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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양, "난 가벼운 남자!"

마치 살얼음을 것듯 조심스러웠다. "뭐라고 말하지?"라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었다. 단추를 풀다가도 금세 다시 채워버리듯, 박신양은 속내를 뱉다가도 이내 삼켜버렸다. 그래도 건질 만한 언어들은 있었다.

프로필 by ELLE 2013.01.11



화보 촬영할 때 조금 경직된 느낌이던데
아무것도 없는 데서 감정이나 연기를 만들어낸다는 게 맨땅에 헤딩하는 일이잖아. 보기엔 자연스러워 보일지 몰라도 막상 모델이 되면 뭔가 만들어내야 한다는 중압감이 생겨 긴장을 풀기 어렵지. 
<박수건달>은 5년 만의 영화다 오랜만이지. 그렇게 됐어. 그런데 영화에 대해 할 얘기가 별로 없네. 일단 웃기는 영화다. <달마야 놀자> 이후로 두 번째 코미디영화이기도 하고 <박수건달>도 그 작가가 쓴 거야. 그런데 사람들은 내가 코미디를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나 보지? 사실 나 코미디 좋아하거든. 물론 허무한 코미디는 별로인데 <달마야 놀자>처럼 얘기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한 코미디는 좋아.<박수건달>도 그래서 했고. 공교롭게도 내가 한 코미디영화 두 편을 한 작가가 썼네. 
의외로 빈틈이 있는 사람 같더라 나 원래 가벼운데. 사실 배우 박신양은 완벽주의자처럼 보이니까 연기할 때는 진중하게 하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으려고. 그런데 끝나서도 그러면 안 되잖아.
박수무당을 찾아갔다던데,꼭 그렇게 진짜 실물의 직업인을 찾아가야만 하나 직접 연기한다고 생각해 봐. 의사는 심각한 척하고, 건달은 어깨에 힘주고? 그럼 무당은 어떻게 하는 건데? 어렵지. 그만큼 생소하니까 흥미롭고 도전해 볼 만한 일이긴 했다. 게다가 무당은 어떻게 하면 그렇게 보인다는 컨벤션도 없어. 무당 영화가 별로 없잖아. 게다가 그걸 코미디로? 쉬운 숙제가 아니라니까. 그래서 무속인들 만나서 물어보고, 굿도 많이 보고, 그런데 막상 인터뷰하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더라. 어느 날 갑자기 몸이 너무 아프고, 이래도 저래도 낫지 않았다는데 과학적이지 않으니까 믿을 수가 있나. 그 와중에 이해하고, 발견하고, 알아내려고 노력했지.
직접 보지 않으면 연기할 수 없는 건가 그렇진 않다. 그냥 하면 된다. 다만 나만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걸 좀 더 찾아내려고 연구하는 거지. 당연히 그래야 되고. 낯선 사람들에게 어떻게 접근하나 스리슬쩍? 잘? 그냥 가면 돼. 처음엔 얼떨떨한데 가서 약간만 용기를 내면 괜찮아진다.
배우로서 좋아하는 배우가 있나 톰 행크스, 로빈 윌리엄스, 찰리 채플린 그리고 그 사람 대단하지 않나? 모건 프리먼? 특별히 하는 것 없이 집중력이 대단한 거 같아. 정말 대단해.
고3 시절의 충동적인 결심으로 연극영화과에 지원했다고 들었다. 그 전의 장래희망은 건축과를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좋아 보여서. 특별히 뭘 알고 싶었던 게 아니었고, 여자들한테 멋있게 보이려고 그랬던 것도 아니고. 어떤 공간이 힌트를 불러일으키는 게 재미있다. 머리 식힐 땐 항상 뭔가 생각한다. 주로 공간에 대해서.
25년간 새벽 발성 연습을 지속해 왔다던데 지금도 하지. 그게 가능한가 야구선수가 연습을 게을리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규칙적인 편 아니. 그것만. 정말 하루도 빼먹지 않고 잠깐 게으름 피우기도 하는데, 하루 건너 하루씩 해도 좋고, 몰아서 해도 된다. 지속적으로 하는 게 중요하지. 등산을 하면서 병행해도 되고. 연습을 10년 넘게 하면 운동처럼 습관이 된다. 하면 기분이 좋아지거든. 그래서 계속하게 된다. 차에서 하거나, 방에서 하거나, 특히 노래방이 좋다. 학생들한테도 노래방 가서 연습하라고 한다. 마음껏 소리 지르고, 발성 연습하라고.
의외로 깡패나 껄렁한 캐릭터를 많이 했다 나만 하는 건 아니잖아.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역전시키는 의외성이 있다 그래서 시키나? 의외성이 있어서? 어쨌든 해보지 않은 걸 하면 재미있다. 
배우로서의 길을 의심해 본 적 없나 10년 했다. 10년. 사활을 걸고. 실제로 일해보면 모든 일은 다 똑바로 알게 되기까지 한 10년쯤 고생해 봐야 된다.
일말의 의심도 없었나 사활을 걸 정도로 한다는 건 의심의 끝에 가보는 거다. 특별히 추론할 수 있는 힌트도 없잖아. 갈 때까지 가봐야지. 별 방법이 없잖아. 미래를 예측할 수도 없고. 시나리오도 그렇다. 만들어진 걸 보긴 쉽다. 만들어가는 과정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결정들을 제각각 하고 있는 거다. 다 만들고 나서도 확신할 수 있으려면 만드는 과정에선 천 배, 만 배 열을 내서 해야 한다. 조금 심하게 보일 정도로 해야지만 분명히 선택할 수 있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대충 자신 없는 선택을 하면 큰일 난다. 사람들 생각도 다 다르고.
드라마 <드라마의 제왕>에서 이름이 언급된 거 아나 모른다. <싸인>을 연출한 장항준 감독이 각본을 썼다 아, 그래서 그런가 보네. 박신양이란 이름 석 자가 톱배우의 예시로 활용된다. 당신이 지금 그런 위치에 있다는 거다. 연기를 시작할 때 이런 위치에 오르고 싶단 야망은 없었나 죽어라 열심히 연기하겠다는 생각밖에 안 했다. 유명해지고, 그런 건 알지도 못했다. 요즘 애들은 그런 걸 선망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유명해진다는 것에 대해 몰랐다. 관심도 없었고, 그게 좋아서 연기했던 것도 아니고. 어쨌든 좋은 작품을 할 기회가 늘었다는 건 좋은 일 아닌가 그건 좋지.
만족하나 아니, 만족하진 않는다. 좀 더 좋은 작품을 하고 싶거든.

 

Credit

  • EDITOR 민용준
  • PHOTO 목정욱
  • DESIGN 오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