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냐 은하계냐
단지 기계일 뿐이라기엔 호불호가 너무 분명하다. 당신은 어떤 휴대폰을 들고 있나?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애플에는 체온이 있을 것만 같아서
 
어느 교수가 조사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 대해 최고치를 각각 100으로 잡고 자신의 애정도를 말해달라고. 50이라는 이도 있었고 90이라는 이도 있었다. 대부분 자신이 쓰는 휴대전화 브랜드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이어지는 대답을 기록하던 중 교수는 의아해했다. 150, 200 등 최고치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매긴 이들이 생긴 것이다. 모두 아이폰 사용자들이었다.
 
교수가 이유를 묻자 그들은 웃으며 말했다. “그런 게 있어요.” 내게 물었어도 대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오랫동안 알아온 지인처럼 살과 뼈, 체온을 지닌 대상처럼 설명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 사람을 묘사할 때 “그는 처리속도와 선명함이 뛰어나”로 설명하지 않듯 애플 기기 역시 성능만으로 선호의 이유를 대신할 수 없다.
 
스티브 잡스에 반해서? 키노트 프레젠테이션이 멋져서?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끝내줘서? 글쎄. 애플은 첫 번째였다. 컴퓨터라는 연산기계에 매끄러운 선과 색을 입혀 인테리어 소품으로 여겨지게 하고, 운영체제와 아이콘에 남다른 디자인을 입혀 장난감처럼 여겨지게 했으며, 들고 다니는 물건 중 가장 매끄럽고 단순하게 디자인하여 전화기가 아닌 패션 액세서리처럼 과시하고 싶도록 만들었다. 이런 감성적 포만감을 대중에게 누리게 한 건 애플이 유일했으며 이후 나온 기기와 브랜드와 시도들을 죄다 애플의 유사품으로 전락시켰다.
 
 안드로이드? 그게 뭔가? 새로 발견된 은하계 이름인가? 오랜 애플 유저로서 애플과 안드로이드를 비교하는 게 과연 온당한 일인지 의문이 든다. 체감되는 둘의 세계관은 ‘사과’와 ‘인조인간’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간극만큼이나 멀다. 훗날, 애플이 아닌 다른 브랜드가 더 빠른 처리속도, 더 오래가는 배터리, 더 선명한 화면, 더 다양한 콘텐츠로 무장해서 우위를 보여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허나 애플을 향한 만인의 콩깍지를 벗겨내기엔 ‘더’ 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니 불가능하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으니까.
 
애플은 최초와 최고의 이미지를 만인에게 동시에 ‘이식’했다. 애플에 선점당한 인류의 두뇌와 마음의 용량은 더 추가하거나 완전히 교체하기엔 한정적이다. 선택의 여지가 있나? 음,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안드로이드폰을 아이폰으로 바꾼다면 ‘기변(기기 변경)’이라고 불릴 것이다. 하지만 아이폰을 안드로이드폰으로 바꾼다면 ‘배신’이라 불릴 것이다. 백승권(카피라이터, 칼럼니스트)
 
 
 
머리글자 i를 수집한 남자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속칭 ‘앱등이’라 불리는 애플 옹호론자다. 초등학교 시절 내 첫 컴퓨터가 애플II였고 아직도 우리 집 선반에는 아이폰의 시초라 불리는 뉴튼 메시지 패드부터 파워북들이 세대별로, 인치별로 소장(이라 쓰고 ‘방치’라 읽는다)돼 있을 정도로 내 인생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꽤 크다. 애플에 대한 보통의 인식은 ‘새롭다, 혁신적이다, 놀랍다’ 등등으로 대표되지만 나에게 있어 애플은 어릴 적부터 함께한 익숙함의 상징이다.
 
아무리 쉽고 체계적인 운영체제라도 기본적으로 윈도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이 아이폰을 100% 활용하기란 쉽지 않다. 일단 사람들이 아이폰을 욕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인 아이튠즈. 음악 파일을 바로 전화기 폴더에 다운로드 할 수 없어서 귀찮다는 거다. 하지만 아이튠즈(미국 앱스토어)에서 음악을 구매하면 맥은 물론 내 아이폰과 아이패드, 집에 있는 맥북프로에도 자동으로 음원이 들어간다. 따로 프로그램을 설치할 필요도 복잡한 세팅을 할 필요도 없이 내 계정의 모든 디바이스에 공유가 된다는 건 불법 다운로드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멋진 시스템이다.
 
또 아이튠즈는 음원을 구매했을 때 음악가에게 가장 많은 이윤을 배분한다(수익의 30%를 애플이 가져간다). 음악을 예로 들었지만, 쉬운 공유 시스템은 사진이나 연락처 같은 모든 데이터에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사용의 편리함뿐이 아니다. 일찍이 잡스 형은 매번 신제품 발표회에서 전 세계의 ‘애플빠’들에게 관점을 조금만 바꾸면 신세계가 펼쳐진다는 최면을 걸었다. 디자인의 세심함은 또 어떤가. 최근에 나온 iOS7으로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한 사람은 지금 아이폰을 꺼내서 시계 앱 아이콘을 보라. 현재 시간이 초침까지 움직인다.
 
업데이트 이전 버전을 쓰고 있는 사람들은 뮤직 앱을 실행시키고 상단 재생 바의 조그만 은색 동그라미 버튼을 주시하자. 움직이는 각도에 따라서 버튼에 비치는 빛의 방향이 달라진다.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아주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쓴 흔적들을 보면 디자이너로 먹고사는 나 같은 사람들은 ‘뻑이 갈’ 수밖에 없다. 애플이 폐쇄적이다 말이 많지만 그 생태계 안에 적응한 사람에게는 천국이고 적응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지옥이다.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안드로이드와 iOS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면 당당히 안드로이드를 추천한다. 어차피 이걸 쓰나 저걸 쓰나 잘 활용 못하는 사람들이 시스템을 욕하는 법. 제대로 쓰지도 못할 그들로부터 나의 애플을 욕되게 하기 싫다. 조수빈(디자이너, 프로덕션 코디네이터)
 
 
 

 
아이폰의 전성기는 지났다 
처음 사용해본 스마트폰은 아이폰이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갤럭시S4를 쓰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성능 면에서 아이폰이 월등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모바일 운영체제가 가지는 특징 때문에 개인마다 이견이 있을 뿐 디바이스 자체의 성능은 둘 다 올라갈 대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시간을 되돌려보면 처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느낌은 답답함이었다.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아이폰과 비교당했고 결과는 뭐든 ‘느렸다.’ 리뷰어로서 신형 모델이 나올 때마다 테스트 결과는 항상 만족하지 못했던 기억뿐이다.
 
인터넷 창을 열어 화면을 확대, 축소만 해봐도 아이폰은 부드러웠고, 안드로이드폰은 버벅거리던 생각이 난다.  하지만 안드로이드폰은 눈에 띄게 발전했다. 물론 정점에 있는 것은 삼성의 갤럭시 제품군이다. 갤럭시 S2는 특히 엄청난 호평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첫 갤럭시가 2010년에 출시되었는데 갤럭시 S4, 갤럭시 노트3, 손목시계 형태의 갤럭시 기어, 화면이 휘어지는 갤럭시 라운드까지 신기술을 꽉꽉 채운 이 라인업이 갖춰지는 데 고작 3년이 걸렸다.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은 1년이 멀다 하고 새로운 스마트폰을 계속 찍어내고 있다. 회전율은 어느 제조사 할 것 없이 다 함께 점점 빨라지고 있는 추세니 욕할 것도 없다. 리뷰를 위해 여러 제조사의 디바이스를 비교해서 써보면, 삼성 스마트폰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 갤럭시의 가장 좋은 점은 엄청난 화면 크기. 갤럭시는 손에 쥐었을 때 잡히는 사이즈 안에서 항상 가장 넓고 시원한 화면을 채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확장성도 좋다. 메모리카드를 추가하여 저장 공간을 늘리거나 다른 기기들과 연계해서 사용이 가능하다.
 
클라우드 서비스 같은 대안이 있긴 하지만, 컴퓨터에 꽂아서 바로 파일을 넣고 뺄 수 있는 방식이 아직까지는 보통 사람들에게 훨씬 쉬운 접근이니까. 또 음성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거나, 문자가 왔을 때 곧바로 전화 걸기로 연결한다거나, 통화 내용을 녹음하는 등 돈 내고 앱을 사서 다운로드받아야 할 기능들 대부분이 갤럭시 안에는 이미 다 들어 있지 않은가. 기술의 차이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들 한다.
 
스마트폰은 이미 완성 단계에 와 있고 기술의 차이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격차가 줄어들 만하면 다시 벌려놓는 것도 삼성이다. 몇 개의 휴대폰 제조사가 망하는 사이, 애플의 추격자 딱지를 떼기 위해 고군분투해 온 지 5년도 채 되지 않아 삼성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선두에 올랐다.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삼성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씨디맨(IT 리뷰어, 블로거)
 
 
 
한땐 나도 사과를 베어 물었지
 
외국 생활을 하게 됐을 때 내게 첫 아이폰이 생겼다. 귀국했을 땐 아이폰이 한국에도 들어와 있었다. 한 입 베어 문 사과의 매력에 빠진 나는 특별한 고민 없이 새로운 모델이 나올 때마다 이것저것 사모았다. 광고회사 PD라는 직업은 전화를 달고 살아야 한다. 어딜 가든 전화기와 함께 자연스럽게 충전기를 챙기기 시작했다. 나뿐 아니라 수많은 주변 사람들이 교체형 추가 배터리가 없는 것을 불평했지만 그러면서도 사과 로고의 매력이라면 그 정도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는 식이었다. 
 
어느 날 내 마지막 아이폰이 고장났을 때, 갤럭시를 선택했다. 처음엔 습관적으로 가운데 홈 버튼을 눌러대는 아이폰 증후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니 편리한 기능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왔다. 갤럭시를 쓰고 나서야 동영상을 봐야 해서 처리속도가 빨라야 하는 학생들, 눈이 침침해서 화면이 넓어야 하는 어르신들, 외근이 많아서 휴대폰으로 업무 처리를 하는 회사원들, 사진이나 그림 기능을 많이 쓰는 젊은 엄마들로부터 갤럭시를 찬양하는 목소리도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두 제품을 다 사용해 본 한 사람의 소비자로서, 앞으로도 계속 갤럭시를 사용하게 될 것 같다는 예감과 함께 갤럭시 입문 몇 달 만에 ‘일단 한번 써보라’고 주위에도 고민 없이 추천하는 나를 발견했다. 돌이켜보면 비싼 돈 주고 사는 휴대폰인데 왜 소비자가 제조사의 컨셉트에 맞춰야 하는지, 사용하기 편한 게 최고란 생각이 든다. 며칠 전 서랍을 정리하다 예전에 쓰던 아이폰을 우연히 발견했을 땐 어쩜 그리 답답하던지. 충전기까지 들고 다니는 수고를 몇 년이나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지금 나는 우연인지 필연인지 삼성 갤럭시의 광고를 만들고 있다. 갤럭시 광고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주부, 어린이까지 온갖 사람들이 등장한다. 한국에서만 온에어하는 광고에도 백인, 흑인이 총출동한다. 삼성의 광고에 대해 일관성이 없다고 욕할지는 몰라도 어떨 땐 사진 기능을, 또 다른 땐 메모 펜 기능을, 또 어떨 땐 음성 자동번역 기능을 부각한다. 사용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이다. 시크하지 않다고? 솔직히 이제는 사과 로고만으로 유저가 시크하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 갤럭시 광고를 만들고 있어서 하는 말은 아니다. 김태환(광고 PD)
 
 
 
Credit
- EDITOR 이경은 PHOTO GETTY IMAGE
- IMAXTREE DESIGN 하주희
엘르 비디오
엘르와 만난 스타들의 더 많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