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굿 가이, 나인우!

"시켜만 주세요!" 수더분한 몸짓과 허허실실 웃는 표정,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나인우.

프로필 by ELLE 2024.03.06
 집업  재킷은 Casablanca by G. Street 494.

집업 재킷은 Casablanca by G. Street 494.

인터뷰에서 ‘나는 애교가 없다’고 말한 적 있죠
애교가 정말 없어요. 아는 사람들은 다 알 거예요. 완전 ‘상남자’거든요.
 
헤비메탈 밴드 슬립낫(Slipknot) 초상이 그려진 사복 티셔츠가 꽤 강렬해 상남자처럼 보이기도 해요
바빠서 1년 6개월 동안 손놨던 일렉트릭 기타를 3일 전부터 다시 연주하기 시작했어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 티셔츠를 입고 왔죠.
 
깁슨 레스폴 기타를 소유했죠.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기타리스트 ‘슬래시’가 쓰던 기타이기도 한데
그의 팬이에요. 저는 메탈을 선호하긴 해요. 너무 자주 듣다 보면 지겨운데, 그럴 때는 잠깐 장르를 바꿔 들어요. 하드 록, 펑크, 블루스를 찾아 듣죠. 결국 다시 메탈로 돌아오지만.
 
 
트위드 셔츠와 에이프런은 모두 Kozaburo by ver. 트랙 팬츠는 Commission. 스니커즈는 Marni. 셔츠와  타이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

트위드 셔츠와 에이프런은 모두 Kozaburo by ver. 트랙 팬츠는 Commission. 스니커즈는 Marni. 셔츠와 타이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

 사람을 관찰하는 취미가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사람은
지하철 타려고 에스컬레이터에 올랐는데 제 앞에 커플이 마주 보고 서 있는 거예요. 제 쪽에선 여자분의 얼굴이 보이는 상황이었죠. 에스컬레이터 한 칸 아래에서 남자친구를 올려보며 재잘재잘 말하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아름다워 보이는 거 있죠. 그 눈빛을 잊지 못해요. 영화의 한 장면 같았어요.
 
감성적이군요
네. 저는 감성적인 사람이에요.
 
‘과몰입’을 잘하는 타입인가요
너무요. 최근에 <종이의 집> 후속편으로 공개된 <베를린> 보셨어요? <종이의 집>에서 모든 배우의 연기가 돋보였지만, 제 눈엔 ‘베를린’ 캐릭터가 제일 인상적이었어요. 가장 외로워 보이거든요. 하지만 이 캐릭터가 외로운 이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요. <베를린>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졌어요. 그가 왜 그토록 고독하고 약해진 건지. 여덟 개 에피소드로 이뤄졌는데 과몰입 해서 하루 만에 다 봤어요.
 
 
집업 재킷과 쇼츠는 모두 Casablanca by G. Street 494. 로퍼는 Dior Men. 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

집업 재킷과 쇼츠는 모두 Casablanca by G. Street 494. 로퍼는 Dior Men. 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

 2021년을 기점으로 <철인왕후> <달이 뜨는 강> <징크스의 연인>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1박2일>로 예능 프로그램 활동까지. 이토록 바쁜 삶을 이어가면서 어떤 에너지를 얻었나요
무엇이든 적당한 게 좋다고 생각해요. 너무 오래 쉬면 나태해지고 너무 빨리 달리면 건강을 잃으니까요. 지금은 촬영이 끝나 편해요.
 
<내 남편과 결혼해줘>(이하 <내남결>)에서 딱딱하지만 순애보 같은 ‘유지혁’으로 인기몰이 중이죠. 유지혁은 나인우와 얼마나 닮았나요
거의 없는 것 같은데요? 아, 닮은 구석이 딱 하나 있어요. 한번 빠지면 끝까지 가는 성격.
 
한번 빠져서 끝까지 놓지 않은 것
아주 사소한 건데, 이를테면 저는 독서를 즐기는 편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한번 빠져서 읽기 시작한 책은 절대 놓지 않고 앉은자리에서 완독해요. 기타도 마찬가지죠. 내 실력으로 쉽게 연주할 수 없는 난이도인 곡을 포기하지 않고 만족스러울 때까지 연습해요. 항상 죽을 만큼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도 절대 놓은 적 없어요. 얼마 전 호기심에 형 따라 10km 마라톤을 뛰었는데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50분대로 완주했어요.
 
 
레더  재킷은 Ludan.  셔츠는 Wacko Maria.  레더  팬츠는 Diesel.

레더 재킷은 Ludan. 셔츠는 Wacko Maria. 레더 팬츠는 Diesel.

 첫 마라톤인데 10km 거리를 50분대로 완주한 건 꽤 훌륭한 결과 아닌가요
에이, 아니에요. 잘 달리는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토할 것처럼 힘들어서 중간에 그만둘까 생각했어요. 하지만 성격상 그럴 수 없나 봐요.
 
한편 내가 유지혁과 다른 점은
공감능력이 훨씬 뛰어난 것 같습니다. 유지혁은 ‘강지원(박민영)’을 위해 공감능력을 키우려고 노력하는 캐릭터인 반면, 저는 상대가 누구든 모두에게 공감하는 사람이거든요.
 
공감을 얻지 못하면 서운한가요
그렇지 않아요. 이 사람은 그런 사람인가 보다, 나랑 다른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하죠.
 
 
 한 여자를 기다리다 결국 잃고 후회한 후 다시 지키리라 마음먹는 유지혁의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디테일에 집중했나요
보는 이를 눈빛으로 설득시키려 했어요. 강지원의 이해할 수 없는 말에도 조금 더 들으려고 노력하는 눈빛과 표정. 나는 지원을 사랑하고 그 사람에 대한 책임감이 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눈빛을 보이는 데 집중했어요. 서사와 감정을 하나하나 쪼개서 모두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죠.
베스트와  이너  웨어  슬리브리스 , 팬츠는  모두  Versace. 슈즈는  Prada. 삭스와  네크리스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

베스트와 이너 웨어 슬리브리스 , 팬츠는 모두 Versace. 슈즈는 Prada. 삭스와 네크리스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

 
유독 어려웠던 신이나 감정 표현은
절제가 어려웠어요. 전작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습니다>에서는 감정을 가감 없이 표출하는 캐릭터를 연기했으니까요. <내남결> 촬영 초반에는 감정 표현이 너무 드러날까 봐 한동안 걱정을 많이 했어요.
 
원작이 있는 작품은 촬영 전에 절대 안 본다고 했죠
맞아요. 이번 작품의 웹툰도 아직 안 봤어요. 촬영 전에는 원작의 그림체 정도만 참고하죠.
 
2002년 개봉한 영화 <동감>의 리메이크 영화 <동감>(2022)에 임할 때는
마찬가지죠. 원작의 감성이나 캐릭터를 따라 하게 될까 봐. 원작을 따르는 방식으로 연기하면 더 잘 표현하는 배우도 물론 있겠죠. 하지만 저는 그러지 못해요. 이를테면 나만의 아메리카노를 만들고 싶은 거죠. 커피 맛은 느껴지되 톡 쏘는, 어딘가 다른 맛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새로운 캐릭터를 본 것처럼 대하죠. 
 
그럼 캐릭터를 분석하는 과정이 아주 촘촘하겠군요
처음 대본을 읽을 때는 속도가 느려요. 활자 하나하나 뜯어보고 상상하며 읽거든요. 어느 지점에서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야 할지 일일이 생각하며 읽다 보니 오래 걸려요. 그렇게 두 번, 네 번 반복하다 보면 읽는 속도가 빨라져요. 그때부터 본격적인 분석이 시작되죠. 캐릭터 간의 관계성, 환경 등 다양한 배경을 고려하면서 일상에서 문득문득 표현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생각해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도 있죠. 하지만 스트레스가 커요. 작품 촬영하는 동안 생각이 멈추지 않으니까.
 
 
스트라이프 셔츠와 코튼  팬츠 , 레더  에이프런 , 타이는  모두  Fendi.

스트라이프 셔츠와 코튼 팬츠 , 레더 에이프런 , 타이는 모두 Fendi.

 좋아하는 영화를 나열한다면
애니메이션을 좋아합니다. <니모를 찾아서> <몬스터 주식회사> <토이 스토리>. 이틀 전에는 <몬스터 호텔>을, 어제는 <트루먼 쇼>를 봤죠. 하지만 제일 많이 본 것은 <해바라기>에요. ‘오태식(김래원)’처럼 감정을 가감 없이 쏟아내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말한 적 있는데, 그 생각은 여전해요.
 
유지혁처럼 무언가를 지키려고 노력한 순간이 있나요
없어요. ‘목표를 향해 가야 한다’ ‘이것만은 지켜내리라’는 생각보다 하루하루를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타입이거든요. 물 흐르듯 살다 보니 어느 순간 한 단계 성장해 있더라고요. 눈에 띄는 부족함을 보완하고, 성장하는 걸 반복 중입니다. 지키고 싶은 것도 없어요.
 
강지원처럼 기억이 살아 있는 채로 인생 2회 차를 살게 된다면
기억이 있다 해도 삶이 의지대로 흘러가지는 않겠죠. 이미 다 알고 있는 상태이니까 신경 쓸 것도 많을 테고. 머리가 너무 아플 것 같은데요? 아무런 설렘이나 재미, 낙도 없을 것 같아요. 무언가를 새롭게 느낄 수 없잖아요. 저는 항상 새로운 게 좋아요! 바로잡거나 바꾸고 싶은 과거도 없어요.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두고 싶은 사람이라.
 
 
 레더 재킷은 Ludan. 셔츠는 Wacko Maria. 레더 캡은 Stefan Cooke.

레더 재킷은 Ludan. 셔츠는 Wacko Maria. 레더 캡은 Stefan Cooke.

10~20년 전 나인우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사람들이 그때도 지금 같은 모습이라던데요. 친구들도 항상 “야, 너는 어쩜 그렇게 한결같냐?”고 해요. 10대 때는 밖을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어요. 활발한 타입이었죠. 그러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이 좋아서 ‘집돌이’가 됐어요(웃음).
 
요즘도 집돌이인가요
네, 마침 촬영이 끝났거든요. 게임하고, 운동하고, 책 읽고, 기타 연주하고. 제일 행복한 게 뭔지 아세요? 알람을 꺼놔도 된다는 것(웃음). 최근에 30시간 가까이 잔 적도 있어요. 어릴 때부터 잠이 많았죠.
 
지금까지 대부분의 작품에서 상대 배우가 ‘누나’였습니다. 이들에게 배운 것은
연기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다정함을 배웠어요. 사람을 챙기는 모습, 상대에게 마음을 쏟는 모습. 이런 부분은 어릴 때부터 누나들에게 배운 것 같아요.
 
 
 트위드 셔츠와 에이프런은 모두 Kozaburo by Adekuver. 트랙 팬츠는 Commission.  레더  글러브는 Kusikohc.

트위드 셔츠와 에이프런은 모두 Kozaburo by Adekuver. 트랙 팬츠는 Commission. 레더 글러브는 Kusikohc.

2013년에 데뷔 후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시간을 돌이켜보면
잘한 건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시간이 흘러가는 과정에서 나는 못했거나 잘했겠죠. 좀 더 최선책은 없었나 하는 생각은 드네요.
 
그 과정에서 크게 배운 것
듣는 것.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게 중요하다는 걸 어릴 때부터 터득했어요. 큰 도움이 되죠. 나와 생각이 다른 상대방에게 고집부리며 내 생각을 관철하기보다 묵묵히 들어주는 자세가 필요해요. 아, 저도 고집부릴 때가 있습니다.
 
 
베이스볼  재킷은 Wales Bonner.  쇼츠는 Jil Sander by G. Street 494.  슈즈는 Simone Rocha.  이너  웨어  톱과  삭스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

베이스볼 재킷은 Wales Bonner. 쇼츠는 Jil Sander by G. Street 494. 슈즈는 Simone Rocha. 이너 웨어 톱과 삭스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

언제 고집스러워지나요
당장 실행에 옮기고 싶을 때요. 최근 사고 싶은 휴대전화가 생겼어요. 근데 그 기종이 서울에 딱 한 대 남아 있다는 거예요. 하던 일 제쳐두고 달려갔죠. 어떻게든 가지고 말겠다는 일념 하나로. 이런 면에서 고집스러워요(웃음).
 
기타 연주도 고집하죠. 마스터하고 싶은 곡이 있다면
슬립낫의 ‘Duality’입니다. 2월 중순에 커버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고 싶어요. 정말 좋아하는 곡이거든요.
 
내가 잊지 않으려는 것은
끝까지 하면 뭐라도 된다! 포기하는 순간 그 노력은 모두 사라지고, 아무것도 아닌 일이 돼버리죠. 이런 생각과 함께 끝까지 임해왔어요. 기타도 마찬가지죠. ‘베르사유의 장미’는 중학교 때 처음 들었고, 그게 벌써 10년 전이네요. 절대 연주할 수 없을 곡이라고 생각했는데 틈틈이 연습해 왔어요. 결국 연주할 수 있게 됐고요. 끝까지 하면 된다는 사실!  
 
 

Credit

  • 정소진
  • 에디터 정소진
  • 포토그래퍼 김신애
  • 스타일리스트 이종현
  • 헤어스타일리스트 이민
  • 메이크업아티스트 이설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