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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이에 반해 서귀포에 정착한 세컨드뮤지오 대표 김지윤의 주택 #홈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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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가구 사러 제주도에 간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세컨드뮤지오의 탄생은 육지에서도 화제가 됐다. 집과 오피스, 쇼룸, 아이들이 뛰어노는 마당을 모두 한곳에 모으고 싶었던 부부의 바람은 서귀포의 한적한 마을 어느 경사진 자락에서 이뤄졌다. 서귀포에서 ‘가장 못생긴 집’을 지어보겠다는 포부로 직접 주택을 지어 정착한 부부의 열여섯 번째 #홈터뷰.
제주살이에 호기심을 갖고 서울에서 서귀포로 내려와 산 지 8년 차가 된 김지윤입니다. 빈티지 가구 편집숍 세컨드뮤지오(@secondmuseo), 프리미엄 식재료를 소개하는 프레이머즈(@weareframers), 스페셜티 전문 로스터리와 브루잉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는프레이머즈 테이블(@framerstable)까지. 예전부터 막연히 해보고 싶다고 생각해 왔던 일들을 제주에서 차근차근 실현해보고 있어요. 남편과 함께 운영하고 있고요.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워라밸과 건강한 먹거리에 관해 관심이 무척 커요.
제주에 내려와서는 줄곧 아파트에 살았어요. 4년 차 즈음이 되니 아이들의 영유아기가 지나고 있었고 저희 부부도 제주살이에점점 적응되어 ‘집을 지어볼까?’하고 상상을 해봤어요. 건설회사 출신인 남편의 경험과 덕력에 신뢰도 있었고요. 사실 호기롭게 직영 건축에 도전해서 막무가내로 지은 집이에요. 직접 지은 첫 집치고는 튼튼하게 잘 지었다고 생각합니다.
예산이 가장 중요한 이슈인 만큼 비교적 저평가된 부지를 찾아 오랫동안 발품을 팔았습니다. 저희가 매입한 부지는 절벽 끝에 위치한 땅에 경사로까지 마주하고 있어 남쪽과 서쪽이 모두 경사진, 소위 말해 ‘못생긴 땅’이었어요. 그래서 토지가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었죠. 서귀포 시내에서 한적하면서도 편의 시설과 교육 시설과의 접근성도 괜찮은 곳이어야 했는데 의외로 다 부합하는 거예요. 안될 것 같은데 로켓 배송까지 되는 곳이어서 매력적이었어요.
설계를 시작할 무렵 덴마크의 유명 디자이너인 폴 헤닝센 집에 관한 기사를 접했어요. 경사가 매우 가파른 땅에 집을 지은 그는 시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공법을 시도해 콘크리트 마감으로 완성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당시 ‘가장 못생긴 집’이라 불렸다고 해요. 하지만 현재는 그곳이 덴마크 단독 주택을 대표하는 선구적인 건축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기사를 읽는 동안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어요. 예산 이슈로 지금의 자리를 만난 거였지만 이 여정에 힘이 실리는 순간이었죠. 그래서 저도 반어적으로 서귀포에서 ‘가장 못생긴 집’, 우리가 지어보자고 팔을 걷어붙였어요.
주택에서 살면 부지런해진다고 하잖아요. 관리해야 하는 곳들이 계속 쌓이니까 움직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는 거죠. 그래서 남편과 설계할 때부터 어떻게 해야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를 많이 했어요. 저희 부부가 고심 끝에 결론 내린 건 잔디 마당은 최소한으로 하고, 외벽 마감은 노출 콘크리트로 하자는 것이었어요. 습도가 높은 제주 기후 특성상, 외벽 자재가 손상되고 탈락하기 쉽거든요.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하니 그런 걱정을 할 필요도 없고 공사 비용도 줄일 수 있었고요. 무엇보다 예산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주택을 지을 때 일반적으로 도로 쪽에 마당을 내고 건물을 그 뒤로 배치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희는 반대로 했어요. 전원주택의 최대 이점이 마당인데, 이 공간을 우리 가족만 프라이빗하게 누리는 게 더 근사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도로에 접한 면을 건물이 두르고 마당은 건물이 품고 있는 구조로 설계했어요. 밖에서는 저희 마당이 안 보여요. 온전히 저희 것이죠. 상가 주택은 보통 1층에 상업 시설, 2층에 주거 공간을 두잖아요. 저희는 아이들이 방에서 놀다가 마당으로 나갈 수 있도록 1층을 집, 지하와 2층을 오피스와 쇼룸으로 쓰고 있어요. 세컨드뮤지오에 오시는 고객분들이 불편하시지 않도록 지하부터 2층까지 출입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고민을 많이 했답니다.
건축은 완성하기까지 9개월 정도 걸렸어요. 공사 중에 화물 연대 파업이 발생했는데 3개월간 이어지면서 제주도에 시멘트 수급이 중단된 거예요. 공사를 멈출 수밖에 없었어요. 9개월 중의 3개월은진행이 거의 안 됐고 실제 공사 투입 기간만 보면 6개월 걸렸네요. 제주도에서의 건축 기간을 고려하면 매우 빠르게 진행된 편입니다.
아무래도 제 손이 많이 가는 공간이 주방이다 보니, 집을 짓기 전부터 재밌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던 공간은 모두 키친이었어요. 벨기에 브랜드 큐벡스cubex의 쇼룸 이미지와 시공 사례들을 찾아보며 그림을 그려 나갔는데요.
하부장은 무광 검정으로 마감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제주도에 우레탄 도장 마감을 할 수 있는 곳이 없더라고요. 그래도 이 작업은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육지에서 맞춰 공수한 귀한 몸에 직구한 벨기에 핸들을 달아 마무리했습니다. 상부장은 과감하게 생략했고 선반을 벽에 매립해서 자주 쓰는 소스류들만 진열해서 쓰고 있어요. 집이 남서향이라 해가 질 무렵이면 따뜻한 볕이 조리대까지 깊숙이 들어와요. 황금빛 노을을 마주하며 아이들 밥을 지을 때, 마음 깊숙이 뜨끈해지는 행복을 느껴요.
가끔 한 달살이를 하러 내려왔다가 이주까지 결정하는 분들이 종종 계세요. 4-6월, 9-10월, 좋은 계절에 제주도를 경험해보면 반할 수밖에 없거든요. 하지만 사계절을 살아보면 제주도의 변화무쌍한 날씨가 어마어마하다는 걸 느끼게 되실 거예요. 궂은 날씨가 이어지다 보면 심리적으로 우울해질 수 있거든요. 육지보다 문화 시설이 부족하기에 관광객 모드로 여기저기 찾아다니지 않는다면 적적하고 무료해질 수도 있죠. 다만 아이들과 함께 라면 축복과도 같은 시간이 될 거예요. 어디를 가도 아이들에겐 다 놀이터이니까요. 바다도, 오름도, 집 앞의 마당도요. 한 달살이, 일 년살이는추천해 드리지만 이주는 고민하고 또 고민해봐야 해요. 12월부터 2월, 겨울을 지내보고 결정해 보시길 권해드려요.
‘세스카체어’로 불리는 토넷의 S32체어. 평생 소장해야 하는 단 하나의 피스를 고르라면 저는 이 의자요.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마르셀 브로이어의 가구들을 특히 좋아하는 편인데요. 침실에 마련한 미니 서재에서 쓰고 있는 책상과 의자 모두 그의 작품이에요. 세스카체어를 비롯해 그가 디자인한 강관 가구나 원목 가구들은 안타깝게도 디자인 특허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어요. 그런 배경을 알게 나니 오히려 더 마음이 가더라고요. 저와 같은 해에 태어난 동갑내기 의자라 정감도 더 가고요. 친구처럼 함께 나이 들어가고 싶어요.
요즘 쿡쿡밀(@cookcookmeal) 계정 재밌게 보고 있어요.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홈쿡 레시피를 소개하는 채널인데요. 플레이팅이 감각적이에요. 집도 예사롭지 않고요. 베를린의 힙스터가 살 것 같은 바이브가 흘러요. 모두가 반할 거라 생각합니다.
신혼 때 장만한 스트레스리스 리클라이너를 대체할 라운지 체어를 찾고 있어요. 디자인은 썩 맘에 들지 않았는데 아이들 신생아 때 수유 의자로 정말 잘 썼거든요. 세상 그렇게 편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공간에 큰 부피를 차지하는 가구인 만큼 디자인도 예쁘면서 안락함까지 두루 갖춘 체어로 바꿔보고 싶어요. 최종 후보에 오른 세 가지는 카시나의마라룽가 소파, 스웨데제의라미노체어, 그리고 아이소콘의 롱 체어예요. 컨디션이 좋은 피스가 나타나면 망설이지 않고 구매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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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끝 경사로를 마주한 땅 위에 직접 지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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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의 ‘가장 못생긴 집’
」


「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한 가성비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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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정원, 우리만의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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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치 못했던 돌발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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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기에 주방에서 영감 받은 키친
」
벨기에 주방 가구 브랜드 cubex


「
제주살이의 로망. 봄, 가을보다는 겨울을 보내 보고
」
「
함께 나이 들어가는 친구 같은 가구
」
「
즐겨 찾는 계정
」

「
위시 리스트는 리클라이너를 대체할 근사한 1인 체어
」
카시나의 마라룽가 소파

스웨데제의 라미노 체어

Credit
- 글 박은아
- 사진 김지윤 제공/@cookcookm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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