님의 지인까지 오시기 때문에 그만큼 인사 드리고 챙겨야 할 분이 많다고 들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가족. 두 가족이 모여 하나가 되는 만큼 다 함께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그분들을 증인으로 모시고 반지를 교환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소박한 약혼식이라고 해도 준비할 건 많았다. 어디서 약혼식을 해야 할지 열심히 알아보고, 사진 잘 찍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사진도 준비했고, 내가 입을 원피스와 그가 입을 턱시도도 장만했다. 약혼식 때 교환할 반지도 골랐다. 모든 건 높은 안목을 지닌 그와 함께했다. 만약 보통의 남자처럼 ‘네가 알아서 해’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그는 부지런히 알아보았고, 선택의 순간에는 늘 나와 같은 취향으로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갔다. 함께 결혼을 준비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많다. 한번은 조금 즉흥적으로 웨딩드레스 숍에 가서 웨딩드레스를 몇 벌 입어보았다. 내가 커튼 뒤에서 짠 나타날 때마다 그는 모두 예쁘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다 별로…. 내 머릿속에는 물음표만 가득했다. 결혼 준비로 바쁘던 어느 날. 나는 드디어 프러포즈를 받았다! 그가 갑자기 “아는 형이 좋은 곳을 소개해 줬다”고 했다. 평소와는 다른 행동에 눈치챌 수도 있었지만 “프러포즈를 할 거면 내가 수트를 입지 이렇게 입었겠니?” 하길래 깜빡 속았다. 그런데 식사를 마치고 나를 눈이 쌓인 정원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곳에 있는 작은 테이블로 데려가 나를 앉히더니 반지를 주며 그가 하는 말. “나랑 결혼해 줄래?”
 
 
HE SAYS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모델이다. 처음 만났을 때는 모델인 줄 몰랐다. 아는 동생의 생일 파티에 갔다가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하지만 그때 난 유학을 다녀와 늦깎이 군인이었고, 사귀자고 하기에는 초라했다. 그런데 6개월 뒤, 우린 진지한 사이가 되었다. 그녀는 예쁘지만 현실적이고 소박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모델이라면 보이는 모습에 집착할 것이란 내 생각이 틀렸다. 작은 것에 만족하고 무엇이 행복인지 아는 그녀를 만난 것은 내 인생 최고의 사건이다. 게다가 내가 입던 가죽 재킷이나 티셔츠 같은 것을 주면 나보다 훨씬 멋지게 소화해 내니 뿌듯하기까지 하다. 그럴 땐 소정이가 역시 모델이구나 싶다. 약혼식은 모두 함께 준비했다. 결혼식은 가족 행사지만 약혼식만큼은 모두 우리 둘이 직접 하나하나 준비하고 비용까지 부담하고 싶었다. 행사장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 호텔 지배인과 얘기하며 결정했고, 친척 분들께 답례품과 함께 직접 쓴 편지도 드렸다. 재미난 에피소드 하나. 결혼을 준비하며 함께 드레스 숍에 갔는데 그곳에서 나는 난감했다. 소정이는 뭘 입어도 다 예쁜데 자꾸만 예쁘냐고 물어봤기 때문이다. 드레스의 어떤 부분이 다른 건지 알아채기 힘들었지만, 잘 대답하기 위해 가장 눈에 띄는 디테일 하나를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난 아직도 이 모든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내가 정말 결혼하나? 너무 행복해서 현실감이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버지 말씀처럼 본질적이지 않은 것에 얽매이지 않도록 하고, 서로를 응원하는 친구처럼 살고 싶다. 모델 일을 하는 데 내가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는 없지만, 그녀에게 변화가 필요할 때도 난 여전히 응원할 것이다. 
 
“소정이는 잘하는데, 저는 표정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촬영하면서 저에게 소정이의 베일을 덮어주었을 때는 정말 떨렸어요.” -이성원, 신랑 
 
 
Credit
- editor 명수진 PHOTO 앤드류 권
- 이수현 DESIGN 하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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