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가 젊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게 빠른 작별을 고하고 있는 오늘날, 그 빈자리에는 어김없이 새로운 얼굴들이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앤 드뮐미스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되며 기대를 모았던 루도빅 드 생 세르넹은 단 한 시즌 만에 브랜드를 떠났죠. 깃털 하나로 아슬아슬하게 바스트를 가리거나 과감한 시스루 룩을 걸친 채 런웨이를 활보하던 모델들로 가득했던 앤 드뮐미스터의 지난 2023 F/W 컬렉션이 아쉽게도 그의 데뷔이자 마지막 컬렉션이었던 셈.
그리고 바로 어제, 앤 드뮐미스터는 스테파노 갈리치를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했습니다. 그는 하이더 아크만의 어시스턴트 디자이너로 근무하며 경험을 쌓은 이후, 지난 3년간 앤 드뮐미스터의 남성복 디자인을 도맡아왔죠. 스테파노 갈리치의 첫 컬렉션은 오는 9월 말, 파리 패션 위크에서 공개될 예정입니다.
지난해, 루드의 창립자인 젊은 디자이너 루이지 비야세뇨르는 17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스위스 브랜드 발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며 신선한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2023 S/S 컬렉션과 2023 F/W 컬렉션, 총 두 시즌에 걸쳐 많은 이들에게 다소 경직되고 보수적으로 다가왔던 발리의 아이덴티티에 동시대적이고 스포티한 감각을 불어넣었죠. 푸샤 티, 찰리 푸스, 니콜라스 홀트 등 내로라하는 셀럽들은 각각 코첼라와 레드카펫에서 비야세뇨르의 커스텀 수트를 완벽히 소화해내며 이를 보란 듯이 증명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둘은 각자의 길을 걷게 되었죠.
그리고 그가 물러난 지 2주 만에 시몬 벨로티가 빈자리를 채웠습니다. 시몬 벨로티는 돌체앤가바나, 보테가 베네타 등을 거쳐 구찌에서 약 16년간 디자이너로 근무한 바 있는 노련한 인물입니다. 이후 그는 지난해 10월 발리 디자인팀에 합류해 유서 깊은 스위스 럭셔리와 장인정신을 표방하는 발리에 꼭 맞는 디자인을 선보여왔죠. 벨로티가 발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선보이는 첫 컬렉션은 오는 9월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